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이승희 지음 / 고래뱃속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가시 돋친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 '가시 돋친 말'의 가시를 진짜 가시로 표현하는 아주 독특하고 훌륭한 그림책이다.


글은 많지 않고 그림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흑백... 찾아보니 동판화라고 한다. 그림이 강렬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 좋다!


제목 '가시'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말일 수도 있고, 상처 받는 내가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숨는 고통의 심연이나 마음의 장벽을 뜻하기도 한다.


작가는 아무리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어도, 가시로 갑옷을 둘러 나를 숨기려 해도 '부수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는 마음'이 있으며 그 마음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얘기해 준다.


"가시덤불 속에서도 잃지 않는다면 가시밭길 위에서도 피워 낼 수 있어."라는 위로와 격려가 가슴 뭉클하다. 그림책이지만 어린이보다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고생과 어른까지... 교우관계의 어려움이나 학교폭력으로 마음에 상처가 생긴 아이들, 가족 간 불화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 속 고통의 맨얼굴이 보이고, 가시박힌 몸으로도 살 수 있고 살아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렇게라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100점 만점에 150점을 주고 싶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20 극우가 온다
정민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2001년생 정치인 정민철의 저서.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는 청소년 및 청년층의 실태를 취재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보수화 정도가 아니라 극우로 치닫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드러낸다.


저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놀이로 소비하는 1020을 MH세대로 명명하고 그들을 지배하는 인터넷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건 이들의 부모 세대인 기성세대(4050 및 586세대)이며,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언한다. 아울러 극우 1020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지, 그들의 주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며 2020년 초 무렵 읽었던 <20대 남자: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라는 책을 떠올렸다.

시사인과 한국리서치에서 함께 만든 <20대 남자>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의 20대 남성 중 약 26%는 강한 반페미니즘 정서와 함께 자신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마이너리티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젠더와 권력 문제에 몹시 예민하고 큰 분노를 느낀다. 이들은 거의 모든 여성 관련 정책과 법 집행 결과에 반대하며, 자신들을 사회적 약자로 여기기 때문에 양성평등 정책은 '평등'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겉으로 보기에는 '공정'이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에는 '맥락이 제거'되어 있다. 따라서 능력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의 입장과 상황을 살피고 역지사지도 해 보는, 앞뒤 맥락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화를 경험하고 고등교육 기회를 충분히 누린 이들의 부모 세대(이른바 386세대)가 키워낸 자녀들이 왜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20대 남자>는 출간되었으나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잊혀졌고, 이 책에서 제기했던 문제들도 해결되지 못한 채 곪아갔다. 그리고 당시 20대였던 남자들은 이제 20대 후반~30대 중반이 되었고, 이들의 보수화는 10대로까지 넓어졌으며 이제는 여성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분노했던 지점은 더 확대되어 이제는 혐오와 조롱,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나는 <1020 극우가 온다>에서 제시한 대응 및 해결 방안을 충실히 따른다 해도, 1020 내 자녀들과 아무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해도 이들의 극우화를 막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재명이 내 살아 생전에 만날 수 있는, 진보 정권(민주당이 진보 정권인지 의문이지만)이 배출한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옮음'과 '바름'에 대한 탐색을 멈춰선 안 된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제대로 된 가치 토론을 시작하는 것은 1020 이후의 세대, 즉 내 손주 세대를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단, 힙하고 재밌게!


< 사족 1 > 며칠 전 동네 팥빙수 가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초반 청년 세 명... 이들은 서로를 '정민철 같은 새끼'라고 욕하고 조롱하며  대화를 나눴다. 민주 진영 인사들은 정민철을 '인스타 독립군'으로 치켜세우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독립군이라기엔 너무 초라한 욕받이였다.


< 사족 2 > 어찌됐든 대화의 시작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사고방식을 머리에서 지우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80년대에 독재 타도를 외쳤던 마음과, 오늘날 윤 어게인을 외치는 마음의 뿌리가 어쩌면... 정말로 같은 애국심이나 동지애, 연대의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인정할 수 없다면(없기 때문에?) 1020의 극우화를 막을 수 없다.


문제는 ‘맥락의 소거‘다. 2010년대 초반의 합성이 다분히 정치적 비판이나 조롱의 의도를 가진 ‘일베‘라는 특정한 정치적 스텐스를 가진 집단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그 정치적 맥락이 완전히 지워졌다. 지금의 10대들에게 노무현은 ‘비운의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서거한 정치인‘도 아니다. 그저 랩을 잘하고, 발음이 찰지며, 신나는 비트에 노래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사이버 공간을 떠도는 ‘우스꽝스러운 엔터테이너‘일 뿐이다. 그들에게 노무현은 실존했던 인간이 아니라 ‘뽀로로‘나 ‘펭수‘처럼 소비되는 하나의 디지털 캐릭터다. 이것이 바로 혐오가 문화가 되는 과정의 가장 끔찍한 지점이다. 대상이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라질 때, 잔인함은 유희가 된다. - P24

과거에는 보수 지지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숨기는 ‘샤이 보수‘였지만, 지금 10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가 조롱의 대상이기에 숨어야 한다. 이것은 심각한 신호다. 정치는 ‘문화‘다. 또래집단에서 힙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어야 세력이 확장된다. 하지만 지금 10대들에게 민주당은 촌스럽고 위선적이며 말 안 통하는 꼰대들의 정당이다. 반면 우파는 솔직하며 유머러스하며 팩트를 말하는 쿨한 세력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문화적 주도권을 완전히 뻇긴 것이다. - P117

민주당은 이들의 박탈감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도덕 교과서만 읽어줬다. 반면 보수 정치권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그들의 언어로 말했다. <중략> 그것이 포퓰리즘이든 갈라치기든 20대 남성에게는 처음으로 ‘내 고통을 알아주는 어른‘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보수화된 것은 이념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진보가 그들을 버렸고 인스타그램을 매개로 보수가 그 빈자리를 혐오로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분노는 진짜다. 경제적 몰락, 젠더 갈등에서의 고립, 그리고 이를 증폭시킨 알고리즘의 선동. 이 세 가지가 결합하여 가장 강력하고 공격적인 정치 결사체 ‘극우 이대남‘이 탄생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20대 남자들이 일베에 세뇌되었다."고 혀만 찬다면 민주당은 앞으로 영원히 이들의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다. 아니, 표를 잃는 것을 넘어 가장 강력한 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P124

종교적 확신은 죄책감을 마비시킨다.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핍박받는 순교자‘의 희열을 느낀다. 재미로 돌을 던지는 사람은 지치면 그만두지만, 신의 뜻이라 믿고 돌을 던지는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이것이 새로운 10대 우파들이 무서운 진짜 이유다. - P185

지금 자라나는 이 10대 우파들은 강남의 부, 미국식 엘리트 교육, 그리고 대형 교회의 조직력이라는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들은 태극기 집회의 노인들처럼 촌스럽지 않다.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글로벌 이슈를 논한다.
이들은 장차 명문대에 진학하고 유학을 다녀와서 대한민국의 판사, 검사, 기자, 정치인이 될 것이다. 그떄가 되면 우리는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꼰대 보수가 아니라 영어로 말하며 차별금지법을 폐지하는 젊고 유능한 엘리트 보수를 상대해야 한다. 이 성벽은 돈과 신앙으로 축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던 방식으로는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 - P187

노무현을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소비하다 보면 어느새 무의식 속에 ‘민주당=우스운 놈들=조롱해도 되는 대상‘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반대로 전두환이 탱크를 몰고 가는 장면에 힙합 음악을 입힌 영상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독재의 잔혹성은 휘발되고 ‘전두환=상남자=카리스마‘라는 이미지만 남는다.
이것은 논리가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다. 텍스트로 된 사상교육은 논박할 수 있지만 이미지와 음악으로 결합된 밈은 반박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웃긴 감정만 남기 때문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해체되었지만, 그들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심리전을 완수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에게 혐오를 ‘정치‘가 아닌 ‘문화‘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 P214

미디어 리터러시는 훌륭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이 아니다. 이 야만의 알고리즘 정글에서 내 돈과 내 뇌를 지키기 위한 생존 기술이자 호구 방지술로 정의해야 한다. - P2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안의 유인원 - 폭력적인 침팬지와 다정한 보노보로 바라본 인간 본성의 기원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빌리버튼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장류 연구가인 프란스 드 말이 침팬지와 보노보를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단순히 동물의 행태를 설명하는 내용이 아니라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와 보노보를 통해 파악하고자 하는 책이다. 따라서 중심은 '인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침팬지, 보노보가 동일한 선조를 공유하지만 두 유인원의 사회가 극명하게 다르다고 설명한다. 즉, 침팬지는 수컷 중심의 권력 사회로 엄격한 서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권력 투쟁이 자주 일어나고 폭력적인 특성을 보인다. 반면 보노보는 암컷 중심의 평화적인 사회로 성적 교류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서로에 대한 높은 공감 능력을 지닌 사회라는 것이다.


인간 역시 침팬지, 보노보와 동일한 선조를 공유하며 침팬지와 보노보의 특성을 모두 공유한다. 즉 전쟁, 폭력, 지배욕은 침팬지와 같은 특성이며 연대, 협력, 평화주의 지향 특성은 보노보와의 공통점이다. 저자는 인간이 갖고 있는 이중적 특성을 오랜 기간의 관찰과 실험을 통해 얻어진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소설이 아닌 이론서지만 비교적 쉽게 읽히고, 대중 소설만큼 재미있기도 하다.


나는 특히 섹스와 영아 살해를 통해 인간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침팬지는 알파 수컷 한 마리가 무리 내의 모든 암컷을 차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일정 기간 안에 태어나는 새끼의 아버지는 거의 대부분 동일하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바뀌면 새로운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 새끼들을 죽인다. 영아 살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침팬지 사회에서 영아 살해는 알파 수컷이 자신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고 집단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반면 보노보는 암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수컷과 동시다발적으로 교미를 하기 때문에, 태어나는 새끼의 아비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새끼가 태어나면 수컷은 이 새끼가 내 자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내 자식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 자식일 수도 있는 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태어나는 새끼가 어쩌면 내 자식일 수도 있는 이런 사회에선 영아 살해가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보노보 사회의 난교는 암컷 중심의 사회에서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한 방어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침팬지와 보노보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영아 살해도 막고 집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획기적 전략을 수립했다. 그것은 일부일처제와 가족 구조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인간은 암컷과 수컷의 일대 일 결합으로 가정을 꾸려 그 안에서만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컷이 자기 새끼를 확실하게 인지하게 함으로써 영아 살해를 막고 가족이라는 안정적 집단 구성을 통해 수컷의 양육 참여를 이끌어냈다.


사회(가정 포함)나 국가의 형성에 대해, 집단을 이루려는 사회적 본능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거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끝내기 위한 계약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학설이 일반적인데 '수컷' 중심 사회와 '암컷' 중심 사회에서의 섹스와 영아 살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 것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어찌됐든... 결국 인간은 침팬지의 폭력성과 지배욕, 보노보의 공감과 평화적 성향을 동시에 물려받은 이중적인 유인원이다. 두 가지의 본성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침팬지가 될 수도, 보노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무엇이 될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종에게 달려 있겠지.


책을 다 읽은 후, 솔직히 말해 오늘날의 전쟁과 각종 폭력은 남성이 정치적 지배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을 세워 한 집단이 타 집단을 침략하여 같은 종을 살해나는 행위'는 영장류 중 인간과 침팬지에게만 나타나는데 '수컷'에게만 보이는 특징이란다. 물론 여성 정치 지도자도 있긴 하지만 절대 다수가 남성인 상황에서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것을 단순 우연, 혹은 지정학적 특성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만 할 수 있을까...?


물론 저자는 '평화를 유지'하고 '평화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침팬지에게는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국가 간에 상품을 교환하고 자원을 공유하며 족외혼을 하기도 하는 등 집단 간에도 유대감을 갖고 협력하지만 침팬지에게는 이런 '집단 간의 유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폭력적인 침팬지도 '호혜성'에 입각하여 평화와 평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점점 격화되는 전쟁과 테러, 혐오 범죄, 정치경제적 갈등을 돌아보면 과연 인류에게 평화가 보편적인 것이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비관적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아울러 우리는 대규모 사회에서 낯선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진화하지 않았다며 소규모 공동체를 최대한 비슷하게 모방하는 것이 사회를 잘 굴러가게 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에는 마음으로는 동의하나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우리가 비교하는 것은 인간과 유인원이 자연적 성향과 지능, 그리고 경험을 결합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결합된 능력에서 어떤 것이 선천적이고 어떤 것이 후천적인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 < 중략 > 내 목표는 유인원과 인간의 사회적 생활에 대해 똑같은 비교를 해보고, 우리가 놀리기 좋아하는 이 털 많은 친구들과 우리가 공유하지 않은 성향이 단 하나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P79

평등주의는 상호 사랑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으며", 수동성에는 더더욱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그것은 통제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인식하면서 능동적으로 유지되는 조건이다. 평등주의자는 권력 의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매일 그것과 맞닥뜨리며 살아간다. - P135

민주주의는 ‘능동적‘ 과정이다. 불평등을 줄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폭력에서 탄생한다고 본다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들 중에서 지배성이 더 강하고 더 공격적인 종에게서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기반을 이루는 성향들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그러한 성향은 바로 우리가 쟁취하려고 투쟁하는 가치로 자유, 평등, 박애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누가 공짜로 우리 손에 건네준 적이 없다. 항상 권력을 가진 자에게서 쟁취한 것이었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위계가 확실한 동물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결코 이러한 위치에 이르지도 못했을 것이고, 밑바닥에서 우리의 가치를 쟁취하기 위해 필요한 연대를 발전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 P150

우리 종의 진화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친부 확실성을 높임으로써 자식의 양육에 남자가 더 많이 관여하게 하는 길을 닦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섹스를 핵가족 내에 가두어야 했다. - P216

수컷 무리가 의도적으로 이웃 수컷들을 죽임으로써 세력권을 확장해가는 동물이 사람과 침팬지 뿐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 포유류 종이 그러한 경향을 각자 독자적으로 발달시킬 확률이 얼마일까? 침팬지와 가장 유사한 인간의 행동 패턴은 ‘치명적 습격‘이다. 습격은 한 무리의 남자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습격의 목적은 다른 남자들을 죽이고 여자들과 소녀들을 납치하는 것이다. - P239

침팬지와 우리의 유사점은 부정할 수 없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인간의 행동 중 침팬지로 설명할 수 없는 한 가지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전쟁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상품 교역, 강물 공유하기, 족외혼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평화는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침팬지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다. 침팬지는 집단 간에 친밀한 유대 관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다양한 수준의 적대감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간 집단 간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침팬지만을 우리 조상의 모델로 삼아서는 안 된다. - P241

도덕성이 감정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 중략 > 도덕성의 기본 요소는 인간성보다 훨씬 이전에 생긴 게 분명하다. 우리는 영장류 친척에게서 이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공감은 보노보에게서, 호혜성은 침팬지에게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도덕적 규칙은 이러한 경향을 언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가르쳐 주지만, 그러한 경향 자체는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했다. - P363

우리 사회는 아마도 우리 조상들의 소규모 공동체를 최대한 비슷하게 모방할 때 가장 잘 굴러갈 것이다. 우리가 어딜 가나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고, 어두운 골목에서 그들에게 위협을 느끼고, 버스나 지하철 옆에서 그들 옆에 앉고, 차가 막힐 때 손가락질하며 욕을 하는 대도시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응집력이 강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보노보처럼 우리 조상들도 매일 얼굴을 보며 잘 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살아갔다. 우리 사회에 이만큼 질서가 있고 생산적이고 비교적 안정된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도시 계획자들은 모든 사람이 모든 아이의 이름과 집을 알았던 옛날의 공동체 생활에 가깝게 도시를 설계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 P3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 하나도 아까운 번역. 다른 출판사들도 민음사보단 낫지만 다들 별로... 새로운 번역이 반드시 필요한 책 1순위긴 바로 <파리대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나선계단의 비밀 (개정판) : 국내 최초 완역판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지음 / 판도라books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년 전, 국민학생일 때 너무 재밌게 읽었어서 다시 읽고 싶어 일부러 찾아 읽었어요. 다시 읽어도 재밌는데 마치 파파고가 번역한 것처럼 어색하고 딱딱한 번역은 무척 아쉽습니다. 새 번역으로 다시 출간되면 재독하고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