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매튜 메이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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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아이디어’란 말은 그 동안 이 책 말고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평상 시 ‘우아하다’는 말도 자주 써 보지 않은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우아하다’는 말은 무척 멋진 말임에는 틀림없다. 영화배우에 대한 느낌만 해도 섹시하다거나 와일드하다,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도 우아하다는 말이 적합한 사람은 별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있다면 예전에 영화배우였다가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케리 정도일 것 같다. 동물 중에서 찾으라면 ‘백조’ 정도를 들 것 같고.

저자는 이 책에서 ‘우아함’이란 것을 정의하기 위해 절반 정도만 그려진 알파벳 E 자를 활용한다. 즉 전체 글자를 다 보여주지 않고, 각이 진 부분만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하지만 쉽게 알 수 있는 것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이 글자는 알파벳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그것을 E라고 알아보게 만드는데, 문제는 한번 그 모양을 E라고 알게 되면 다음부터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모습으로는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례, 즉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고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때 우아함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더할수록 우아함과 멀어진다.” 결국 저자의 ‘우아함’이란 것은 차별화된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 이때 차별화된 방식이란 적은 투자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무엇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의는 저자의 모나리자에 대한 설명을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모나리자에 대한 저자의 설명 중 잊혀 지지 않은 것은 모나리자의 신비함, 즉 보는 각도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또 보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즉 다른 표정과 느낌을 받는 이유는 그림의 미완성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사실화와 달리, 모나리자는 배경과 인물 사이의 선을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또 확실한 경계선을 만들지 않음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그림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효과가 전문사진작가나 음악애호가들이 아날로그 방식의 더 선호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디지털의 선명함, 점 하나하나를 모두 살려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디지털의 효과는 아날로그의 불분명한 경계선 자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우아함이란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그는 대칭적인 요소, 유혹적인 요소, 생략적인 요소, 그리고 지속성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구성은 ‘우아함’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설명 한 후, 대칭과 여백, 생략, 지속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아함을 구성하는 요인들을 설명한다. 각각의 요소들은 어떤 때는 통합된 구성요소로, 또 어떤 때는 개별적으로 하나의 사물에서 발휘되어 우아함이란 느낌을 준다.

네 개의 요소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대칭’이란 말이었다. 다른 것들은 단어를 보면서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책 내용도 평소 짐작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읽기가 수월했는데, ‘대칭’이란 단어와 우아함과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은 무척 생소했다. 양 쪽이 같은데 ‘우아함’이라...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대칭’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양쪽이 똑 같다는 의미를 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란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 비로소 이 개념이 우아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 말대로 자연적인 것이라면 무엇이든지간에 대칭 구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동양의 역학조차도 음양을 기초로 하여 시작되지 않는가.

우아함.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남보다 하나라도 더 줘야 한다는 사고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단어다. 일반적으로 시장과 마케팅이란 시각에서 ‘우아함’이란 단어를 보면 자신이 힘들게 뭔가를 하지 않고, 스스로 잘난 것만 주장하며 남이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우아함’이란 자연 그대로의 모습, 인간 본성에 담겨진 모습, 그리고 꽉 찬 답답함이 아닌, 여백과 생략의 개념이었다. 멋진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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