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블루>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책을 넘기면서 무척 행복했다. 비록 내가 크로아티아에 가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내가 그곳에 가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한적한 길가를 걷는 듯한, 그리고 오래된 옛 골목과 지난날 번창했던 시장터를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받을 수 있었다. 말과  그림, 사진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여행 관련 책 몇 권을 보긴 했지만 이 책처럼 저자의 느낌이 생생하게 와 닿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사진과 저자의 숨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잘 묘사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도 남았다. 로마시대가 아직도 그대로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이 남아있는 한 도시와 우리나라의 도시들이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지날 날의 모습을 간직한 채 고고히 살아가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발전만 외치며 옛것들을 하나씩 땅속에 묻어버리는지.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 간다. 짧으면 두 시간에서 길면 세 시간 반 정도의 거리를 가는 동안 싫으나 좋으나 창밖을 통해 지나가는 풍경을 보지 않을 수 없는데 우리나라 길을 따라가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파트 밀림 숲을 지날 때까지는 도시 안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보이는 것은 산과 들판, 그러다가 한 도시를 스쳐 지나가면 다시 아파트가 보인다. 사람이 사는 운치도, 멋도 없는, 그저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시멘트공간일 뿐이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자연을 멋지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진첩 같은 것을 봐도 우리나라의 산골과 계곡, 절 등은 고고한 운치를 품고 아직도 자연의 맛과 멋을 그대로 전해준다. 그러나 그곳은 사람이 잘 가지 않는, 평소에는 들짐승만 사는 곳이고, 도시로 내려오는 순간 다시 시멘트 천지에 묻혀버린다.

우리는 왜 도시 자체가 문화유산을 간직한 채 발전한 곳이 없을까? 아니 질문을 잘못한 것 같다. 발전한 곳이 아니라 과거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간직한 채 살아남은 곳이 왜 없을까 하는 점이다. 몇 백 년이 된 집 한 채, 들 푸른 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간직한 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곳 말이다.

조선시대 제 2의 한양이었던 전주는 개발한답시고 이곳저곳에서 공사 중이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중심지인 경주는 시멘트로 모든 건물을 다시 지어버렸고, 백제의 중심지라고 외치던 공주는 아직도 개발 중이라는 팻말만 붙어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도 분명치 않은 상태로. 하지만 이 모든 곳의 공통점은 과거의 모습을 하나씩 먼지더미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개발이 완료된 곳이든, 개발 중인 곳이든지 간에. 그러다보니 이제 과거, 아니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되찾을 곳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 책은 나에게 천국과 같은 모습을 전해줌으로써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었지만, 반면에 책을 덮으면서 왜 우리는 이란 별로 반갑지 않은 고민 속에 빠지게 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을 보면서 독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그저 여행 책일 뿐이야’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개 안 되는 멋진 도시를, 그것도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책 한권을 통해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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