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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평점 :
눈의 아이 / 미야베 미유키 / 북스피어 (2013)
처음 읽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그러니 사실 저는 이 유명한 추리 소설가에 대해 말 할 자격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몇 년 정도가 아닌가요? 그마저도 얼마나 된건지 잘 모르겠네요...)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그 무수한 작품들 중 단 한 편도 읽지 않은, 흔히 말하는 '미야베 월드'의 문외한에 불과하니까요. 일본 추리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다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적지 않게 챙겨본 편이고, <변호측 증인>, <달리의 고치>, <사우스포 킬러>, <탐정영화> 등등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일본 추리소설들만 해도 족이 열 편 정도는 되는 듯 한데... 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인지. 심지어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시자이자 거장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을 저 역시 참 많이 좋아하는데도 말입니다. 특히 한국판 영화 <화차>를 보고 나서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제로의 초점>이나 <점과 선>이 바로 떠올라... 영화의 원작자인 미야베 미유키가 진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게 사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얼른 그녀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까지 했었더랬는데... 그럼에도 이제야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작가에 대한 이야길 해야 하는데, 너무나 유명한 작가임에도 워낙에 아는 것도 특별한 인연도 없다보니 이렇게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니 괜히 아는 척 말고 작품들에 대해서만 짧게 이야기하고 마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작품들, 이라고 한 것처럼...<눈의 아이>는 짧은 중단편 소설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진정한 의미의 단편이라 할만한 30페이지 내외의 짧은 소설들인 <눈의 아이>, <장난감>, <지요코> 이렇게 세 편이 연이어 배치되어 있고, 그 뒤로 50페이지 분량의 <돌베개>와 80페이지 가량의 중편 분량인 <성흔>이라는 작품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어떤 걸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없을 정도로 각각 고유의 색깔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다섯 편을 다 읽고나면 왜 한 권의 작품집으로 묶였는지 이해가 될 정도의 공통점 또한 분명 지니고 있습니다. 이 다섯편의 짧은 소설들은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미스테리 구조를 띄고 있어 넓게 보면 추리물이라 할 수 있지만, 작가의 의도나 느껴지는 정서는 현실적 휴머니티에 기반한 판타지, 혹은 초현실적 세계관에 기반했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작품들이 작은 동네에서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 사건과 연관된 이들 역시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로 설정해 단편이라는 물리적 '사이즈'에 맞게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역시 소품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장르, 소재, 정서, 분량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결국 이 소설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즉 주제적인 측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작은 동네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와 관련된 괴소문이 돌고, 그에 대한 진상이 밝혀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진실에 관심을 갖거나 진실을 드러내는 이는 형사나 탐정이 아닌 (그 사건과 연관이 있건 없건)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엄밀히 말씀드려 세번째 작품인 <지요코>는 조금 색깔이 다르기에 논외로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전통적인 판타지에 가깝지요)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결국 같은 이야길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진실을 통해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갈등, 망설임, 질투 등 보편적인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합니다. 비록 세월이 많이 지났고, 이미 그 피해자 혹은 당사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낸 다음이지만. 언제라도, 어떻게든 지난 시간을 잊지 않고, 도망가지 않은 채 자신의 인생의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는 인물들... 이것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가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초현실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