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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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주인공 홀든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날 까지의 수일 동안 일어났던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한- 이야기를 그 줄거리로 하고 있다. 홀든은 어딘지 모르게 반항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퇴학을 당하고도 조금도 꺼리낌이 없다는 데서 그러한 느낌을 받은 지도 모르겠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독백으로 나타내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일까? 하지만 그는 꽤 부자집 출신이다. 그는 단순히 집이 가난하여 사회에 불만을 가진 반항아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홀든은 힘이 특별히 강하지도 않고 '깡'이 있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모습들, 속물적인 것들에 대한 그의 혐오이다. 그런 것들에 대한 그의 혐오를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은 왜일까? 평소에 우리-아니면 적어도 내 자신이-그런 상황에 처하고 무심코 느끼고,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홀든을 통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에게는 가식, 속물성을 혐오하는 내적 자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시절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을 느낄 것이다. 어릴 때는 그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러한 내적 자아가 사라질 때가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평생 그런 '어른'이 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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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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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그림에 그다지 두껍지 않은 분량. 그래서 나는 책방에서 이 책을 집어들고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1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사실에 실망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읽고 나서 인색한 평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또한 이 책의 마력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얼굴이 빨개지는 병이 있는 아이가 항상 재채기를 하는 아이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오랜기간 헤어져 있다가 다시 우연히 만나 우정을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그다지 가슴을 울리지도 않는 이야기이지만, 요즘같이 사람을 이해관계에 따라 만나는 시대에 있어서는 한번쯤 가슴을 녹여줄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인연이 있다면 남녀간이든 동성간이든 결국은 다시 만나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인연을 쉽게 놓아버려서도 안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책꽃이에 꼽아놓고 기분날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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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경제학
최병서 지음 / 형설출판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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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영화를 통해 일반독자에게 간단한 경제학 이야기를 하려했고 어느정도는 그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이 책은 각 주제에 따라 영화를 고른뒤에 그 이면에 있는 여러 현상들에 대해 경제학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학도가 아닌 나에게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향유하고 원하고 판단하는 것들이 경제학적 분석에 의해서도 잘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그 중 상당수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지못한채 인식하고 있는 것도 있기는 하다-예컨대 우리가 살면서 매 순간 내리는 모든 결정은 각자의 이익형량에 따른 결과라는 것-..

특히 결혼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또 신선했다. 자식들의 효용의 가중치가 동서양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나 베커의 불효자 정리 등은 우리가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직접 글로 읽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물론 그러한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영화가 경제학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도구적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영화에 관한 것은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 주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작가의 경제학 전문가로서의 지식은 차치하고서라도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글과 삶이 일치한다면-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태도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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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김형경 지음 / 문이당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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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는 두명의 여 주인공이 그 축을 이룬다. 사회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나름대로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인혜와 세진. 특히 소설의 대부분은 세진이 갖고 있는 내면적인 상처들을 정신과의사와 상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기 방어의식이 강하고 부모의 이혼을 겪으면서 어렸을 때의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를 37세가 되어서도 지니고 있는 세진. 작가는 그녀를 통해 이 시대의 여성들의 숨겨진 상처를 그리려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소설에 대한 비평들은 그런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녀의 상처가 그렇게 일반화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내 자신이 남성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성들도 똑같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비록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라도. 모든 것이 현상적인 것과는 반대되는 배면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에 대한 정상이상의 반응-즉 집착-은 과거 경험에 따른 콤플렉스에서 온다는 것... 이 소설을 읽고 이 메시지만은 분명히 내게 전달되었다.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도 제목인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가 그것을 제목으로 한 이유는 짐작이 가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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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료마 1 - 쿠로후네(黑船)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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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카모토 료마를 알게 된 것은 시바료타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용마가 간다'라는 만화를 통해서였다. 만화이기는 했지만 27권에 달하는 분량과 사실적인 묘사 등이 뛰어나서 료마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였다. 최근에 매스컴을 타며 '대망의 작가가 그린 료마'라는 사실에 나는 별 생각없이 이 책을 구매했다. 그러나 결과는 무척 실망이었다. 내가 일대기를 기대해서였는지, 아니면 만화를 통해 형성된 료마의 이미지에 너무 집착하고 있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은 청년기의 료마의 모습을 주변 인물과의 관계와 내적인 의식의 변화 등에 초첨을 맞추어 그려내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의 성공적 근대화의 아버지로까지 불리워지는 료마를 그린다면 역사적인 사건들-안세이 대옥, 샷초동맹, 타이세이 봉환 등-과 료마의 관계나 그 때의 료마의 심경 등을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일본근대사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소설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으로 지녔던 기대는 남은 분량이 적어질 수록 실망과 허탈로 바뀌었다.

다른 독자가 말했듯이 3권 마지막부분의 일문학 교수의 료마열풍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오히려 새롭고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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