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 서평단 알림
디케의 눈
금태섭 지음 / 궁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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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바로 서평을 썼어야 하는데,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책의 내용이 기대와는 다르기도 했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법에 흥미가 생겼다거나, 법과 관련된 사회 현상에 대해 더욱 관심이 커졌다거나 하는 만족할 만한 결과 또한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과 사람 이야기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더욱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편이 '법으로 세상읽기'라는 부제와도 더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아니면 미국의 판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아예 책의 중심을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법체계와 판례의 차이점을 소개하는 데에 두었다면 더욱 흥미있었을 것이고...

물론 이 책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편적인 사례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현실로서의 법'을 일러주지 못할 뿐더러 저자가 책을 지은 의도인 '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저 검사 출신 변호사가 들려주는 법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심심풀이삼아 듣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서평단 도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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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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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홈페이지 "더불어 숲"에서 고전강독을 다운받아 짬짬이 읽던 것이 벌써 4~5년은 넘은 것 같다. 그렇게 읽던 글을 멋진 책으로 다시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고전강독"이던 제목이 "강의"로 바뀐 것은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변화인 듯 하다. "강독"은 "글을 읽고 그 뜻을 밝힘"이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원전의 의미에서 벗어나 현대적 시각에서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있는 이 책과는 딱 부합하지 않는 제목이었을 것이다. 그 제목을 "강의"로 바꿈으로서 이 책이 갖고 있는 고전과 현대사회의 연결 혹은 고전의 현대적 해석을 보다 설득력있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동양고전을 관계론의 시각에서 읽겠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관계론"이라는 것은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는 서양의 존재론에 반하여 세계의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양적 사고방식이다.

그렇다면 왜 고전이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p.77)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오늘날의 사회가 변하고 있고, 또 변화해야 한다면 그 단초를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고전에서 변화의 단초를 찾고 실천하는 일이 반드시 옳고 성공으로 끝나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실패 없는 완성보다는 실패로 끝나는 미완성이 훨씬 더 많은 법이다. 그래서 "실패가 있는 미완성은 반성이며, 새로운 출발이며, 가능성이며, 꿈"(p.128)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이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저자의 고전 해석은 사실 낯설다. 주역에서 '속도'에 대한 반성을, 논어에서 광고의 지나친 과장과 상업성에 대한 비판을, 노자에서 민중의 진정한 연대를 이끌어내는 그의 해석은 우리나라의 동양철학 학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러나 그의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그 해석이 지나친 비약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저자는 마지막, 불교를 짤막하게 소개하는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모든 생명체의 관계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한 시간과 무변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드넓은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는 그 순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이 되"(p.474)는 법이라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고, 나와 너가 연결되어 우리가 연결되는 찬란한 세상... 아마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자 했던 세상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한결같이 단아한 경어체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단정하고 엄숙하게 한다. 우리나라에 그처럼 사유하는 학자가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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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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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월급의 5% 가량을 기부금으로 지출한다. 불우청소년 여행 지원 사업에 일부, 청소년 성매매 및 성착취 금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일부, 해외 어린이 결연 사업에 일부...

처음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교사... 그것도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희생과 봉사의 중요성을 매시간 강조하면서 나 자신은 정작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부끄러움이 작은 기부를 시작하게 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어쩌면 그 동안 그 얼마 안되는 기부금이 "나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실은 학급문고에 꽂아놓기 위해 구입한 책이었는데,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복잡한 사회 문제에, 더구나 굶주림이라는 자신과는 먼 일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갖지 않았다. 책 소개 글을 교실 뒤편에 적어놓고 수업시간에 홍보성 멘트를 남발했음에도 이 책이 학급문고에 꽃혀있던 3개월 동안 이 책을 대출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고, 그 학생도 빌린 지 30분 만에 책을 반납했다. 머리아픈 내용이라 흥미를 잃었다면서...

어쩌면 이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기아와 상관없다 여기는...)의 상황 인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일부의 사람들은 자기 수입의 극히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회적 임무를 다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현실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무관심과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스런 현실을 깨닫게 하고, 자기 안에 잠자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답식의 방법을 통해 기아의 현 상태와 기아를 일으키는 사회 구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 내용은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은이는 결국 기아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도태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오도하는 사악한 멜서스주의와 약육강식을 당연히 여기는 불합리한 시장 원리주의를 폐지하고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이 그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끼리의 연대의식을 구축해나가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것이다.

그리고 구호를 늘리는 것보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문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방법이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라도 깨어있는 사람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이면 가능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이 없으면 빛을 볼 수 없다. 행여 너무 심각하지 않을까, 이론에만 치우쳐 재미를 잃어버린 책이면 어쩌나 망설이는 사람(특히 청소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읽기 시작해 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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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4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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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학에 대한 책이 아니라 심리학 연구에 사용되는(또는 사용되었던) 심리실험을 작가 자신의 개인적 체험과 버무려 소개한 일종의 수필이다. 각 실험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으면 훨씬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굳이 내용을 몰라도 상관없다. 실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지적인 내용을 습득해 나간다는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밝히고자 했던 열 가지의 심리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강화와 처벌을 통해 인간을 주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스키너의 비둘기 상자, 마약 중독의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했던 알렉산더의 쥐 공원 등에 대한 설명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위 앞에 복종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을 생각하게 해 주는 제노비스 살인사건 이야기는 소름이 끼치도록 오싹하면서도 나 역시 그러한 상황에서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인간의 본성을 알 수 는 없다. 한 줄기로 모아지지 않고 다양한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실험 내용 역시 인간의 본성이 어느 한 가지 이론으로 수렴될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 사색에 의해 인간은 우리 자신의 진실한 모습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 사족 1 )) 충분히 재미있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별점 하나를 깎은 이유는 군데군데 박혀있는 저자의 신변잡기적 내용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의 특성상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책을 구입했는데, 좀 더 학술적인 내용이기를 바랬던 나는 이 책의 수필같은 형식이 조금은 불만스러웠다. 

(( 사족 2 )) 몇 해 전 기억나지 않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위험상황에 처하면 그냥 "누구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지 말고 "거기 안경 낀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또는 "거기 장바구니 들고계신 아줌마,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얘길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땐 웃으면서 "아니 위급한데 그런 소리가 나와? 주변에 누가 있는지 구분할 줄 알면 위급한 게 아니지."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우스개소리가 그냥 무심히 던진 말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가 인간인 게 무섭고, 신기하고, 조금 우울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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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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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이 책은 어렵지 않다. 비교적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있다. 그건 아마도 연구에 직접 참여했던 학자가 번역을 맡았기 때문인 듯 하다. 번역자는 단순히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실험에 담겨있는 의도와 과정을 쉽게 풀어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무작정 직역하여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은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동양과 서양을 갈등과 대립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기술하고자 한 점도 돋보인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아무리 균형잡힌 시각으로 쓰더라도 자신이 서양인인 이상 동양인들에게 불쾌하게 비칠 수도 있을 거라며 우려했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불쾌함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많은 실험을 설명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불만스러웠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매우 과학적인 가설과 실험, 그리고 검증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그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은 모호하고 두루뭉실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아라 노렌자얀, 최인철, 그리고 나는 한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이 행동의 발생 원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아래의 문장들을 제시하고 각 문장에 동의하는 정도를 점수로 매기게 했다.

((   제시 문장 1. 2. 3   ))

실험 참가자들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성격을 중시하는 1에 대해서는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동일한 정도로 동의했으나, 상황을 강조하는 2의 성격과 상황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3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훨씬 더 강하게 동의하는 경향을 보였다. (117P)

적어도 이 실험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한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이 각각 몇 명씩이나 실험에 참가했는지, '훨씬 더 강하게'가 과연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려주어야 정확한 정보 전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책이 전공자를 위한 학술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서란 점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실험의 기본 조건조차 모른 채 책을 읽어나가는 건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밖에는 될 수 없다. 

만약 개정판이 나오게 된다면 책이 두꺼워지고 가격이 올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정확한 수치가 함께 표기되어 읽는 사람들이 좀 더 풍성한 정보를 얻고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책 값이 진짜 올라버리면 곤란한데... 사실 이 책에 하나 더 불만을 덧붙이자면, 굳이 하드커버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 책 뿐 아니라 최근 출간되는 책들 중 상당수가 하드커버인데 요즘 책들은 종이 질이 좋아서 하드커버 아니어도 충분히 오랫동안 소장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하드커버만 아니면 이 책도 값을 조금은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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