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Do It!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
게리 우드 지음, 유영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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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보면서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한다. 실제 책을 몇 권보면 책들이 강조하는 주제는 엇비슷하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향해 매진하라는 것이다. 그곳에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있고, 그런 요소가 당사자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기에 일을 하면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자기계발서를 많이 보는 편인데 책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앞에서 말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의 목차를 보면 그 부분의 주장이 무엇인지 대략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고, 실제 내용을 보면 대부분 내가 생각한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엇비슷하기에 별 재미가 없다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이런 점이 자기계발서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자기계발서는 내용의 초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독자가 책 내용에 빠져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해답을 찾는 멀고 먼 과정을 생략하게 해 준다. 마치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나무 고르고, 자르고, 못질하고, 페인트칠하는 방법에 대한 책에서 집짓는 법을 배우듯이 자기계발서는 독자가 자신의 변화를 위해 해야 할 일과 가져야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그러다보니 책을 볼 때는 ‘아싸~~’하고는 힘을 얻게 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인데, 며칠이 지나면 처음에 가졌던 생각은 서서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이때가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한 시기인데 그런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예전에 읽었던 책과 유사한 주제이지만 설득방법이 조금 다른 자기계발서다. 유사한 주제, 하지만 다른 표현의 책을 읽음으로써 잊어버렸던 기억과 감정을 되살려 다시 한 번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사한 내용을 다루는 자기계발서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기존에 나왔던 자기계발서와 주장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필터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기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한다면 우선 내가 갖고 있는 필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책이 기존 책과 다른 점은 내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이며, 이런 것을 실행으로 옮길 때 어떤 방법이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말로만 그런 것들이 중요하니 알아서 해 라는 투가 아니라 일정한 질문양식과 표기 방법, 그리고 표기한 후의 해석법을 함께 담고 있어 독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에 대해 분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싶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서 ‘나만의 자리’를 차지하길 원하며, 동시에 ‘세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항상 나를 가로막는 것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한들, 또 하고는 싶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데 어떻게 하겠는가?

이 책은 그런 상황에 처한 독자에게 질문 몇 가지를, 물론 간단하지는 않지만, 순서에 맞춰 해 나감으로써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가치, 태도, 성격, 하고 싶은 일, 강점과 재능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이 책을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기 바란다. 책 내용을 충실히 따라가 보면 평소 몰랐던 자신의 모습이 하나씩 눈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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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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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할까? 나름대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두 번은 ‘내가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을까?’하며 후회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결정을 할 때 백 프로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우며, 또 어떤 때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을 이해하려 공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유전자나 뇌 문제를 거론하게 되는데, 이때 놀라운 것은 평소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의 절반이상을 이성과는 상관없이 결정한다는 점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누가 갑자기 “뒤로 돌아!”라는 말을 하면 우리는 어느 쪽으로 돌까? 어떤 사람은 ‘자기 맘대로’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특이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모두 오른쪽으로 돈다. 남자들이야 군대 가서 제식훈련을 받아 그렇다고 치고 여자들은 왜 오른쪽으로 돌까? 이유는 운동신경을 제어하는 뇌가 왼쪽에 있고, 그로 인해 뇌의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다.

만약 어떤 가게가 남다르게 상점을 운영하겠다고 맘먹고 일반가게와는 동선을 다르게 만들었다 치자. 만약 이때 고객들이 어쩔 수 없이 왼쪽으로 돌게 만들면 그 가게는 일 년도 못가 문을 닫아야 한다. 고객들이 이유 없이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그 가게를 가면 불편해요.” 인간의 행동을 살펴보면 자동화된 기계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아니 프롤로그만 봐도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한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사들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경우다.

책 내용 중에 1950년대 한 병원에서 개심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의사들이 한 남자의 심장에 흰 물질을 붓고 있었는데, 바로 석면이다. 요즘 죽음의 물질이니 어쩌니 하며 난리법석을 떠는 것 말이다. 당연히 석면을 시술받은 환자들은 죽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의사들은 석면을 사용한 시술을 계속했다. 왜? 그들은 그게 맞다고 믿었으니까 말이다. 죽은 사람은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우수한 조종사가 있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행사이며,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한 무사고, 정시도착 등의 기록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주변의 상황은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평소라면 할 수 없을 결정을 내렸다. 단 몇 시간 먼저 도착지에 착륙하기 위해서, 자신의 기록을 깨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비행기를 무리하게 이륙시키다 앞에서 다가오는 비행기와 충돌했고, 결국 비행사에 탄 승객 수백 명이 다 죽었다. 조종사는 당연하고. 조종사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진단에 의해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왜 의사는 자신의 치료방식을 고집하며 계속 진행했을까?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니 거창하게 세상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우리 자신만 들여다봐도 우리가 아닌 뭔가가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대방과 이별하는 것이 백번 좋은 결정임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포기할 수 없는 경우 같은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은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외치며 멀어져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치지 않을까? ‘나 좀 도와줘.’하면서 말이다. 당사자는 답답하겠지만 이런 상태는 내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내 마음, 뇌, 기억, 감정 어딘가의 작용이다. 단지 내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동안 내가 내린 결정 중에서 온전히 내가 가진 이성과 합리성을 결정한 것이 몇 개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시에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지나간 일을 지금 알아서 뭐하냐고? 아직도 몇 십 년을 더 살아가야 할 상황에서 늦은 때가 빠른 것이라고 이제라도 내 결정을 이끄는 심리 매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앞으로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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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발견을 위한 자서전 쓰기
이남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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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자 원하는 내용이지만 언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니를 누구일까 생각해봐야 떠오르는 것은 오늘 아침에 생각했던 고민거리뿐이다. 나란 존재는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기에 평소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의식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고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도리어 평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 저자의 말에 의하면 무의식과 관련된 것이 더욱 많다.

저자는 자신도 과거에 어려운 적이 있었고, 이때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과 유사한 방식으로 고민을 해결했다고 하면서, 이 책의 내용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다른 사람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상한 강의내용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고민을 칼 융의 심리학 이론을 통해 해결했기에 강의를 이끄는 논리는 칼 융의 이론에 근거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의 이론에서 특이한 점은 인간은 사회와 연관되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변해가지만 변하지 않는, 개인만의 고유특질도 있다는 부분이다.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난 쌍둥이가 서로 다른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저자는 강의 순서를 몇 가지로 나누고 있다. 우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유언장 쓰기’다. 이 내용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과정 속에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소망과 바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배우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은 배우자보고 쓰라고 하거나 배우자에게 물어봐서 정리하라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자신이 배우자가 되어 스스로를 되돌아보라는 말이다. 자신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상대방은 나를...’이란 측면에서 자신을 관찰하다보면 뜻밖에도 생각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자신의 욕망을 정리하기’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인 생존에 대한 욕구, 사랑과 소속에 대한 욕구, 힘에 대한 욕구, 자유에 대한 욕구, 즐거움에 대한 욕구로 나눠 정리하기를 원한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기’다. 이런 질문에 따라 자신을 되돌아보면 인간의 독특한 유형들 중에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사람 성격의 여덟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외향 사고형, 내향 사고형, 외향 감정형, 내향 감정형, 외향 감각형, 내향 감각형, 외향 직관형, 내향 직관형이다.

그리고 ‘내 집안의 연대표 만들기’, ‘나의 부모에 대한 글쓰기’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쓰기’ ‘청년 시절의 추억쓰기’ ‘중년인 나의 이야기쓰기’ ‘니의 인생관 쓰기’를 순서적으로 진행하도록 요청한다. 이때 저자가 독자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하나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쓴 자서전을 한권이상 읽어보라는 것이다. 이유는 타인의 자서전을 통해 자서전의 내용 구성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주제와 소재는 무엇이며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고, 동시에 자신의 자서전을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장이나 형식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이 책은 평소 읽어본 글쓰기 책과는 조금 다르다. 일상적인 글쓰기 책은 문장론을 중심으로 좋은 문장과 수정이 필요한 문장을 제시하고 저자가 수정한 문장 예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를 기본으로 한 ‘나를 발견하는 자서전쓰기’이다보니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함께 들어있다. 앞의 목차를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나’란 사람을 기반으로 삼고 무의식에서 시작하여 의식으로, 어린 시절에서 시작하여 중년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인생관으로 인간의 모든 경험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아마 저자가 진행한 강의를 함께 한 사람들은 이런 과정 속에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자서전 한권을 쓸 수 있는 글감과 기본내용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내용이 그만큼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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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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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이 책을 넘기면서 무척 행복했다. 비록 내가 크로아티아에 가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내가 그곳에 가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한적한 길가를 걷는 듯한, 그리고 오래된 옛 골목과 지난날 번창했던 시장터를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받을 수 있었다. 말과  그림, 사진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여행 관련 책 몇 권을 보긴 했지만 이 책처럼 저자의 느낌이 생생하게 와 닿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사진과 저자의 숨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잘 묘사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도 남았다. 로마시대가 아직도 그대로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이 남아있는 한 도시와 우리나라의 도시들이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지날 날의 모습을 간직한 채 고고히 살아가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발전만 외치며 옛것들을 하나씩 땅속에 묻어버리는지.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 간다. 짧으면 두 시간에서 길면 세 시간 반 정도의 거리를 가는 동안 싫으나 좋으나 창밖을 통해 지나가는 풍경을 보지 않을 수 없는데 우리나라 길을 따라가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파트 밀림 숲을 지날 때까지는 도시 안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보이는 것은 산과 들판, 그러다가 한 도시를 스쳐 지나가면 다시 아파트가 보인다. 사람이 사는 운치도, 멋도 없는, 그저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시멘트공간일 뿐이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자연을 멋지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진첩 같은 것을 봐도 우리나라의 산골과 계곡, 절 등은 고고한 운치를 품고 아직도 자연의 맛과 멋을 그대로 전해준다. 그러나 그곳은 사람이 잘 가지 않는, 평소에는 들짐승만 사는 곳이고, 도시로 내려오는 순간 다시 시멘트 천지에 묻혀버린다.

우리는 왜 도시 자체가 문화유산을 간직한 채 발전한 곳이 없을까? 아니 질문을 잘못한 것 같다. 발전한 곳이 아니라 과거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간직한 채 살아남은 곳이 왜 없을까 하는 점이다. 몇 백 년이 된 집 한 채, 들 푸른 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간직한 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곳 말이다.

조선시대 제 2의 한양이었던 전주는 개발한답시고 이곳저곳에서 공사 중이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중심지인 경주는 시멘트로 모든 건물을 다시 지어버렸고, 백제의 중심지라고 외치던 공주는 아직도 개발 중이라는 팻말만 붙어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도 분명치 않은 상태로. 하지만 이 모든 곳의 공통점은 과거의 모습을 하나씩 먼지더미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개발이 완료된 곳이든, 개발 중인 곳이든지 간에. 그러다보니 이제 과거, 아니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되찾을 곳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책은 나에게 천국과 같은 모습을 전해줌으로써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었지만, 반면에 책을 덮으면서 왜 우리는 이란 별로 반갑지 않은 고민 속에 빠지게 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을 보면서 독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그저 여행 책일 뿐이야’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개 안 되는 멋진 도시를, 그것도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책 한권을 통해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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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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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고민했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경미한 문제라면 크게 고통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생행로를 바꿀 정도라면 무척 심각하다. 예를 들어 투수의 팔목에 고장이 난다거나, 촬영기사의 눈이 흐려진다거나, 노래를 해야 하는 가수가 목청에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으로 손가락에 문제가 생겼다. 평상시에는 별 문제없이 지내지만 섬세한 바이올린을 잡고 연주를 시작하면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 음을 따라갈 수 없었다. 물론 저자도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급작스러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손가락은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전문의를 찾아 미국까지 가게 되었고, 의사를 통해 진단한 결과 손가락 자체보다는 허리에 문제가 생겨 손가락을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살아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저자의 생명과도 같았던 바이올린 연주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매우 섬세한 동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연주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저자에게는 무척 큰 충격이었다. 더욱이 오랜 시간동안 한 분야로만 파고 든 저자에게는 바이올린 연주 이외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저자 머릿속에는 단 두 가지 생각뿐이었다. 지금 상황을 숨기고 어떻게든지 연주를 계속할 것인가?(교향악단 일원이었으니까)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찾을 것인가?(하지만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아는 게 바이올린 연주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일이다. 최소한 바이올린의 소리가 어떠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고, 바이올린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자신의 주 전공을 바꿔도 자신을 지치지 않도록 도와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저자 앞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었다. 악기를 만든다는 게 목공처럼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하고, 못을 박고, 색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료선택부분부터 시작하여 마감할 때까지 매우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바이올린제작기술은 별로 높지 않았고, 제작법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남에게 전수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국내에서 배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고, 마침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이탈리아로 떠나 생면부지인 장소에서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는지, 뭔가를 만들어본 적도 없는 그녀가 힘든 제작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녀의 결론은 사람이다. 아는 것도 없는, 가 본적도 없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맞지 않은, 게다가 돈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이 지치지 않고 마이세트라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 간의, 또 공부를 가르쳐 준 교수와 학생과의 우정과 애정, 관심덕분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성공담을 보면 대부분 자신 앞에 닥친 고통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영웅담을 쓰듯이 정리한 책을 자주 본다. 또 우리도 당연히 어려움을 극복한 책이라 하면 당연히 그런 내용이 실려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저자의 영웅담은 없다. 도리어 영웅으로서의 주인공보다 연약하지만(저자가 연약해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 함께 기대어 어려움을 이겨내는 멋진 휴먼드라마를 느끼게 되고, 누구나 가슴 깊이 간직한 인간들의 원초적인 감정을 만난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감정 말이다. 

이 책에서 영웅은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인간의 감성이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울리고, 그 울림이 인간과 인간과의 사랑을 만들고, 그 사랑 속에서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이겨내게 만들어준다. 사랑과 열린 마음, 배려라는 감정. 이것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멋진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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