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대혼란 그림책은 내 친구 63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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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6 키티 크라우더.

내가 6월에 읽은 책 1권. 현우진의 뉴런 수1
내가 아마도 7월에(내일 쯤) 다 읽을 책 1권: 현우진의 뉴런 수2
둘다 문제집이고, 6월 모의고사를 보고 충격과 공포에 빠져 다른 과목 공부를 다 집어치우고 더더 수학에 매달리는 중이라 다른 과목은 진전된 교재가 없다…
황인찬의 에세이를 드문드문 두 달에 걸쳐 읽고는 있는데 이것도 잘하면 이달 안에 읽겠지만 두 달 넘게 이러면 너무 슬픈 독서 목록이야…
적분으로 함수 그래프 밑넓이 구하는 83분짜리 강의를 하루 종일 겨우 듣고는 ㅋㅋㅋ(고3 치고 공부량도 개판인 주말…)충동적으로 전자도서관 들어가서 석달 만에 아무 책이나 눈에 띄는 걸 빌렸다. (석달 전엔 이언 매큐언의 ‘검은 개’를 빌렸던데 한 쪽도 못 열어보고 그냥 반납되었다.)

제목이 좋았다. ‘대혼란’이래. 그리고 그림책이래. 후다닥 읽으면 숨이 쉬어질까 했다. 책을 너무 못 봐서 기갈들어서 후해진 것도 있겠지만 색연필 선이 사각사각 보이는 그림도 좋고 문장도 하나하나 다 좋고 혼자 고양이 키우면서 집 어지르다가 이웃이 더럽다 그래서 슬퍼하며 마음 잡고 집정리하는 주인공도 좋았다. 와 내 취향이 이런 건지 몰랐는데 아무튼 취향 저격하는 귀여운 책이었다.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

‘전날 밤에 갈비뼈 사이, 흉곽 안에 슬픔을 품고 잠들었어요.’ (8)
에밀리엔이 왜 슬펐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얼마나 잔뜩 슬펐는지는 알겠다. (고양이 말고는) 곁에 사람 없이 혼자 잠든 것도 알겠다.

어질러진 집에 대한 이런 표현이 좋았다.
“그래, 꼭 우리 집 같아. 바닷물이 빠지면서 바닷가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남기잖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밤마다 자다가 여기까지 오는 걸지도……”(10)
이것보다 앞에 있던 아래 문장은 이 뒤에 바로 붙이는 게 좋았을지도.
’살짝 바다 냄새가 났지만, 바다는 정확히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요.’(10)
한 시간 만에 바다로 달려갈 수 있는 동네라니 좋겠다. 집 어질러진 것도 바다 핑계 댐…

할머니가 물려주신 ‘한숨의 책’ 주요 내용을 알려줘서 정말! 좋았다. 그치만 난 정리는 하기 싫다. 설마 마음이 무겁고 문제가 안 풀리는 게 집이 어질러져서 인가요.

‘미크는 에밀리엔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세 살이나요. 그건 아주 많은 거예요. 삼 년 동안 먹은 밥, 밤에 꾼 꿈, 입 밖에 낸 말의 수는 어마어마하지요! 에밀리엔은 잊술 옆에 작은 갈색 반점이 있는 미크를 언제나 좋아했어요. 그 반점은 초콜릿 비슷했지만, 당연히 초콜릿은 아니에요!
에밀리엔은 가끔 그 반점을 닦아 내고 싶었지만, 지워지지 않을 것을 잘 알아요. 그 작은 반점은 태어날 때부터 있는 거니까요.’(22-23)
에밀리엔이 미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몇 마디로 챡 보여주는 솜씨…그림도 잘 그리는데 글도 챡챡…
미크는 에밀리엔을 새우(때로는 해마), 실바니아를 문어라고 부른다. 심하네 문어라니…넙치가 낫겠다. ㅋㅋㅋㅋ

에밀리엔은 큰맘 먹고 집을 치우고 이웃 미크와 실바니아를 불러 어슴새벽까지 잔치를 한다. (어슴새벽이래…말이 왜 예쁘냐…밤새 놀아본 적이…십 년은 확실히 넘은 듯)그 사이 이웃의 작은 비밀(?)약점(?)이 드러나는 건 후려치는 갈등 해결법이지만 뭐 이 정도는 넘어감ㅋㅋㅋㅋ

이런 귀여운 문장을 읽으면 책 정리를 안 할 수가 없겠다. ㅋㅋㅋ
‘기쁨에 찬 고요가 계단 위로 피어올랐어요. 책시렁 위의 책들이 새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어떤 책은 새 이웃에게 안심했고, 어떤 책은 문학성 없는 책과 이웃이 되어 기분이 상했어요.’ (33)

내 책꽂이 책들은 이러고 있겠다.
세로로 반듯이 서 있던 소설책 과학책들 위로 근본 모를 중고 문제집들이 가로로 누웠어요. 두툼한 무게에 책머리가 눌린 책들은 인상을 구기며 자존심이 상했어요. 이봐 이걸 좀 풀어 없애든가 중고장터에 다시 내다 팔든가 해서 치워주면 안 되겠나. 아니 종이 문제집 잔뜩 갖춰놓고 왜 피디에프만 쳐 풀고 앉아 있나. 왜 이렇게 느린 건가. 이건 언제 다 할 건가. 내후년? 자손한테 물려줄 건가? 교육과정 개정되서 안 될 건데?
미안. 다시 피디에프 풀러 간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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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7-16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논장!
출판사 간판이 눈에 확 익어 반가운 김에 얼른 뒤져봤더니, 제가 알던 그 출판사가 아니군요.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0   좋아요 1 | URL
같은 출판사 그림책을 제법 가지고 있는데 괜찮은 세계 그림책 많이 내는 곳이더라구요ㅎㅎ컨텐츠는 좋은데 물리적으로는 잘 망가지구요 (어린이들이 많이 봐서 그런건지 책 자체가 약한 건지 둘다 원인 같기도 하고요ㅎㅎ) 다른 논장은 어떤 책들이 나오나 궁금하네요.

새파랑 2022-07-17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수능 준비하신다고 좀 감성(?)적으로 변하신거 같아요.이제 얼마 안남으신거 같은데 마지막까지 화이팅 하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1   좋아요 2 | URL
120일 아니 500일 가까이 남았네요 ㅋㅋㅋㅋ아이고 지겹다 벌써 재수각이라니...새파랑님 따라 얼른 소설 읽어야 하는데...(새버스 그만 미루시고 얼른 독후감 써주시구요 ㅋㅋㅋ)

라로 2022-07-17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마음에 들어요. 그림도 귀엽다. 하얀 돌 이야기도 재밌고요,,, 그런데 여기 올리신 게 다는(주된 이야기) 아니겠죠??ㅎㅎㅎ 암튼 화이팅!!! 시험이 가까와질수록 마음이 약해지고 걱정은 더 부풀고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시험이 가까울수록 공부를 해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정말 괴롭더라구요. 하지만 눈에 안 들어와도 문제집을 풀던 피디에프를 풀던 꾸준히 계속 하니까 되더라구요. 끝까지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2   좋아요 1 | URL
감성파는(?) 그림책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건 감성적이래도 뭔가 사차원인게 저랑 결이 맞더라고요 ㅎㅎ꾸준한 라로님! 언제나 리스펙트! 저도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Yeagene 2022-07-18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읽었던 <메두사 엄마>의 키티 크라우더가 그린 책이네요 ㅎㅎ
열반인님 벌써 7월이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하실텐데,이럴 때일수록 건강관리 잘 하시면서 공부 하시길요..
끝까지 화이팅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18 18:34   좋아요 2 | URL
메두사 엄마 뭔가 저 같은데요????(저 곱슬이 심해서 진짜 메두사 머리에요 ㅋㅋㅋ)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진님. 얼마 남지 않은 거 아니고 그냥 제가 고2다 생각하고 지내기로 했어요 ㅋㅋㅋ그래도 오늘까지 수1, 수2 유명 강의(?)도 듣고 내일부터는 미적분 할라구요 ㅋㅋㅋ 이십년 전에 이과 갔으면 진짜 대학 못 갔을 거 같아요 ㅋㅋㅋ그래서 이과 출신 존경합니다 ♥️

syo 2022-07-24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책을 읽으셨네요. 현우진의 뉴런이라니..... 그거 요즘 한국에서 성경보다 더 팔리는 책 아닙니꽈...

반유행열반인 2022-07-24 21:08   좋아요 1 | URL
저 불신자이지만 성경도 불경도 가지고 있고 쿠란도 관심이 있지만…새로 배움(?)을 이 나이에 하게 될 줄은 한 해 전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그렇게 되었네요… ㅋㅋㅋ

2022-08-08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9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35140&CustNo=1940574

해마다 알라딘이 내가 얼마나 소비 사회의 노예(?)인지 친절히 통계 내어 주신다.

내가 산 책을 다 쌓고 그 위에서 뛰어 내리면… 살아 남지 못한다.

전자책은 사놓고 열어 본 게 37퍼센트래. 그럴 거면 왜 사니 팔지도 못할 것을 ㅋㅋㅋㅋ

커피는 또 언제 저렇게 샀대. 스탬프 두 배 주는 거만 주로 사긴 했지만 저렇게 모았을 줄은ㅋㅋㅋ

올해는 읽지를 않으니 구매도 많이 줄었다. 고3 때도 열 두권은 읽었던데 벌써 한 해 반이 간 제가 올해 몇 권 읽은 줄 아십니까 ㅋㅋㅋ다섯 권이래요…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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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7-01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ㅎ 저는 무서워서 제가 구매한 책더미에 올라가지도 못할 거에요. ㅋㅋㅋ 저는 뒤늦게 전자책 출발한 사람인데 이제 반열샘 2배가 넘는;;; 나 이제 그만 나갈래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2-07-01 20:05   좋아요 1 | URL
전자책이 소포 보내고 받는 것도 없이 즉시 받을 수 있으니까 탄소 발자국(?)도 적고 멀리 계신 분께는 유용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어떤 사람이 아파트에 삼톤짜리 어항 가지고 있다가 바닥 휘고 어항 깨지는 사고 뉴스를 보고 저는 전에 다른 이웃님이 집 바닥 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신 말씀을 다시 떠올리며 조금 걱정 했습니다. 지진나면 진짜 자다가 책에 묻혀 죽겠구나 하고요…

2022-07-01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1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7-01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위 0.1퍼센트 ㅋ 이번 수능도 상위 0.1퍼센트 나오실거 같아요~!! 열반인님 알라딘 역사가 오래되셨군요. 전 5층이더라구요 😅 저도 고층에 살아보고 싶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01 22:37   좋아요 2 | URL
요즘 퍼센트는 저희 때랑 달리 숫자가 높아야 잘 하는 거라서 0.1퍼센트는 9등급 바닥 까는 거죠 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수능은 그리 보고 내년에 잘 봐야겠네요 ㅋㅋㅋㅋㅋ그래도 구입 대비 읽으신 비율은 새파랑님이 훨씬 우수하실 것 같습니다!

파이버 2022-07-03 0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많이 못읽으셨다고 해도 작년까지 읽으셨던 책들이 열반인님을 떠받치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ㅎㅎㅎ 그리고 전자책은 공간차지 안하니 괜찮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7-03 16:52   좋아요 2 | URL
아이참 그렇게 읽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했는데 파이버님이 그게 저를 떠받치고 있다 하시니 또 그렇겠지 싶어 허무함을 좀 떨쳐버리게 되네요 ㅎㅎㅎ늘 감사합니다 파이버님!!!

Yeagene 2022-07-03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니 구매금액이 상위0.1퍼센트네요 ㅎㅎ
봐도 봐도 놀라운 열반인님의 알라딘 기록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07-03 16:53   좋아요 2 | URL
예스24에서 일찍 건너오기도 했고 어린이들 스티커북 이런 걸 많이 사기도 해서 거품이 좀 있어요 ㅎㅎㅎ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다정한 예진님!!!!

페크pek0501 2022-07-13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는 7층이 조금 넘더라고요. 7점 몇 층으로 나와요. 내가 그렇게 책을 많이 산 줄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 전자책은 중고로 팔 수 없는 거네요. 재가 애용하는 오디오북도 마찬가지겠지요.
아, 억울해라. 다 들은 오디오북은 팔아도 될 것 같은데... 팔고 새 오디오북을 사고 싶어용.^^

반유행열반인 2022-07-14 18:57   좋아요 1 | URL
오디오북도 전자책도 되팔이(?)가 되면 좋겠지만 가능하지 않겠죠 ㅋㅋㅋ 그래도 페크님은 많이 읽으셨을 것 같은데 전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더 많아요…훨씬…
 
드립백 알라딘 후르츠바스켓 블렌드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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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십대 후반인가 이십대 초반에 애니메이션 후르츠바스켓을 보았다. 주인공 토오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같이 살던 할아버지도 다른 집에 살러 가서 홀로 야산에 천막 치고 노숙(?)하다가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살 곳이 없어진다. 그러다 우연히 같은 학교 쥐군(?)과 고양이군(?)의 집에 얹혀 살면서 그 집안의 비밀을 공유하고, 비밀 때문인지 조금 삐딱하고 어두운 집안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며 계속 씩씩하게 산다.
교생 실습 가서 아침 조회 실습(?)을 하는데 후르츠바스켓에 나오는 등 뒤에 붙어 정작 주먹밥 본인에게는 안 보이는 우메보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아직 찾지 못한 각자의 장점을 찾아 등짝, 등짝을 보자… 뭐 이런 건가… 벌써 오래전이라 가물가물… 또렷한 기억력이 자랑이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가까운 과거조차 전생처럼 흐리다.

오랜만에 책을 샀다. 커피도 샀다. 새로 산 커피 이름이 후르츠바스켓이라 그런 어렴풋한 기억들이 소환되었다.
캡슐이나 먹고 원두는 당분간 안 사야지 했었다. 드립 커피 내리는 시간도 아까웠다…그래도 드립백이면 금속 드리퍼보다 금세 내려가고 안 씻어도 되니까? 하고 새 커피 사봤다. 커피가 절실했다기 보다 허송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알라딘 블렌드는 늘 기대에 못 미쳤는데 이번 커피는 향도 맛도 무난했다. 그치만 커핑노트의 오렌지의 뭔맛, 자두의 뭔맛 하는 건 역시나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적당히 신선하고 적당히 맛있는 커피였다.

하루에 여섯에서 여덟 시간씩 수학한테 바치는 몇 달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오래는 안 됐고 두세달 됐나… 진성 문돌이에서 그렇게 조금 했다고 갑자기 수학왕 될리가 없는데 성질 급하고 참을성 없는 나는 아이 수학 못하는 바보 멍충이 나새끼야 하고 나를 잠시 많이 미워했다. 공부 더 해야 되는데 생활이 다 짐 같고 주변이 온통 방해물 같고 막 뭣이 중헌지가 뒤바뀌어 힘들었다. 그러다가 뭐 이런다고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너무 나빠지겠다 너무 불행하겠다 싶어서…(그리고 유월 모의고사 끝나고 열받아서 겨우 한 주 정도였지만 하루 열에서 열두 시간 공부해보니…아 이러면 금방 죽겠구나 싶어서…) 그냥 무리하지 않고 되는대로 차분하게 지내기로 했다. 커피도 내리고 책도 며칠마다 몇 줄 보고 곁의 사람들에게 좀 더 다정하자고… 수학은 뭐 계속 여섯 시간씩 하겠지만…

이십년전 고삼 때 쓴 다이어리를 뒤적뒤적해보니 그때도 내내 수학이 고민이었나 보다. 맨날 수학수학 이러고 달력마다 써놓더니(그렇다고 열심히 하지도 않음…) 결국 첫 수능에서 기대에 못 미치게 95퍼센트가 나와서 2등급이었다. 수학을 잘했던 적이 없던거지… 그래도 엄청 어려웠다는 국어랑 사회 잘 본 덕에 대학 가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리고 사회 공부 하면서 덕분에 십오년은 먹고 살았구나… 이제는 그나마 전문 분야(?)인 사회는 싹 접어두고 국영수과로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뭔들 쉬울리가 없다. ㅋㅋㅋ 결과는 접어두고 엣헴 수능 수학은 이 정도면 하얗게 불태웠다… 이제는 원이 없다…할 정도까지는 꾸준히 해야겠다.

나란 주먹밥 뒤에는 아주아주 맛있는게 붙어 있다고, 그러니까 스스로 쉰밥 취급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그런데도 아직 왜 난 피자가 아니야…치킨이 아닐까… 그러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썼다. 결국 내가 바라는 삶은 많이 읽고 계속 쓰고 꾸준히 사랑하고 오래 행복한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건 쉽지 않으니까, 노력해야지 뭐.


うまれかわることはできないよ
다시 태어날 수는 없어요

だけどかわってはゆけるから
그렇지만 변해 갈 수 있을 테니까

Let‘s stay together いつ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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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6-28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6시간에서 8시간 수학 공부 하시다니 넘 대단한걸요~~
고3 수험생들이 생각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있지만
상위 1% 녀석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데 또 두려움이 존재하죠~~
열반인님!
날씨가 더워 힘드시죠
건강 잘 챙기시고 잘 드시면서 공부에 매진하시길 바래요~~
언제나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2-06-29 11:38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화이팅 감사합니다 ㅎㅎㅎ 열심히 안 하는 친구들보다 젊은데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더 무섭죠 ㅋㅋ생각보다 많구요...그 친구들 최소 2-3년에서 길게 4-5년 달리는 거 보면 몇달 깨작거린 제가 너무 징징대지 말아야겠습니다. 매진 정진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ㅎㅎ

scott 2022-06-28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돌이가 하루에 여섯, 여덟시간 동안 수학의 세계에 빠져 버렸다는 건...
시험 성적에서 벗어난
진정으로 열반이님이 열정을 받힐 수 있는 대상을 만났다는 것!

알라딘 드립백 커피 맛 보다 열반인님의 추억이 담긴 후르츠 바스켓 맛!

뒤늦게 타오르는 수학의 열정
응원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2-06-29 11:41   좋아요 2 | URL
늘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한 스콧님 ㅎㅎㅎ수학은 뭔가 애정보다 애증의 대상이에요 ㅎㅎ얘를 안 뽀개버리면 내가 뽀개지겠다 하고 그냥 붙들고만 있네요. 그 시간이 아직 잘 풀려서 신난다 까지 못 가서 절반 이상이 으으으 자괴감 하는 기간이라 더 힘든 거 같구.... 블랙슈가랑 얘랑 보다가 샀는데 후르츠바스켓 오늘도 먹었는데 맛있네요 ㅎㅎ

새파랑 2022-06-29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좋아하는 열반인님은 뼛속까지 문과인이 맞습니다만 이제 수학 달인이 눈앞인거 같아요~!! 수능때 모르시면 2번으로 찍으시길^^

반유행열반인 2022-06-29 11:42   좋아요 2 | URL
그쵸 수학 하면서 제 우당탕탕 사고 과정 논리 없음 보면 뼈문과에요 ㅋㅋㅋ저는 4번으로 찍는데 다음 모의고사는 새파랑님 말씀대로 2로 찍고 경과 보겠습니다. ㅎㅎㅎㅎ감사합니다.

Yeagene 2022-06-29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ㅎㅎ
오랜만에 소식 주셔서 넘나 감사합니다.글잖아도 며칠 전 열반인님 생각했었는데 ㅎㅎ
수학은 계속 안늘다가 갑자기 쭉 는다고 예전에 제 수학쌤이 그러셨어요.로그 그래프처럼ㅎㅎ
전 그렇게 늘어본 적 없지만 열반인님은 꼭 그렇게 느실 거에요!
날씨 더운데 건강 챙기면서 공부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2-06-29 19:47   좋아요 1 | URL
가만 보면 성장을 느낄 새 없이 살았는데 그게 요행이기도 하고 운이 좋았구나, 하며 겸손과 인내를 배우는 요즘이에요 ㅎㅎ
이과 출신 예진님 말씀 믿고 계속 열심히 할게요. 늘 궁금히 여겨주시고 인사 건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예진님!!!

syo 2022-06-29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시간 투자하면 반드시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나름 수학 40점에서 시작해 인서울 공대 찍은 사람입니다 제가! 으하하하. 라떼는 말이죠......

반유행열반인 2022-06-29 19:49   좋아요 1 | URL
역시나 이과 출신 syo님 말씀
믿고 계속 열심히 할게요. (윗 댓글 복붙 같은 건 기분 탓입니다 그냥 똑같이 일일이
적었을 뿐입니다 ㅋㅋㅋㅋㅋ) 배운 사람 이과 사람 라떼 syo님…. ㅋㅋㅋㅋ
 
화해의 몸짓
장성욱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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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장성욱.

올해 들어 나의 독서는 아주 비루하고 비참해졌다. 낮은 성적과 문제 풀이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에 집에 쌓인(진짜로 쌓여 있음) 수천권 책들은 잠시 잠깐 책등의 제목만 읽는다. 아련하게, 그립고 아쉽게. 눈앞에 있는데도 책꽂이에서 차마 꺼내지 못하는 읽었거나/읽고 싶은 사랑하는 책들.

그나마 숨쉴 구멍은 수능 국어 영역의 문학/독서 지문이다. 원체 지식 교양서나 과학책 읽는 거 좋아하니까 독서 지문 읽는 건 괴로운 일이 아니어…야 할텐데 이게 또 이 짧은 글을 빠른 시간 안에 정확히 읽고 정답을 맞춰야 하니 고역이 되어 버렸다. 분야나 주제도 막 지적재산권, 행정입법, 원근법의 원리, 블루투스와 CDMA, 광학촬영/손떨림 보정 기술, 배의 진수와 독, 피씨알의 종류별 차이, 온갖 동서양 철학자들의 이런저런 요런저런 관점 차이 등등…하…

문학 지문에서 시나 소설(심지어 고전문학도) 읽는 건 그에 비하면 완전 꿀이다.(그렇다고 안 틀리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 꿀물은 원없이 벤티 싸이즈로 벌컥벌컥 하는 게 아니라 스포이드로 찔끔찔끔, 재미있으려고 하면 여기까지, 나머지는 네가 나중에 찾아 읽…으라고 하진 않는다 너 시간 없지 메롱메롱 한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영화 속 장면. 나는 박찬욱 영화들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감독 전작을 (스토커 빼고) 각각 최소 세 번 많게는 열 번 넘게도 봤다. 설거지하다가도 가끔 영화 속 대사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올드보이를 아마도 제일 많이 봤는데, 거기서 감금방에 갇힌 오대수가 텔레비전을 시계이자 달력이고, 학교고, 집이고, 교회며, 친구이자 애인으로 표현한다. 민해경이 보고 싶은 얼굴을 부르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며 자기 위로를 하다가 ‘우리 애인의 노래는 너무 짧다’하고 노래가 딱 끝나 버린다. 고개를 푹 숙인 나는 문학 지문을 짧게 맛보며 그런 자괴감을 느낀다… 공부 좀 잘하지 책도 못 읽고 이게 뭐니…

그렇게 두달에 한 권 겨우 읽을까 말까 한 감질나는 시간 동안 뭘 읽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 바로 옆에 코스모스를 펼치고 서문만 읽고는 멈춰두었다. 또 그러다가 새로 나온 소설의 앞표지-손짓인 듯 암매장인 듯 정체 모를 그것이 나를 불러서 공부를 잠시 멈추고 잠시 읽었다.

-수족관
작가의 등단작으로 신춘문예 지면에서 이미 읽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읽은지 5년 지나면 안 본 거지… 그렇게 오래 지났어도 그때 신선하게 느껴졌던 요소들은 여전히 기억에 남았다. 등장인물이 새우, 넙치, 개불, 은어 등등으로 명명되고 서로 공동의 목표가 있지만 화합하지 못하고 삽질만 (아니 삽질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며 쟤들은 이미 죽었네, 수족관은 커녕 횟집 수조도 아니고 이미 어물전 바랜 눈깔 같은 모습이다 싶었다. 원래 인물 하나쯤은 읽는 사람이 동질감 가지고 그녀석한테 이입하면서 쫓아가게 되는데 이 소설도 그렇고 책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거리를 두고 싶은, 그렇지만 사실 깊숙하게 숨겨둔 내 안의 치졸함, 부끄러움, 그래서 저건 나랑 달라, 나는 아냐, 하면서 부정하지 못할 지점들을 건드리고 있었다.

감춰야 하지만 감추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벗어 놓고 미처 세탁기에 집어 넣는 걸 잊은 속옷, 아빠 몰래 훔쳐둔 담배 한 개피(걸려서 뒤지게 혼나고 휴대전화 빼앗김), 어색하고 갑작스러운 마주침들, 사람은 사실 그렇게 선한 존재가 아니고 선해야 한다고 자꾸만 혼나니까 점점 쭈그러드는 게 아닌가, 작가의 사람을 보는 시선도 공감이 가고 또 그렇다고 그래서 다 나쁜 놈들! 하지 않고 조금의 연민도 (아닌 척 하지만) 남겨둔 거 같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데피니션과 저스티스
정의란 무엇인가. 너무 유명한 제목이 되어놔서 대부분 누군가 정의를 묻는다면 (수능 문항 제외하고) 저스티스일 것 같긴 한다. ㅋㅋㅋ 면접장의 여러 인물이 우연히 한 공간에 갇혔을 때 각자의 본색이 드러나버리는 장면이 약간 일본영화 같기도 하고 화자 새끼의 비서를 보는 시선이 비서직 하는 사람이 보면 엄청 썽질낼 것도 같긴 하지만. 그런 빻은 시선이 존재하는 걸 드러내는 것도 인물의 구차하고 평범하고 속물적인 욕구를 드러내는데 필요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까 저는 사드의 책이 아직도 (널리는 아니지만) 읽히는 거라 싶구요… 문학한테 너무 청정한 거 바라지 말라구… 패는 건 독자 몫이고…

-비극의 제왕
비겁의 제왕이 되어도 좋겠다, 싶었다. 재완이 말고 주변 사람들이 그렇다. 남의 비참으로 나를 조금 더 끌어올리고 그러려고 곁에 두는 사람들 그러다 조금 궁색해지면 내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하여간에 한 장면은 한 번 읽으면 잊지 못할 만한데, 그 부분 때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면서도 치졸한 어떤 마음들과 관계 맺음 때문에 부끄러워졌다. 남자들만 우루루 나오면 그안에서 별별 빻은 짓거리 빻은 소리 다 나오는데 그런 거도 써줘야지 읽고 알고 거를 수 있지 않겠는가…싶으면서도 우루루 나이트 가고 숙박업소 보내고 흐뭇해하는 장면은 정떨어지더라…

-어제부터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권여선의 ‘손톱’과 소희가 자꾸 떠올랐다. 수현. 초성이 비슷해서 그렇겠지. 그렇게나 익숙한 이름들. 그래도 수현이 좀 더 씩씩해 보여서 더 짠했다. 체불 임금 받기 위한 로드무비. 비정규직 지망이지만 아직 체험하지 못한 비정규직의 현실에 대해 내가 소설만 읽고 뭘 말할 수 있겠나. 그래도 노동에 대한 소설은 자꾸 슬프다.

-꽃을 보면 멈추자
이전에 (벌써 4년 전이야) 작은 책으로 묶어 나온 걸 먼저 읽었었는데 비틀어보는 시선이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또다른 나를 찾아 올게, 나는 안 그러고 싶다. 내가 둘이라면 아마 나는 그 나랑 진짜 피터지게 싸울 것 같다. 엄청 꼴보기 싫을 것 같기도…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야 그 말도 자꾸 생각나고…

-화해의 몸짓
상호 파괴적이거나 같이 작당하고 바깥 세상을 뿌시고 다니는 커플들의 이야기에 늘 관심이 많았다. 조커와 할리퀸은 오히려 그런 서사에 식상해질 무렵에 알게 되었고. 시드와 낸시, 보니와 클라이드, 커트와 커트니(이건 아닌가)등등. 지독하게 싸우고 지독하게 사랑하고 같이 이런저런요런저런 일들을 하고- 역시 내집단의 불화는 외집단과 대립하면 자연 해소되고 내집단의 결속도 강화되고 그런 거지요… 이제 사회학과는 영 멀어지긴 했지만… 하여간에 여기에도 그런 커플 둘이 나와서 티격태격한다. 관찰자는 아저씨. 아저씨 혐오를 멈춰주세요…

-네가 웃어야
목살집 왜 가본 거 같은 기분이지…영상이 된다면 상수 역에 왠지 김윤석이 딱일 것 같다. 나도 영웅담을 믿지 않아요.

-낭만적 사람과 사회
정이현을 읽은 사람은 제목을 보고 익숙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이현도 재크린 살스비의 사회학 책에서 따온 거지롱… 나는 이제 어디가서 평생 구호를 외치거나 팻말을 드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랜만에 소설 읽었다고 주절주절 하고 싶어가지고 아침 공부시간도 다 날리고 오랜만에 공부 회피 스킬 시전 중인 나새끼여…. 작가는 아직 할말이 많을 것 같고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아…그리고 해설은…ㅋㅋㅋ 평론가라고 이름 달고 원고료 받고 지면 실을 거면 좀 책임감 있게 했으면… 요약 일색에 그나마도 후져서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되겠다…여러분 해설은 빼고 읽으세요…) 다음 소설집은 저 수능 끝나고 내주시길…다음에 또 만나요… 다시 두달 동안 수학 감방(=스터디카페)에 칩거…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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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05-16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는 기분ㅎㅎㅎ
공부하는 게 딱 그런 기분인 것 같습니다.그래도 가끔 이렇게 칩거에서 벗어나 바람도 쐬고 그러세요.열반인님 가끔씩 쉬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2-05-17 09:4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예진님 ㅋㅋ 놀다 보면 자꾸 놀 거 같아서 책 펼치는 것도 겁나요ㅋㅋ 막 갑자기 혼자 아무데나 돌아다니고 싶고 ㅋㅋㅋ

새파랑 2022-05-16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좋아하는 책도 못읽으시고 열공하시는데 이번 수능 기대가 됩니다 ^^ 뉴스에 한번 나오시면 좋겠어요~!! 군만두만 드시지 마시고 건강 챙기시면서 열공하시길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5-17 09:45   좋아요 3 | URL
뉴스에 나오면 막 공부하다 기절...성적표 받고 혼절...이런거 아닐까요...응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5-16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면 왠지 다른것들을 어루만지고 싶죠~~
6월이 되어 저는 슬럼프에 빠졌던 생각이 납니다. 벌써 시간이 아득하게 많이 흘렀어요~~
열반인님!
빨리 책상으로 돌아가시오.
열공하기를 바라며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반유행열반인 2022-05-17 09:46   좋아요 3 | URL
아, 책상으로 가라고 떠미는 사람 페넬로페님이 처음이에요!!! 제 슬럼프는 월 계절 안 가리고 수시로 두드려 패는 것 같네요 ㅋㅋ건강 열공 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6-28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자알 지내시고 계시지요?

건강히, 부지런히 지내시리라 믿고 조용한 응원 드리며 지나갑니다^^ 곧 7월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2-06-28 20:32   좋아요 1 | URL
얄님 안녕하세요? 안부 물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습하고 더운 여름 부지런히 보내고 있습니다. 늘 건강히 제 몫까지(?) 즐겁게 읽으시며 잘 지내셔요!!!!

2023-09-25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5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5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학생 때는 책을 정말 저엉말 안 읽었다. 그 커다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게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전공 공부도 열심히 안 했는데, 4년이란 짧다면 짧고 넘친다면 넘치는 그 시간 뭐 했냐… 노래패 동아리 활동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게임을 했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생계도 이어야 했지. 그때를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일이다. 책을 읽지 않은 것. 지금만큼 책을 좋아했다면 조금은 덜 외로웠을 텐데. 한편으로는 책을 읽는 내가 되기까지 게임에 질리고 연애에 질리고 두꺼운 책을 끼고 칩거해도 지겹지 않을 만큼의 어떤 뇌 상태가 되어야 책을 본격적으로 읽을 수 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에 후회하기보다 아예 다시 제대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대학생이 되면, 책도 잔뜩 읽고 글도 가득 쓸 거다! 그런 잿밥에 눈이 어두워 수학 과학 국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수능 문학 공부하다보면 서정주 시가 많이 나온다. 나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와 그리고 올해 수능특강에는 김애란 소설 도도한 생활도 실렸다…ㅋㅋㅋㅋㅋ)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나는 책을 많이 읽고 싶었고 그런 삶의 형태를 갖추기 위한 어떤 목표를 설정했고…그런데 그 준비 기간에는 책을 못 읽는다네… 우리 만나려면 만나지 말아요… 이런 역설법…또르르…

그렇게 책은 못 읽고 문제집만 읽는 나날… 그래도 그와중에 인터넷 포털에 책 페이지는 왜 눈에 띄어가지고…
내가 이미 갖춘 다윈의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 갖추진 않았지만 두께가 600페이지 후반되는 니체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고 별로 관심이 안 가는 동양 고전 둘(죄송합니다) 각각이 이달에 새로 나와 2900원씩에 판매되고 있었다! 어디에? 알라딘 경쟁사 ㄱㅂㅁㄱ에…

http://naver.me/GQyl0UE7
(링크 남겼다고 짤리는 거 아니죠… 이거 여기 아님 없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올재클래식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갖춰놓고 책등만 보고 있는데 다윈은 탐나지만 있고, 니체는 안 읽는대도 으아니 종이값만 해도 2900원은 넘겠어…하면서 장바구니 주섬주섬…아니 심지어 이벤트 적립금 2000원 받으면 이게…공짜 아닌가…

그렇지만 그렇게 저렴한 책은 배송료가 붙는다. 뭘 사지 하다가 수1, 수2 겨우 조지고 있는 나한테는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수학 선택과목 미적분 교재를 함께 담는다… 이비에스는 저렴한데 이놈의 사설 문제집은 왜 이리 비싸…

결국 2900원 고전을 갖기 위해 나새끼는 29000원(이 넘는) 추가 지출을 하고 그게 또 배송은 빨라가지고 어젯밤에 시킨게 공부 하고 와 보니 와 있더라…

2900원이래도 저 책은 오래 내 곁에 남을 것이고, 29000원 넘는 저 책은 가능하면 반년 안에 다 조지고 만나서 속터졌고 다시 보지 말자, 하고 폐지 수집장이나 알라딘마켓 같은 데 냉큼 던져 넣는게 현재 희망입니다만…과연…
나의 반년, 왠지 나 욕하는 것 같은 반년, 반년 열심히 살아서 반백년 (혹은 그 이상 이하) 남은 삶 나 보고 싶은 책만 보며 살 수 있을지. 해 보고 되든 안 되든 알려드릴게요… 응 안 되요… 하거나 하니까 되네요… 하거나…
어쨌든 반년 지나면 다시 책한테 돌아갈 수 있겠지…문제집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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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7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규토가 돌이름인가.흙인가 수학공식인가...저는 돌처럼 굳어가는 머리를.가젔는데.열반인님.수 1,2단계 게다2권!!여전히.응원합니다요!!!

반유행열반인 2022-04-27 19:55   좋아요 3 | URL
규조토 비슷하지만 문제집 저자의 수험생 커뮤니티 닉네임이래요 ㅋㅋ얄라 N제 같은 거죠 ㅋㅋㅋ

라로 2022-04-27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글의 카테고리 잘못 됐슴다. 여기 커피 카테고리인데욤??ㅋㅋㅋ
암튼, 일단 하면 된다니까,,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왜 웃는지 아시죵??^^;;;)
그건 그렇고 저는 다윈책이 관심 가는데요! 그나저나 인생이 다 그런 거 가타효. 절대 공짜가 없는데 공짜 바라면 덤테기 더 쓴다는;;헷
암튼 잘 하고 계시죠? 곧 5월이야요. 웰케 시간이 빠르게 가는겨??ㅠㅠ 저 50이 넘어서 50마일 이상으로 달리니까 그런거죠??흑흑흑 반열샘은 좋겠다. 30으로 달려서..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28   좋아요 1 | URL
다윈 책 장대익 번역판 표지가 부들거리니 좋긴 한데 저 책은 너무너무 저렴하니까! ㅋㅋㄱㅂㅁㄱ도 해외배송하나요? 저 이제 40마일로 달릴 날이 반년 좀 넘게 남았는데 한국에서도 이제 미국식 나이(?)쓴대서 유예될 수도 있겠네요. 곧 오월이네요 ㅠㅠ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카테고리는 북플이 직전 글하고 똑같이 자동으로 해주네요 ㅋㅋㅋ고칠게요)

scott 2022-04-27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착한 가격 올재😊
열반인님이 쌓아놓은 책들
똘망 똘망 아이들이 읽을 겁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29   좋아요 1 | URL
표지가 벌써 저리 휘는게 아쉽지만 가격이 착하니까 그냥 감사히 넘기기로요ㅋㅋ 어린이들한테 자 프루스트랑 다윈이다 어서 읽어라 하면 저 미워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singri 2022-04-27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재 가격 실화입니까?ㅋㅋ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30   좋아요 2 | URL
저 그래서 프루스트 10권을 29000원에 모셔놓고 잠시 행복했어요. 이후로는 저걸 언제 보나...하고 침울 ㅋㅋㅋ

새파랑 2022-04-28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인간적인 열반인님 입니다 ㅋ 왠지 스스로 고통(?)을 즐기시는거 같아요 ㅎㅎ 수능 준비가 잘되시는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31   좋아요 2 | URL
자학 스스로 다그침이 제 원동력인 거 같은데 눈치채셨군요... 잘되긴요 영어가 자꾸만 80점대... 수학은 말을 말기로... 반년 안에 다행모드 되도록 힘써보겠습니다 ㅋㅋㅋ

Yeagene 2022-04-28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런 책이 2900원이면 완전 거저인데요 ㅎㅎ 열반인님 그래도 잘 지내시는 듯보이네요 끝까지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5:41   좋아요 2 | URL
책 내부도 짧은 글 위주로 모아 놓은 거라 생각보다 읽기 괜찮아 보여요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지만 ㅋㅋ언제나 응원 감사합니다 예진님!!

얄라알라 2022-05-02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래패˝ 동아리라고 하시니까, 사물놀이랑 결합한 활동인가, 고양이의 호기시이 드네요. 열반인님 왠지 문학반 동아리소속이셨을 것 같은데 노래도 잘하시나봐요.

반유행열반인 2022-05-16 11:05   좋아요 2 | URL
얄님 댓글이 늦었네요. 그냥 한글화하느라 노래패지 거의 밴드에 가까웠어요. 극과 노래와 이것저것 동반한 예술 지향집단? ㅋㅋㅋ 노래는 잘 못하는데 좋아는 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안 하네요 ㅎㅎㅎ 대학교 다닐 때는 책과 썩 가깝지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