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두명의 남녀 작가가 원고를 서로에게 연애편지 쓰듯이 부치고 그런 과정을 2년 동안이나 거쳐서 사랑을 하는 두 남녀 - 준세이와 아오이 - 각자의 이야기를 제목은 같지만 시각은 전혀 다른 두 권의 소설로 탄생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소설의 독특한 매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충고를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 소설을 한 장씩 번갈아 가며 읽으면 좋다고 해서 나도 첫 소설을 한 장 읽고 그 후부터는 다른 소설을 두 장씩 읽는 방법으로 두권의 소설을 읽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으니 - 그런 경험 자체가 당연히 이전에는 없었고 - 사랑을 구성하는 두 남녀 각자가 아픈 이별을 뒤로 한 채 8년여간 어떤 생각을 가지고 누구를 만나며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가를 대비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준세이와 아오이는 8년전 과거의 상대방의 모습, 그 시절의 사랑에 얽매여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아오이의 30번째 생일날 만나기로 한 그날까지 온전히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따로 존재하는 듯한 생활을 해 오게 된다. '인생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하고 마음은 그 사람이 있고 싶어하는 장소에 있는 법' 이란 작가 에쿠니의 말과 같이 준세이와 아오이의 인생은 각자가 있는 그 곳에서 성립하여 과거가 되고 마음은 과거속의 상대방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둘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랑의 힘일 것이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그리고 지난 8년간 자신들을 부여잡고 있는 과거에 매듭을 짓고자 약속 장소인 피렌체의 두오모에 갔고 둘은 그 곳에서 정말 극적으로 재회한다. 그리고 3일동안 둘은 지난 8년간 세월의 간격을 메꾸려고 노력하는데 사실상 그것은 불가능하였고 둘은 8년간 세월의 흔적으로 상대방에게 각자가 접근해 들어갈 수 ㅇ벗는 공간이 생겼음을 깨닫고 각자의 현실로 돌아간다. -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재회해서 끝나거나 미래를 함께하기로 하는 설정이었다면 이 소설은 또 하나의 드라마에 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아오이를 떠나보내고 난 직후 준세이는 영영 과거가 되어버릴지 모를, 멀어져가는 현실을 그의 몸과 마음이 존재하는 현재로 만들기 위해 결심을 하고 아오이를 만나러 급행 열차를 타고 떠난다. - 이 부분은 사실 멋진 결말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고 냉정과 열정 사이란 제목이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지은 것이란 것도 느꼈다.

사랑이란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고 고통스런 순간도, 미움과 증오, 원망, 권태, 일탈의 순간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보다 그런 고통스런 순간이 시간적으로는 더 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모든 역경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이를 뛰어넘는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준세이와 아오이가 8년의 세월의 냉정을 건너뛰어 재회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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