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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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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7 김초엽

지구에 계신 엄마께

긴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본 천체는 우주선이 방금 지나온 에리스와 디스노미아였어요.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희끄무레한 왜소행성과 그 위성. 육안으로 그들을 마주한 첫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구나, 벅찬 마음과 동시에 착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태양빛조차 희미한 태양계 변두리까지 멀어져 온 게 실감이 났거든요. 우리는 카이퍼 벨트를 지나고 있어요.
동료 천체물리학자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에리스의 크기와 질량을 갱신하느라 바빠요. 저는 잠든 5년 동안의 운항기록을 분석하고 우주선이 정상가동되고 있는지 동료 기술자들과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수리가 필요한 곳들을 손보았어요.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했었죠. 엄마처럼 쓸모없는 문돌이 되지 말고 수학 과학 열심히 해서 이과 가. 기왕이면 서울에 있는 대학 말고 포항이나 대전 가서 공돌이 하자. 최대한 멀리 가서 니맘대로 살아.
아무 대답 안 했지만 속으로 맞는 말이지, 하면서도 속상했어요. 엄마는 같이 있으면 내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니까. 너무나 안 맞는 우리는 떨어져 사는 게 서로에게 나을지 몰라. 그래도 끊임없이 나를 밀어내는 엄마를 느끼는 일이 기분 좋을 리가 없잖아요.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가 말했던 학교 중 한 군데로 갔어요. 다행히 기계랑 전자 공부는 나에게 잘 맞았어요. 간섭 없는 자유로운 생활은 정말 숨통을 틔여줬구요. 대학 입학 후 떠나온 집에서 나는 자꾸만 멀어져 갔어요. 결국 이만큼 멀리 왔네요.
잘 지내시죠. 통신 기록에 부고는 없었으니 아직 그곳에 계실 거라 믿고 메일 남겨요. 다른 동료들은 영상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넬 말을 녹화하지만, 엄마는 동영상보다는 텍스트를 좋아하잖아요.
경험한 감각들을 통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할 수 있는 매체가 등장했어요. 심지어 특정 경험 중 분비된 호르몬과 심박 같은 신체감각까지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어릴 때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던 것처럼 지금 사람들은 다감각 정보를 생각만으로 불러들여 정보를 찾거나 단순히 감상하거나 그 자체를 현실인 양 체험하며 시간을 보내요. 떠나오던 몇 년 전의 기술 수준이니까 지금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네요. 지구 사람들의 삶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젊은 세대는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였고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도 구식 매체가 되었어요. 책을 읽는 행위는 고루하고 괴상한 소수의 취미로만 남았지요. 엄마도 그런 소수의 사람 중 하나구요.
종이장이 누래지고 책등이 바랜 채 거실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이 생각나요. 책상 앞에 구부리고 앉아 시력보조장치에 의지해 책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야기나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 무심하다가도 읽고 있는 책에 관해 질문하면 신이 난듯 대꾸해주던 엄마였죠. 그래서 일부러 더 엄마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곤 했어요.
관내분실이 뭐야?
책 제목 이상하지. 도서관내분실 했으면 알아듣기 쉬울 것을.
도서관에서 책을 잃어버려?
비슷한데, 열람하는 게 책이 아니라 죽은 사람 뇌내 정보야. 마치 살아있는 사람 만나듯 접속할 수 있대.
섬뜩하네.
난 더 섬뜩한 거 생각했어. 제목만 보고 대공분실이랑 헷갈려서 민주화 운동하다 고문당하는 얘기인 줄.
엄마의 말장난을 들을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무뚝뚝하고 하나도 다정하지 않은 엄마인데, 가끔 이상한 말을 해서 나를 웃기곤 했어요. 책 속에 그런 말장난이 잔뜩 담겨있는 걸까? 굳이 그걸 확인하려고 책을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요.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최초의 유인우주선 정비 기술자로 우주 탐사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낡은 전자책 단말기를 건네줬었죠.
평생 모은 전자책 다 담아놨다.
누가 요즘 책 같은 걸 봐.
몇 십 년 우주여행하다보면 심심할 거 아냐. 심심해 죽을 것 같을 때 봐.
돌아가긴 해?
배터리 개조해서 50년은 멀쩡할 거래.
이걸 나 주면 엄마는?
종이책 많이 쟁여놔서 괜찮아. 인간다움의 상징물이다 생각하고 폼으로라도 들고 가.
우주선이 출발하고, 항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우주 생활에 적응한 뒤 장기 수면모드에 들기까지 엄마 말대로 무지하게 심심한 시기가 잠시 왔어요. 정말 책을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 몇 년쯤 우주를 떠다니다보니 지구에 대한 향수랄까, 감상적인 기분이 들던 어느날 꾸려온 짐을 뒤적였죠. 짐 속의 전자책 단말기를 손에 쥐는 순간 엄마 생각이 났어요.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원이 켜진 단말기의 목록을 빠르게 훑다가 독특한 책제목 앞에 멈췄어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 나이 무렵의 엄마가 이 책을 읽던 모습이 기억났어요. 차례를 보니 엄마가 분실가지고 웃기던 소설도 들어 있어 더욱 관심이 갔어요.
그 책, 에스에프야, 판타지야?
둘다 아닌가. 그런 구분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 실현되지 않은 과학 기술은 판타지로 남아 있고, 얼마 안 된 과거에 공상이라 생각했던 일들은 결국 현실이 되어 우리 삶을 뒤흔들어 놓았잖아.
엄마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어느 만화가가 1965년에 2000년대 미래를 상상해 그린 만화를 찾아 보여줬어요. 태양열 주택, 전파 신문, 전기자동차, 무빙워크, 스마트폰, 원격의료, 인터넷 강의, 이미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기술들인데 그림이 그려진 당시에는 모두가 꿈같은 소리로 치부했다고 했어요. 그림 속 장면 중 달로 수학여행 가는 게 가장 나중에 실현 되었지요.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있어요.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탐사, 그저 가장 멀리 나아가는 인류의 꿈을 위한. 태양계 밖 우주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에 동의서를 작성하고 끊없는 유랑을 택한 나의 동료들.

오래전 그려진 과학상상만화를 보며 신기했던 것처럼, 수십년 전 쓰여진 과학소설을 읽고 지금을 돌아보는 일도 이 지루한 여정에서 재미거리가 될 것 같아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중에서)
그 한 사람을 찾지 못해 나는 지구를 떠나게 된 걸까요. 한동안 사랑하던 많은 얼굴들을 떠올렸어요. 어쩌면 내 유전자와 합쳐 새로운 사랑할 사람을 함께 만들고 키웠을 누군가들을. 떠나온 이곳도 결코 완벽하지 않은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떠나온 건 아닌가 가끔 후회도 해요. 그래도 막상 두고온 게 슬퍼 눈물이 날 만한 사람이 있나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아서 더 서글퍼져요. 내가 순례자들과 같은 이유로 지구에 돌아가거나, 돌아가지 않는 날이 오긴 할까요?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중에서)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의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스펙트럼’ 중에서)
우리의 탐사에서 무리인 같은 외계 지능체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고 동료 과학자가 단언했어요. 생명체가 사는 행성에 발디딜 가능성조차, 적어도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희박하다고 했어요. 그래도 아주 만약에, 우리와 다른 감각과 지각을 가진 존재를 만나면 그들과 짧은 인사라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얼마나 감격할 만한 일일지, 저는 상상할 수 없어요.
‘-잘 자.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스펙트럼’ 중에서)

‘만약 공생의 대상이 지구상의 생물이 아니라면 어떨까? 지구에서도 유래하지 않은 것, 수만 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 밖의 어느 행성에서 온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뇌에 자리 잡았고, 우리의 유년기를 지배했고, 우리를 윤리적 주체로 가르쳐왔다면. 인간을 비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공생가설’ 중에서)
아직 우리가 어린 동안 무언가 곁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종이나 존재 간에 교감하는 이야기는 엄마가 어려서 권해준 만화책 기생수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이야기를 다 낡아빠진 종이책까지 찾아가며 보냐고 친구들이 핀잔 주긴했지만. 문득 깨달은 게 있어요. 굳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도, 우리는 이미 서로 기대고 보살피고 있었어요. 나를 밀어내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기억만 남아 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날 엄마가 날 돌봐줘서 이만큼 자라고 살아남았을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슬픈 마음이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공생가설’ 중에서)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기술이 발달할수록 모두가 편해지고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 날이 있었어요. 공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자신감이 자라난 적이 있었죠. 그런데 기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아직 우리는 빛의 속도로 나아갈 수 없어요. 뉴호라이즌호가 25년 걸려 도달했던 이곳에 유인 우주선을 탄 우리가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한 건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우리의 짧은 삶은 이 넓은 우주 안에서 순식간에 바스라지고 말아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야 했어요.
가끔은 빛보다 느린 덕분에 위안받을 때도 있어요. 내가 떠나온 곳에서 그리 멀리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의 탐사가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지만, 더 먼 우주로 간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내곁에 있던 사람들과 영영 헤어져 웜홀을 뚫고 워프버블을 타고 터널을 통과해 다른 세계에 도달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그래도 지금은 계속 나아갈 수 밖에 없어요.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중에서)

과학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미래 예언일까요? 아님 인류의 자기성찰? 사랑의 전파? 그저 소수의 취향에 맞는 여흥 거리? 그 전부 다 일 수도 있겠네요. 결국 과학소설도 소설이에요. 소설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엄마가 오래전에 말했잖아요. 소설을 읽지 않기 시작한 인류는 너무 오래도록 사람이란 뭘까에 대한 고민을 잊고 살았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손에 들린 책의 느낌이 잊었던 그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듯했어요. 그리고 기묘한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는데 거기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고립된 우주선 안에서는 자본으로 뭔가를 교환하는 행위조차 그리워요. 감정을 물화된 형태로 소비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신비롭고 부러울 지경이에요.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지금 느끼는 감정에 붙일 이름표를 사고 싶어요.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감정의 물성’중에서)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그래도 엄마는 분실되었을까.’(‘관내분실’중에서)
생전의 경험과 감각을 저장하는 기술은 등장했지만 마인드 같이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도서관에 보관하고 살아있는 사람 만나듯 느끼게 해줄 기술은 아직 없어요. 마인드가 있다면 오히려 끔찍할 것 같아요. 죽은 엄마에게마저 잔소리를 듣고 싸울 생각을 하니까 되게 절망적이더라구요.
엄마집 거실 책장 옆에 서서 내다 보던 풍경이 떠올라요. 옹벽으로 앞이 막힌 저층 아파트는 햇볕이 드는 시간이 아주 짧았죠. 엄마는 책이 햇볕에 상할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지만. 벽 앞에는 볕이 부족해 가늘고 길다랗게 웃자란 메타세콰이어 몇 그루가 심어져 있었어요. 바람이 불면 무성한 여름날에도 낙엽을 모두 거둔 겨울날에도 가지가 마구 흔들렸죠. 아직도 가끔 창밖을 보나요?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잃었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나요? 거기에 이제는 나도 추가되었을까요.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함께 바라보고 싶어요. 우주에는 바람도 나무도 없어요. 자라면서 보고 겪고 느낀 것들 대부분이 부재한 곳이에요. 그래서 가끔은 상실감을 느껴요.
엄마 뱃속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로 우리는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지만, 그 덕에 내가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도 했어요. 굳이 알기 위해 여기까지 와야 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오지 않고 모르는 것보다는 나은 것도 있겠지요. 창백한 에리스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뭔가를 느끼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잖아요.
내 긴 메일이 오랜 뒤에라도 지구에 닿으면, 엄마가 답장을 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얼마나 오래 걸리든 기다릴 거에요.
아직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관내분실’ 중에서)

—-
아직 열 살인 딸내미를 먼 미래에 우주로 보내 보았다.
묻지도 않고 보냈네, 하면서 “너는 우주에 가보고 싶어?” 하고 뒤늦게 물었다.
“별로 가고 싶진 않아.”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안. 다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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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1-2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직접 쓰신 건가요? 대단하세요~ 소설로 손색이 없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8 11:10   좋아요 0 | URL
많이 부족한 글 좋은 말씀으로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대회가 있어 응모해보려고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요. ㅎㅎㅎ

syo 2020-01-28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퇴근길 지하철의 지치고 고된 시간 중 한 덩어리를 단숨에 삭제시키셨어요. 짝짝짝......

저도 얼른 써야 할 텐데요. 오늘까지인데 으아아아아

반유행열반인 2020-01-28 17:57   좋아요 0 | URL
무사 마감 기원합니다. 얼른 써서 다 싹싹 발라?버리셔요ㅎㅎ
나란히 책갈피 타서 인증해보아요. (저는 수상 아니고 막 추첨의 요행을 바라는 중...ㅋㅋ)

무식쟁이 2020-01-29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여기두. 리뷰 대~~~박!

반유행열반인 2020-01-29 07:11   좋아요 0 | URL
길어서 스크롤 주욱 내리고 싶은 욕구 만드는 거만 막 쓰고 ㅋㅋㅋ
 
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쓰고 엮음, 김원영, 남다은, 정희진, 최은영, 앨리슨 벡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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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김보라

나의 1994년.

은희보다 4살 어린 나는 국민학교 4학년이었다. 경기도 도농복합지역 나 살던 동네는 아직 군이라 불리웠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은희가 사는 서울은 사는 친척 하나 없는 별세계였다.
이른 봄에 할머니댁에 머물던 큰아빠가 돌아가셨다. 치질 수술 받고 입원했던 아빠가 일찍 퇴원해서 집에 왔다. 아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다가 울었다. 형이 죽었어. 장례 후 큰아빠의 외아들인 사촌이 놀러왔다. 나랑 동갑이지만 오빠라고 불렀다. 명절마다 만나면 나를 때리고 놀려서 울리던 사촌이 그때는 기가 많이 죽어 있어서 가엾게 느껴졌다.
큰아빠 죽음 이후 아빠가 많이 아팠다. 입이 한 쪽으로 비뚤어졌다. 신경과에 가니 뇌졸중을 의심하다가 검사해 보니 뇌졸중은 아니라고 했다. 용하다는 침쟁이에게 갔더니 침을 놓아주면서 중풍도 아니라고 했다. 웅어라는 물고기를 누가 구해다 주면서 그걸 저며 한쪽에 붙이면 돌아간 입이 돌아온댔다. 붙이는 꼴은 못봤고 처음 보는 특이한 물고기가 살아 있을 때 한참 구경했다. 오리인지 거위인지 목 따고 피를 마시면 낫는다고 그걸 구해다 먹였다는 소리도 들었다.
여름이 아주 무더운 해였다. 아빠는 나와 동생을 데리고 동네 뒷산에 자주 올라갔다. 숲의 그늘은 짙푸르렀지만 그래도 무더웠다. 바위에 앉은 아빠는 불경을 꺼내 읽기도 하고 명상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낯선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매우 힘겨워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어디가 왜 저렇게 아픈 걸까. 얼른 나았으면 싶었다.
부모님이 가게를 열었다. 두 분 다 바빠졌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도 엄마가 없어 쓸쓸했다. 가게에 가면 시계가 아주 많았다. 탁상시계들 알람을 울려 다양한 멜로디를 감상했다. 시계 바늘을 손끝으로 빙빙 돌려 뻐꾸기를 열두 번 뻐꾹하고 울게 했다. 조명을 받은 진열품들이 눈이 부셨다. 다 파는 물건이었고 내 것은 하나도 없었다.
큰 빚을 내어 가게를 연 아빠는 잠을 못자고 엄마에게 가게를 접자고 매일밤 졸라댔다. 엄마는 가게 일보다 아빠한테 시달림 받는 걸 더 힘들어했다. 아빠는 가게를 지키는 대신 친구들과 술을 먹으러 나가거나 옆옆 양복점에 가서 아저씨들과 고스톱과 포커를 쳤다.
나는 일기를 열심히 쓰는 아이였다. 월간 학습지 뉴턴은 밀렸지만 일기는 매일 꼬박꼬박 썼다. 학교 담임 혜영 선생님은 일기를 읽고 아빠 아프신 데는 어떠냐고 상냥하게 물어주셨다. 일기장마다 상세하게 멘트를 달아주셔서 일기 쓰는 맛이 있었다. 일기장 맨 마지막에 내가 궁금한 것들-하고 여러 물음을 끄적여 놓은 게 있었는데 거기에 일일히 답을 해 주셔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어느날 고칠 물건이 생겼다면서 방과후에 나를 티코 옆자리에 태우고 일부러 우리 가게를 찾아가셨다. 엄마에게 내 칭찬을 많이 하고 가게가 잘 되길 아빠가 쾌차하길 빌어 주셨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혜영 선생님은 나를 남겨서 다음 날 친구들이 아침자습 시간에 풀 문제를 칠판에 적는 일을 시켰다. 분필 글씨는 반듯반듯 쓰는 게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반 아이 하나가 왜 쟤한테만 자습 내는 걸 시키냐면서 샘을 내기도 했다.
학교 생활은 바빴다. 혜영 선생님 권유로 합창부에 들어가 대회 준비를 했다. 단발머리의 합창부 선생님은 자꾸 검은 뿔테 안경이 흘러내렸고 마음이 여렸다. 어떤 아이가 험한 말을 해서 선생님을 울리기도 했다. 걸스카우트 활동을 해서 학교에서 야영도 하고 자연농원(지금 에버랜드)에 가서 자고 온 적도 있었다. 한 주에 한 번 교육청에 가서 과학실험 수업에도 참가했다. 바빠도 재미있는 날들이었다.
같이 과학실험 수업을 다니던 옆 짝꿍을 좋아했다. 울프컷을 하고 눈이 쳐진, 손가락이 짧뚱하면서도 바이올린을 잘 켜는 남자애였다. 반 아이들은 그 애를 말대가리라고 불렀다. 3년 연속 같은 반이었는데 4학년이 되면서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날 시장에서 엄마가 사준 핫도그를 먹으며 길을 가는데, 말대가리와 마주쳤다. 너는 길에서 그런 걸 사먹니? 하는 말에 너무 부끄러워서 이후로 길에서 음식을 사먹는 일이 (거의 평생) 없어졌다. 학년 말에 짝꿍이 전학간다고 해서 정말 슬펐다. 마지막 날 그 애 가방 속에 편지와 초콜릿을 몰래 넣었다.
두 학년 아래 동생 반에 성수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사고 이후 아이들에게 너 다리 무너졌대 하고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나도 얼굴을 아는 아이라 뉴스를 볼 때마다 자꾸 성수 얼굴이 생각이 났다.
학교를 마치면 피아노를 배우러 갔다. 란 선생님은 친절하게 피아노 뿐 아니라 청음, 시창, 온갖 음악이론을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음악이론 쪽지시험을 봐서 100점 맞은 개수만큼 백원짜리 동전을 쥐어주셨다. 나는 동전 한움큼을 들고 아래층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사 먹었다. 아빠가 아프다고 울먹이는 내게 란 선생님이 같이 기도하자고 위로해 준 기억이 난다. 다음해에는 교회 성가대에 나를 데리고 가서 반주를 시켰다. 란 선생님은 피아노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내게 별도 레슨비도 받지 않고 추가로 레슨을 해주셨다. 피아노가 없는 내게 주말에도 언제든 연습하러 오라면서 다른 애들 없는 시간에도 학원을 열어주셨다. 수시로 진행 상황을 점검해주고 어느 주말에는 자장면도 사 주셨다. 처음 나가는 대회라 너무 긴장한 나는 무대를 내려오면서 펑펑 울었다. 상을 탔는데도 내가 너무 못쳤다고 생각했다.
여름방학 때 란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안보 여름캠프에 갔다. 학원에 안 다니는 동생들까지 데려오라고 하셨다. 수영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고 재미있게 놀았다. 캠프 기간 중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면 이제 통일이 되는 건가 싶었다.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군은 인구가 무럭무럭 늘어 다음해에 시가 되고, 국민학교는 다음다음해에 초등학교가 되었다. 4학년은 어린이라 부를 마지노선이었던 것 같다. 바로 한 해 뒤에는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어른 흉내를 내고, 재미와 기쁨보다 우울함이 삶에서 더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거든.
큰아빠는 심한 두통에 시달려서 시골에 쉬러 내려왔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병원에 보낼 생각은 안 하고 골방에 가둬놓고 쉬쉬하며 아픈 큰아빠를 구박만 했다고 한다. 큰아빠가 다 죽을 지경이 되서야 할아버지가 택시에 태워 병원에 가는 도중에 돌아가셨다.
아빠는 점점 미쳐가고 있던 건데 그 상황을 알아차릴 정신의학적 지식이 그때 우리에게 있었을 리가 없다. 거의 1년 간 수면장애에 시달리던 아빠가 조현병 발작으로 망상에 빠져 식구들을 죽이려고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신병원에 실려갔다. 그후 오랜동안 우울증, 자살시도, 알콜중독으로 주변을 힘들게 했다. 딱 지금 내 나이였던 아빠는 왜 아픈 사람이 되었을까. 유전적 소인에다 그 난리를 지켜보고 겪은 나는 내가 그렇게 아픈 사람이 될까 봐 늘 걱정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한다. 약과 병원을 싫어하고 술로 버티던 아빠와 달리 다행히도 나는 언제든 병원으로 달려갈 마음가짐이 되어있다.
일기 쓰는 습관은 오래 따라와서 지금도 클라우드노트앱에 가끔 쓴다. 돌아보면 행복할 때는 일기를 잘 안 쓰는데 가장 힘들고 우울한 시기의 기록만 잔뜩 남아있다.
전학 간 짝꿍의 소식은 한참 뒤 특이한 방식으로 전해듣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옆 도시로 멀리 통학하게 되었는데, 고1 짝과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하다가 말대가리가 이사간 곳이 고1 짝이 살던 곳인 것을 알게 되었다. 고1 짝과 말대가리는 사귀었었는데, 말대가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담배도 피우고 오토바이도 타면서 방황을 많이 했다고, 장난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
아, 그 애가 전학가고 얼마 안 되서 같은 반 여자 아이가 내게 말을 했다. 너 그 애 가방 속에 편지랑 초콜릿 넣어놨더라? 그걸 들키다니 너무 창피했다. 그런데 걔는 왜 남의 가방을 열어봤을까. 걔도 뭘 넣어 두려고 했나. 편지랑 초콜릿은 원래 수신인에게 무사히 돌아갔을지 여자 아이가 낼름 빼다 먹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김일성이 죽고 나서도 삼대 세습을 하며 북한은 아직 연명하고 있다. 통일은 언제 될까.
첫 직장이 광진구, 성동구 인근이어서 어느 날 동료의 차를 타고 성수대교를 지날 일이 있었다. 멀찍이 놓인 위령탑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어린 성수의 얼굴이 여태 생각이 났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다가 죽는 사회는 수학여행을 가다 죽는 사회로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은 슬픈 세상이었다.

혜영 선생님도, 란 선생님도, 정말 좋은 분들이셨다. 두분 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선생 후계자 양성을 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분들만큼 좋은 선생이 되지 못했다. 베토벤 선생님이 안 되려고 기를 쓰긴 했는데, 혜영, 란, 영지 선생님만큼 아이들에게 다정하진 못했다.
나는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냐고 묻는 은희로 오래 남아 있었다. 나 자신도 자라지 못한 나머지 더 어린 친구들에게 영지 선생님처럼 맞지 말라고, 우울하고 힘들 땐 손가락을 보라고, 나쁜 일이 닥치면 기쁜 일이 함께 한다고, 세상은 신기하고 아름답다고도 말을 건네지 못했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내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내내 알지 못하고 살았을텐데. 그걸 다른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일에 너무 인색하게 살았다. 마냥 낙관하기에는 확신이 없었고 비관이 더 많았다. 그런데 어린 내게 필요한 건 정답도 정확한 예언도 아니었다. 그냥 따뜻함이면 충분했잖아.
그러니 또다른 은희들이 제 삶도 언젠간 빛이 날까요? 하고 내게 묻는다면, 너는 지금도 눈부시고 앞으로는 더 그럴 거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끔 돌아보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시나리오라는 글 자체를 처음 읽어 보았다. 이게 영상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책을 읽기 전에 이상은의 음악이 깔린 티저만 봤었다. 나는 긴 영화를 잘 보니 영화도 곧 봐야겠다.

책 뒤편에 영화에 대한 감상과 나름의 해석을 적은 글들도 흥미롭게 읽혔다. 같은 컨텐츠를 보고도 가진 관점과 경험과 배경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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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1-26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같다..... 반님의 인생사 서술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울멍울멍한데 또 담담하기도 하고,
근데 또 그런 게 어쩐지 좋고 그러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6 14:58   좋아요 0 | URL
울멍울멍 동그라미 아이콘 떠오르네요. ㅎㅎㅎ

무식쟁이 2020-01-26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채기투성이. 잉~ 아푸다.. ㅠㅠ
글쓰기가 업인 사람(특히 소설가)은. 아픈 뼈와 살을 드러내고 곱씹고 갈아내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 같아서.. 아프지만 언젠가는 멋진 소설로 승화를...


반유행열반인 2020-01-27 00:25   좋아요 0 | URL
생채기랄 것도 없고 안 아프고 글쓰기 업도 아니고 뼈 살도 안 드러나고(순살치킨?!) 소설가도 아니고 댓글 온통 오류 투성이 아닌가요?! ㅋㅋㅋ그래도 다정해서 마냥 좋은 무님.

공쟝쟝 2020-02-02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94년을 지나오셨군요. 언제나 좋은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는 좋아요. 좋은 어른 되야겠어요 ㅜ
벌새 시나리오 참 좋죠. 저도 좋았는데 이런 독후감 읽으니까 더 좋으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2-02 09:1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순전히 쟝쟝님 덕에 읽은 거에요 ㅎㅎㅎ좋다고 하시면 믿고 읽습니다 ㅎㅎㅎ은희 이야기 보니 나의 94년 돌아보고 싶더라구요. 나의 미시사.

공쟝쟝 2020-02-03 19:14   좋아요 1 | URL
반님의 미시사~! 우리들의 미시사!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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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정세랑

달달한 소설은 취미에 없었는데, 누가 자꾸 그런 달달한 게 있다고 알려줘서 가끔 연애소설들을 주워 읽는다. 이 소설은 표지가 너무 안 예뻐서 안 보고 싶었는데 단 게 필요한 마음이라 빌려 읽었다. 지난 번에 지구에서 한아뿐 읽고는 숙원 과제 같은 연애단편 어설프게라도 하나 완성하긴 했었지. (중딩 화자 흉내내기는 30대 아줌마한테 무리수라고 읽어준 친구 한 명에게 까이고, 당연히 공모전에도 떨어졌지만. 좋다는 사람 한 명은 건졌다. 히히.)

연인이 헤어진 뒤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르 소설 작가인 재화가 쓴 소설 속에서 구남친 용기는 매번 죽는다. 그런데 갑자기 용기의 몸에 재화의 문장들이 돋아난다. 설정 보소. 재화와 용기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정세랑 소설은 항상 드라마 보는 것 같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으으 하고 닭살을 오소소 돋아가면서도 꾸역꾸역 읽게 된다. 용기의 새 애인과의 이별이 난 사실 더 슬펐다. 용기 몸을 무지하게 밝히는 어린 여친 정말 귀엽단 말이다. 나중에 소원을 이루니 좀 봐줘요 하는 전개는 역시나 한아뿐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연애소설이다 스릴러다 판타지다 에스에프다 시대소설이다 왔다갔다 했다. 소설 속에 수많은 액자 소설을 담으니 가능한 일이다. 이야기를 조각조각 잘 쪼개서 큰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게 정세랑의 특기다. 그게 반복되니까 식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단맛나는 해피엔딩은 수요가 풍부하니까 양질로 공급하면 뭐 그걸로도 존재 가치가 있겠지. 시니컬한 나한테도 조금은 설탕가루 묻혀 주겠지. ㅎㅎㅎ

+밑줄 긋기

-와, 이 부분 읽는데 되게 서글퍼졌다. 일자 막대 정말 다 끝난 거니.
’인생이 테트리스라면, 더이상 긴 일자 막대는 내려오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게 좋아질 리가 없다. 이렇게 쌓여서, 해소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안고 버티는 거다.’

-용기 몸에 전여친의 소설 문구가 새겨지는 걸 눈치챈 새여친이 이별을 고한다. 이 정도면 좋게 헤어지는 편 같은데 그래도 모든 이별 순간은 슬프다.
‘용기가 손을 뻗어, 여자친구의 손을 잠시 잡았다. 핑크와 옐로의 도트 무늬 손톱을 들여다보고 웃었다. 지지난주엔가, 이쑤시개로 애써 점을 찍으며 네일 따위 돈 주고 받을 여유 없다고 툴툴거렸었다. 그 정도는 시켜주고 싶었다. 또 뭐가 해주고 싶었었지? 아, 편한 신발을 사주고 싶었다. 발가락뼈를 튀어나오게 하지 않는, 균형이 잘 잡힌 신을. 샴페인 색깔의 화장품도 사주고 싶었다. 볼살이 빠지면 그런 골드가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가볍게 손톱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었다. 여자친구도 입맞춤의 의미를 깨닫고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대단한 사랑, 세계가 기억할 사랑을 얻기를. 나는 줄 수 없었지만 꼭 그랬으면 좋겠어.
용기는 여자친구와 그렇게 헤어졌다.

-나도 아무도 안 죽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아무도 안 죽는 이야기를 써서 내 몸에 글자가 안 나타났으면 좋겠어.”

-닭살 돋는 재화 첫 책 작가의 말.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써 제낄 수 있는 뻔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안 될 걸.)
‘언젠가 여기 쓴 걸 후회한다고 해도, Y, 내 덧니는 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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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25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전여친의 문장이 몸에 새겨진다니! 저도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반유행열반인님!

반유행열반인 2020-01-25 18:46   좋아요 0 | URL
저는 보면서 자꾸 현여친에 이입해서 그놈의 문장들 사포로 갈아내고 레이저로 지져버렷! 하고 싶어졌어요....ㅋㅋㅋ
다락방님 늘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무식쟁이 2020-01-27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관심없었는데 (표지보면 자꾸 입이 벌어져서 페이지 후딱 넘기느라 바빴음; ) 열반님 리뷰보니 보고싶어 졌음요. 열반인님의 사랑 김금희 책 읽고나니 명랑소설 읽고 싶어졌어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0-01-27 00:23   좋아요 0 | URL
원조 김금희 사랑님은 따로 있어요. 저는 짭퉁 후계자... ㅋㅋㅋ...(적당한 전해질 농도 소금물) 김금희가 훨씬 더 좋지만 가끔 설탕물 한 사발 드링킹해 주셔도 ㅋㅋ

무식쟁이 2020-01-27 00:28   좋아요 1 | URL
사랑에 원조가 어딨어요. (캬. 트로트 제목같다.) 내사랑은 내가 원조지.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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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3 문보영

나는 시를 읽지 않는다고 했더니 소설을 쓰는 친구가 시집도 좀 보고 그러라고 했다. 뭘 볼까 했더니 문보영 시집이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문보영의 책기둥은 내 돈 주고 사 본 첫 시집이다. 아니 그전에 이상이랑 브레히트 시집을 중고로 사서 꽂아두긴 했다. 읽진 않았다. 문보영 시집도 처음부터 읽다가 너무 안 읽혀서 맨 뒤부터 봤더니 볼 만 했다. 그러고 읽다 말아서 도넛처럼 중간부분이 안 읽은 채 비어 있다. 사실 오래되서 읽은 시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전자도서관 업데이트 되서 이야 신난다 하고 뒤지다가 문보영 산문집을 발견했다. 제목 봐 세상에. 빌려서 읽었다. 산문집이라기보다 일기 모음이다. 시인은 일기에 아무말잔치를 해도 책이 되고 내 일기는 그냥 나만 두고두고 본다. 둘의 차이를 못 알아보는 나니까 애초에 글러 먹은 거야.

이십 대의 문보영은 연애가 안 풀릴 때,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심해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타먹을 때 일기를 열심히 썼다. 도무지 식욕이 없고 피자를 좋아했다. 이거 난데. 나잖아. 다른 점도 있다. 문보영은 시를 쓴다. 춤을 춘다. 브이로그를 열심히 올린다. 내가 앞으로도 하지 않을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엄청 금방 읽었는데, 읽고 나니까 기분이 급하강해서 괜히 읽었다 싶었다. 너무나 비슷하게 힘들었던 사람 이야기를 읽는다고 해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마지막 베트남 여행기조차 너무 우울했다. 베트남 도착하자마자 기대와 다르게 험한 꼴 본 것조차 비슷하잖아. 그래도 당신은 죽기 전에 등단이라도 했지. 시집이라도 냈지. 문학상도 탔지. 괜히 읽었어. 그래도 다음에 생각나면 시집 다 읽기 다시 한 번 시도해 볼게요.
시집 읽는 사람을 아주 많이 좋아하게 되었는데 나는 시는 하나도 모르고 무슨 시를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밑줄 긋기. 왜 이런데 밑줄을.

‘한때 누군가 나에게 사랑해, 라고 말했다. 사랑해, 라는 말은 어떤 구조로 생겨먹은 걸까?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어버버거린다. “나……, 나를……? 나는 쓰레기예요…….” 쓰레기라고 자랑하는 게 아니고, 쓰레기라고 겸손 떠는 것도 아니다. 쓰레기라는 건 그저, ‘내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어쩌죠?’ 하는 불안이다.’
-저도요.

‘왜 사람은 누군가를 안는 구조로 생겨서 타인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그러게 말이야.

‘고구마는 아무것도 떠올리게 하지 않아서 좋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멍색이다. 온몸이 멍이면 멍 위에 멍을 얹어도 티가 나지 않으니 좋다. 다치고 또 다쳐도 한 번만 맞은 것 같은 모습이 나와 닮았다.’
-그래서 책이랑 시 읽으면 자꾸 고구마 먹는 기분이...아, 아닙니다.

‘양 볼에 흘러내려 턱 끝에서 만나는 두 갈래의 빛.’
-두 음소로 쓸 말을 시인은 이쁘게도. 엉엉.

‘얼그레이 잼 덕분에 문득 행복했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오셔서 행복인지 못 알아뵀다. 그래서 악수를 하려고 했는데 웬일인지 내 악수를 받아주셨다. 그래서 악수를 한 김에 내 오른손과 행복의 왼손을 수갑으로 채웠다. 같이 걸었다. 그런데 어느덧 혼자 걷고 있었다. 행복은 손목이 너무 가늘어 수갑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내 손목이 가늘어서 수갑이 자꾸 빠진다고 우겨본다.

‘왜 사람들이 웃을 때 나는 웃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세상이 웃는 방식으로 내가 웃었다면, 애초에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미소 짓지 않는 방식으로 내가 미소 지었으므로 시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슬픈 이야기다.’
-반대로 아무도 웃지 않을 때 웃는 나는 잡문을 쓰게 되었다.

‘도서관에 있는 휴대폰들이 동시에 울렸다. 누군가 인류에게 같은 문자를 보낸 것이다. 긴급재난 문자였다. 타인의 휴대폰이 울릴 때 내 휴대폰도 함께 울려서 소속감이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빼먹지 않았다는 게 신났다. 나도 포함된 것이다. 나는 왕따가 아닌 것이다.’
-오래 전에 재난문자 수신을 꺼놔서 내 폰만 울리지 않는다. 나는 왕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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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1-24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님, 저는 일(비슷한 것)을 하기 시작하고 처음 맞는 연휴라서 각별한데, 반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어요.
모쪼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시길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1-24 13:44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휴일과 평일 구분이 잘 안 되는 상태에요. 일로 복귀하면 뼈져리게 느끼겠지요! 교육받느라 고생하신 syo님, 연휴 편하고 행복하게 푹 쉬시길 빌어요.

무식쟁이 2020-01-24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 가장 다정하게 미워하는 방식이 뭐인가요.

-시는 뭐.. 그대가 시요.. (ㅍㅎㅎㅎㅎ)
-저는 주로 쓰레기를 사랑하나봐요. 취향의 문제. 우리 그냥 당당한 재활용 쓰레기가 됩시다.
-그냥 팔짱을 끼세요.
-으핫. 고구마가 멍색이라니 멍색..불쌍해서 껍질은 꼭 벗겨먹어야겠다는 다짐을.
-열반인님 마르셨군요.
-사람들 웃을 때 잘 웃는 저는 아무도 웃지 않을 때 웃는 님의 글도 좋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4 13:45   좋아요 0 | URL
시인이 뭔가 미사여구 갖다 붙이는 건 뭐겠어요. 시죠 시ㅋㅋ 저도 다정하게 미워하고 싶어지는 날은 다 소설로 써 버릴겨.. ㅋㅋ 무님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워요. 사랑 넘치는 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정한 무님.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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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3 조문영 엮음

내가 겪은 가난을 생각해 본다. 내내 가난하지는 않았다. 부모는 빈약하나마 경제활동을 계속했고 근근히 먹고 살았다. 우리집이 부자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아마도 가난한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경제적인 부분보다는 가정폭력과 아빠의 정신건강이 더 큰 문제였다.

이십 대 초반 자립을 꿈꾸면서 첫 곤궁함에 부딪혔다. 왕복 네 시간 가까이 걸리는 통학도 힘들었고 아빠의 주사도 벗어나고 싶었다. 엄마와 함께 한 가출 이후 나만 서울에 남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독립하게 되었다. 국립대라 싼 편인 등록금을 대준 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월세와 생활비는 집에서 지원해주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들어오길 바라고 그랬을 것이다. 월세랑 밥값이랑 교통비까지 60만원은 있어야 버틴다. 과외 알바를 두 개 하면 마련할 수 있는 돈이었다. 중개업소에 첫 달 과외비의 절반을 떼어주는데 한 달만에 짤리면 정말 큰일이 났다. 다음 과외 구할 때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녔다. 같은 동아리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에게 생활비와 집세는 물론 넉넉한 용돈까지 따로 챙겨 받는 동기와 선후배들이 있었다. 공부하며 돈을 벌며 동아리 활동까지 열심히 하는 건 꽤나 버거웠다. 슬프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빈정상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자주 뒤틀렸다. 영화 기생충에서 충숙이 돈이 다리미라고 했다. 항상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여럿이 먹는 술값 밥값 깍두기 시켜주는 선배들을 볼 때면 고마우면서도 비참한 기분이 자꾸 스쳤다. 나는 누군가에게 베풀 수 없는 너그러움이었으니.

그나마도 스스로 벌 수 있을 때는 다행이었다. 갑자기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해졌다. 가려워서 잠도 못자고 상처 때문에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한창 예쁠 나이에 흉해진 외모는 자존감까지 박살을 냈다. 크게 패배한 마음으로 집에 아쉬운 소리를 했다. 월세와 병원비를 보태주면서 아빠는 온갖 싫은 소리를 해댔다. 잘 걷지도 못하는 내게 다시 장거리 통학을 하라고 했다. 겨우 회복을 하고 졸업 한 학기 남기고 귀향할 때까지 버텼다. 복지 정책으로 지원금 주면서 간섭하는 국가라는 아빠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짐작만 할 뿐이다.

집에 돌아가고 일 년 만에 다시 가정폭력을 피해 엄마와 집을 나왔다.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모아둔 이전 임차 보증금은 아빠가 미리 빼앗은 상태여서 달랑 아르바이트로 모은 백삼십만원만 들고 있었다. 대학 졸업하고 수험생/취준생 신분이었다. 보증금 백에 월세 삼십 반지하를 구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를 했다. 이상하게 가난해지면 병이 도진다. 퐁퐁 날리는 곰팡이 포자 속에서 아토피성 피부염과 싸우며 시험에 합격하고 취업을 했다. 반지하를 벗어났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렇지만 가난은 언제나 쉽게 다시 돌아온다. 이제 막 새 전세집으로 이사를 마쳐 모은 돈 다 털어넣고 몸이 아파 병가 중인 상태에서 아기가 생겼다. 낳기로 결정하고 나니 역시 또 돈이 문제였다. 전세금에 부은 돈 일부를 엄마에게 받고 은행에서 사천만원 대출 받아 신혼집을 구했다. 혼인신고만 하고 가장 저렴한 세간들을 사모아서 살림을 차렸다. 6개월 후에 아기가 태어났다. 단열이 안 되는 전세집 벽에는 결로가 맺히고 곰팡이가 생겼다. 부모 양쪽다 피부염 앓는 유전자를 물려준데다 환경까지 엉망이니 어린 아기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심하게 오래 앓았다. 한창 귀여울 시절 양볼에 진물과 피가 흐르는 커다란 상처를 긁어대며 못 자던 아기를 생각하면 여전히 슬프다. 다행히 지금은 멀쩡하다.

가난을 벗어난 방법은 단순하다. 학부 5년 대학원 10년 끝에 힘들게 학위를 얻은 남편이 월급 잘 주는 기업에 취직했다. 주택담보대출이랑 학자금대출 같은 빚이 억대로 남아 있어도 그냥저냥 갚으며 먹고 살 걱정은 안 한다.

개인의 운과 노력과 학벌로 빈곤을 벗어났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래 힘들게 일해도 많이 벌지 못 하는 사람들은 계속 힘들게 산다.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사는 일 마저 보장받기 어렵다.

이 책은 그렇게 벗어날 길 없는 가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대하고 서로 도와가며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빈곤의 인류학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과 대학생들이 반빈곤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알게된 점과 느낀 점들을 정리해 놓았다. 가난한 사람들, 이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없을 만한 다양한 가난의 원인과 저마다의 살아남는 방식이 있었다. 용산참사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철거민의 삶, 마을과 지역단위의 연대, 노인, 쪽방촌, 홈리스, 장애인, 노점상, 영세상인. 이 책에 실리지 않은 가난은 또 얼마나 많을까. 실업, 질병, 사고, 이혼, 사업 실패, 유기, 탈학교, 가출, 폭력, 난민, 탈북민, 이주민 등등등. 누구에게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난이 닥쳐올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에게는 오지 않을 일 겪고 싶지 않은 일 치부하며 가난한 사람들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편견을 가지고 심지어 혐오한다. 온정적인 시선을 보내더라도 나보다 낮은 곳의 부족한 누군가에게 내가 뭔가를 베푸는, 그 때문에 권력을 가진 듯 굴면서 상처를 만들고 인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빈곤을 싸워야 할 것으로 삼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행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덕에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이 되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런 활동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무엇일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비웃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라도 내가 놓일 수도 있었던 (있을) 위치의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를 계속 들어야겠다. 그 입장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겠다. 할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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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3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1-23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유행열반인님 글을 읽으니 우리는 우리가 당하고 싶지 않는 경험을 원치 않게 하는 이들을, 마치 그것인양 바라보는 것에 익숙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 대신 그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일지도, 우리가 조금 운이 좋았을 뿐임에도 그런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3 15:46   좋아요 1 | URL
운이 좋았고 대신 겪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슬프고 죄스러워지네요.

북다이제스터 2020-01-23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에 크게 공감합니다. 엉뚱하지만 반우행열반인 님께서 요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책 <팩트풀니스> 읽으시면 무엇이라 하실지 퍼뜩 궁금해집니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0-01-23 18:17   좋아요 1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모르는 책이라 길게 드릴 말씀이 없는데 남들이 좋다 하면 슬쩍 엇나가는 못된 습벽이 있습니다...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1-23 18:48   좋아요 1 | URL
북플에선 짤리던 뒷부분 새해인사가 피씨버전에선 보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북다이제스터 2020-01-23 18:53   좋아요 1 | URL
저도 북플로 보는 중이라 글
뒤에 무슨 말씀하셨는지 현재 모릅니다.
알라딘도 이 문제 알텐데... 바쁘거나 기술적 어려움이 크거나, 돈이 없거나, 셋 모두이거나 그럴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

무식쟁이 2020-01-24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에서 꺼내온 아픈 언어라 먹먹하게 다가오지만.
또 이렇게 스스로 치유해가시는 씩씩한 열반인님. 정말 멋지신 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0-01-24 18:30   좋아요 0 | URL
제가 뭐가 멋져요. 좋은 말씀 건네주시는 무님이 더 멋지심ㅎㅎ 아프고 치유하고 할 거 없어요 이제 ㅎㅎ자본주의에 적응 잘 해서 소비의 노예하고 알라딘 플래티넘 몇 년 계속 하고 ㅋㅋㅋ나 맨날 낭만파괴해서 죄송해요...그래도 콩깍지는 일찍 벗겨드리는게 실망을 덜 하시는 길로 알고...

2020-01-25 18: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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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19: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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