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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ㅣ 문예 인문클래식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정치이론 고전서적인 중세 이탈리아 시대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군주론]의 이탈리아어 버전의 완역본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16세기 초 중세 이탈리아 시대에 피렌체 지방을
배경으로 군주가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 필요한 내정 통치 기술과 외교 기술, 위대한 군주가 갖추어야 할
성품, 위대한 국가가 되기 위한 핵심 요소와 달성 방법, 피렌체를
포함한 모든 이탈리아 도시 국가들이 당면한 과제와 각성에 대해 총 26개의 단원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번역은 이탈리아 전문 인문학자 박상진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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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 관리로 근무했던 마키아벨리의 이력을 감안하면, 절대
군주 독재체제를 옹호하는 책의 내용은 모순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저술 동기로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마키아벨리가 복무했던 피렌체 공화국 시절의 관리들의 무책임한 통치 행태와
안일한 방위 안보 관념으로 인해 직접 몸소 체험했던 공화 정치 체제의 복합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군주 중심으로 조직되어 단일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실행되는 정치 체제인 군주 정치 체제를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한가지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피렌체 공화국이 붕괴된 저술 당시 시점에서 피렌체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로렌초 메디치를 대상으로
책을 저술한 것으로 보아 일종의 구직을 위한 자기 홍보 활동 차원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론적으로 보면, 다수의
민중들로부터 국가 통치자로 선택되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급격한 위험 상황 발생의 경우가 적다고 예상되지만,
15세기와 16세기 중세 시대에는 이웃 도시 국가들 사이에서 뜬금없이 벌어지는 전쟁의 모습은
불안정한 상황이 요구하는 신속하고 확실한 국가적 대응을 만드는데 유리한 군주 체제가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군주제도는 일종의 민중기반 독립형 군주체제이다:
소수의 귀족과 영주 세력이 아닌 다수의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신중한 군주 중심의 법률
기반 통치 체제에서 강력한 자주 국방을 실현하며 소신외교를 구사하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국가를 만들려면, 군주가 갖추어야 하는 능력과
성품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후천적으로 군주 스스로 길러야 할 요소들이라는 면에서, 흡사 동양의 유교의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떠올리고 비교해 보게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마키아벨리의 강한 군대 훈련법의 일환으로 정신 훈련에 군주의 역사 지식 습득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마키아벨리의 말 대로 ‘어떻게 사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은 모법 답안 격인 위대한 군주들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일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역대 왕조의 흥망사를 요약한 [자치통감]의 내용과 형식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 한가지는 비범한 위대한 군주가 되기 위한 외교술은 강자추종도 아니고 진실된 소신과 친선에 의한 독자외교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16세기 당시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 놓인 피렌체 공국이 처한 현실에서
진정한 독립적 강국이 되기 위한 단계별 목표와 절차들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친절한 국가 재건 가이드북
같다는 느낌도 들곤 한다: 용병 군대를 벗어나 자주 국방 체제로, 군주에
충실한 가신들을 관리로 채용하고 법률 제정과 실행으로 민심을 얻고, 통치자 입장에서 때로는 모질게 때로는
너그럽게 정책을 시행하라는 조언은 매우 어렵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마키아벨리의 문장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사례들마다 번역자가 깨알같이 달아 놓은 주석 덕분에 중세 이탈리아 시대의 복잡한 배경 지식과 설명은 군주론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중세 시대와 군주 국가 조직이라는 한계를 떠나, 현재에도 모든 규모의 조직을 대상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 정도로 소구력 있는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고전의 위력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