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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발따사르 뽀르셀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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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 발따사르 뽀르셀 / 책보세


해양문학, 이라는 분류가 따로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 <밀수꾼들>이라는 소설을 통해. 그럼에도 소설을 다 읽고나서도 해양문학의 정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솔직히 알 수 없었습니다. <밀수꾼들>은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해양문학'과는 제법 거리가 있었거든요. 바다와 그 바다로 나아간 배, 그리고 그 배 안에 타고 있는 인간군상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너무나 간접적이고 비유적으로. 


거친 뱃사람들이 맞닥뜨리는 파도와 폭풍, 혹은 그들을 공격하는 해적과 원주민들. 그렇게 낯선 장소로 나아간 주인공들이 뜻하지 않은 위험을 맞닥뜨리며 절대 육지에서는 할 수 없는 모험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조금 더 보태서 절대 도망살 수 없는 배 안에 모여있는 선장과 선원들의 각 캐릭터들 각자의 사연과 개별적인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날것 그대로의 적나라한 인간본성이 드러나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바다 사나이들의 비릿한 짠내와 수컷들의 땀냄새로 가득한... 뭐 그런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아마도 저는 이러한 이야기이기를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해양문학이라는 말, 거기에 <밀수꾼들>이라는 제목이...저를 착각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순수문학이라기 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읽기 쉬운 장르소설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 탓인지, 솔직히 말씀드려 소설은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사연을 꿰는 것은 갈수록 불가능해졌고, 누가 주인공이고 누구에게 이입하며 이 소설을 따라가야 하는지 점점 더 난감해졌습니다. 이들이 탄 배는 계속해서 지중해의 어딘가로 나아가고, 빨리 배에 실린 밀수품을 넘겨 각자의 욕망을 해소해야 하지만 자꾸만 이들을 가로막는 사건과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그래도 기본 줄기가 있고 하나의 이야기로 꿰어지는 듯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들이 마주하는 건 신화 속 세계의 어딘가처럼 보였고,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에 기반한 무언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가본 적도, 그렇다고 틈틈이 접해본 적도 없는 지중해의 낯선 지명들, 솔직히 깊게 공부해 본 적 없는 그리스 신화에서 끌어온 비유와 상징들... 그렇게 지중해라는 바다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 소설을 저는, 끝내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뒤에 가서 스페인 현대사, 즉 스페인 내전과 얽힌 사연들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우리의 아픈 현대사가 떠오르며 조금이나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고, 이들이 가려던 목적지에 도착하는 엔딩에서는 이들의 고단하고 기나긴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는 생각에 묘한 안도감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낯선 세계, 막막한 고난과 마주한 인간들의 운명. 그럼에도 그 고난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나면, 희미하게 나마 희망의 단초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 작가는 지난 수천 수만년 동안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던 터전이자 신들의 영역으로 숭배했던 지중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러한 이야길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제가 제대로 이해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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