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고영 지음, 허안나 그림 / 카시오페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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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께 송구스런 마음이 든다. 책은 쉽고 재밌게 읽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내 마음엔 감흥이 일지 않았다. 대단하다라던가 부럽다 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으니, 정말 (여전히) 운동할 생각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제목은... 정말 나와 비슷할 수도 있었는데! 내용을 열어보니 살기 위해 운동을 하다가 점점 프로 운동러가 되어가는 이야기일 줄이야!... 내겐 그냥 운동 이야기도 많이 버거웠을텐데 말이다.
 언젠가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땐 분명히 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었다. 방치해둔 세월이 너무 오래되어 이제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방법도 잊은 것만 같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조그마한 방아쇠라도 당겨지길 소망했지만, 내겐 아직 머나먼 이야기인 것 같다... ;) 웃프다.      


내가 못한다는 걸 진솔하게 받아들이는 경험이야말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핵심 단계다.

자신의 목적에 맞는 운동 방식을 맞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있어 가장 큰 목표는 더 많은 근육과 건강이다.

잘하는 것에 베팅하는 것은 효율적인 일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과 적은 돈으로 남들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잘하는 것을 잘해서 남들로부터 ㅇ니정을 받는 것은 제법 유쾌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못하는, 새로운 것에 빠져드는 것은 힘들다. 새로운 것, 그것도 내가 재능이 없는 일에 빠지는 데는 너무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와 운동을 오랜 기간 이어 주었던 실은 ‘못하는 것에 집착해보는 기묘한 경험‘인 것 같다.

익숙해지려는 유혹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강한 것이 꼭 부드럽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고, 부드러운 것이 꼭 강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요가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었다.

삶은 언제나 ‘rise and fall‘이 있고, 때로 삶이 바닥을 칠 때 그 아래 작은 발판이나마 있는 것과 그마저도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대체로 ‘fall‘은 나의 의지로 불가능한 일들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무언가 해내고 성취해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굉장한 위안이 되곤 한다.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을 때, 이보다 더 최악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때, 홀로 몰두해서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활동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 내게 있어선 운동이 그렇다.

운동에 있어서 목표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향하는 삶과의 균형, 기준 등을 세우는 것이다. 그래야 포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닌, 삶의 활력을 위해 운동을 도구로 삼으려는 이들이다.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극기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절대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항상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질 것. 현재로서 내 지향점은 이 정도다.

운동을 생활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을 이벤트가 아닌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3개월 단기 몸짱 프로젝트가 아닌 30년 생활화 프로젝트다. 비싼 돈을 내고 배우는 PT도, 관장님도 그것만큼은 대신해줄 수 없다.

운동도 넷X릭스 틀어 놓고 자듯 ‘그냥 습관‘이 될 수 있다. 조금 게으르게 하면 된다. 운동은 완벽하게 금욕적이고 철저한 자기관리의 대명사가 아니다. ‘운동 시작하자, 땡!‘ 하는 순간부터 흙고구마 궤짝과 냉동 닭 가슴살만 안고 바다 한가운데 떨어져야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이 외려 운동을 시작하려는 마음을 붙잡아맬 수 있다.

본격적인 취미를 갖는 것. 그것은 내가 선 자리가 아닌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워라밸의 조건을 기껏 만들어 놓아도 워크의 반대 항인 라이프에 넣을 재료가 없다면 밸런스는 무색해지고 만다.

취미는 나이 먹은 직장인이 순수하게 돈이나 손해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다른 세계와 열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그리고 좋은 일들을 작당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통로 중 하나다.

삶에 가벼움과 유머를 곁들이기 위해선 얼마간의 떨어짐이 필요하다. 만약 부장이 내 기사가 엉망이라고 깬다. 이때 머릿속 생각 풍선에 뭐라도 우겨넣을 재료가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꽤 버틸만 하다. (님이 아무리 뭐라고 하셔도 난 두시간 있다가 운동 갈 겁니다.)

그 재료가 무엇이 되어도 좋다. 운동이든 뜨개질이든 명상이든 목공이든.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하여. 앞으론 인생 취미를 찾는 직장인이 한 명이라도 더 많아지길.

하루하루 일상의 작은 조각이 모여 큰 그림이 되어간다. 더 나은 수면과 식사, 움직임이 내 삶의 조각들을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다.

평생 운동과 나 사이에 쌓은 담을 이제야 조금씩 허물어가며 생각한다. 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 몸을 돌보는 기술이다. 차가 굴러가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최소의 기름칠을 해주어야 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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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21-03-22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아침엔 부쩍 일찍 밝아진 창밖에 눈을 가물가물 거리고 있었어요.. 이제 열두시를 향해 가는데 바람은 잦아들고. 알싸한 바람. 또 하루를 놓아보내고 있어요. 뽕님은 하루 잘보내셨어요? 요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일에 대한 평가. 어떤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그렇게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이젠 제 모습도 무기력해 보이구. 이도 계절처럼 변하는 세월속 무상인지. 스스로의 부족함을 한살씩 더 먹으며 문득 깨달아가는건지ㅠ 암튼 그런 요즘입니다. 뽕님은 어떠실지. 저두 자주 (거창한 운동보단) 소소한 운동을 습관처럼하려고 하는데, 그게 즐겁고 재밌어야하지 해야한단 강박으론 절대 안돼는 것 같아요. 맘이 편하고 내킬때 하는 것이 뭐가됐든 젤 좋은듯 해요. 뻔한말이 , 평범한것이 젤 어려운ㅎ

milibbong 2021-03-24 20:19   좋아요 0 | URL
음... 두부님께서 관리자로써의 고충이 있으시군요. 어려운 자리인 것 같아요.
관리자라고 하는 특정 직책이 없다해도 한 자리에서 오랜 경력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레 후배들이 많아지니까 이끌고 조언하는 역할이 생기겠죠.
사람들의 관계는 참...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부분이잖아요.
정확히 제가 두부님의 심정을 알 순 없지만, 음...
여러모로 답답하신 것 같아요. ... 복잡한 마음이 저에게도 전해지네요. ㅜ
3월 초부터 유독 심해진 느낌이긴 한데... ㅠㅠ
이것저것 맘에 들지 않고 불만스런 마음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쉼없이 달려오셔서 지쳤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
주변 상황상 영향을 받으실 수도 있겠죠... 그래도
너무 안타깝게 여기시거나 실망하시진 마세요. ㅎㅎ ㅠ
두부님이 평범하게 제일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시다 이런 느낌으로 ^^
하하... 아직 새로 읽은 책들은 없고... 제 곳간도 텅 비어가네요.
봄나들이 가고 싶은데... 마음은 아직 겨울 어딘가에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