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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권력의 기술자, 시대의 조롱꾼 ㅣ 문화 평전 심포지엄 4
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최호영.김하락 옮김 / 북캠퍼스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정치 고전서 [군주론]의
저자로 유명한 중세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공국 출신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인생과 활동을 담은 평전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마키아벨리 인생(1469~1527)을 5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 별로 시대 배경과 마키아벨리가 활동한 내역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스위스 프리부르대학 근대사 전공 폴커 라이하르트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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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키아벨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의 문제적인 저서 [군주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군주론]만 놓고 보더라도, 수많은
논쟁거리가 되고는 한다: 전체주의와 파시즘, 독재주의, 부국강병주의 등의 사상적 원천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마키아벨리의 일생을 통해 그가 저서에 담아낸 내용과 주제가 당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루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화정 체제에서 외교관 공무원 생활을 하던
사람이 군주정 체제로 바뀌게 되면서 실직하면서 반란혐의로 구속되어 버리자, 하루아침에 전향하듯이 군주제를
찬양하는 책을 저술했다는 점이 미스터리한 부분일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외교 공무원으로 일했었던 피렌체 공화국의 운영은 주변 강대국들에 맞서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다는
점이다: 소수 귀족 가문이 파벌을 형성하여 권력 다툼을 일삼았고 특히 군대를 자국민이 아닌 외부 용병
부대를 고용한 국방력 형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가뜩이나 공화정을 싫어하는 주변의 강력한 공국들이 가하는
위협과 협박은 늘 피렌체 공화국의 굴욕적인 착취로 이어지게 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그토록 강조한 이상적인 군주 국가의 2가지
조건인 강력한 군대와 중앙집권적인 독재체제 요소는 자신의 외교관 시절의 경험에서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볼로냐, 밀라노, 로마
등의 강대국들에게 외교적 군사 보호를 구걸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국제 외교 관계의 냉혹함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칙이라는 점이다.
결국 제국 동맹군에게 패배한 피렌체는 스페인 총독령 하에 메디치가의 통치가 시작되면서 마키아벨리는 서기관에서
파면되고 반메디치 반란 혐의로 구속되지만 풀려나게 되고 저술 활동을 하게 된다: [군주론]을 통해 이상적인 군주통치 형태를, [로마사논고]를 통해 이상적 공화정 통치를 말하고, [피렌체사]에서는 피렌체 통치자의 어두운 과거를 폭로하고, 3편의 희곡은 정치
풍자극을 저술하기도 하고, 메디치 군주 통치에 대한 비판과 의견서 작성으로 정치 참여 활동을 시도하기도
한다.
말년에는 피렌체의 외교관으로 활약하지만 결국 두 강대국 로마 교황과 스페인과 독일 동맹이 벌인 전쟁으로 피렌체는
다시 공화국 체제로 바뀌게 되고, 마키아벨리는 빈곤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저자가 보기에 마키아벨리의 저술 동기는 피렌체를 이탈리아 역사에서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일리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16세기 초반의 종교적 세계관이
무너지는 르네상스 시작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통적 관행과 질서만 가지고는 국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기존의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제약을 벗어난 관점에서 사고를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마키아벨리가 활동했던 15세기말과
16세기 초의 유럽 상황은 기독교 종교가 신앙 차원을 넘어 세속적인 정치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며
인간의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권력집단으로 타락해버린 시대였다.
매우 극단적으로 본다면 아마도,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시달리던 약소국
입장에서 생존법을 고안해낸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마키아벨리가 10대 때부터 리비우스 로마사를 읽고, 이것을 토대로 로마 역사에
관한 논술을 저술한 논고집을 냈다는 점이다: 자신의 위대한 선조들이 만들어 냈던 찬란한 공화정과 황제
정치 체제의 흥망성쇠를 통해 자신만의 완전한 형태의 이상 국가를 연구하고 상상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16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는 시기에 활동했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의 인생과 당시 시대적 배경을 통해 혁신가의 정신과 르네상스 시대의 분위기까지 알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