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당 글과 사진 합해 열 페이지 남짓한 분량이니 깊이있는 얘기를 알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건 기획단계부터 염두에 둔 것이니 괜찮다. 하지만 그 많은 인용문들을 실어놓고 참고문헌 하나 넣지 않은 건 너무 안이하다. 세세한 출처나 각주까진 아니더라도 인물의 어떤 저작들을 참고하고 인용했는지 밝히는 건 글쓰는 사람의 기본 아닐까?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모든 약에 내성을 가진 슈퍼 결핵에 감염된 중학생 건수의 이야기이다.각 챕터가 1일, 19일..... 1년 8일, 250일.. 이런 식으로 건수가 결핵 전문 격리병원에 들어온 이후의 날짜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2년 140일에서 소설이 끝난다.건수는 이 안에서 자신과 같은 병으로 죽은 작가의 책을 읽고, 자신에게 병을 물려준 아빠의 죽음, 같은 병실을 쓰던 아저씨들의 죽음을 겪기도 하고, 같은 처지의 소녀를 만나기도 한다.많은 병 중에 왜 하필 결핵일까 했는데 작가가 실제로 슈퍼결핵에 감염돼 죽음을 기다리다 신약 임상시험 대상자로 선정돼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경험을 갖고 있고, 그 경험이 이 소설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작가는 책 앞머리에서 인물은 허구지만 병원과 약 이름, 신약 임상시험 얘기는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책을 읽으며 어린 나이에 병 때문에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소설 속의 아이들이 안쓰러웠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반대로 목숨을 위해 사랑을 연기해야 하는 그 아이들의 현실이 너무 비참해서 마음이 아팠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이 줄어들고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세태를 분석하고 관계 맺기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기는 책이다. 읽다 보면 '본다, 얼굴을 맞댄다'는 말의 깊고 넓은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저자는 비대면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머지는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이러한 외면은 혐오와 차별을 유발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프라인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셜 믹스'와 온라인에서의 협업을 제시한다.대안이 다소 뻔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소셜 믹스에서 얘기하는 '잘 모르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는 꽤 흥미롭고 그럴듯한 방법으로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