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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김상복 지음, 장차현실 그림 / 21세기북스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교무실 내 옆자리에 앉는 교무보조 직원이 나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도덕선생님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받은 책이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이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만 사는 아이가 적은 수필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니, 이건 한 중학교 도덕교사가 아이들에게 실시했던 수행평가 내용을 만화와 글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그 수행평가의 명칭은 "칭찬일기"
저자는 자신이 근무했던 중학교의 3학년 학생들에게 두 달에 걸쳐 서른 번 부모님을 칭찬하게 한 뒤, 그 내용과 결과를 칭찬일기에 적는 수행평가를 내 준다. 단, 이 수행평가는 부모님께는 절대 비밀!
처음엔 "우리 부모님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바빠서 부모님 얼굴 볼 시간도 없어요."라며 투덜대던 아이들도 칭찬일기를 써 나가면서 부모님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고(칭찬거리를 찾아야 하니까..),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젓한 마음을 갖게 된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을 순 없다. 칭찬을 받고 자라지 못했던 부모 세대는 자식의 칭찬이 어색해 못 들은 척으로 일관하거나, 칭찬을 오해하여 오히려 꾸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부모의 반응에 아이들은 당황하고 속상해하기도 하지만, 꾸준한 칭찬의 과정을 통해 결국은 소통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책 제목인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는 책 속의 어느 학생이 엄마를 칭찬하기 위해 꺼냈던 말이다. 시장에서 장사하느라 매일매일을 고되게 살아가는 어머니에게 해 주는 이 한 마디의 칭찬... 아마도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기쁨과 고마움으로 밤새 배겟잇을 눈물로 적셨겠지...
마지막 책장을 다 덮고 나니, 나도 이 수행평가를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작년, 부모님 전기문 만들어보기 수행평가를 실시했었는데, 부모님의 인생 역정을 듣고 배우며 존경심을 갖게 되길 바랬던 내 의도와는 달리 연대만을 빽빽하게 적은 보고서 뭉치를 받아들고 허탈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 칭찬일기는 구체적인 상황과 칭찬의 말, 부모님의 반응까지 살펴볼 수 있고, 일시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행평가의 본래 취지에도 적합할 듯 하다.
아울러 나도 아이들 몰래 칭찬일기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주 수학여행에서 무질서하고 무책임한 아이들의 행동에 미운털이 박혀 요즘 한동안 조종례 시간에 잔소리가 심했는데, 칭찬일기를 통해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도 바로잡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