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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
이남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자 원하는 내용이지만 언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니를 누구일까 생각해봐야 떠오르는 것은 오늘 아침에 생각했던 고민거리뿐이다. 나란 존재는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기에 평소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의식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고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도리어 평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 저자의 말에 의하면 무의식과 관련된 것이 더욱 많다.
저자는 자신도 과거에 어려운 적이 있었고, 이때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과 유사한 방식으로 고민을 해결했다고 하면서, 이 책의 내용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다른 사람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상한 강의내용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고민을 칼 융의 심리학 이론을 통해 해결했기에 강의를 이끄는 논리는 칼 융의 이론에 근거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의 이론에서 특이한 점은 인간은 사회와 연관되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변해가지만 변하지 않는, 개인만의 고유특질도 있다는 부분이다.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난 쌍둥이가 서로 다른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저자는 강의 순서를 몇 가지로 나누고 있다. 우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유언장 쓰기’다. 이 내용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과정 속에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소망과 바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배우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배우자보고 쓰라고 하거나 배우자에게 물어봐서 정리하라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자신이 배우자가 되어 스스로를 되돌아보라는 말이다. 자신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상대방은 나를...’이란 측면에서 자신을 관찰하다보면 뜻밖에도 생각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자신의 욕망을 정리하기’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인 생존에 대한 욕구, 사랑과 소속에 대한 욕구, 힘에 대한 욕구, 자유에 대한 욕구, 즐거움에 대한 욕구로 나눠 정리하기를 원한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기’다. 이런 질문에 따라 자신을 되돌아보면 인간의 독특한 유형들 중에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사람 성격의 여덟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외향 사고형, 내향 사고형, 외향 감정형, 내향 감정형, 외향 감각형, 내향 감각형, 외향 직관형, 내향 직관형이다.
그리고 ‘내 집안의 연대표 만들기’, ‘나의 부모에 대한 글쓰기’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쓰기’ ‘청년 시절의 추억쓰기’ ‘중년인 나의 이야기쓰기’ ‘니의 인생관 쓰기’를 순서적으로 진행하도록 요청한다. 이때 저자가 독자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하나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쓴 자서전을 한권이상 읽어보라는 것이다. 이유는 타인의 자서전을 통해 자서전의 내용 구성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주제와 소재는 무엇이며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고, 동시에 자신의 자서전을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장이나 형식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이 책은 평소 읽어본 글쓰기 책과는 조금 다르다. 일상적인 글쓰기 책은 문장론을 중심으로 좋은 문장과 수정이 필요한 문장을 제시하고 저자가 수정한 문장 예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를 기본으로 한 ‘나를 발견하는 자서전쓰기’이다보니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함께 들어있다. 앞의 목차를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나’란 사람을 기반으로 삼고 무의식에서 시작하여 의식으로, 어린 시절에서 시작하여 중년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인생관으로 인간의 모든 경험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아마 저자가 진행한 강의를 함께 한 사람들은 이런 과정 속에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자서전 한권을 쓸 수 있는 글감과 기본내용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내용이 그만큼 알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