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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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학에 대한 책이 아니라 심리학 연구에 사용되는(또는 사용되었던) 심리실험을 작가 자신의 개인적 체험과 버무려 소개한 일종의 수필이다. 각 실험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으면 훨씬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굳이 내용을 몰라도 상관없다. 실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지적인 내용을 습득해 나간다는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밝히고자 했던 열 가지의 심리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강화와 처벌을 통해 인간을 주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스키너의 비둘기 상자, 마약 중독의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했던 알렉산더의 쥐 공원 등에 대한 설명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위 앞에 복종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을 생각하게 해 주는 제노비스 살인사건 이야기는 소름이 끼치도록 오싹하면서도 나 역시 그러한 상황에서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인간의 본성을 알 수 는 없다. 한 줄기로 모아지지 않고 다양한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실험 내용 역시 인간의 본성이 어느 한 가지 이론으로 수렴될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 사색에 의해 인간은 우리 자신의 진실한 모습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 사족 1 )) 충분히 재미있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별점 하나를 깎은 이유는 군데군데 박혀있는 저자의 신변잡기적 내용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의 특성상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책을 구입했는데, 좀 더 학술적인 내용이기를 바랬던 나는 이 책의 수필같은 형식이 조금은 불만스러웠다. 

(( 사족 2 )) 몇 해 전 기억나지 않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위험상황에 처하면 그냥 "누구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지 말고 "거기 안경 낀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또는 "거기 장바구니 들고계신 아줌마,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얘길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땐 웃으면서 "아니 위급한데 그런 소리가 나와? 주변에 누가 있는지 구분할 줄 알면 위급한 게 아니지."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우스개소리가 그냥 무심히 던진 말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가 인간인 게 무섭고, 신기하고, 조금 우울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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