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자격 - 게으르고 불안정하며 늙고 의지 없는… ‘나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의 자격
희정 지음 / 갈라파고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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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생각할 것들이 많은 책을 읽었다. 메모한 부분이 수십 군데였고, 맞는 말이라고 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힘이 없고', '건강하지도 않고', 청년들의 기본인 '자기 관리'와 '열정'과 '노력'의 트랙에서 빗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쉽게 저렴한 노동 값으로 대체 가능한 '여성'이면서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너무 아프고 무겁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현실을 냉정하게 꼬집어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력을 한다고 하는데 노력에 잣대가 매겨지는 기분. 그래서 내 노력은 아무것도 아닌 노력이라 노력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기분. 이렇게 사회적으로 정해진 노력과 성실의 기준점이 있다는 게 책을 읽으면서, 청년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아픈 부분이었던 것 같다. (마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수능처럼, 모두가 100점을 받아서 98점을 받은 나는 낙오자가 되고 직장과 그 후의 회사 생활까지 모두 망가지게 된 것 같은 제법 쓸쓸한 기분...) 



요즘 청년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이 되지 않아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는 그 청년들 말이다. 이력서 300통을 넣고도 좌절은 금지니까 301번째 이력서를 쓰는 취업 준비자들. 그 이력서는 각종 공모전 입상 경력, 자격증, 워킹홀리데이와 어학연수, 봉사활동, 인턴 경험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런 청년들이 바글바글한 세상에서 지방의 작은 대학을 졸업하고, 졸업 후 ‘정식‘ 취업을 하지 않은 채 몇 년째 아르바이트를 한 이는 감히 성실을 자신의 덕목으로 가질 수 없었다.

일하다가 다치고 병들거나 부당하게 해고되어 싸우는 사람들을 주로 만났다. 이들은 억울해했다.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 이런 대우라니. ...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열심‘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작 그 정도 하고 좋은 대우를 바라면 안 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소위 스펙에 포함되지 않는 노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들이 행한 열심은 오히려 무능력에 따른 장시간 노동으로 폄하되었다.

‘현대사회의 저널 인사들은 ‘그건 노력이 아니야. ‘노오력’일 뿐이라고‘라며 이 우울한 과로의 무용함을 말했다. 그 노력이 현 체제의 불평등을 유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라 일갈했다. 정작 무용한 것은 그들의 훈계였다. 청년들은 코웃음 쳤다. 우리가 그걸 몰라서 노력하는 줄 아나, 이들은 "노력의 가치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하지만 가장 노력하는" 세대였다. 노력이 뭐 대단한 보상을 준다고 믿진 않았다. 다만 정체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었다. 모두가 달리는 사회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멈춰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들은 달리면서도 자신이 멈춰 있지 않은지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낙오되지 않으려면 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이들의 절박함을 납득케 하는 것은 청년 두 명 중 한 명만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지경이 된 취업률이었다.

경쟁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를 반복하는 이들을 사회과학 서적에선 신자유주의 시대의 피해자나 불안정 노동의 당사자로 바라보지만, 타인과 부대끼는 현실에서 이들은 ‘루저‘, ‘낙오자‘, ‘철없는사람‘이었다. 그런 평가를 꼬리표처럼 달았다.

미리는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철없고 근성 없는 사람으로 통했다. 그가 말하는 퇴사 사유는 힘없는 소리였다. 이 사회에서 발화 자격은 (사회가 규정한) ‘자기 몫을 다 한‘ 사람에게 주어졌고, 그런 측면에서 미리는 말할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 열심히 일하다 부당한 일을 겪었다는 이들에게도 그 ‘열심‘은 진정한 열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세상이었다.

"알바할 때 보면 사장들도 웃겨요. 젊은 알바생을 원하잖아요. 그 청년이 알바를 열심히 하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이것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알바는 미래에 뭔가 더 괜찮은 일을 하기 위해 임시로 하는 일로 취급하니까요."

스펙으로 수치화되는 열정의 점수를 세다 보면, 노력을 믿지 않지만 노력해야 한다. 젊은 진취성은 이력서에 적히고, 이미지화된 노력은 포트폴리오에 알차게 담긴다. 도전, 진취, 열정, 성실이라는 청년의 이미지마저 스펙을 이룬다. 꿈꾸는 자아를 잃지 않으면서도 생산적 성취를 이끌어내는 젊음의 이미지는 사람들의 욕망을 건든다. 미라클모닝, 갓생, 독기라는 이름을 달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만 추앙되는 것이 아니다. 이 성실한 젊음의 이미지가 놓이는 장소가 사회이고, 이 사회에서 성실은 시민권의 발급 조건이다.

"그거 뭔지 알아요. 노력하지 않는 거. 열심히 사는데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거. 엄마나 아빠, 어른들 눈에는 제가 열심히 살지 않는 거예요. 못마땅한 거죠. 제가 아침에 출근하고 이런 게 아니니까. 부모님은 저만 보면 가만있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하세요."
방과후교사 일을 하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겸하게 된 이유가 바로 ‘아무것도 안 한다‘는 눈총 때문이라고 했다. 성실은 효빈이 획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취업은 언제 하니?" 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규범에 적합한, 심미적인, 신체 건강한) 몸은 우월한 능력으로 취급된다. ‘용모 단정‘은 그러한 말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몸은 능력으로 여겨지고, 예비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에 투자를 해야 한다. 사회적 기준에 적합한 몸을 가졌다는 것은 ‘자기관리‘의 성공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유행하는 바디프로필 촬영은 상징적이다. 운동하고 식단을 관리하고, 최대한 몸을 ‘완벽‘의 상태에 가깝게 만들어 그 찰나의 순간을 이미지로 남기는 바디프로필.

스스로에게 ‘성실한가?‘ 묻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성실은 눈금 없는 자이다. 그것으론 무엇도 잴 수 없음을 알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그 자를 가져다 댄다.

이직이라. 권하는 말은 쉽지만, 그 길이라고 평평할 리 없다. 이 회사를 나온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도 다를 것은 없다. 이직을 생각할 때조차 절망감을 피할 수 없다. 자신이 갈 수 있는 회사는 한정되어 있고, 이직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나이를 착실히 먹는다. 그 말인즉,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는 소리.
"더 좋은 기회로 그 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어 하는데, 노력을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는 건 없고, 점점 인생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게 아닌가."
퇴사, 재취업, 하향된 조건의 입사.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살을 빼는 일이 독한 것(의지가 강한 것)이라면 살을 빼지 ‘못하는 일‘은 의지박약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절제력이 없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평가받는 사람을 일터가 인정해줄 리 없다.

"운동 같은 거 해볼 생각은 없었습니까?" 체중이 많이 나가는 면접자에게 면접관이 던진 말이다. 이런 말은 면접장 밖에서는 갑질로 명명되지만, 사람을 점수 매기는 면접장 안에서는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된다. 현대사회에서 운동은 선택이 아니다. ‘피트니스는 도덕적 의무‘이다.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몸은 신입사원도 될 수 없지만, 관리자가 될 가능성도 적다. "자기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에서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데도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일은 어찌면 세상이 정해둔 답을 쫓는 일이다. 그러나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더 이상 세상의 정답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들은 ‘왜?‘를 묻게 된다. 그 물음의 답이 무엇이건, 그것이 변명이건 성찰이건, 세상의 답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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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이지만 비키니는 입고 싶어 일상의 스펙트럼 3
미스킴라일락 지음 / 산지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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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책. 

  난 '유방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항암 치료'에 대해서도, 언제가 생의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과 병으로 인한 고통과 치료에 대한 막막함, 이후의 생에 대한 두려움 등의 심경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생에서 이런 큰 병을 직접 겪은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과는 사뭇 다르게 모든 것을 수용하고 체감하고 이겨낸 자의 덤덤한 문체로 쓰여 있다. 하지만 이 무게감이 가지는 의미는 내면의 아픔을 직접 겪은 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그리 즐겁지도 않았고, 힘들어서 자살 생각을 할 만큼 우울했던 사람에게도 '생명'이라는 것은 '소중하다'는 교과서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심지어 갑작스레 큰 병을 앓게 된다면 말이다.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어쨌든 작가가 병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만큼 앞으로도 견뎌내야 할 그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머리카락이 몽땅 없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바람이 불면 곱슬곱슬거릴지언정 자연스럽게 휘날리는 머리카락의 동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가발은 한 올 한 올 휘날리는 섬세함은 절대 연출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알았다. 야구 모자를 썼을 때 귀밑으로 송송 자리 잡은 솜털 같은 머리털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치료 중에 내 마음을 가장 허하게 했던 것이 ‘먹지 못하는‘ 고통이었다. 대단히 맛있는 음식을 못 먹은 것이 아니다.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출출함을 달래줄 크래커 하나를 먹고 싶었고, 봉지에 담긴 빵 하나를 먹고 싶었다. 매콤한 골뱅이 국수를 호로록 말아 먹고 싶었고, 나물을 넣고 쓱싹쓱싹 비빈 비빔밥을 우걱우걱 퍼먹고 싶었다. 우울할 때마다 찾던 딸기우유도 마음껏 마시고 싶었다. 돈이 없어서도, 시간이 없어서도 아닌데 그것들을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그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대한 미칠 듯한 그리움이 밀려들 때면 지난날을 후회했다.

가만히 살퍼보면 지금 내가 먹는 빵 한 조각, 달달한 초콜릿 한 입,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 한 모금에도 그 속에는 잠깐의 휴식, 피로를 달래는 작은 만족감, 원하는 것을 얻은 소박한 성취감, 그리고 마음을 보듬는 위로가 소중하게 담겨 있다.

인생은 때론 버티기다. 무엇인가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들어가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 ‘버티기의 시간‘ 동안 나를 버티게 하는 건 어쩌면 꿈이 아니다. 지금 세상으로부터 ‘아무나‘로 불려도 요동하지 않는 묵직한 멘탈이 아닐까.

사람은 애정을 쏟아부을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것을 위해 때론 희생과 수고가 들더라도 그 희생과 수고를 감당하는 부담보다 내가 사랑을 주면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의 크기가 더 크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줄 때 행복을 느낀다. 장담하건대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단 한 번도 무엇인가에게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보고 살면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분명 도저히 얼마 참지 못하고 ‘사랑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 것이다.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애정을 쏟는다는 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본능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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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 슈퍼리치와의 대화에서 찾아낸 부자의 길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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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1~3)』의 송희구 작가님 신작이다. 나오자마자 읽어보고 싶어서 바로 책을 가져왔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의 만족감은 없었던 것 같다. 그새 작가님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나 화법에 익숙해진 것일까. 결과적으로 보면 처음 작가님의 책을 접했을 때 만큼의 충격이나 감탄은 덜했지만, 이 책도 나쁘진 않았다. 다만 부자가 되는 방법, 전략, 기술이 아니라(설사 그걸 책을 읽음으로써 배울 순 없다 해도) 부자가 될 수 있는 '바람직한 마인드', '투자나 자산, 사업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 보니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물론 전작에서도 일관되게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 때는 그런 책을 처음 접하기도 했었고, 어쨌든 개개인이 한 투자의 사뭇 다른 결과들에 대한 묘사가 세 권 내내 자세하게 나와서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세상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공유할 수 있는 회사 내 위치, 직급, 사람들의 모습, 인생 이야기가 기본에 깔려있기도 했고 말이다. 

  이번에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투자자, 자산가인 광수가 학창 시절과는 달리 그를 부러워하게 되는 위치에 놓이게 된 영철과 그의 아들 영현, 그리고 자신의 아들 광현이에게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작에서는 각기 다른 인생을 사는 이들이었고 투자의 결과나 그로 인한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몫이라 타인이 조언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식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어서 실패를 하더라도 괜찮은 '젊음'이 있었고, '실패의 경험'과 그에 대한 광수의 '조언'이 어우러지면서 투자에 대한 방향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성공할 수 있는 '마인드'로 바뀔 수 있게 스토리를 구상하신 것 같다.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불만만 많다는 것은 싫은 것은 많은데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고, 반대로 불만이 있어서 그걸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사람은 완전 다른 길을 걷게 되지."

"인간에게는 우등, 열등이라는 게 없어. 단지 우등 의식과 열등 의식만 있을 뿐이지. 직업에도 귀천은 없어. 귀천 의식만 있을 뿐이야. 그럼 귀천 의식은 누가 만들어내는 걸까? 본인이 만들어내는 거야. 그렇게 교육받았다, 그렇게 사회가 의식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거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본인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에 끌려가지만 부자가 되는 과정을 밟게 되면 욕망을 줄이는 방법을 알게 돼."

‘처음의 습관은 내가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습관이 나를 만들고, 처음의 돈은 내가 따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돈이 나를 따라오지.‘

"부란 올바른 습관이 반복된 결과일지도 몰라."

"주식과 부동산은 재화나 서비스가 아닌 자산이야.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야. 좋은 것을 사고 모아가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오래 보유하기만 하면 돼. 하지만 그 인내심 뒤에 맴돌고 있는 조바심이라는 빌런을 조심해야지."

"충분하지 않은 종잣돈은 선택의 폭을 줄이고 리스크를 높여. 마찬가지로 어설픈 지식과 지혜 역시 최적의 선택을 하는 데 빌런의 역할을 하지. 탄탄하게 모아둔 종잣돈, 오랫동안 쌓은 지식과 지혜가 동시에 모이는 시점에 비로소 현명한 선택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 그때가 되기를 기다려야 해. 결국에는 자연의 움직임과 같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느려. 서두르지 않는다는 뜻이지."

"돈을 쓰면서 시간까지 허비하는 사람은 돈이라는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시간 역시 돈이기 때문에 돈을 쓰면서 돈을 한 번 더 쓰는 것과 같은 거거든. 돈과 돈을 쓰니 돈이 없는 거야. 결국엔 그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지.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게 돼."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지만 그것을 내 자아, 인생, 존재 이유 같은 내면의 공간에는 투여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주는 그 과제만 해결하면 되거든."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 있지?"
"관조적 태도, 관조적 시선, 그리고 관조적 삶."

"감정적인 소비는 허탈함만 남아. 부자가 되겠다는 의지는 감정적이지만 부자가 되는 과정은 이성적이어야 해."

"씀씀이가 크다면 그만큼 빠르게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야. 돈을 쓰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면서 고통을 느껴. 반대로 돈을 모으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불어난 통장의 잔고를 보면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지. 가난해지느냐 부자가 되느냐의 길은 과정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단다."

"진짜 투자는 말이야,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게 진짜 투자야. 너희들이 방금 말한 주식, 부동산 같은 것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어. 그리고 잘못 투자했다가는 큰 돈을 잃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나한테 하는 투자는 절대 잃지 않아."

"그 전에 현재 너희들의 모습부터 파악하는 게 좋아. 지금의 모습은 어릴 때부터 자의든, 타의든 너희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결과니까."

"희망에는 두려움이 공존하지만, 두려움에는 희망이 들어갈 자리가 없단다."

"투자는 돈으로 꼭 무엇을 사는 것만이 아니란다. 시야를 넓히고, 감각을 키우고, 내 위치를 점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투자지."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돈을 대체할 만한 것 또한 없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회사생활이 즐거워지고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거야. 우리가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사는 것 같지만 매 순간 결정을 내리면서 지금의 내가 된 거지. 그렇게 인간은 누구나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화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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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내향인 설명서
콜린 피에레 지음, 로이크 프루아사르 그림, 김영신 옮김 / 현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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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향인 관련 책을 고르는데 함께 검색되서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 책 선정 대실패였던 점이 무엇보다 10대를 위한 책이었고 그림과 여백이 70% 이상인 다소 이상하고 황당한 가이드였다고나 할까.

  평점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실제로 10대들이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황당한 구석도 있었다. 초등 저학년생이 어쩌면 생전 처음 들었을 수도 있는 '내향', '외향'이라는 개념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려고 만들었거나 이렇게라도 책 한 권을 읽어보지 않으렴 하고 만든 느낌이기도 하다. 즉 8~12살에게 추천 가능한 책을 30살이나 더 먹은 내가 봤다는 게 가장 큰 실패 사유인 것 같다.

  근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향인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기조만 그렇지 100% 내향인도 아니고 계속 변할 수 있는 부분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 확정적인 방식으로 설명을 하는 게 도움이 될까 싶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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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맛있는 건 다 나쁠까? - 건강 어린이 행복 수업 3
오세연 지음, 김진화 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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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연 님의『지금 굶으러 갑니다』는 <밀리의 서재> 전자책이라 

책 선택은 작가님의 다른 책으로 넣었으니 참고바란다.)



 무조건 손에 들고 읽는 책만 고집하던 내가, 전자책으로 처음 읽어본 책이다. (사실 책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짧은 일기 수준의 글이었지만 말이다.) 이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 전자책이라는 문물을 요리조리 찔러보고 열어보고 읽어봤지만, 도통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글자 크기도 줄여보고 간격도 조정해보고 다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실물 책으로 읽어도 집중을 잘 못하는데, 폰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리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책이 다 전자책으로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읽을 만한 책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밀리의 서재 3개월 이용권은 무용지물이 되나 싶었는데, 그 때 우연히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이 때의 느낌은 마치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만났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작가님께도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다이어트는 끊임없는 평생의 숙제, 해결되지 않는 과제였다. 실제로 밥 안 먹는 꼴은 절대 못 보시는 우리 엄마도 보다 못해 단식원 입소를 권유했을 정도니까, 다이어트라는 건 사실 미용적 목적을 떠나서 내게 건강과 관련된 중차대한 이슈이긴 했다. 이렇게 너무 잘 아는 이야기, 관심사다보니 더 공감하며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책이 책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짧은 연재글이어서 그나마 잘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류의 책을 읽고서는 딱히 느낀점이나 특별한 리뷰를 적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다. 그래도 전자책 첫 도전작이며 완결작이기도 하고, 완전 내 이야기기도 해서 조금은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오세연 감독님은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현했을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정도의 젊음과 체중(?)과 몸매(?)라면 다이어트나 살이 평생 숙제가 아니라 아마도 인생을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될 것 같아서 나는 작가님의 실패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   




‘언제나 발목까지 오는 긴 바지와 긴 치마를 고집하는 건, 사실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다.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 나의 몸. 그런 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뭐 이런 것들 앞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언니는 살이 찐 후 애인과의 관계가 변했다고 말했다. 나는 살 때문에 연애를 못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함께 슬퍼했다. 그 뒤로도 몸에 대해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몸 안에 쓰레기를 집어넣고 있는 거야."
입이 즐거워서 먹은 음식들이 결국은 병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씀하셨다.

‘내 몸을 위한 일은 오직 나만의 영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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