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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나쁘지 않았지만, 다소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별점이다. 평화롭고 따스한 마음이 깃든 책이었다. 다만 다른 이를 통해 듣는 책 내용을 즐기지 않을 뿐더러, 내가 지독한 무감정과 고독, 회의 등 부정적 감정에 오래 노출된 상태라 작가님의 다정한 말들이 허공에 붕 뜬 말, 알맹이가 없는 말들처럼 느껴졌다. 본의 아니게 죄송하다. 내 취향의 글과 결이 다른 것 같아 작가님의 소설도 한번 읽지 못했는데, 어렵게 접한 에세이 책에서 평점을 낮게 드려서... ;(
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 필립 로스, 울분
네 마음의 집이 잘 보이지 않을 때 / 스러져 갈 때 / 마음의 방에 혼자 있을 때 / 창밖으로 비가 올 때라도 // 걱정하지 마. // 이 세상에는 다른 마음들이 아주 많거든. // 그 마음들이 네 마음을 도와줄 거야. / 언제나 너를 도와줄 거야. - 김희경, 마음의 집
어느 한 가지를 깊이 있게 할 줄 몰라서, 여기저기만 기웃거리다가 그 무엇도 제대로 쌓아 올리지 못한 인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소설이 삶을 닮은 것이라면, 한길로 꼿꼿이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비틀댄다 해도 뭐 어떤가. 내가 걷는 모든 걸음걸음이 결국엔 소설 쓰기의 일부가 될 텐데.
나의 말이 타인을 함부로 왜곡하거나 재단하지 않기를. 내가 타인의 삶에 대해 말하는 무시무시함에 압도되지 않기를. 나의 글에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나의 글이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를. 그리하여 내가 마침내 나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당신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가족이란 대체 뭘까?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영영 이해할 수 없고, 서로를 가장 견딜 수 없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가장 친밀한 공동체인 가족.
병원이라는 곳은 참 이상한 장소다. 나를, 그리고 상대를 좀 더 밀도 있게 바라보게 하니까. 그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어쩌면 병원이 연약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장소이기 때문인 것도 같다.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열정이나 도취를 쉽게 떠올리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넘치는 건 젊음뿐,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여유는 조금도 갖지 못해 서로를 오독하는 시기를 지나야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공고한 ‘나‘의 성을 허물고 타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 마침내 사랑은 그 눈부신 폐허에서 시작할 테니까.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하루와 하루 사이를 박음질하듯 이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무한히 번져갈 때에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에 완성이 영원히 지연될 수밖에 없는, 사랑. 사랑의 속성이 그런 것이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오늘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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