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 과학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1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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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제목(궁금한 질문)만 읽어도 풉-하고 웃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내용에 대해 답을 찾아볼 생각을 했을까? 일상의 사소한 궁금함에 대해 꽤 믿을만한 답변을 내려준 책이다. 딱히 배운 적은 없지만, 일상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일들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도 궁금했었는데!' 하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랬고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부분의 많은 부분이 뇌과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듯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그냥 일어나는 일이 없었다. 대부분이 물리학적 혹은 그 외의 과학적 답변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일이었다니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더 놀라웠다.
 특별히 인상깊던 내용은 '뽑힌 머리카락의 끝에 달린 투명한 것은?', '공중화장실의 비누는 깨끗할까?', '우유갑은 왜 여는 방향이 정해져 있을까?', '철로에 자갈을 깔아 놓은 이유는?' 등이었는데, 이 외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고 읽기도 쉬워서 좋았다. 올해 2월에 2권이 나와서 장바구니에 있는데, 그 책도 조만간 읽을 예정이라서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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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 정 대리.권 사원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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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은 1편보다 조금 더 재미있었다. 부장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원과 대리의 이야기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노답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도 기가 차서 그랬을 수도 있다. 처음엔 권 사원이라고 해서 무의식적으로 남자를 생각했는데 여자였다. 우선 권 사원의 남자친구가 완전 노답이었고, 다음으로는 정 대리와 그의 여자친구, 여자친구의 엄마까지 다 노답이었다. 희한한 캐릭터들이 펼쳐놓은 놀라운 사고방식과 행동들이 계속 이어져 재미와 교훈을 모두 줄 수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편엔 송 과장의 이야기가 나온다니 너무 기대가 된다. :) 



수십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신 끝에 어렵게 취직을 했다. 그것도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 포부를 갖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막상 업무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선배들은 주식, 부동산, 코인 이야기뿐이다. 권 사원은 선배들이 속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알겠다. 왜 그러는지를, 일부러 그러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환경이, 지금의 조직이 직원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최 부장은 화이트보드에 ‘두려움‘과 ‘실패‘ 두 단어를 쓴다. "이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저는 실패를 고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업무를 할 때 ‘이걸 해도 될까?‘,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의문은 어쩌면 두려움일지 모릅니다. 두려움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세요. 맞다고 판단한다면 밀어붙이시고요. 실패할까 두려워서 주저앉지 말고 진취적으로 해보라는 얘깁니다."

"아.… 과장님 말 들으니까 결혼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하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평생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만났으니 서로 다른 게 당연해. 문제는 자신만 옳다고 생각할 때야. 불행의 시작이지. 나도 상대방도 어느 정도 이기적이라는 걸 인정하고, 서로 맞춰가는 게 중요한거 같아."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정하는 거야. 절대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주지 않아. 부모님도, 남편도, 자식도, 친구도 전부 각자의 인생이 있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야."

연애를 할 때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결혼은 사랑에 현실이 더해진 시작점이다. 마치 취업준비생들한테는 취업이 모든 게 끝인것 같지만, 혹독하면서 허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뭐든지 쌓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쉽다. 마음의 성도 비슷하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잘 들어, 정 대리. 죽는 순간이 단 한 번뿐이지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이야."

"내 말은, 행복을 물건이나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는 데에서 찾지 말라는 거야. 그런 건 아무리 채워봐야 계속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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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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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을 이렇게 빨리 읽은 적은 처음이었다. 작은 책 사이즈보다 조금 더 좁게 디자인되서 나온 이 책 속의 글들은 글 자체로도 가독성이 무척 뛰어났지만, 공감이 많이 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어 더욱 잘 읽혔던 것 같다. 단편이다보니 다른 책에 실렸던 작품을 먼저 읽었을 수가 있는데 이 책의 대표작 '가만한 나날'이 그랬다. 그런데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책 내용에도 불구하고 작품 제목과는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읽었던 작품이었다는 걸 전혀 짐작도 못했었다. 단편들 모두 전반적으로 그런 편인데, 책이 잘 읽히고 흥미로웠던 것과는 별개로 내용에 임팩트가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제목이 내용과 잘 어우러지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 점이 아주 조금 아쉬운 점이었달까.  
 


‘인생에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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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다
이수경 지음 / 청년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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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이 좋지 않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쉽게 읽을 수는 있었지만, 읽는 내내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누군가의 힘겨웠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러면서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공감이 많이 됐고, 그러다가도 내가 더 행복했구나, 나는 그렇게 불행한 것도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가정 폭력은 이유 막론하고 정말 일어나면 안되는 일인데,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또 몰아치는 컴플렉스와 자기 비난적인 마음을 극복하며 점점 더 나아가기를 소망하며 노력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도 가정폭력까진 아니지만 수많은 컴플렉스 덩어리로 뭉쳐진 아이이고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랑받지도 못했고 끊임없이 외로움과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몸까지 아파서 내 생명이 어디까지 유지될지도 모른 채 몸이 더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을 기다려야 하는 상태인데, (부정적으로 바라본 관점이긴 하다.) 그런 막다른 상태에서 어떻게 내일을 꿈꾸며 대비하며 살아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힘든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는 결국 (난 어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강연을 들어야 내 삶, 또 더 나은 내일에 대해 자극을 받을 수 있을지 그걸 좀 알려달라고 하고 싶었다. 나도 극심한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겹친 게 아닐까 싶은데 해결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어쩌면 나는 태생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가정형편과 외모 콤플렉스가 나를 내성적인 아이로 만들었던 건 아닐까. 남자들은 얼굴이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다들 말하니 나는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가정형편은 좋은 핑계였고 거절당하는 게 두렵고 겁이 나서 독신주의자를 외치고 다녔다.

혼자 노는 게 좋다고 자신을 속이며 집순이가 되었다. 약속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많았다. 집에서 책을 보고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면서 청춘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겉으론 그랬어도 나의 내면엔 사랑받고 싶고 예쁨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다만 그런 감정들을 깊이 숨겨놓고 있었을 뿐이었다.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단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그런 일들을 발판 삼아 더 악착같이 열심히 살면 분명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비극적인 대화가 오고 가는 이유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이며,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부모와 아이 사이』 하인 G. 기너트

훗날 들은 얘기지만 엄마도 몇 번이나 짐가방을 쌌다고 하셨다. 그리고 들었다 놨다 마음이 갈팡질팡 하는데 우리를 보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셨다고 했다. 아버지 비위를 맞추며 참고 살았던 것은 혼수조차 제대로 해 주기 어려운 처지에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라는 흠만은 더해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이냐며 타박을 주었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엄마의 입장이었다면?‘
사실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하는 말은 엄마처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고백이다. 엄마처럼 살기 싫은 게 아니고 엄마처럼 온전히 자신을 희생하며 살 자신이 없었던 거다.

‘아이들은 행복한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큰다.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면 우선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 그 안에서 아이는 편안하여 뭐든 할 수 있다. 아이를 진정 사랑한다면 행복한 아빠를 주어야 한다. 그러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성숙한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참고 인내하며 가정을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 자녀를 기르며 자녀로 인해 울 수는 있어도 자녀가 부모 때문에 눈물짓게 해서는 안 된다. 정 어렵다면 우선 내가 행복해지자. 그래서 평화로운 가운데 아이를 기르자. 내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 엄마학교, 서형숙

‘자신을 먼저 보살펴야 여러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살핌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행기의 산소마스크 이야기 아시죠? 자신이 먼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없어요.‘
_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오프라 윈프리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너무 예민해서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나의 내향성을 최대한 억압했다. 나는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부끄러워하면서 오랫동안 내 성격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 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_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정여울

해볼 만큼 해보기 전에는 포기하지 말자. 천 리를 가도 첫걸음을 떼는 것이 가장 어렵다. 접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목표 목록을 다시 읽으며 심기일전하자. 내가 원하는 것만 생각하자. 다른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부정적 가능성에 밀려 내가 진정으로 펴고 싶은 뜻을 접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앨런 피즈, 바바라 피즈, 『결국 해 내는 사람들의 원칙』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정말로 사랑할 때, 우리의 인생은 잘 풀리게 된다.
- 치유, 『루이스 헤이』

‘내가 인생에서 겪는 것은 모두 나의 선택들에 기초한다. 긍정적 상황이든 부정적 상황이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과거 내가 행한 선택들이 불러온 것이다. 내 인생의 결정권과 방향 선택권은 오직 내게 있다. 내가 직접 책임자고 유일한 책임자다.‘
- 앨런 피즈, 바바라 피즈, 『결국 해 내는 사람들의 원칙』

용목처럼 상처와 고통을 견딤으로써 스스로 인생의 아름다. 운 무늬로 거듭 태어나길 바랍니다. 이제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향나무도 상처가 있어야 향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도끼로 찍어 상처를 많이 낼수록 향나무의 향기는 짙어집니다.
-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

상처 한 번 받지 않고 자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크건 작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처와 고통을 받고 자란다. 단지 그 상처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견디는지에 있어서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반드시 흉터가 무늬가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지금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낼수록 미래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 시간이 남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단 몇 분이라도 매일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매일 미래의 씨앗을 조금씩 뿌리자. 그래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 송수용, 『내 상처의 크기가 내 사명의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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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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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김애란 님의 책을 많이 찾아 읽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김애란 님의 팬이 되어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김애란 님다운 느낌이 묻어났다. 하지만 비교적 초창기 작품, 그리고 단편집이다 보니 이야기의 스토리성이나 각 작품의 특색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스토리 라인이 굵직하고 끊김없이 연결되는 장편소설과 달리 단편소설이 오히려 읽기 어려울 때가 있다면 바로 이런 부분에서일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제목인 '침이 고인다'는 상황에 대해선 선명하게 기억에 남으니,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선가 분명 읽었던 이야기 같기도 한데 명확히 기억이 안 나 다시 천천히 읽었다. 장편보다 읽기는 더 어렵긴 하지만, 작가님이 구현하신 소설 속 세계가 인상 깊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이 작품 특유의 느낌과 분위기가 잘 잊히진 않을 것 같다. 마지막 작품인 '플라이데이터리코더'는 가장 창의적이지만 이런 작품일수록 비현실적인 면이 있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엔 꽤 좋았던 것 같다. 분명 김애란 님이어서 그려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피로‘나 ‘긴장‘을 느끼고 싶었다. 긴장되는 옷을 입고, 긴장된 표정을 짓고, 평판을 의식하며, 사랑하고, 아첨하고, 농담하고, 험담하고, 계산적이거나 정치적인 인간도 한번 돼보고 싶었다.

도 다음엔 레가 오는 것처럼 여름이 끝난 후 반드시 가을이 올 것 같았지만, 계절은 느릿느릿 지나가고, 우리의 청춘은 너무 환해서 창백해져 있었다.

원래 그렇다‘는 는 말 같은 거, 왠지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 좋은 순간은 뭔가 같이 먹을 때‘라는 걸 깨달았다. 밥상 앞에 한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보통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그 상이 그냥 상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밥상처럼 느껴졌다.

어느 순간 여자는 알게되었다. 세련됨이란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 소비 경험과 안목, 소품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잘‘ 입기 위해 감각만큼 필요한 것은 생활의 여유라는 것을.

어쩌면 나는 - 사라진 말과 사라진 기억, 끝끝내 알 수 없거나 애초에 가져본 적 없는 장면, 그러면서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같이 느껴지는 풍경과 함께, 무언가 실종된 것들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먹고 자란 것은 아니었을까.

다리 아래서 고요하게 빛나던 강.….. 서울의 큰 강. 그걸 볼 때마다 나는, 뜨거운 차를 마셨을 때와 같이 정갈한 고독이 가슴 아래로 내려가는 기분과 함께, 내가 떠나온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것들이 그렇듯, 그것은 늘 금방 지나갔다.

"마음만큼 형편없는 게 또 있을까."

"엄마는 내 이름을 불러준 적도 없고, 나를 업어준 적도 없고, 내가 아플 때 만져준 적도 없고, 내가 늦었을 때 찾으러 나온 적도 없고, 필요할 때 내 옆에 항상 없었어요. 그러니까 엄마는 내 책가방을 싸주지도 않을 거고, 내 충치를 뽑아주지도 않을 거고, 내가 맞고 돌아와도 쫓아가주지 않을 거고, 나와 소풍도 가지 않을 테고, 내 입학식 때도 오지 않을 거고, 나랑 같이 자지도 않을 테고, 내가 상을 타도 머리를 만져주지 않을 테고, 언제고 내가 부를 때마다 대답하지 않을 테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 같은 거, 너무 좋아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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