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 심리 공부 - 자녀 관계, 부부 관계부터 고독감, 자존감까지
강현식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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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는 인간관계를 '자녀관계', '부부관계', '자아관계'로 나누고 각각의 관계를 보다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이론과 사례를 적절히 섞어 설명하고 있다.

제법 두께가 있는 책이지만 읽기에 어렵지는 않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다면 시시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법한 내용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하여 아이와의 관계가, 배우자와의 관계가, 나 자신과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좋아질 리도 없다.

다만 어떤 갈등이 생길 때 주관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상황을 차분하게 돌아보고 자책에 빠지지 않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배울수록 더 많이 알게 되는 사람과 더 모르게 되는 사람의 차이는 메타인지를 활용하는가, 하지 못하는가에 달렸다.
- 메타인지란 ‘인지에 대한 인지‘, ‘지식에 대한 지식‘이란 뜻이다.
-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수업 방법이 거꾸로 교실이다. 거꾸로 교실에서 학생은 능동적 학습자가 된다. 10분 정도의 강의를 듣고 와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지식을 친구들과 나누면서 문제해결에 참여한다.
- 메타인지는 지능지수(IQ)보다 성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 우리의 지식 체계를 도서관에 비유한다면, 메타 인지는 사서, 책은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사서가 없는 도서관은 책이 많을수록 엉망이 되듯이, 메타인지가 없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된다.
- 메타인지를 계발하기 위해서는 배움의 이유와 목적을 알아야 하고, 일방적 가르침을 멈춰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 메타인지는 학습만이 아니라 어떤 활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50쪽)

- 칭찬은 수족관의 고래도 춤추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있다.
- 어떤 행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자극을 강화물이라 말한다. 강화물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1차 강화물, 경험에 의해 학습하는 2차 강화물이, 심리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강화물이 있다.
- 칭찬은 일종의 사회적 강화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때로는 의도와 달리 역효과를 초래한다.
-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칭찬을 했지만, 이전보다 더 못하거나 안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칭찬이 평가 불안을 초래하고, 흥미와 열의를 떨어뜨리며, 결과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 상대가 더 잘하기를 기대한다면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칭찬을 하자.
-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좋은 것은 격려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격려는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낸다.
(87쪽)

-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되라는 의도를 가지고 지나친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비난과 쓴소리, 꾸중, 질책, 충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 그 의도대로 잔소리를 잘 듣고 소화하면 더 분발하고 열심히 해서 성공하고 잘 될 수 있다. 그러나 의도와는 정반대로 상대가 더 크게 실패하거나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다.
- 대체로 긍정적인 기대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부정적인 기대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만, 긍정적인 기대라도 부정적인 형태로 전해지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 잔소리가 역효과를 낳는 이유는 상대에게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잘못된 행동을 강화하며 상대를 수동적이고 무책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상대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잔소래 대신 "괜찮다"라고 말하자. "괜찮다"는 말은 실수나 실패했음을 알지만,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25쪽)

- 사랑을 맹세한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는 단지 성격차이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강렬한 분노 때문이다.
- 사회심리학자들은 매력의 법칙으로 근접성, 신체적 매력, 유사성을 꼽는다.
- 프로이트는 과거의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 경험을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누구를 사랑하느냐도 마찬가지다.
- 사랑은 따지고보면 과거의 좋았던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족했던 것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내가 상대방의 구원자가 될 수 없고 상대방도 나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사랑이 끝나고 분노가 시작된다.
- 처음의 감정이 끝나면 반대의 감정을 동일한 강도로 경험하는 현상을 대립과정이라고 한다.
- 사랑의 역설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관계패턴(전이)을 잘 알아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끊임없이 마음을 나누는 소통을 해야 한다.
(166쪽)

- 긍정을 강조할수록 부정을 부각시키는 이유는 대조효과와 상호작용 때문이다. 또 두 반대뇌는 의견이 상호작용 속으로 들어가면 점점 차이가 벌어진다. 그 이유는 반발심과 균형의 추구 때문이다.
- 부정을 부각시키는 긍정은 긍정심리학이 아닌 긍정주의의 산물이다. 긍정심리학은 부정에 대한 기존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긍정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긍정주의는 신자유주의와 신사상 운동에 근거한 것으로 부정을 무시하고 긍정만을 강요한다.
- 부정을 부각시키지 않고 긍정을 전달하려면 공감이 중요하다.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한다는 것이지, 상대방의 행동에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 긍정심리학의 연구결과가 삶에서 나타나려면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205쪽)

- 많은 이들은 함께하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외로움은 우리 마음에 언제나 존재한다.
-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 함께 한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외롭다.
-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이다. 철학자들은 외로움을 실존의 문제라 하고, 생물학자들은 외로움이 유전 때문이라고 한다.
- 외로움뿐 아니라 행복 역시 유전의 영향이 크다.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정확하게 소통하는 관계가 덜 외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든다. 특히 감정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 소통을 해도 남아있는 외로움은 고독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241쪽)

- 두려움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다.
- 두려움을 느낄 때 신체는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싸워 이길 만하면 싸우고, 이기지 못할 대상이면 도망간다.
- 현대인을 두렵게 하는 대상은 대부분 싸울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결국 도망가기 전략을 채택한다.
- 두려움을 피하기만 하다 보면 적응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지도 못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 두려움과 관련한 정신장애는 공포증(특정/사회/광장), 공황발작, PTSD, OCD가 있다.
-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이완과 복식호흡을 익힌 후, 두려워하는 상황에 노출해야 한다. 노출해서 적응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힘들기는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282쪽)

- 성폭력을 비롯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들은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 과거의 일에 대해 자책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이유는 그 상황에서 겪은 무력감을 물리치고 통제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통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비난은 결국 통제력 착각에서 나온 것이다.
- 잘못된 통제감을 얻으려고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 무력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잘못된 통제감을 버려야 한다. 잘못된 통제감이란 과거나 미래를 통제하려는 것이고 타인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 오로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나뿐이다.
- 제대로 된 통제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기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다.
(318쪽)

-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악에 참여했던 아이히만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강조하면서, 아이히만의 잘못은 생각의 무능이라고 했다.
- 밀그램은 상황의 압박을 받으면 누구나 쉽게 권위에 복종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타인들과 잘 지내려고 하고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 착한 사람들이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
-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하는 뒷담화 역시 그 대상인 사람들에게 끔직한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악이다. 그런데 뒷담화를 많이 하는 사람 역시 착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 착함의 역설에 빠지지 않으려면 전체 맥락을 확인해야 하고 사람의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 아무 생각 없이 착하게 살면 우리 누구나 악인이 되어있을 수 있다.
(357쪽)

- 죽음은 삶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다.
- 사람들은 일상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느라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
- 오랫동안 인류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나 현대사회는 죽음을 적극적으로 외면하게 만든다.
-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부인, 분노, 흥정, 우울, 인정의 단계를 거친다.
- 그러나 죽음은 우리의 삶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기에 최고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 죽음을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도 죽을 운명에 처했다는 사실,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죽음 앞에서 후회할 일이 없도록 살아야 한다.
-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하면 삶을 잘 살기 어렵다. 오히려 후회 없이 잘 죽는 것을 목표로 해야 삶을 잘 살 수 있다.
(3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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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둘러보기 - 10주년 기념 개정판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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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종교에 대한 기본적 연구 없이 종교 간의 대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대화 없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 - 한스 큉 - (p.15)

영국의 인류학자 마레트에 따르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이 종교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상에 있는 종족 중에 어떤 형태로든 종교가 없는 종족은 없고, 반면에 동물 중에 종교적 신념이나 제의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동물은 아직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종교적 인간`이라는 말이 차라리 더욱 적절하다는 것이다. (p.18~p.19)

바흐는 우리가 종교 체험을 표현할 때 크게 세 가지 형태, 곧 생각으로, 행동으로, 사귐으로 표현한다고 하였다. 이론적, 실천적, 사회적 표현이라는 뜻이다. 이론적 표현이란 신화나 교설, 교리 같은 것이고, 실천적 표현이란 경배나 헌신 등이며, 사회적 표현이란 집단을 형성하고 교파나 교단으로 퍼져나가는 것 등을 말한다. 따라서 바흐의 이론을 따르면 종교란 `체험의 측면`과 `표현의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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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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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힌 일은 금방 잊혀지지만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을 걸쳐 잊혀지지 않고

심지어 나의 가족과 자녀에게 대물림되어 죽은 후에도 흔적을 남긴다.

더구나 내가 받은 상처는 대를 이어 내려가면서 더욱 크고 깊은 흉터를 남길 수도 있다.

 

이 책은 내가 현재 가족과 겪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결혼 전의 원 가족에게서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방법이라 해서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인문학 또는 심리학 서적이라기엔 너무 말랑하고,

수필이라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좀 어중간하긴 하지만

나와 나의 원 가족, 지금의 내 가족을 돌아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최근에 읽은 심리학 관련 책들 중에서는 가장 흥미로웠다.

독일의 아동심리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부모와 아이의 진실한 만남을 이어주는 `붙들어주기 요법`을 창시한 이리나 프레스코는 아이들과 사이가 좋은 아빠는 단순히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다정한 아빠가 아니란다. 무엇보다 아내와 사이가 좋은 아빠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영역은 엄마의 영역에 속한다. 아빠가 아이들과 사이가 좋으려면 이것을 암묵적으로 지지해 주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 가족 안에서 늘 외롭고 자기 자신이 단지 돈만 벌어다 주는 존재라고 느끼는 아빠들은 빨리 아내와의 관계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아내로부터 허용받아야 할 것이다. (p.129)

`문제아`의 역할을 맡은 자녀는 억울하게도 여러 가족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비난받는다. 한번 문제아로 지목된 자녀는 가족 안에 야기되는 긴장과 불안에 극도로 예민해져서 식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비난받을 짓을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역설적이지만 문제아는 나쁜 짓을 함으로써 가족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게 만들어 가족의 결속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은 희생양의 역할을 통해 일시적인 평화와 안정을 갖지만 가족 희생양이 된 자녀는 죄책감과 열등감 그리고 높은 불안감을 피할 길이 없다. (p.139)

모든 자녀가 희생양의 역할을 골고루 떠맡는 것은 아니다. 희생양이 되도록 `선택`된 자녀가 있기 마련이다. ---중략--- 희생양이 된 자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고통스런 상태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죄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 (p.139~p.140)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본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자녀는 다시 부모가 되어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돌려주면서 돌봄과 베풂이 세대를 통해 내려가는 것이 결국 인류의 삶을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기본 원리이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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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 동연총서 208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동연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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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구입했던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보다는 편하고 쉽게 읽힌다. 내용도 보다 명료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신화 하나로 여성성의 성숙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책은 아프로디테로부터 시작한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는 생식이나 본능적 모성에 충실한 원시적인 여성성의 본질을 의미한다. 그러나 원시적인 여성성은 프시케에 의해 도전을 받게 된다. 아프로디테는 질투에 휩싸여 프시케에게 죽음과 결혼해야 한다는 신탁을 내리게 된다.

저자는 여기에서 결혼이란 순수한 여성성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이끌어낸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주 전통에 결혼식 때 입는 혼례복과 장례식 때 입는 호상복이 같은 옷이었다고 한다. 남성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성에게 결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계기라는 점을 생각할 때 적절한 비유인 듯도 하다.

이렇게 내용은 프시케와 에로스의 신화를 설명하면서 프시케가 완전한 여성성의 성숙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짚어간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에 빠지는 것'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나, 여성성의 성숙을 네 단계로 설명하는 것 등의 예는 그 설명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흥미있다.

저자는 여성성의 성숙에 남성성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진정한 성숙은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여신적인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되면 모두에게 '기쁨'과 '조이'와 '엑스타시'를 가져다 줄 수 있단다.(p.132- '기쁨'과 '조이'와 '엑스타시'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는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신화 하나만으로 여성성의 성숙을 설명하는 건 다소 벅차 보인다. 프시케의 신화에서 '여성성'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보다는 아프로디테와 프시케의 갈등과 화해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게 오히려 흥미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들과 정을 통한 프시케에게 불가능한 숙제를 내며 질투에 몸을 떠는 아프로디테의 모습과, 아무런 반항 없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 프시케... 그들의 관계를 보다 면밀하게 연구하면 더욱 흥미있는 성과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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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 어린 시절의 체벌과 학대가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
앨리스 밀러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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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한 뒤로는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 하지만 한동안 sbs에서 하는 '긴급출동 sos'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곤 했다. 갖가지 가정폭력을 보여주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늘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생각은 '저 사람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것이었다. 그 생각은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어린 아이었을 때 더욱 크게 들었다. 폭력과 학대의 기억이 머리 속에 남아있을 텐데, 그 기억을 어찌 잊고 살 수 있을까, 주변의 사람들과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물론 학대와 폭력에 대한 기억도 무섭긴 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몸에 남아있는 학대와 폭력의 흔적이라고 단언한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두통, 아토피를 포함한 피부 알레르기, 결핵과 각종 암... 이 모든 것이 몸에 남아있는 폭력과 학대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학대와 폭력에 대해 이토록 참혹한 몸의 고통을 겪는 이유는 성경의 네번째 계율, 즉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계율에 대한 두려움과 복종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만성불면증에 시달렸던 도스토예프스키, 폐결핵으로 고통받은 카프카, 우울증으로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 평생 천식을 달고 살았던 마르셀 프루스트 등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학대와 폭력 때문에 몸의 고통을 안고 살다가 요절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객관적인 통계자료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는 서술이라 저자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기는 어렵다. 몸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모이기 때문에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동안 받아온 교육과 우리 사회의 관습상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은 매우 많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애정어린 관심과 친밀한 소통이지 간섭과 통제, 은밀한 폭력과 학대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사실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제대로 된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학대와 폭력을 경험했을 경우 그 경험이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질병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과, 어린 시절 결핍을 경험한 아이들은 부모의 학대를 받으면서도 스스로를 파괴하면서까지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집착한다는 주장은 섬뜩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교훈이다.

어른다운 어른, 부모다운 부모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책을 덮고 나니 과연 내가 어른다운 어른, 부모다운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뱃속의 내 아가야, 엄마는 과연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 행여 너의 몸과 정신에 상처를 아로새기는 그런 엄마가 될까봐 두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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