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aladin.co.kr/lunanuna/11033301

4년 전에 밀란 쿤데라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할배는 못 읽고 내가 다시 보고 앉았다.
어제 쉬폰 커튼 사서 걸었으니 여태 안 보고 애껴둔 커튼이나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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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사이트에 파스칼 메르시어 타계... 코맥 매카시 타계...이런 배너 보면 왠지 슬픈 눈 하고 입은 웃는 거 참느라 쿡, 하는 느낌 떠올라서(아 뭐 사람이 그런다는 거 아니고 누군가의 죽음은 자본에겐 몸 커질 기회니까 의인화)
절레절레 하다가도 아 읽어보면 좋을 작가들이니까 아주 나중나중나중 탈상하면 봐야지 했었는데

막시무스님이 올려주신 밀란 쿤데라 할아버지 영면 소식은 좀 무심할 수가 없었다.

책 별로 안 보던 시절에 전작한 작가이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일 많이 읽고 제일 많이 사서 뿌리고 다니던 책이기도 하니까... 내가 빻은 구석이 있다면 그 많은 지분은 변태 할배 탓...

어쨌거나 푹 쉬시고 그만큼 썼음 됐어요ㅋㅋㅋ 이제 뭐 더 써도 딱히 환영 못 받을 세상이 됐어요... 나머진 어린 놈들한테 맞기시구...굿바이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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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3-07-12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까 소식 듣고 진짜 놀랐네요....흑 쿤데라옹이 그렇게 나이가 드셨나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7-12 21:20   좋아요 1 | URL
우리 할머니보다 한 살 아래였는데 할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셔가지고 얼추 비슷한 연세에들 가시네요...

은오 2023-07-13 0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었습니다.. 음 기념으로 무의미의 축제까지 껴서 리커버 전집 내주면 좋겠네.. 읽고싶은거 담다보니 결국 그냥 전집을 사는게 나을거란 생각이 드는데

반유행열반인 2023-07-13 07:44   좋아요 1 | URL
전작을 했지만 사실 전집에 있는 책 다 사 보는 게 좋은 선택 같진 않아요. 좀 후지고 이걸 왜 봐? 이런 거도 있거든요. 또 산문집들도 껴 있는데 오히려 산문집이 읽을 만 한 거 같기는 하다…근데 산문집도 우선 순위 상 중 하 많이 갈림 ㅋㅋㅋㅋㅋ
무의미의 축제는 약간 할배 마지막 농담 같았어요. 막 전집 만들고 이제 어여 죽어…하는 책팔이들한테 조까 나 아직 안 죽었어 이것들이 산 채로 묻을라 하네 이러고 전집 외로 한 권 더 내고 가신 느낌 ㅋㅋㅋ이건 제 뇌피셜이요 ㅎㅎ

Falstaff 2023-07-13 0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열반인 님도 <불멸>을 청년사 책으로 선택하셨군요! 정말 오래, 오래, 아주 오랜만에 저 책을 선택하신 분을 본 겁니다.
저도 청년사 <불멸>에 한 표!

반유행열반인 2023-07-13 07:49   좋아요 2 | URL
골백작님!! 저 책을 처음 읽은 게 2003년인데 그땐 민음사판이 나오기 이 전이었습니다
ㅋㅋㅋ제가 저 책 서점서 실컷 주무르다 돈이 없어 그냥 나왔는데 그걸 기억한 남자사람친구가 나중에 생일에 저걸 사줘가지고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 읽고 십 년 후에 또 읽었는데 그게 벌써 십 년 전이니…즉슨 청년사 불멸 소장자 내지 일독자는 구구세대(?) ㅋㅋㅋ 저 위의 판들 그대로 가지고 나중에 전집 나온 애들로 채웠는데 나중에 나온 애들은 그냥 뭐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인걸 표지만 마그리트 발라 이쁘라고 냈네 싶었어요 ㅎㅎㅎ
 
[eBook] 퀴어, 젠더, 트랜스 -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는 퀴어이론, 젠더이론의 시작
리키 윌친스 지음, 시우 옮김 / 오월의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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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2 리키 윌친스.

지금도 꾸준히 읽고 정진하시는 독자들이 많은 명저 ‘제2의 성’ 페이퍼가 알라딘서재 타임라인을 매일 수놓던 시기가 있었다. 나만 고양이 없어… 나만 보부아르 안 봤어… 지금에야 어차피 남들 좋다는 거 읽어도 난 좋은 소리 못하고 제대로 읽지도 못한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그때만 해도 나만 뒤쳐지는 느낌에 약간 초조하던 내가 한 이웃에게 ‘여기 있는 사람 다- 다- 읽고 한참 후에나 읽어볼까…’하는 마음을 비밀리(?)에 전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머리 빠지게 읽고 있던 그 이웃이 권하지 않는다고, 이 시점에 별로 의미 있는 책 같지도 않고 좋은 책 많은데 굳이 천쪽 넘는 사전을? 이러고 후려쳐 버려서 오히려 편안-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안 읽어도 돼 넌, 하는 면죄부 얻은 것도 같고, 돌아보면 나를 가스라이팅 한 것인가… 페미니즘 도서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개빻은 나를 만들기 위한 수작인가… 그렇다고 뭐 내가 보고 싶은 책 참고 안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딱히 안 읽고 싶어 보이는데 고민하는 것 같으니까 어차피 이새끼는 저러면서 읽어 봤자 얻어 가는 것도 없어, 하는 각이 나와 교통 정리를 한 것인가… 딱히 별 생각 없었을 것 같긴하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난 건 또 다른 이웃과 요즘엔 그런 책 잘 안 읽어요…하다가 흠 왜 안 읽지, 딱히 삶에 대해 고민하지도 치열하게 싸울 대상을 향해 분노하지도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뭐 굳이 피해서 안 읽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근데 그런 책은 뭘까….하다가 도서관에서 봐야지, 하던 책을 빌렸다.

성적 지향, 젠더 정체성, 페미니즘, 이 모든 걸 그런 책, 으로 묶어 부르는 건 여러 뱡향에서 이자식 하고 몰려와 때려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짓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알아. 그런데 각 분야마다, 혹은 이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것은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구조적 억압, 고통, 폭력을 겪는 사람들이 해방을 이루는 일, 지워진 자기 이름을 되찾거나 애초부터 이름 없던 것에 이름 짓는 일, 목소리를 내고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일, 아닐까 싶다. 이 책도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빌릴만한 도구들을 여기저기 탐색한 결과물을 비교적 친절하게(친절한 책이란 얇고 어렵지 않은 것) 건네주려는 시도였다.

트랜스젠더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 밑에 악플단 것 읽다가 화가 나면 인형을 주먹으로 팡팡 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너 게이야? 하는 댓글러에게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은 좀 구분하자고 열을 내고 있었다. 성적 지향이든, 정체성이든, 그걸로 고민하고 또 그것 때문에 괴롭힘 당하거나 폭력을 겪거나 배제되거나 주변에서 도와주겠다고 교정시도(?)하는 짓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개념에 관심을 갖거나 알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 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성차별과 성폭력을 겪어 보지 못한 남성들이 요즘 세상 얼마나 평등해졌는데, 아직도 차별이 있다는 소리를 해?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그래 나도 궁금하긴 했다. 내가 지정 성별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면? 그런데 내가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고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이라면…난 게이인가??? 이런 거 다들 궁금하지 않나? 나만 그럼?

이 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을 갖는 것이 소속감을 가지고 연대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무엇으로 불리거나 불리지 않길 원하는지 주장할 수도 있고, 그런 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거기에 얽매여 남과 나를 구분짓고, 또다른 배제를 낳고, 또한 나를 규정하기 위해 나를 억압하는 세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모순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금 웃기라고 일부러 반복되는 표현을 쓴 것 같기도 한데, 저자가 인터섹스 아동에 대해 의료진들이 성별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지정해버리고 거기에 맞춰 외과 수술을 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호소하고 다녔을 때 다양한 단체들의 반응들이 이 점을 잘 보여주지 싶었다.

-우리가 전국적인 규모의 여성단체 이사회에 연락을 취했을 때, 단체 대표단은 IGM이 끔찍한 일이며 누군가가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IGM이 왜 여성 이슈인지 알고 싶어 했다.
-성취감에 들뜬 우리는 전국적인 규모의 동성애자단체에도 IGM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내가 생각해도 간절함이 묻어났던 발표를 듣고 난 후 이들은 IGM이 끔찍한 일이며 누군가가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IGM이 왜 동성애자 이슈인지 알고 싶어 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단체에서의 연설을 통해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기로 했다. 젠더퀴어함은 이들의 맥박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이 아주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트랜스젠더활동가들은 IGM을 바로 이해했다. 이들은 모두 IGM이 끔찍한 일이며 누군가가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IGM이 왜 트랜스젠더 이슈인지 알고 싶어 했다.
-수많은 어린이에게 해를 끼치는 엄청나게 치명적이고 야만적인 일을 접했을 때, 어떤 단체도 IGM을 자신의 이슈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체성을 구분하는 규칙은 체계 안의 소음과도 같은 인터섹스 어린이의 사례가 어떤 이슈에도 해당하지 않게 만들었다.

저자는 정체성과 자아, 섹스, 젠더의 구성에 관해, 데리다, 푸코, 주디스 버틀러,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한 이론들을 통해 자신이 겪은 어려움들,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부분들, 또 이론들의 한계와 의문점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였다. 역자 후기나 역주를 보면 저자가 이론들을 이해하거나 현상을 파악하는데 오류가 있던 점들을 조금씩 짚어주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저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사람들 책을 직접 읽을 일은 드물 거나 없을 것 같고 ㅋㅋㅋ그래도 최대한 친절하게 그들이 주장하는 바로 언어, 구조, 권력, 뭐 이런 것들이 어떤 식으로 개인들을 억압하는 데 작동하게 되는지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고 뭐 내가 다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ㅋㅋㅋ아 뭔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는 아니고 아..알듯 말듯 하네..하는 정도는 되었다.

읽는 동안 밑줄을 디지게 많이 쳤는데, 이제는 안다. 밑줄을 많이 칠 수록 나는 그 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고…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좀 알지 않을까? 지금은 모르지만 하여간에 이해하고 싶구만… 뭐 그런 마음이지만 나중에 다시 읽는 일은 또 희박하다는 것… 역자 후기 보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책 옮기고 역주 친절히 달아주신 분은 양심적 병역거부, 그런데 우리가 자주 들은 그 종교 이유 아닌 사례로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 갔다가 최종 재판에서 무죄 받으시고 대체 복무하셨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씩씩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많구나… 나는 이제 나랑 싸우는 것도 그만두고 숨어 살며 책이나 보고 있지만… 뭐 그렇습니다…

+밑줄 긋기
-만약 당신이 남성성이나 여성성에 관한 규범 때문에 힘겨웠던 적이 있다면, 왜 무언가에 들어맞아야 하는지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모든 순간에 진짜 남자 또는 진짜 여자라고 느끼는 것은 아니라면,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 사이의 전쟁에서 어느 편에도 서고 싶지 않다면, 여자아이같이 공을 던진다거나 너무 남자아이 같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한 적이 있다면, 바이섹슈얼, 유대인, 트랜스젠더,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과 같은 단어가 당신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만약 인간이 되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앞서 이야기한 어떠한 것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매우 드문 독자라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당신도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젠더를 권리의 문제로 만드는 일은 젠더 역할이나 고정관념에 순응하지 않았을 때 어떠한 결과를 마주할지 정하는 권한을 개인에게 준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젠더인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 그러니까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트랜스든 페미니스트든,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들 머릿속에 벽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느끼게 되거든요. 이 사람들 모두를 포함하는 더 넓은 젠더 패러다임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벽 말이에요.

-연설에서 데리다는 모더니즘의 종말을 선언했다. 계몽주의 이래로 500년 동안 지배적이었던 세계관이 끝나는 것 치고는 소박한 순간이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했던 연설에서 데리다가 쓴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모더니즘은 이제, 그러니까…… 끝났어, 얘들아”.)
데리다는 우리가 ‘포스트모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전통적인 서구 사상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데리다는 언어에 몇몇 문제가 내재해 있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언어는 발화 공동체 구성원이 공통으로 지닌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언어는 동일성을 선호하며 특별한 것, 반복되지 않는 것, 개인적인 것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서구 사상은 모든 차이를 서로 반대되는 두 편에 할당하고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의미도 남겨두지 않는다. 이분법은 세계를 마치 한 번의 칼질로 두 조각이 난 피자와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이편도 저편도 아닌 나머지 것들은 전부 사라지거나 쫓겨나고 만다. [그러나] 남성성과 여성성, 남자와 여자, 탑과 바텀, 부치와 펨, 진짜와 가짜 같은 익숙한 이분법 사이의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탐색하고 되찾고 지켜내려는 젠더 영역이다.
이분법은 언뜻 전체를 반으로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단 한 번의 칼질로 피자를 자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자가 정확하게 반으로 나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분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면에 대부분 ‘선과 악’의 구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언제나 한편이 정의를 내리고 다른 편은 그에 따른 파생물이 된다.

-그러나 젠더 스펙트럼은 불가피하게 ‘남자’와 ‘여자’라는 두 가지 진짜 젠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외의 모든 ‘기타 등등의 젠더’는 빨랫줄에 걸린 옷처럼 남자와 여자 사이에 늘어져 있거나 정해진 궤도를 따르다가 벗어난 우주선처럼 남자와 여자 주변을 맴돈다.

-20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개인의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지식에 기대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 푸코는 이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하기를 원했다. 또한 이 같은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에게 어떠한 효과를 미치는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지 묻기를 원했다.

푸코는 자기 자신[이라는 개념]을 초월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우리의 순진한 믿음을 흔들고자 한다. 푸코는 자기 자신이라는 주관적인 감각에 역사와 계보가 있다는 것을, 특정한 문화적 필요와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주관적인 감각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시 말해서] 푸코는 주체성이 일종의 정치학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문화와 담론이 형성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우리의 존재와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은 우리의 사유와 느낌이 담론을 통해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설명해야 하지만, 담론이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개입하려는 별다른 마음이 없다.

-특권은 인식할 수 있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만약 당신이 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에서부터 가게 주인이 택시를 잡아줄 만큼 친절하게 대우하는 것까지 지금까지 한결같이 특권을 누렸다면, 당신이 세계를 경험한 방식이 세계가 움직이는 평범한 방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여러 사회운동에 끌리는 이유는 운동이 지향하는 원칙 때문이다. 그린피스와 함께하기 위해서 고래가 될 필요는 없고, 국제앰네스티를 후원하기 위해서 외국에 있는 감옥에 갇힌 수감자가 될 필요는 없다.

-버틀러가 구사한 주요 전략은 정체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었다. 버틀러는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어떠한 정치적 목적에 복무하는지, [정체성의] 구성 과정에서 무엇이 삭제되어야 했는지, 정체성이 어떻게 실재하는 것, 자연스러운 것, 보편적인 것으로 제시될 수 있는지 [기존의 이해를] ‘거스르는’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정체성을 전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성이라는 정치적 범주는 이론상으로는 근사한 생각 같지만, 그 범주에는 어마어마한 인종, 계급, 젠더, 문화의 차이가 내재해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범주 안에 있는 개별 집단이 서로 매우 다른 정치적 의제를 갖기도 한다.

-어떤 여성들은 여성 정체성을 거부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 정체성이 중산층, 유럽 중심성, 여성성에 관한 규범에 일부러든 무심코든 의존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이를 거부한다. 페미니즘은 이들 ‘여성’을 해방하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이들은 [규범에 어긋난 이들을 배제하는,] 페미니즘의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효과에 대항한다.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페미니즘은 이와 정반대의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페미니즘은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고 여성 정체성으로 대변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거부했다. 스톤부치, 트랜스섹슈얼 남자와 여자, 크로스드레서, 인터섹스, 퀴어 청소년, 드랙퍼포머는 자매애의 깃발 아래 얼마간의 보호와 지지를 얻으려 했지만 결국은 얼마간의 반발을 마주했을 뿐이다.

이 같은 거부는 그 자체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누가 포함되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확실한 문제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판단의 자격이 있는지 결정하는 미묘한 문제도 있다. 누가 판단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판단하는 행위는 위계를 만들어낸다. 이 위계에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여성으로 판단할 자격이 있는 여성이라는 정당성을 먼저 갖게 된다. 해방운동은 새로운 위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계를 없애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이분법이 그러하듯이 여자와 남자라는 용어는 완벽하게 상호 의존적인 데다가 범주에 들어맞지 않는 것, 이분법을 퀴어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짓눌러버린다.

이처럼 페미니즘은 마치 세계가 원래부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로 명확하게 나뉘는 곳이라는 듯 [이분법적인] 정치학을 전개함으로써 젠더 위반이라는 개념을 흐릿하게 만들고 젠더 규범을 넘어서는 이들의 정치적 열망을 어둡게 만드는 데 실제로 일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동성애자가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속성을 지닌다는 믿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일은 개인의 섹슈얼리티가 기본적인 사회적 정체성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했다.

-다시 한번 차이는 밀려나고 말았다. 이는 버틀러가 지적하듯이 권력이 지닌 “기이한 능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심층적인 수준에서 살펴본다면 “권력은 실패가 예정된 반란만을 선동한다”. 반란이 실패하는 이유는 자신이 대항하는 것을 자신의 구성 조건으로 무의식적으로 채택하고 재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으로 여성을 구성하는 복잡다단하고 주변화된 하위 집단에 대해 논의하는 일을 정치적 진보의 이름으로 나중으로 미루면서 차이를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이 진보를 위해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주변화된 여성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의 경험을 마침내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본질주의의 단순명료한 진술은 정체성을 형성하는 실천이 아니라 배제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본질주의적 주장은 ‘생물학은 운명이 아니다’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부정한다.

-강압적인 페미니즘에서 멀어지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갈등과 분열에 우리 자신을 맡기고, 온갖 종류의 모순을 고스란히 지닌 채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동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일성은 답답한 이야기이며, 어설픈 통일성은 어김없이 특별함, 유동성, 차이를 억압하고 만다.

-완벽하고 최종적인 여성의 정의를 실제로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면에서 여성을 대변하는 일 외에도 역설적으로 [여성] 범주 자체를 질문하고 해체하는 일 역시 페미니즘의 의제여야 한다. 새로고침이 이루어진 페미니즘에서 여성은 더 이상 전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라 사라지고 다시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며 항상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것이 된다. 또한 정체성의 유동성은 더 이상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중요한 전술이자 핵심적인 목표가 되며, 정체성의 파열은 가부장제(그리고 젠더 고정관념)를 가능하게 하는 남성과 여성,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을 전복하는 수단이 된다. 통일성의 상실과 범주의 불완전함은 여성이 새로운 의미, 새로운 존재 양식,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을 누리도록 도울 것이다.

-내가 궁금한 지점은 [자신이] “여자라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다. 모든 여자가 똑같은 느낌을 경험할까? 여자라는 것에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느낌이 있는 걸까? 그 느낌이 여성성에 따른 결과일까? 만약 그렇다면 크로스드레서나 드랙퀸도 ‘여자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스스로를 여자로 생각하는 것이 여성의 몸을 이루는 각 부분의 총합 이상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일관성에 대한 버틀러의 논의로 돌아가보자. 자신을 여자라고 이해하고 밝히는 일은 어떤 면에서 권위를 부여하는 일이다. 개인에게 섹스, 젠더, [성적] 욕망 사이의 적절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이 메리엇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닦을 때, 차를 운전할 때, 컴퓨터를 할 때처럼 [일상을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젠더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젠더화된 행동이나 상황과 연루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특정한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언제나 두 개의 가능성 가운데 하나다.

남자와 여자가 유일하게 인식 가능한 젠더라는 것은 남자와 여자만이 의미 있는 젠더라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젠더가 구성된다면, 여성이 여자가 될 필요는 없다. 여성은 여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남자가 될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남성성 또한 남성의 속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속성이 될 수도 있으며, 마찬가지로 여성성이 남성의 속성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문화가 섹스를 이해하는 방식이 젠더라면, 섹스가 고정되어 있고 이분법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젠더가 다양하고 가변적인 것이 아닐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문화가 섹스라는 날것의 재료로 만드는 것이 젠더라면, 우리는 이처럼 마법 같은 변화가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지 질문해야 한다. 어쩌면 섹스와 젠더의 구분은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유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자문했다. ‘왜 모든 사람이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한눈에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거지? 왜 사람들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비좁은 상자에 끼워 맞춰야 하는 거지? 그건 젠더 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폭력적인 억압을 재연하는 게 아닐까?’

젠더 구분을 지그재그로 넘나들면서 한 쇼핑은 물론이고 내가 일으킨 모든 사회적 불편함과 혼란은 아마도 어떤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였을 것이다.

-내게 버틀러의 논의가 지닌 주요한 가치는 이러한 상황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며 체계 안에 균열이 존재한다는 점을 깨닫도록 도와줬다는 데 있다. 이 깨달음은 변화를 일으키는 마중물이 됐다. 어디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아닌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로 존재한다는 의미도, 내가 반드시 남자와 여자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님을 믿게 됐다.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마련해준 것이다.

-정체성 정치학은 우리에게 골치 아픈 유산을 남겼다. 바로 소수자 집단 또는 고통의 위계에서 더 많은 억압을 겪는 집단은 누군가를 배제해도 괜찮다는 인식이다. 이에 백인만 있는 단체는 용납할 수 없지만 흑인만 있는 단체는 상관없다고 여기고, 트랜스가 없는 동성애자단체는 문제가 있지만 트랜스만 있는 단체는 완벽하게 타당하다고 믿게 된다.

-자신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일,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 더 작고 동질적인 집단으로 나뉘는 일에는 나름의 힘이 있다. 그러나 나는 정체성을 정치의 주요 기반으로 삼는 일이 여전히 우려스럽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점점 더 잘게 쪼개진 우리가 정체성 정치의 원심력 때문에 서로 멀리 떨어진 채 각자의 궤도만 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우리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통의 문제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고, 젠더는 바로 이 공통의 문제에 해당한다. 젠더권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특정한 집단이 소유할 수 없으며,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배제할 수 없다. 젠더권은 인권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젠더권은 모두를 위한 것이며, 각자가 어떠한 정체성을 지녔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트랜스젠더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 일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 일만큼이나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포용성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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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7-12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독하러 일어나리…
(얼핏만 읽었는데 저도 그럼)

반유행열반인 2023-07-12 21:05   좋아요 1 | URL
아니 뭔 댓글이 알쏭달쏭 무지개여 유수님 ㅋㅋㅋㅋㅋ

유수 2023-07-12 21:13   좋아요 1 | URL
이런 거 다들 궁금하지 않나? 나만 그럼?에 대답했어요 ㅋㅋㅋ 저 부르는 느낌 들어서 제대로 읽지도 않고 대답함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2 21:18   좋아요 1 | URL
아, 그럴 땐 나도 그래, 해야죠 ㅋㅋㅋㅋ

유수 2023-07-12 21:1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복장 터지시죠… 앞으로도 실례하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2 21:21   좋아요 3 | URL
아냐 안 터져 신비주의 같애요 ㅋㅋㅋㅋㅋ

유수 2023-07-12 2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리뷰가 너무 좋습니다.
아는 것, 어디까지만 아는 것,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게 혹은 얼마나 적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는 능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함은 과소평가되어있다 ㅜㅜ 진짜 이 리뷰에 밑줄을 디지게 쳤고.. 나는 반님과 다르게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지.. 이책도 담고.. 봐야지 하던 책 또 봐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3-07-13 07:54   좋아요 2 | URL
아이참 난 몰라, 눈 뜬 채 감고 봤지렁 이걸 좋게도 올려쳐주신다.
저는 솔직함을 과대평가 하는 분들에게는 사랑 받고, 이걸 노출증이라고 혐오하는 분들은 에비지지 꺼져 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사랑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이 책은 제가 꼽은 세 분야 관심자든 누구든 어려운 책들 뛰어들기 전에 한 번은 보면 생각 넓히기든 정리든 비판이든 도움되는 부분 있을 거 같구요, 제 리뷰는 한 번 보셨으면 됐죠 ㅋㅋㅋㅋ에비지지야 지지 손 닦자
 
그저께 보낸 메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580
김광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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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김광규.

나랑 또래이거나 두어 살에서 여덟 살까지 어린 시인들 시를 읽다가, 나보다 사십 살도 넘게 훌쩍 어르신인 노인 시인의 시집을 샀다.
사회화 단원을 가르칠 때마다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이고…‘하는 시인의 ‘나’라는 시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내가 직접 안 읽고 예전의 어색했던 TTS프로그램 돌려서 읽어주면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고/ 동생이고/ 형이고/ 남편이고/ 오빠고/ 조카고/ 아저씨고/ 제자고/ 선생이고 /납세자고 /예비군이고/ 친구고/ 적이고/ 환자고/ 손님이고/ 주인이고/ 가장이지 /오직 하나뿐인 /나는 아니다‘ 하는 부분에서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숨도 안 쉬고 기계 목소리가 그렇게 읽어주면 웃기긴 하다. 그러다가 ‘과연/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하면서 진지 빨고 나면 숙연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웃던 아이들과 시험장에서 마주칠 지도 모르는데, 그런 걱정 하면서도 수능 국어 공부하다보니 김광규 시인 시를 가끔 만났다. 시인이 옮긴 브레히트 시집도 갖춰 놨는데 몇 년 째 묵고 있다.

시집을 한참 보다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못되처먹은 마음으로 역시, 사랑 받는 시인은 일찍 죽은(혹은 일찍 절필한) 시인이다, 이러고 몇 안 되는 아는 젊어 죽은 시인들의 연보를 훑었다.

윤동주(1917-1945) 27세 사망
이상(1910-1937) 26세 사망
김소월(1902-1934) 33세 사망
백석(1912-1996) <사슴> (1936) 23세 발표

그런데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생각보다 나이 들어서 출간한 시집이라 더 찾기를 그만두었다. 못되처먹은 나새끼…

80세 넘은 연세에도, 가슴 속에 기계장치 넣고도 떨리는 손으로 한 자 한 자 적은 시일 건데, 시는 온통 달궈진 숯덩이 같은 줄만 알던 어린 놈의 새끼는 타고 남은 재에 손을 넣고 이게 남은 온기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집의 후반부 4부에 실린 시들은 조금 좋았다. 아프거나 죽는 이야기인데 그게 뭔가 날것처럼 와닿아서 이런 건 역시 으르신 아니면 못할 말들…하고…

자신은 없지만 80세가 되면 이 시집 다시 읽으면 어떨까 궁금했다. 40년 전 젊은 나새끼를 욕하면서 그무렵이면 절절하게 와닿는 시어들을 다시 읽어내려갈지, 아님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불덩이 내놔, 하고 젊을 적에 쓴 시들만 찾아 읽고 다닐지 궁금하다.

+밑줄 긋기

정유재란 때도 살아남은
조선 닭입니다
“늙은 수탉 같으니라구!”
왜 자꾸만 꾸벅꾸벅 조느냐고 구박하지 마세요
아시겠지만 요즘은 병아리들이
채 자라기도 전에
달걀을 낳기도 전에 모두
프라이드 치킨이 되잖아요
플러스 아니면 마이너스
1 아니면 0 사이에서
성숙할 틈도 없이 깜빡거리다
꺼져버리는 디지털 시대에 느닷없이
조류독감으로 가금 3천만 마리 매몰되었지요
역겨운 악취 참기 힘든 2017년
붉은 닭의 해에도
산 채로 땅속에 묻히지 않고
통닭구이로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장닭을 본 적 있나요?
-꼬끼오 꼬오 꼬!
들리지 않아요?
새벽 뒤뜰에서 수탉 우는 소리
(‘조선 닭’ 전문)
수능 국어 기출 풀다보면 ‘털보네 대장간’에 낫인지 호미인지로 걸리고 싶다는 시가 나오는데, 이 시에서는 희미하게나마 그 시 비슷한 느낌이 남아 있어서 옮겨 적었다. 한 편으로는 불길하게도 읽히는 시이다. 우리 꼰대 푸르게 푸르게-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노병은 죽지 않는다- 뭐 그렇게도 읽히는 시여서…수탉이라 그럴지도…ㅋㅋㅋㅋㅋ 프라이드치킨 맛있잖아요.

-코펜하겐 해변 호텔 식당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날
도심의 성 페트리 교회에서
예술원 회원들의 박수 받던 날
그러니까 15년 전 5월 중순
초저녁에 시상식을 독점 촬영한
사진사는 약속한 필름을 보내주지 않았다
몇 년 뒤 라이프치히 도서관에서
작품 낭독회 끝난 뒤 우연히
저녁 뷔페 자리에서 마주쳤을 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
와인 잔 뒤집어엎고 얼굴 붉히며
다시 한번 사진 보내주겠다
약속하고 십수 년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시상식 사진 대신 나에게
자기 이름을 남겨준
문학 전담 여류 사진사
언젠가 또 만나면 어떻게 하나
(‘그녀 생각’ 전문)
ㅋㅋㅋ제목만 보면 은은할 거 같은데 사진사님 필름 어쨌어… 남류 시인 화나서 여류 사진사 찾잖아… 옛날 사람의 옛날 생각하는 옛날 시이다…(이제 여류- 소리하면 삼류랍니다) 아니 근데 뒤끝 쩔만 하다. 코펜하겐에서 라이프치히까지 갔는데 여태 사진 안 주고…소용 없을 자기 이름만 남겨주고…시 한 편도 남겨주고…

-수술을 며칠 앞두고 환자를
격려하며 찾아온 중학교 때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 먹고 헤어졌다
안국역에서 3호선 전철을 타고 떠나가는
늙은 친구들 배웅하고 돌아서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들을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슬퍼진 것이 아니었다 내가
혹시 앞서가게 되더라도 제각기
살아남아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에 시달리며
지저분한 잔반을 치워야 할 그들이
문득 불쌍해져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 전문)
ㅋㅋㅋㅋㅋ끝까지 읽어야 웃든 울든 하는 시. 문득 몇 살부터 먼저 죽는 게 승자인 나이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건강보험료를 낸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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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7-09 2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Tts로 읽어주는 거 너무 혹합니다. 사회화란 대체 어떤 단원인 것인지도 귱금.. 사십년 후 저도 궁금해요. 적어주시는 거 제가 오래 볼 수 있길ㅋㅋ 사심 가득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0 11:39   좋아요 3 | URL
일단 내 전공도 아닌 지리를 한 학기 주절주절…가르치다가요…인간이 어떻게 사회적 존재로 자라나는지에 관해 사회화, 자아정체성, 뭐 이런걸로 주절주절하다가 지위와 역할, 역할갈등, 집단, 사회구조 이런 거 겉핥기 하고서 자 다음엔 문화가 뭔지 알아보자 이러고 다음 단원 넘어가요 ㅋㅋㅋ 중학교에 오래 있으면 내 머리도 중학생에 머무른다… 감사한 사심인데 내 거기에 보답할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하여 송구합니다…가는 데 순서 없다잖아요…ㅋㅋㅋㅋㅋ

유수 2023-07-10 11:49   좋아요 2 | URL
그뤃죠. 제가 먼저 갈 수 있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뭐 소망은 가질 수 있자나요! 집에 오래 머무르는 자로 뜨악스럽네요.
중학교 사회 때문에 문과 못간 저는… 시 읽어주는(들려주는!) 사회 선생님 크으.. 반님에.. 또 취함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10 11:53   좋아요 2 | URL
아 그런데 나 몇 년 전에 선거 끊어(?)가지고 진로 고민 심합니다… 탈정치 하기로 했는데 정치 가르쳐야 되고… 사드 읽는 인간이 애들한테 규칙 준수 품행방정 이런 거 강요해야 되서 힘듦…

유수 2023-07-10 11:56   좋아요 2 | URL
통재로다. 반님한테 저 쥬시한거.. 멋보다 솔직함을 못 배우는 애들이여.. 덕분에 제가 신나서 배우고 있는듯.. 무엇을 배웠노?는 묻지 마시고..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10 12:01   좋아요 2 | URL
그거 제가 가르친 거 아니고 (나 누구 가르치는 게 제일 시르다 ㅋㅋㅋㅋ) 원래 유수님 맴 속 있던 거 내 핑계대고 끄집어 내는 거라고 외쳐봅니다 ㅋㅋㅋㅋㅋ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네 맘 속에 다 있어 (오글오글오글)

반유행열반인 2023-07-10 12:06   좋아요 2 | URL
아니 이건 상관 없는 이야긴데 유수님 이름 착 누르면 프로필 메인에 마니아 챡-뜨는데 그거 진짜 개간지인 거 아십니까? 언니들 사진만 촥- 깔리는데 뭔가 일관되니 멋있음…나는 막 꾸질꾸질 이거저거 내가 저 시리즈 왜 매니안데 ㅋㅋ하는 거 막 뜨는데…ㅋㅋㅋㅋ

유수 2023-07-10 12:21   좋아요 2 | URL
빈수레 아니에요? 저처럼 시른책 싫다 쓰지도 못하고.. 오프로 이빨은 많이 깝니다만ㅋㅋ 편독..뿐 아니라 편향이 넘 심해서 사회적응 어렵고(필요성도 모름) 그래요. 반님 리스트가 훨 좋음

반유행열반인 2023-07-10 12:55   좋아요 2 | URL
아니 근데 저는 거의 제대로 읽지도 못한 분들인데 (막 너무 오래 전에 한 권 혹은 0권? ㅋㅋ) 저렇게 주르륵 모아놓으니까 예쁘네요…ㅋㅋㅋㅋㅋ

Yeagene 2023-07-10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김광규 시인 예전에 많이 좋아했었네요 ㅎㅎ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도 좋고 상행도 좋고 또 무슨 시가 있더라 가물가물...

반유행열반인 2023-07-11 14:09   좋아요 1 | URL
역시 시집 많이 보신 예진님 ㅎㅎ김광규 시인 오래 전 시들은 좋은 게 많나 보네요. 열 몇 권 내신 거 보면 그건 그거대로 대단한 듯싶고…

얄라알라 2023-07-10 2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ㅋㅋ못되*먹*은 나*끼...ㅋㅋㅋ열반인님이 이리 말씀하시면 왜일케 귀여우신(그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ㅎ)건지...ㅋ

‘털보네 대장간’에 낫인지 호미인지로 걸리고 싶다
우리꼰대 푸르게 푸르게...저 그런 언어유희 한참 있어야 이해합니다. 저는 ㄲㄷ인가봐요. ^^
도서관을 그렇게 드나들어도 일 년에 시집 하나 안 빼들어본 저는 이렇게 소개해주시니 읽고 공부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11 14:10   좋아요 1 | URL
병든 사자가 풀을 뜯지 건강한 사자는 고기를 먹는대요 ㅋㅋㅋ(이것은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이었나…) 얄님께 필요한 피 되고 살 되는 책 잘 찾아보고 계시지 싶습니다 ㅎㅎㅎ 철없고 버릇없는 못된 새끼를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희선 2023-07-12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광규 시인 여든이 넘었군요 젊어서 죽은 시인에 기형도 시인도 있군요 오래 시를 쓰는 거 쉽지 않을 듯합니다 비슷한 나이가 됐을 때 읽으면 어떨지... 나이를 먹어도 생각은 예전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예전에 쓴 게 훨씬 나은 것 같기도 해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7-12 10:58   좋아요 0 | URL
기형도 시인도 좋아하시나 보네요!!! 저는 아주아주 어릴 때 입 속의 검은 잎 읽었던 것 같은데 좋았다 말고 기억은 잘 안 나요 빈 집에 갇혔네? ㅎㅎㅎ 다른 이웃분도 나이 먹어도 아마 취향은 안 변할 거라 하시던데 희선님께도 같은 말씀 들으니 그렇구만 ㅋㅋㅋ (그럼 시집 팔까..) 싶어요. 젊어서 쓴 게 낫다니 시인이 젊으실 때 옮긴 브레히트 시집도 있으니까 읽어보려구요 ㅎㅎ
 
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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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7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을 읽다 보면, 생각을 한다. 내 삶은 어쩌면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의 복제판이 아닐까. 이미 남들이 살고 간대로 나도 모르게 서투르게 흉내낸 모방작. 아류작. 완전 판박이는 못 되겠지만 여기저기서 조금씩 훔쳐내 누덕누덕 기워 놓은 해적판. 똑같이 살지 않겠다는 몸부림은, 어느새 사는 거 똑같지 뭐, 하는 체념으로,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올려(황인찬, ‘청기가 오르지 않고’에는 안 나오는 말), 손들어라 광복된 것처럼(놀랍지만 이 비슷한 건 나옴, 태양, ‘링가링가’에도 나옴), 나는 손을 들고 처음 사강을 읽었다.

녹색광선 책은 사진 찍으면 참 예쁘게 나오게 생겼는데 나는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고,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읽었을 때는 책이 겉만 번드르르 하고 별로네…했었다. 같은 번역가가 옮긴 ‘세로토닌’도 아 안 맞네 문장이…특히 반복을 막기 위한 지시대명사 이, 그, 저, 쓰임새랑, 하여간에 나라면 한국어 문장 저렇게 안 쓸 건데…하고 그러다가 생각보다 같은 번역가가 옮긴 프랑스 소설 좀 사놨다 어쩌지… 망설이다 이 책을 들였다. 처음에 조금 비슷한 기분이었는데, 우왕 읽다보니 다 잊어버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옛날 영화 본 건 별로 없는데 사강은 영화를 아주아주 많이 봤을 것 같고, 신통하게도 소설을 옛날 영화 보는 기분으로 읽게 만드는 집요한 표현력이 있었다.

기생충에서 충숙이 “돈이 다리미여” 하는 말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 뼛속까지 와 닿아가지고, 이 책에서도 돈다리미로 빳빳하게 편 듯한 샤를의 관대함, 여유로움, 나는 기다리는 거 잘 하고 결국 내가 이기지, 그게 조금 슬펐다. 문득 관대함을 모르고 가난하고 집착이 강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젊음과 열정(곧 유효기간 만료)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랑, 이제 치졸할 짓은 할 만큼 다 하고 세월과 경험을 통해 냉소하고 삐딱해지는 대신 다 허허 하고 넘길만한 너그러운 마음과 두둑한 주머니를 갖추고 다만 더는 예쁘게 보기 힘든 육체를 가진 늙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랑(써 놓고 보니 늙은 쪽이 너무 많이 더 가졌네? 불균형 기우뚱) 우열을 가릴 수가 있을까? 싶었다. 아니 왜 양자택일일까… 셋이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는 거니…
이 소설은 하여간에 제목부터, 주머니 사정부터, 연령대부터, 봄, 여름, 가을 밖에 없는 차례부터, 결말 다 까고 시작하는 데도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었다. 통속적이더라도 우리 독자들에게 교양을 갖춰줘야죠? 하고 틈틈이 기욤 아폴리네르,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윌리엄 포크너, 랭보, 골고루 나온다. 깔게 없다. 내가 졌다. 루실처럼 독서랑 사랑 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 온 하루를 빈둥대며 지내고 싶은 사람 많지 않나? 그거 너무 쉬운 일 아닌가? 그치만 이미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은 물욕을 가졌고 모아둔 책들을 담는 공간을 유지하는 데만도 돈이 드니까, 내 사랑은 샤를도 앙투안도 닮지 않았으니까, 제네바에 가지 않았으니까, ‘레베이’에 적응해야 한다… 제롬을 잘 보살펴야 한다…ㅋㅋㅋㅋㅋ

+밑줄 긋기
-서로 간에 불꽃이 일어난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순식간에, 그들은 예전에 알았던 쾌락을 더는 기억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육체의 한계를 잊었다. 수치심이라든지 담대함이라든지 하는 단어들이 그만그만하게 추상적이 되었다. 이제 한두 시간 뒤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이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그들은 이미 상대의 어떤 동작도 결코 불쾌할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고, 육체적 사랑에 관해 서툴고 유치한 날것이 언어들을 재발견하며 소곤거렸다. 그들은 주거나 받은 쾌락에 대한 자랑과 감사를 끊임없이 서로에게 돌렸다. 또한 이 순간이 특별하다는 걸, 한 인간에게 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 예기치 않았으나 이제는 필수적이 되어버린 육체적 열정이- 하마터면 그들 사이에서 스치고 지나갈 뻔했던-진정한 이야기를 만들려하고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시계를 보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고개를 젖히고서 담배를 피웠고, 녹초가 된 두 전사처럼, 두 정복자처럼 함께 발산한 땀과 난투와 사랑의 냄새를 고스란히 간직했다. 이불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앙투안의 손은 루실의 엉덩이에 놓였다. 루실은 말했다.
”난 이제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널 볼 수 없어, 마음이 아프지 않고는 네가 떠나는 걸 볼 수 없고, 시선을 돌리지 않고는 다른 사람 앞에서 너한테 얘기할 수 없을 거야.“
(70-71, 국밥이나 얼음맥주 같은 걸로 기만하는 놈들한테 마, 이게 섹스지! 하고 훅들어오는 문단들 ㅋㅋㅋ)

-그들은 점차로 서로의 몸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것으로 거의 학술을 정립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오류가 많은 학술이었다. 상대의 쾌락을 배려하는 데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자신의 쾌락 앞에서 무력하고 허술해지며 흐지부지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엔 두 사람은 자신들이 지난 30년간 서로를 모른 채 살아올 수 있었다는 걸 믿기지 않아했다. 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며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것을, 몇 번이고 서로에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3, 이렇게 길게 생생하게 풀어 놓는 것이 작가의 일, 존나 좋군! 네 음절로 외칠 일을 말이야…)

-그가 “집에서”라고 장소를 말했을 때, 루실은 푸아티에 가의 원룸은 단 한순간이라도 떠올리지 않았다. 푸아티에 가에 있는 건 방이었다. 그건 집이 아니었고, 집이었던 적도 없었다. 설령 그곳이 지옥이 뒤얽힌 천국이었을지라도.
(248, 와…돈이 아프고 가난이 아픈 장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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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07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열반인님의 리뷰로 사강의 이 소설을 다시 마주하니 주구장창 떡볶이 데이트만으로도 행복했던 가난한 연인이었던(왜 이리 문장이 길어지...)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ㅎㅎㅎ 사강 참 잘쓰죠! 일기장에만 남기더라도 나도 사강처럼 한 번 써보고 싶다 하하하

반유행열반인 2023-07-07 18:47   좋아요 1 | URL
저도 가난한(?)연애 밖에 기억이 없네요 ㅎㅎㅎ 사강처럼 잘 쓰면 일기장에 남기면 안 되고 저도 보여주셔야 되요 ㅎㅎㅎㅎㅎㅎㅎ

책식동물 2023-07-07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강 안 읽어봤는데 열반인님 리뷰 읽으니까 제 취향일 것 같네요^-^ 찜!! 찜해둡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07 18:48   좋아요 1 | URL
기묘한고라니님!!! 소설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저는 처음 읽는 사강이었는데 나는 사강 좋아하겠구나 싶었습니다. ㅎㅎㅎ

책식동물 2023-07-07 21:44   좋아요 1 | URL
넵. 현재의 독서는 영프러소설읽기로 시작해섴ㅋㅋㅋㅋㅋㅋ 11년 됐는데 사강을 단.한.번.도. 읽지 않았어요. 반성하고... 읽어야겠습니다...^^ 또 어떤 소설가 좋아하시나요!!?? 저는 오스틴 톨스토이 나보코프 졸라 좋아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08 19:05   좋아요 0 | URL
오래오래 읽으셨군요 ㅋㅋㅋ그게 뭐 반성 거리인가요 좋은 소설 너무너무 많은데 온갖 작가를 어찌 다 읽겠어요 ㅋㅋㅋ 어떤 소설가를 좋아하시나 물으시면…그게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아 제가 뭘 좋아하나 함께 차차 알아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ㅋㅋㅋ

책식동물 2023-07-09 23:51   좋아요 1 | URL
.......아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 열반인님 리뷰 꼼꼼히 읽으면서 뭘 좋아하시는지 차차 알아가는 시간 갖겠습니다. 저도 글을 열심히 많이많이 올릴 테니 기다려주세용!!!

은오 2023-07-08 0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놨는데 어서 읽겠습니다. 하 근데 읽을책이 너무많네.... 녹색광선 책 예뻐서 하나씩 모으다보니 4권이네요 언젠간 다모으게될거같음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8 19:06   좋아요 1 | URL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 사랑하고 수집하는데 저는 그걸 잘 이해 못허구 ㅋㅋㅋ그 시리즈 첫 책 뒤라스가 저한테는 땡탈락이어가지고 심지어 그거 어디다 팔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책꽂이에서 민트민트 발견하고 화들짝 ㅋㅋㅋ

새파랑 2023-07-08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실처럼 책만 읽으면서 살아봤으면 좋겠네요 ㅜㅜ 역시 문제는 돈인가요 ㅎㅎ

열반인님과 사강은 좀 안어울리긴 하는데 🤔

근데 이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사강이 그리는 사랑이야기는 낯설면서도 좋더라구요.

전 녹색광선 다 모았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08 19:08   좋아요 1 | URL
루실처럼 살려면 디안이나 샤를을 만나지 않으면 그냥 (주)레베이에서 존버해야 하는 삶입니다 ㅜㅜ 안 그래도 미미님과 새파랑님이 작년의 우수도서(?)로 선정해주신 덕에 사강과 첫 단추 잘 끼웠어요. 녹색광선은 제가 첫 책에서 너무 단호박 별로 이래가지고 이 책들일 때도 고민 많았는데 다행히 괜찮았습니다 ㅎㅎㅎ

Yeagene 2023-07-08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엔 사강 책 좀 읽었는데 어느날부터 안읽게 되더라구요...왜 그런지...;;;;;

반유행열반인 2023-07-08 19:10   좋아요 1 | URL
어쩌면 읽다보면 고만고만 되바라진 젊은 여자가 주변 인물과 펼치는 막장 드라마와 부유층 한량들 띵가띵가하다 사랑타령하다 어이규 왜저러고 사냐 이게 반복되서 읽다 보면 으으 지리멸렬… 아닐지 한 권 읽어놓고 지레짐작 해 봅니다 ㅋㅋㅋ

2023-07-11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1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6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6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