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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혼란 ㅣ 그림책은 내 친구 63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1년 11월
평점 :
20220716 키티 크라우더.
내가 6월에 읽은 책 1권. 현우진의 뉴런 수1
내가 아마도 7월에(내일 쯤) 다 읽을 책 1권: 현우진의 뉴런 수2
둘다 문제집이고, 6월 모의고사를 보고 충격과 공포에 빠져 다른 과목 공부를 다 집어치우고 더더 수학에 매달리는 중이라 다른 과목은 진전된 교재가 없다…
황인찬의 에세이를 드문드문 두 달에 걸쳐 읽고는 있는데 이것도 잘하면 이달 안에 읽겠지만 두 달 넘게 이러면 너무 슬픈 독서 목록이야…
적분으로 함수 그래프 밑넓이 구하는 83분짜리 강의를 하루 종일 겨우 듣고는 ㅋㅋㅋ(고3 치고 공부량도 개판인 주말…)충동적으로 전자도서관 들어가서 석달 만에 아무 책이나 눈에 띄는 걸 빌렸다. (석달 전엔 이언 매큐언의 ‘검은 개’를 빌렸던데 한 쪽도 못 열어보고 그냥 반납되었다.)
제목이 좋았다. ‘대혼란’이래. 그리고 그림책이래. 후다닥 읽으면 숨이 쉬어질까 했다. 책을 너무 못 봐서 기갈들어서 후해진 것도 있겠지만 색연필 선이 사각사각 보이는 그림도 좋고 문장도 하나하나 다 좋고 혼자 고양이 키우면서 집 어지르다가 이웃이 더럽다 그래서 슬퍼하며 마음 잡고 집정리하는 주인공도 좋았다. 와 내 취향이 이런 건지 몰랐는데 아무튼 취향 저격하는 귀여운 책이었다.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
‘전날 밤에 갈비뼈 사이, 흉곽 안에 슬픔을 품고 잠들었어요.’ (8)
에밀리엔이 왜 슬펐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얼마나 잔뜩 슬펐는지는 알겠다. (고양이 말고는) 곁에 사람 없이 혼자 잠든 것도 알겠다.
어질러진 집에 대한 이런 표현이 좋았다.
“그래, 꼭 우리 집 같아. 바닷물이 빠지면서 바닷가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남기잖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밤마다 자다가 여기까지 오는 걸지도……”(10)
이것보다 앞에 있던 아래 문장은 이 뒤에 바로 붙이는 게 좋았을지도.
’살짝 바다 냄새가 났지만, 바다는 정확히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요.’(10)
한 시간 만에 바다로 달려갈 수 있는 동네라니 좋겠다. 집 어질러진 것도 바다 핑계 댐…
할머니가 물려주신 ‘한숨의 책’ 주요 내용을 알려줘서 정말! 좋았다. 그치만 난 정리는 하기 싫다. 설마 마음이 무겁고 문제가 안 풀리는 게 집이 어질러져서 인가요.
‘미크는 에밀리엔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세 살이나요. 그건 아주 많은 거예요. 삼 년 동안 먹은 밥, 밤에 꾼 꿈, 입 밖에 낸 말의 수는 어마어마하지요! 에밀리엔은 잊술 옆에 작은 갈색 반점이 있는 미크를 언제나 좋아했어요. 그 반점은 초콜릿 비슷했지만, 당연히 초콜릿은 아니에요!
에밀리엔은 가끔 그 반점을 닦아 내고 싶었지만, 지워지지 않을 것을 잘 알아요. 그 작은 반점은 태어날 때부터 있는 거니까요.’(22-23)
에밀리엔이 미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몇 마디로 챡 보여주는 솜씨…그림도 잘 그리는데 글도 챡챡…
미크는 에밀리엔을 새우(때로는 해마), 실바니아를 문어라고 부른다. 심하네 문어라니…넙치가 낫겠다. ㅋㅋㅋㅋ
에밀리엔은 큰맘 먹고 집을 치우고 이웃 미크와 실바니아를 불러 어슴새벽까지 잔치를 한다. (어슴새벽이래…말이 왜 예쁘냐…밤새 놀아본 적이…십 년은 확실히 넘은 듯)그 사이 이웃의 작은 비밀(?)약점(?)이 드러나는 건 후려치는 갈등 해결법이지만 뭐 이 정도는 넘어감ㅋㅋㅋㅋ
이런 귀여운 문장을 읽으면 책 정리를 안 할 수가 없겠다. ㅋㅋㅋ
‘기쁨에 찬 고요가 계단 위로 피어올랐어요. 책시렁 위의 책들이 새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어떤 책은 새 이웃에게 안심했고, 어떤 책은 문학성 없는 책과 이웃이 되어 기분이 상했어요.’ (33)
내 책꽂이 책들은 이러고 있겠다.
세로로 반듯이 서 있던 소설책 과학책들 위로 근본 모를 중고 문제집들이 가로로 누웠어요. 두툼한 무게에 책머리가 눌린 책들은 인상을 구기며 자존심이 상했어요. 이봐 이걸 좀 풀어 없애든가 중고장터에 다시 내다 팔든가 해서 치워주면 안 되겠나. 아니 종이 문제집 잔뜩 갖춰놓고 왜 피디에프만 쳐 풀고 앉아 있나. 왜 이렇게 느린 건가. 이건 언제 다 할 건가. 내후년? 자손한테 물려줄 건가? 교육과정 개정되서 안 될 건데?
미안. 다시 피디에프 풀러 간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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