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매달 월급의 5% 가량을 기부금으로 지출한다. 불우청소년 여행 지원 사업에 일부, 청소년 성매매 및 성착취 금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일부, 해외 어린이 결연 사업에 일부...

처음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교사... 그것도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희생과 봉사의 중요성을 매시간 강조하면서 나 자신은 정작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부끄러움이 작은 기부를 시작하게 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어쩌면 그 동안 그 얼마 안되는 기부금이 "나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실은 학급문고에 꽂아놓기 위해 구입한 책이었는데,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복잡한 사회 문제에, 더구나 굶주림이라는 자신과는 먼 일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갖지 않았다. 책 소개 글을 교실 뒤편에 적어놓고 수업시간에 홍보성 멘트를 남발했음에도 이 책이 학급문고에 꽃혀있던 3개월 동안 이 책을 대출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고, 그 학생도 빌린 지 30분 만에 책을 반납했다. 머리아픈 내용이라 흥미를 잃었다면서...

어쩌면 이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기아와 상관없다 여기는...)의 상황 인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일부의 사람들은 자기 수입의 극히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회적 임무를 다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현실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무관심과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스런 현실을 깨닫게 하고, 자기 안에 잠자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답식의 방법을 통해 기아의 현 상태와 기아를 일으키는 사회 구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 내용은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은이는 결국 기아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도태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오도하는 사악한 멜서스주의와 약육강식을 당연히 여기는 불합리한 시장 원리주의를 폐지하고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이 그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끼리의 연대의식을 구축해나가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것이다.

그리고 구호를 늘리는 것보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문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방법이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라도 깨어있는 사람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이면 가능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이 없으면 빛을 볼 수 없다. 행여 너무 심각하지 않을까, 이론에만 치우쳐 재미를 잃어버린 책이면 어쩌나 망설이는 사람(특히 청소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읽기 시작해 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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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4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