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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루틴 - 1등 기업의 특별한 지식 습관
노나카 이쿠지로, 김무겸 / 북스넛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집는 순간, 책의 부제인 ‘1등기업의 특별한 지식습관’이 눈에 띈다. 특히 요즘처럼 지식경영, 독서경영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1등 기업은 어떻게 자신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지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 내에서 독서경영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식경영이란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더욱 흥미를 자아내는 부제다.
하지만 책 내용이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보는 경영, 마케팅 도서처럼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본인도 제목인 ‘창조적 루틴’에서 루틴(routine)이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흔히 지식경영, 창조경영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모습, 즉 어느 순간 ‘스파크’가 일어나 새로운 것을 찾아내게 된다는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단어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경영이란 특정의 내용에서 순간적인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축적, 개발, 창조하는 하나의 행동 습관으로 이런 지식관리방식이 기업 내에서 일상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루틴’이란 단어를 썼다. 올바른 지식이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과 항시 변화하는 외부와의 관계에서 정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면 지식이란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환경과 조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동안 알고 있던 지식경영, 독서경영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기존의 지식(저자는 이를 형식지라고 한다)을 갖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개념을 넘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지식의 흐름을 쫒아가는 방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저자가 오랜 시간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간단히 정리하려니 책이 그리 쉽지는 않다. 요즘 나오면 경영, 마케팅 책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고, 마치 철학책이나 논리학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몇 번 정도 되풀이해서 읽다보면 책 속에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지식의 종류를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세 가지로 설명하는데, 시공간으로부터 독립적인 보편 적응 가능한 지식으로, 주변 상황이나 맥락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지식인 에페스테메(저자는 이를 형식지, 즉 객관적인 지식)라고 하고, 테크닉, 테크놀로지, 예술과 같이 창조능력에 필요한 노하우나 실질적인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네, 그리고 신중, 윤리, 실용적 지혜 또는 실용적 이성이라고 불리우는 프로네시스로 구분한다.
저자는 테크네가 자동차를 잘 만들 수 있는 지식이라면, 프로네시스는 무엇이 ‘좋은 자동차’이고(가치판단), 그런 차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자각하는 지식이라고 하면서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좋은’ 개념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좋은’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다.
저자는 책의 앞 장에서 지식과 지식경영, 지식의 축적과 변화, 재창조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독자의 머리를 흔들어 놓지만 뭔가 얻기 위해 책을 신경 쓰며 읽다보면 현재 우리가 운영하고자 하는 지식경영과 독서경영의 허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특히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는 혼다의 지식관리법, 즉 무슨 일이든지 5번 ‘왜’ 따져본다는 말은 문제의 해답이 책 한권, 남의 지식 몇 가지를 본다고 찾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며, 프로네시스를 개발하기 위해 강조하는 리더역할에 대한 내용은 지식창조를 위한 무대(기업내외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식을 왜 얻고자 하는가?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기업에 내재화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이때 리더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책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독자에게 질문하는 내용이다.
평소 지식경영과 독서경영을 운영하는 기업 담당자가 궁금한 주제에 대한 답이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 생각을 이해한 후 뒤에 나온 몇 개 우수기업의 사례를 읽어보면 ‘아!’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지식을 관리하는, 또 앞으로 지식경영을 통해 시장에서 앞서기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같다.
다만, 출판사에 한 가지 제안한다면, 이 책에 담긴 깊은 의미를 바쁜 직장인들이 책을 보며 파악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듯하니, 책 내용을 좀 더 쉽게 전달해 주는 특강 같은 것을 진행하면 어떨까 한다. 독자들에게 책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