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는 책을 정말 저엉말 안 읽었다. 그 커다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게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전공 공부도 열심히 안 했는데, 4년이란 짧다면 짧고 넘친다면 넘치는 그 시간 뭐 했냐… 노래패 동아리 활동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게임을 했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생계도 이어야 했지. 그때를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일이다. 책을 읽지 않은 것. 지금만큼 책을 좋아했다면 조금은 덜 외로웠을 텐데. 한편으로는 책을 읽는 내가 되기까지 게임에 질리고 연애에 질리고 두꺼운 책을 끼고 칩거해도 지겹지 않을 만큼의 어떤 뇌 상태가 되어야 책을 본격적으로 읽을 수 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에 후회하기보다 아예 다시 제대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대학생이 되면, 책도 잔뜩 읽고 글도 가득 쓸 거다! 그런 잿밥에 눈이 어두워 수학 과학 국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수능 문학 공부하다보면 서정주 시가 많이 나온다. 나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와 그리고 올해 수능특강에는 김애란 소설 도도한 생활도 실렸다…ㅋㅋㅋㅋㅋ)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나는 책을 많이 읽고 싶었고 그런 삶의 형태를 갖추기 위한 어떤 목표를 설정했고…그런데 그 준비 기간에는 책을 못 읽는다네… 우리 만나려면 만나지 말아요… 이런 역설법…또르르…

그렇게 책은 못 읽고 문제집만 읽는 나날… 그래도 그와중에 인터넷 포털에 책 페이지는 왜 눈에 띄어가지고…
내가 이미 갖춘 다윈의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 갖추진 않았지만 두께가 600페이지 후반되는 니체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고 별로 관심이 안 가는 동양 고전 둘(죄송합니다) 각각이 이달에 새로 나와 2900원씩에 판매되고 있었다! 어디에? 알라딘 경쟁사 ㄱㅂㅁㄱ에…

http://naver.me/GQyl0UE7
(링크 남겼다고 짤리는 거 아니죠… 이거 여기 아님 없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올재클래식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갖춰놓고 책등만 보고 있는데 다윈은 탐나지만 있고, 니체는 안 읽는대도 으아니 종이값만 해도 2900원은 넘겠어…하면서 장바구니 주섬주섬…아니 심지어 이벤트 적립금 2000원 받으면 이게…공짜 아닌가…

그렇지만 그렇게 저렴한 책은 배송료가 붙는다. 뭘 사지 하다가 수1, 수2 겨우 조지고 있는 나한테는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수학 선택과목 미적분 교재를 함께 담는다… 이비에스는 저렴한데 이놈의 사설 문제집은 왜 이리 비싸…

결국 2900원 고전을 갖기 위해 나새끼는 29000원(이 넘는) 추가 지출을 하고 그게 또 배송은 빨라가지고 어젯밤에 시킨게 공부 하고 와 보니 와 있더라…

2900원이래도 저 책은 오래 내 곁에 남을 것이고, 29000원 넘는 저 책은 가능하면 반년 안에 다 조지고 만나서 속터졌고 다시 보지 말자, 하고 폐지 수집장이나 알라딘마켓 같은 데 냉큼 던져 넣는게 현재 희망입니다만…과연…
나의 반년, 왠지 나 욕하는 것 같은 반년, 반년 열심히 살아서 반백년 (혹은 그 이상 이하) 남은 삶 나 보고 싶은 책만 보며 살 수 있을지. 해 보고 되든 안 되든 알려드릴게요… 응 안 되요… 하거나 하니까 되네요… 하거나…
어쨌든 반년 지나면 다시 책한테 돌아갈 수 있겠지…문제집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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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7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규토가 돌이름인가.흙인가 수학공식인가...저는 돌처럼 굳어가는 머리를.가젔는데.열반인님.수 1,2단계 게다2권!!여전히.응원합니다요!!!

반유행열반인 2022-04-27 19:55   좋아요 3 | URL
규조토 비슷하지만 문제집 저자의 수험생 커뮤니티 닉네임이래요 ㅋㅋ얄라 N제 같은 거죠 ㅋㅋㅋ

라로 2022-04-27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글의 카테고리 잘못 됐슴다. 여기 커피 카테고리인데욤??ㅋㅋㅋ
암튼, 일단 하면 된다니까,,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왜 웃는지 아시죵??^^;;;)
그건 그렇고 저는 다윈책이 관심 가는데요! 그나저나 인생이 다 그런 거 가타효. 절대 공짜가 없는데 공짜 바라면 덤테기 더 쓴다는;;헷
암튼 잘 하고 계시죠? 곧 5월이야요. 웰케 시간이 빠르게 가는겨??ㅠㅠ 저 50이 넘어서 50마일 이상으로 달리니까 그런거죠??흑흑흑 반열샘은 좋겠다. 30으로 달려서..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28   좋아요 1 | URL
다윈 책 장대익 번역판 표지가 부들거리니 좋긴 한데 저 책은 너무너무 저렴하니까! ㅋㅋㄱㅂㅁㄱ도 해외배송하나요? 저 이제 40마일로 달릴 날이 반년 좀 넘게 남았는데 한국에서도 이제 미국식 나이(?)쓴대서 유예될 수도 있겠네요. 곧 오월이네요 ㅠㅠ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카테고리는 북플이 직전 글하고 똑같이 자동으로 해주네요 ㅋㅋㅋ고칠게요)

scott 2022-04-27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착한 가격 올재😊
열반인님이 쌓아놓은 책들
똘망 똘망 아이들이 읽을 겁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29   좋아요 1 | URL
표지가 벌써 저리 휘는게 아쉽지만 가격이 착하니까 그냥 감사히 넘기기로요ㅋㅋ 어린이들한테 자 프루스트랑 다윈이다 어서 읽어라 하면 저 미워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singri 2022-04-27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재 가격 실화입니까?ㅋㅋ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30   좋아요 2 | URL
저 그래서 프루스트 10권을 29000원에 모셔놓고 잠시 행복했어요. 이후로는 저걸 언제 보나...하고 침울 ㅋㅋㅋ

새파랑 2022-04-28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인간적인 열반인님 입니다 ㅋ 왠지 스스로 고통(?)을 즐기시는거 같아요 ㅎㅎ 수능 준비가 잘되시는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0:31   좋아요 2 | URL
자학 스스로 다그침이 제 원동력인 거 같은데 눈치채셨군요... 잘되긴요 영어가 자꾸만 80점대... 수학은 말을 말기로... 반년 안에 다행모드 되도록 힘써보겠습니다 ㅋㅋㅋ

Yeagene 2022-04-28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런 책이 2900원이면 완전 거저인데요 ㅎㅎ 열반인님 그래도 잘 지내시는 듯보이네요 끝까지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2-04-28 15:41   좋아요 2 | URL
책 내부도 짧은 글 위주로 모아 놓은 거라 생각보다 읽기 괜찮아 보여요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지만 ㅋㅋ언제나 응원 감사합니다 예진님!!

얄라알라 2022-05-02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래패˝ 동아리라고 하시니까, 사물놀이랑 결합한 활동인가, 고양이의 호기시이 드네요. 열반인님 왠지 문학반 동아리소속이셨을 것 같은데 노래도 잘하시나봐요.

반유행열반인 2022-05-16 11:05   좋아요 2 | URL
얄님 댓글이 늦었네요. 그냥 한글화하느라 노래패지 거의 밴드에 가까웠어요. 극과 노래와 이것저것 동반한 예술 지향집단? ㅋㅋㅋ 노래는 잘 못하는데 좋아는 했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안 하네요 ㅎㅎㅎ 대학교 다닐 때는 책과 썩 가깝지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