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지배자들 - 제국주의와 세계화가 낳은 참상과 진실에 대한 4편의 다큐멘터리
존 필저 지음, 문현아 옮김 / 책벌레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크게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장 (세계은행, IMF에 고분고분하다는 의미에서의)모범생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독재자 수하르토가 미국을 위시한 열강들과 그 기업들과의 거래와 그들의 지원을 통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인도네시아 민중들을 학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반대파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 배후에는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신제국주의적 국가들의 은밀한 지원과 조정이 있었다는 점은 그 정도에 있어서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화를 충실히 수행한 '모범생'의 현주소 - 수천억불의 외채, 서구 기업들에의 기반산업 잠식, 살인적인 빈부격차, 일반 국민들의 현격한 삶의 질 저하 - 는 98년 IMF체제를 거친 우리에게도 의미심장한 문제제기가 되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상충하던 논거와 주장들 때문에 어떤 것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던 상황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이라크 전쟁이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그런 전쟁에 대한 정당화의 솔직한 논거가 9.11 테러로 죽은 수천명의 사람들의 목숨이 미국의 폭격과 경제제제로 죽은 수십만명의 목숨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이 책의 지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라크의 극단적인 테러리스트들의 인질 참수, 폭탄테러 등이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미국이 강요하는 세계화(넓은 의미에서 이라크전 파병요구도 포함된다고 본다.)를 받아들이면 미국의 친구가 되고 다른 길을 택하면 경고를 받게 되고, 미국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지옥행이 된다는 헤루 앗모조의 말은 실감이 나는 동시에 이라크전 파병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러기에 미국이 세계 제일의 유일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파병을 거부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국제적 고려를 필요로 할 것이다.

넷째 장에서는 후주에서의 원주민 인권침해 - 인종차별 실태를 낯낯이 밝힌다. 우리가 잘 모르고 관심조차 갖지 않던 호주 원주민의 슬픈 억압과 학살의 역사 그리고 지금의 비참한 생활을 날카롭게 폭로한다.

4개의 다큐 형식의 글을 통해 우리는 지배적 세계 언론에 호도되지 않고 어떤 일들이 평화와 공존, 민주주의라는 구호아래 자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인류의 공존과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어떤 무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고 세계평화를 유린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설마 그런 일이...설마 미국이 그런 짓을...'라는 생각, 즉 저자의 주장이 음모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전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학살이 현실이라고 믿기가 두렵고 그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배후에서 조정하는 사람들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비롯한 수많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래서 눈을 감아버리려고 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수많은 참담한 사건과 현상들이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임을 반증하고 있다. 책속 어딘가에서 읽은 구절 " 때로는 침묵이 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가 지금이다."는 말이 귓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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