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월의 마지막 날, 소셜벤처 경연대회, 커피 케이터링 지원을 나갔다. 
참고로, 소셜벤처는 이렇게 정의된다. 창의성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하는 진취적 사회적기업 모델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뭐, 말은 번지르르한데, 쉽게 말해 '돈벌이(혹은 돈놀이)에 영혼이 잠식되지 않은' 기업쯤 되겠다. (도둑과 도덕을 구분하지 못해,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지칭한 이번 정권의 머리 빈(MB) 양반도 나름 심혈을 기울이는 일자리 자구책이 사회적기업과 소셜 벤처이기도 하다.)

3년 전부터, 매년 열리는 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예전엔,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술, 의지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읽었었다. 물론 그들의 눈빛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패기와 함께 어떻게든 수상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커피를 건넸었다. 맛있게 마시라는 말 뒤에 생략했지만, 당신이 바꿀 세상을, 세상을 바꿀 당신을 지지한다는 내 마음의 말이 있었다. 내가 건네는 커피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자들에게 윤활유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내 커피가 사회변혁 추동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는 소원. 더구나 나는 커피가 혁명의 불쏘시개가 됐던 이야기에 혹한 자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른 마음이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야만의 세상. 나는 어지간한 대사건(그건 아마도 침팬지의 혁명적 외침인 <혹성탈출:진화의 시작>과 같은)이 아니고서야, 이 야만은 꾸역꾸역 증식할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프고 슬픈 지구를 위해 개인의 노력을 행하는 것.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차를 덜 몰거나, 식습관을 바꾸며, 윤리적소비에 나서는 것. 좋다. 암, 좋은 일이다.

허나, 그런 것들은 그저 자기 만족이다. 야만 박멸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미친 빅딜이나 경제적 제국주의 국가들의 통렬한 자각과 대오각성에 의한 분배적 정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야만은 점점 더 뚱뚱해질 게다.

그러니까, 그들의 뚜벅이 걸음은 사소한 성공에 가깝다. 큰 실패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드문 경우. 희뿌연 안개 속에서 그나마 어설프게 비치는 반짝이. 그러면 그것은 절망인가? 아니. 사소한 성공은, 결국 내가 바뀌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세상을 바꾸기 보다는 야만의 세상이 강요해서 바뀌는 인간 본성을 놓치지 않기. 

오늘 내가 그들에게 건넨 커피는 그런 의미였다. 부디, 바뀌지 않기를. 야만이 당신을 덮쳐도 당신은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최소한 괴물은 되지 않기를. 이미 많은 인간이 괴물과 좀비로 바뀐 도가니가 된 세상이니까. 내가 건넨 커피가 당신이 바뀌지 않을 수 있는데 작은 자극이라도 되길 바랐다. 

한편으로, 그것은 분노의 다른 표현이었다. 
나는 그들이 소셜 벤처를 꿈꾸고,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것이 지금의 야만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봤다. 내가 바뀌지 않기 위해 야만에 대해 분노함으로써 그들은 사회적인 뭔가를 끄집어낸 것이다. 개인의 분노가 내면을 향하면 우울이 되지만, 사회성과 관련한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은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도록 돕는다. 사회적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왜 사회가 이 모양인가, 에서 우리는 본디 고민을 하도록 태어났다. 고민하다 보니, 답이 딱! 이리 살면 안 되겠다.

이 노친네, 스테판 에셀은 그래서 '밖으로' 분노할 것을 권한다. 분노하라고 대놓고 분탕질(?)을 한다. 분노할 거리를 내놓고는 야만에 진상짓(!) 좀 하라고 일갈한다. 지금 이대로 살아도 진짜 좋냐고 묻는다.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인의 이익이 옹호되고, 부가 정당하게 분배되지 않고 금권을 지닌 누군가에게 편향되며, 국가 금권 외세에게 종속된 언론이 판을 치며, 인권을 겁박하는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 야만 혹은 도가니가 버젓이 똥폼 잡고 유세 부리는 세상에서 말이다.
    


여기 이 말을 보자.

"이른바 '불법체류자'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 퇴직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기존 성과를 새삼 문제 삼는 사회, 언론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된 사회, 결코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꼭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말하는 것 같다. 93세의 레지스탕스 노투사의 이 말은, 프랑스 사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회나 한국 사회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말일까? 일정 부분은 그렇다. 여러 제반 여건을 비롯해 정치, 문화, 사회적인 상황이 다름에도, 전 지구적인 현상에서 비롯되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세계화'라는 표현에 맞게끔, 전 지구의 연결망이 과거에 비해 확실히 촘촘해졌다. 거기에는 자본의 무한증식 포섭력(?)이 가장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이권을 향한 무한도전이 빚어낸 자본의 자기증식은 국가나 국경을 가리지 않았고, 어디든 돈 될만한 곳이라면 손을 뻗쳤다. 자본의 세계화는 세계의 많은 풍경을 획일화시키고 일찍이 없었던 일을 보여주고 있다.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가 이렇게 큰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을 사람들이 이토록 부추긴 적도 일찍이 없었다."(p.15)

세상은 어떻게든 상호연결돼 있다.
자본이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어어~ 하다가 사람도 자본이 원하는 야만에 휩쓸리게 됐다. 덕분에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내가 변하지 않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광활한 세계를 상대로 그렇게 해야 한다.

짧게는 30~40년, 더 길게는 산업혁명 이후 200년 이상을 참아왔다. 그런데, 이젠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고 있다. 그렇지 않나? 언제부터 우리가 다른 사람을 짓밟고 자연을 무시하고 살았나. 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 비정규로 가르고, 친구를 사치로 여기게끔 만들었나. 청년들이 이렇게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아이들이 사육기계로 전락당하는데, 속수무책이어도 되나. 

세계의 상호연결성이 나쁜 방향으로만 작동하다보니, 그 폐해가 엄청나다. 노투사의 물음은 그래서 지금-여기에도 그대도 적용된다.
  
"잘 되어가는 사회란 무엇입니까? 모든 시민에게 생존의 방편이 보장되는 사회, 특정 개인의 이익보다 일반의 이익이 우선하는 사회, 금권에 휘둘리지 않고 부가 정의롭게 분배되는 사회입니다."(p.62)

이를 세 단어로 줄이면, 자유, 평등, 박애. 

야만이 세상을 삼키면서 함께 소멸되고 있는 단어였다. 그런 형편에서 우리의 분노는 안으로 향했고, 자존감을 잃은 개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스테판 에셀이 무관심을 최악의 태도로 꼽은 것은, 끊임없이 인정투쟁을 원하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은 까닭이리라. 분노는 그래서 무관심의 반대말이다. 노장은 권한다. 자꾸 '삑살이'를 내면서 세계를 공황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화폐권력에 분노하라고. 아무렴, 지금 필요한 건, 그것!

"전에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쉽게 체념해버리던 일들을 이제 그냥 당하고 있지만 않고 이에 맞서 일어설 때가 온 것입니다. 특히 점점 더해만 가는 경제권력, 금융권력의 압제에 맞서 싸울 때가 온 것입니다."(p.64)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좋다.
내가 변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에서 나는 작은 숭고함을 봤다. 자기 나름의 분노의 동기를 갖고 그들은 하나둘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인정을 받고, 사회에 자연스레 스며들면 더욱 좋겠지만, 그 노력만으로도 나는 충분해 보였다. 스테판 에셀이 나치즘에 분노하였듯, 그들은 청년들이 실업의 고통에 시달리고, 돈 없다고 무시당하며, 장애가 있다고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투사였다. 스테판 에셀의 말("서양인들의 '생산 위주의 사고방식'은 세계를 위기로 이끌었으며, 그 위기로부터 탈출하려면 '항상 더 많이'라고 외치며 앞으로만 질주하는 태도와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을 봤든 아니든, 그들은 야만과 주류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분노할 줄 아는 투사였다.

나는, 투사들의 각성을 돕는 도우미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건넨 커피가 그들의 분노를 제대로 촉발하는 각성제가 되고, 나의 커피하우스는 제대로 된 분노를 깨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 그렇게, 나는 오늘 또 하나의 꿈을 꿨다. 9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가을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고, 분노도 익어가고 있었다. 노장, 스테판 에셀의 덕분이었다.

헌데, 책을 보면서 그의 분노에 공감하는 한편, 이성적 분노의 기원 또한 흥미진진했다.  
사실 '93세의 레지스탕스 노투사'라는 수식이 주는 후광이 너무 강한 것 같았다. 존경할만한 노장의 일갈은 분명 강력한 것이지만, 그런 식의 수식보다 더욱 놀랐던 것은, 집안 분위기였다. 프랑수와 트뤼포의 1961년작 <쥴 앤 짐(Jules And Jim)>이 관련된!  



트뤼포가 묘사한 그 놀라운 삼각관계는 바로 스테판 에셀의 부모의 이야기였다. 그가 세 살 때 어머니는 아버지의 절친과 사랑에 빠지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공유했다. 헌데, 이 놀라운 일은 영화 이전의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를 비도덕적인 일로 여기기 않았고, 세 사람은 세간의 윤리가 아닌 그들만의 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바라본 소년, 스테판 에셀이 있었다. 그 역시 남달랐다. 아니, 그다웠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관계에 흔들리기보다 자신만의 중심을 잡았다.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는 충분히 자존감을 지닌 인격체로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의 동거남, 그리고 자신 가운데 어머니 엘렌의 사랑을 가장 많은 받은 사람은 자신이었다는 확신. 행복해지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행복해지려고 노력했던 사람. 어머니의 사랑과 행복이 그를 제대로 분노할 줄 아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그를 지지해왔던 것이다. 분노할 줄 아는 노장의 탄생이 놀랍고 즐거웠다. 

문득 궁금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난다면, 나는 어떡할 것인가. 스테판 에셀의 아버지, 프란츠 에셀과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글루미 선데이>의 선율이 뒤따른다.

한국판으로 별도 삽입된 스테판 에셀의 인터뷰가 없었다면, 《분노하라》의 재미는 분명 떨어졌을 것이다. '스테판 에셀 비긴즈'를 엿볼 수 없었을 테니까.


나는 이 말을 믿는다.

노장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회의 노장은 불행하고,
존경의 대상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더 불행하다.

《분노하라》가 프랑스 출간 7개월 만에 200만부를 돌파한 것은, 노장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모르긴 몰라도 존경의 대상이 있어서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으리라. 물론 진짜 필요한 것은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다.

프랑스 문필가, 앙드레 모루아는 나이를 먹는 기술에 대해,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상대가 아니라 상담상대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에셀은 도움을 주는 존재, 상담상대로 생각하게 하는 걸 보니, 제대로 나이가 든 사람으로 여겨진다.  
 

나도 나이듦이 그러했으면 좋겠다. '꼰대'가 아니될 순 없겠지만, 이를 가능한 한 늦추면서 '노장'이 될 수 있으면 빙고~! 커피로 제대로 된 분노를 추동할 수 있는 기쁨. 그것을 바란다. 내가 오늘 건넨 커피가 그들이 가진 분노의 또 다른 엔진으로 작동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있을라고. 그래서 (세상의 야만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세상의 야만에 굴복해, 세상에 맞춘다는 명목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내 커피는 할 일을 다했다. 중요한 건, 소셜 벤처 혹은 사회적기업을 대표하는 것보다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또한 제대로 분노하는 길이다.

그런데 사실,
오늘 커피를 건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지난해 노조를 만든 이화여대 미화노동 여사님께 커피를 건넨 일! 소셜 벤처 참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묵묵히 그 뒤에서 미화 노동을 하고 계신 여사님께 커피 한 잔을 권했고, 쭈삣쭈삣 먹어도 되느냐고 수줍어 하시는 여사님께, 나는 호탕하게 그럼요~라고 답했다. 부디, 그 커피가 여사님의 하루를 잠시라도 빛나게 해줬던 순간이길. 커피 한 잔은 가끔 그렇게 마술을 부리기도 하니까. 마음이 필요할 때는 커피!    
 
"삶은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남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과 베푸는 기쁨을, 남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책임을 감수하는 것.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베풀고 싶다는 마음, 이 마음을 북돋워야 합니다. 사람을 책임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끊임없이 교육을 통해 계발해야 하며, 마음 교육을 위해서는 상상력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p.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구에는 강용석이라는 동물이 있다. 그 동물, 딴에는 변호사 출신으로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다(내 나라는 아녔음 하는 바람도 있음!). 작년에 학생들이 식사하는 자리에 낑겨서 모이를 주워먹다가 주둥이를 나불댔나보다.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학생에게, "다 줄 생각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 지랄입방정을 떤 것이다. 으응? 줘? 대체 뭘 줘?

(강)용석이는 구케으원을 알아서 그만두지 않았다. 하긴 그 지랄맞게 달콤한 그 자릴 왜 스스로 마다해? 떡하니 무심한 듯 시크하게 버텼다. 그래도 가시방석이었을텐데, 똥꼬 아프지 않았는지나 모르겠다. 


짜잔, 이런 와중에 8월31일 더 웃긴 쇼가 펼쳐졌다. 용석이 제명안을 놓고 국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졌다. 명색이 공인인데, 주둥이 잘못 놀린 죄로 당연 처단될 줄 알았다. 어라? 재석의원 259명 중, 용석이 자르자 111표, 용석이 그냥 두자 134표, 용석이? 난 몰러! 8표로, 용석이 안 잘렸다. 씨뱅 미친 거 아냐?


김형오 전 국회의장 나으리께서는 한 마디 더 지껄여주신다. "우리 용석이는 지성 교양 예의 갖춘 정의롭고 호감가는 반듯한 후배"란다. 참, 좋은 후배 두셨다, 그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수컷들의 소아병적인 연대다.

더 좆 같은 건, 한 신문에 의하면, 피해학생의 반응이었다. "두렵다"고 했다. "사회가, 정치가 이럴 줄 정말 몰랐다. 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그쪽(강 의원)이 했는데, 그런 잘못이 국회에서 용인된다면 그게 정의이고 공정사회인가? 곧 사회에 나가는 우리가 거꾸로 불이익 받게 되는 건 아닌가?"


아마, 그녀에겐 세상이 공포로 채색됐을 것이다. 충격과 공포. 그것을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사회라니.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벌건 여름에 펼쳐지는 공포잔혹극.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필요한 건, 혁명이다. 이 소식을 듣고 떠올린 건, 시저의 단호한 얼굴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기마경찰의 말을 뺏아 탄 시저가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그 장면. 나는 그 장면에서 껌뻑 죽었다. 그것은 김혜리 기자(씨네21)의 말처럼, '지성적 위엄'이었다. 시저가 침팬지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진정 우두머리였고, 나는 그의 손짓과 몸짓에 전율했다. 나는 그를 따르고 싶었다. 

여름 블록버스터, 그것도 할리우드의 것에서 혁명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그토록 짜릿한 순간이 올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물론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어떤 혁명이든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공장이니, 그게 신기할 건 없다만, 이 영화가 주는 혁명적 쾌감의 일부는 시저의 표정과 몸짓에 빚지고 있다.


맞다. 나는 시저에 반했다. 이런 혁명적 우두머리의 등장이 그만큼 필요한 시대여서일지도 모르겠다. 치매 예방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험용 침팬지의 지능(과 지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시저라는 혁명적 별종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대수로울 게 없다. 걸작이었던 1968년작 <혹성탈출>(그러고 보니, '68'이라는 제작연도가 의미심장해 뵌다!)의 프리퀄로 기획됐다는 배경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는 시저의 표정과 지성적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은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으로, <킹콩>에선 킹콩으로 퍼포먼스 캡처 연기를 선보인 앤디 서키스에 온전히 빚지고 있다. 다른 실제 배우들은 시저의 뛰어난 표정과 몸짓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불과하게 느껴질 정도다. 시저 찬양 도우미라고나 할까.




 

시저라고 처음엔 다른 침팬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의 애완동물이었다. 실험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랄 수 있었던 환경이 여느 동물원 침팬지와는 다른 지점이었고, 지성의 진화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점 정도. 덕분에 시저는 점점 자라면서 지성과 사유하는 힘을 기른다. 수화로 얘기하던 그가 어느 날, 엄마에 대해 묻고 태생을 고민하는 순간의 그 눈빛부터 나는 흔들렸다. 아, 혁명은 사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구나.



 

그도 허나 야생의 힘과 본능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로드만의 아버지이자 시저를 사랑해준 사람이 타인에게 봉변을 당하자, 그는 공격성을 드러내고, 결국 유인원 보호감호소(우리)에 갇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의실종된 상태로 줄곧 빨간 셔츠만 입고 다니던 시저가 혁명적 단초를 찾게 된 장소다. 앞서 자신은 다른 줄 알았다. 인간과 교감하고 교류할 줄 아는 그런 유인원으로.

그러나,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자각이었다고나 할까. 인간의 부속물로서 존재했던 자신에 대한 자각과 아울러, 무엇이 자신들의 적인지 명확히 깨달았다. 그는 또 한 번 깨어난다. 지성이 또 한 번 점프를 하면서 그는 현실을 깨닫는다. 생각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그의 눈빛, 나는 또 흔들렸다.

압권은 이후였다. 수화만 가능했던 시저가 우리에서 가해지는 핍박을 더 이상 참지 않고, "No~"라고 외친다. 그리고 일어선다. 언어와 직립보행을 획득하는 순간. 아, 자유를 만나는 순간이다. 노예임을 거부하는 순간이다.




 

혁명적 기운이 스크린을 감싼다. 나도 함께 외치고 싶었다. No. 어떤 영화나 현실에서도, 이렇게 강렬하고 인상적인 "No"를 만난 적이 없다. 지성과 자유가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그 혁명적 쾌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계급적 본능에 의해 그들의 봉기에 이입했다. 레알 혁명이 돋는 과정에 동참하고 싶었다.

시저와 그 투사들은 자유를 획득하고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알려준다. "No"라고 말하고 일어서기. 그들은 전진한다. 우리를 뚫고 나가, 샌프란시스코의 활엽 가로수를 타고 이동하고 마침내 금문교에 도달한다. 약간 과장해서 이 금문교 장면을 만나지 못한다면, 당신의 2011년 여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 유인원들이 긴 팔을 늘어트리고 전진하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금문교 교각을 긴 팔로 이동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진경은 아까도 언급했던, 시저가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외침이다. 이 광포하면서도 짜릿한 카리스마는 올해의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이탈리아의 역사 교과서에는 시저가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등 리더의 다섯가지 덕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시저라는 이름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그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하겠다. 미세하면서도 격정적으로 변화하는 감정의 결. 이토록 풍부한 감정적 표현이 가능하게 한 기술에 대한 탄성도 탄성이거니와, 앤디 서키스의 디지털 연기에 아카데미건 어디건, 충분히 보상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강용석 병'을 겪은 2011년의 한국이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에 갇혀,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지금이다. 청년이고 장노년이고 없다. 청년들은 청년대로, 장노년들은 장노년대로 절망을 품고 있다. 아이들이라고 다른가. 먹는 것 갖고 장난치는 어른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

우두머리 다운 우두머리 없이 오합지졸들만 창궐하는 시대. 나는 시저를 우리의 우두머리로 추천한다. 지구탈출을 권하는 바다. 혁명의 시작은 시저를 옹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터다. 나는 시저를 따르겠다. 인간보다는 시저다. 일단 영화부터 보고 더 이야기하자.



 

아 참, 뭣보다 시저처럼 제대로 분노(분개)할 줄 알아야 하겠다. 93세의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이 말한 것처럼.

"나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주변을 둘러봐요. 그러면 우리의 분노를 정당화하는 주제들 -이민자, 불법체류자, 집시들을 이 나라가 어떻게 취급했는지 등등- 이 보일 겁니다. 강력한 시민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구체적 상황들이 보일 겁니다. 찾아요. 그러면 구할 것입니다.""(《분노하라》, p.26) 


용석이나 형오, 그 모습이 바로 우리들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한편, 그런 동물들에게 눌리지 말고, 두려움 느끼지 말고,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살아있다면 시저처럼, "No"라고 외치고, 직립보행을 해야 한다. 노예 아닌 주인의, 핍박이 아닌 자유를 찾는 길이다. 침팬지보다 못한 용석·형오 개새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레알 혁명 돋아야 할 사소하고 소소한 이유다. 그 동물들이 우리에게 도덕적 수치심을 안겨줬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1주

1. 김기덕 감독이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영화 <아리랑> 관심이 많은데요.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있다면서요? 

 

1년에 영화 1~2편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던 김기덕 감독이 지난 2008년 <비몽>이후 긴 침묵의 시간을 보냈는데요. <아리랑>으로 다시 작품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이 작품은 11일 개막하는 제64회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는데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칸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2007년 <숨>이후 4년만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작품을 내놓으면 영화 홍보 등을 위해 인터뷰에 나서기 마련인데요, 특히 김기덕 감독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인물인데도, 칸영화제 기간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례적인 경우죠.

이런 인터뷰 사절은 영화 내용에 대한 오해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는데요. 이는 긴 침묵의 시간에 있었던 일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간에 김기덕 감독은 연출보다 제작자로 나서, 그의 조감독 출신의 감독들이 연출한 <영화는 영화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아름답다> 등이 개봉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영화다>가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배급사가 부도나면서 수익금을 제대로 정산 받지 못했고요, 이에 김기덕 감독도 큰 상처를 받았다고 전해졌습니다. 또 그의 연출부 출신 감독과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가 헤어지는 등 불운이 계속돼 한동안 말 못하는 공황 상태에 있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뚫고 제작된 영화 <아리랑>에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으로 영화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 어떤 영환가요?

영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탠데요, 일단 김기덕 감독의 영화세계와 한국영화계와의 긴장 관계를 직접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라는 정도만 알려졌습니다.  

일부 감독이나 배급사, 투자사 등이 자신들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있을까봐, 혹은 폭탄 발언이 나올까봐 긴장하고 있다고 하고요. 김기덕 필름의 한 관계자는 “김기덕 감독의, 김기덕 감독에, 김기덕 감독을 위한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특정인을 비하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내에 상영된다면 칸영화제에 공개하면서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는 부분은 빼고 개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리랑>은 칸영화제에서 13일 처음 공개됩니다.

2.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작전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있네요?

전세계가 깜짝 놀란 소식이었죠. 지난 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최후를 맞았는데요, 할리우드가 발 빠르게 이를 다룬 영화들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우선, 빈 라덴의 사망 전부터 이미 기획되고 있던 작품인데요, 이라크 전쟁을 다룬 <허트 로커>로 2010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빈 라덴을 다룬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합

제목은 <킬 빈 라덴>으로, 미군에 의해 극비리에 진행된 빈 라덴 체포 작전이 실패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었다고 알려졌는데요, 빈 라덴이 최후를 맞이함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영화내용과 예산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기습한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 팀6’를 다룬 영화도 기획중인데요, 빈 라덴 사망 6일전 발간된 미군 특수부대원의 수기가 원작이입니다. 이 책은 빈 라덴 사망과 함께 베스트셀러로 급부상했다고 하고요, 영화화까지 기획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3. 개봉 6주차를 맞은 영화 <내 이름은 칸>, 흥행 몰이가 심상치 않네요. 롱런할 조짐이 보인다면서요?

인도영화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는데요, <내 이름은 칸>이 잔잔하게 흥행몰이를 하면서 오래 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영화라는 편견 등으로 소규모 개봉했던 이 영화는 극장 대비 높은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장기흥행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인도사람인 칸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개봉 당시 13개관에서 시작해 박스오피스 10위로 시작한 이 영화는 극장 수도 차츰 늘었고, 2주차 7위, 3주차 3위 등 순위가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개봉 6주차를 맞은 <내 이름은 칸>은 전국적으로 4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고요. 뭣보다 국내 관객들에게 인도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볼 영화로도 손색이 없어서, 5월 중에도 상영을 이어가면서 관객들과 계속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4.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5월 풍성한 영화개봉 소식으로 마무리 할까요?

비수기를 넘어선 5월, 다양한 영화들이 풍성한 잔치상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요, 우선,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슈퍼히어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토르:천둥의 신>을 비롯해서 <소스 코드>가 선을 보였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던컨 존스라는 이름을 기억할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독특한 상상력을 가미한 SF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감독의 프러포즈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예감독입니다. 이번주 예매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트와일라잇>으로 소녀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리즈 위더스푼이 함께 열연한 <워터 포 엘리펀트>도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1930년대 호황을 이뤘던 서커스단의 화려한 삶과 사랑을 그렸고요.

이어 전편을 통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영화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후속편들이 5월 중 속속 스크린에 등장하는데요,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가 19일 개봉을 하고요, 사랑받는 팬더곰이죠, <쿵푸팬더2>는 26일 개봉합니다.

국내 영화로는 이번주 두 편의 기대작이 함께 선을 보였는데요, 830만을 동원한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의 신작 <써니>가 개봉했습니다. 학창시절 어디든 있었죠. 7공주. 그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모여 펼치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와 현대를 오가는 설정도 나이 든 영화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 같고요, 이번 주 예매율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중훈씨가 여섯 번째로 형사로 출연하고 이선균씨와 호흡을 맞춘 <체포왕>도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실적 경쟁에 내몰린 경찰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렸고요, 예매율에선 3~4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독특한 감성의 로맨스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도 있는데요, 작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사랑을 카피하다>와 뮤지션을 꿈꾸는 남자와 청각장애를 가진 여인의 사랑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풀어낸 <리슨 투 유어 하트>가 있고요.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들도 선을 보였습니다. 1990년4월 우주로 떠난 인류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이 담아낸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3D로 담은 아이맥스 영화입니다. 제목이 <허블>이고요, 안철수 교수가 내레이션을 맡았습니다.

어린이들을 겨냥한 3편의 애니메이션이 있는데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초시공! 태풍을 부르는 나의 신부>, <썬더일레븐 극장판 : 최강군단 오우거의 습격>과 함께 사람 얼굴을 하고 말까지 하는 기관차로 영원한 아이들의 친구죠, <극장판 토마스와 친구들3>가 개봉을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4주

1.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28일 개막됐는데요. 벌써 12회째를 맞았어요?

네.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제죠. 부산국제영화제가 작년 가을 15회를 맞았는데,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에 12회째를 맞았습니다. 사실 이만한 역사를 갖고 롱런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전주영화제는 부산영화제에 이어 자리매김을 잘 한 셈이죠. 참고로, 대한민국의 대표 3대 영화제가 있는데요, 부산과 전주가 그 중 2개라면 나머지 하나는 어딜까요? 매년 여름 부천에서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그것입니다.

어쨌든 대한민국 대표 3대 영화제의 하나가 된 전주영화제가, 말씀하신대로 28일 개막식을 갖고 다음주까지 전주 시네마천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개막식에서는 김상경, 김규리씨의 진행으로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제의 시작을 빛냈습니다. 영화제는 5월6일까지 9일에 걸쳐 진행이 될 예정이고요, 총 38개국 190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전주영화제는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올해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양한 영화 제작 방식을 탐색하는 ‘폰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고요. 참신한 영화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전주 프로젝트 마켓’도 선보입니다. 또 전주영화제의 대표 선수 중 하나로 두터운 영화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불면의 밤,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질 지프 페스케이드의 야외공연 등 풍성한 공연도 영화제 기간에 함께 합니다.

주말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예고돼 있는데요, 전주로 영화여행 가셔서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는 극장에서 다양한 세계를 만나고 오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2.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예산과 상영작 규모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은 국내 2위의 영화젠데요, 올해는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에 덩치를 키우기보다 ‘세계 대안·독립영화의 메카’라는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기로 했는데요.

우선 상영작 규모가 작년보다 줄었습니다. 이는 다소 특이한 현상인데요, 대개의 영화제는 작년보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관행이거든요. 작년에 209편을 상영했던 전주영화제는 올해 190편(장편 131편, 단편 59편)으로 상영편수가 9% 줄었습니다.

대신 다른 반대급부가 있겠죠. 예년에 비해 더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출품됐습니다. 작품 다양성 측면이 강화된 거죠. 아울러 질 높은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프리미어 작품은 증가했고요.
뭣보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전 부문에 걸쳐 다큐멘터리와 한국영화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전체 상영작은 줄었지만 다큐멘터리는 편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작품의 스펙트럼도 넓어졌습니다. 특히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지우는 작품들도 많아졌습니다. 한국영화는 국제경쟁 부문에 1편, 한국경쟁 부문에 10편을 비롯해 쇼케이스에 7편, 애니페스트 4편, 로컬 시네마 5편, 영화보다 낯선 부문에 3편이 출품됐습니다. 

전주영화제는 작년에 국내 영화제 가운데 최초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지프(JIFF)’를 선보인 바 있는데요, 올해는 세계 영화제 최초로 스마트패드 전용 인터랙티브 매거진 ‘지프 온(JIFF On)'을 발간했습니다. 다양한 영화제 정보들을 데일리 형식으로 만나실 수 있고요. 아이패드(애플) 전용 앱으로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3. 개막작은 어떤 영화였나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나라인 이란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개막작으로 상영됐습니다. <씨민과 나데르, 별거>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별거에 돌입한 이란의 중산층 부부가 겪게 되는 이야긴데요, 이란 사회의 현주소를 잘 다룬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탔는데요, 이야기의 밀도나 배우들의 연기 등이 잘 조화돼 영화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들을 설득력 있게 엮어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참고로, 제목의 씨민과 나데르는 영화의 두 주인공 이름이고요, 두 사람의 별거가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올 여름, 국내에 개봉이 잡혀 있습니다. 혹시 이번 기회에 보지 못하신다면 올 여름까지 기다리시면 될 것 같네요.

4. 어떤 영화들을 주목해 보면 좋을까요?

우선 전주영화제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자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삼인삼색’. 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목적으로 세 명의 감독이 단편을 내놓는 이 섹션에는 올해 세계적 명장인 장 마리 스트라우브, 클레어 드니,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세 명의 감독이 엮은 디지털 단편을 주목하셔도 좋을 것 같고요.

세계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감독들의 특별전에는 올해 4명의 감독을 만날 수 있는데요. 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각광받는 영화의 나라로 떠오른 필리핀의 독립영화 대부 키들랏 타히믹, <디지털 삼인삼색>에도 참여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게린, 멕시코의 신성 니콜라스 페레다, 그리고 한국의 이명세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편영화 제작 지원 프로젝트 ‘숏!숏!숏!’에 선정된 <똥파리>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부지영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은 <애정만세>라는 타이틀로 묶여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됩니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강세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보면, 한국장편경쟁 부문에 출품된 <보라>, <동굴 밖으로>, <사랑할 수 없는 시간>도 주목을 받고 있고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을 통찰한 다큐멘터리로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인사이드 잡>도 볼 만한 작품입니다. 베르너 헤어초크의 다큐로 3D 상영되는 <잊혀진 꿈의 동굴>,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흥망성쇠를 그린 <잊혀진 공간> 등도 있습니다.

이 밖에 급진주의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이 1973년 테러의 길로 들어서 1994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기까지의 삶을, 5시간30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담은 <카를로스>, 스페인 영화 <네가 원한다면>, 일본 유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내일의 죠>, 홍콩의 두기봉, 위가휘가 공동 감독한 <단신남녀> 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관객들을 잠 못 이루게 할 ‘불면의 밤’ 섹션에 상영될 다양한 영화들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봄밤의 정취를 새벽까지 품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5. 특별한 프로그램,,, 한국영화 특별전도 상당히 준비가 많이 돼 있는 것 같더라구요?
 

한국영화 감독들의 다양한 작품들도 이번 전주에서 선을 보이는데요, 쇼케이스 부문과 한국 영화감독 특별전이 마련돼 있습니다.

쇼케이스 부문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 지원한, 얼마 전 개봉을 했던 영화죠.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비롯해서 역시 임권택 감독의 작품으로 디지털 복원된 <만다라>가 상영됩니다. 또 작년에 개봉했던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여자>,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연애 조작단>이 스크린에 오릅니다. 야외 상영무대에서는 최근작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그대를 사랑합니다>이 상영되고요.

올해 한국 영화감독 특별전의 주인공은 한국영화계의 최고 스타일리스트인 이명세 감독인데요, 1988년에 만들어진 데뷔작 <개그맨>을 비롯해 전작 8편과 두 편의 메이킹 영화 <조선 느와르:이명세 ‘형사’ 만들기>와 <M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상영됩니다.

6. 전주국제영화제,,, 어떤 별들이 출동할지도 궁금합니다?

영화제, 하면 역시 스타들을 빼놓을 수 없죠. 전주도 스타들의 행렬에 매혹될 듯싶은데요, 우선 개막식에서 많은 스타들이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상경, 김규리씨를 시작으로 전주영화제 홍보대사인 정일우, 김소은씨가 모습을 비쳤고요.

강수연, 조재현, 이연희, 정찬, 손은서, 홍수아, 이채영, 김혜나씨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전주를 찾았고요. 한국 영화감독 특별전을 위해 영화제를 찾은 이명세 감독도 자신의 영화 <M>에 출연한 배우 이연희씨와 나란히 등장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특히 이명세 감독 특별전에는 이명세 감독이 모든 영화의 ‘관객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고요, 각 영화의 배우도 함께 자리하게 됩니다. <지독한 사랑>의 강수연씨, <형사: Duelist>의 하지원씨, <M>의 이연희씨 등이 등장하게 되고요.

'한국 영화 쇼케이스' 섹션을 통해서는 임권택 감독, 홍상수 감독, 류승완 감독이 관객과 만나고요, 조용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죠,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인 이순재, 윤소정씨도 관객을 만날 계획입니다.

7. 폐막작은 어떤 작품이 선정돼 있나요?

대개의 영화제는 폐막작을 미리 정하고 상영을 합니다만,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특별한 시도를 합니다. 폐막작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한국 장편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상영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장편경쟁 부문에는 총 81편의 작품이 출품돼 10편이 최종 선정됐는데요. 국내외의 저명한 영화인 3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수상작이 결정됩니다. 최우수작품상(JJ-St★r 상)은 부상으로 1000만 원의 상금이 받고,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한편 폐막식은 5월6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고요, 사회자로는 배우 박재정, 김혜나씨가 선정됐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4월 이야기 - April Sto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봄짓.
4월이 간다. 봄 같지 않은 봄이다. 맞다. 오늘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억수 같은 봄비가 주룩주룩. 헌데, 봄은 모름지기 변덕대마왕.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아이의 몸짓 같아도, 봄이니까. 그래, 봄짓이다. 봄짓, 4월.

벚꽃.
벚꽃이 거진 떨어졌다. 이번 비에 후두둑 끝장을 냈다. 봄비, 벚꽃 종결자.  벚꽃은 피는 순간부터 '벚꽃비'를 잉태한다. 나는, 벚꽃의 몸짓으로 4월을 읽는다. 매일, 벚꽃의 상태를 보면서 하루를 읽는다. 벚꽃은 주목 받는 시기가 무척 짧다. 그럼에도 벚꽃은 충분히 존재감을 발휘한다. 벚꽃 축제. 전국 각지에서 벚꽃은 축제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그것으로 끝? 벚꽃은 비가 되면서, 어쩌면 슬프다. 봄꽃, 벚꽃.



 

4월 이야기.
그래. 4월이니까. 내 4월에 빠져선 안 될, 연례행사. 마지막 날에서야 틀었다. 역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벚꽃비가 내렸다. 마츠 다카코는 여전히 대학 신입생이다. 좋아하는 선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대학1학년의 여학생.

그 서툶이, 어리바리함이 더욱 사랑스러웠던 영화. 이와이 슌지 감독. 이 미친 감성의 소유자. 마츠 다카코. 더 없이 그 감성에 어울리는 여자. <4월 이야기>는 훌쩍 지나가는 4월의 봄날처럼 러닝타임이 짧다. 어떤 사랑이 그러하듯.

봄날, 사랑.




 

 

시작.
화려한 벚꽃 사잇길로 이사차량이 들어서는 것으로 <4월 이야기>는 시작한다. 우즈키(마츠 다카코)의 도쿄 입성이다. 춥디 추운 훗카이도에 살던 그녀로선 이 봄, 이 벚꽃이 그리 좋을 수 없다. 좋아하는, 아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야마자키 선배가 있는 도시니, 그가 있는 서점까지 사랑스럽다. 봄빛, 반짝.




미소.
저 미소를 보라. 4월의 여신이 짓는 저 미소. 딴 건 다 필요없다. 이런 미소를 날리는 여자만 옆에 있다면. 세상은 저 미소 하나로도 충분하다. 존재의 이유? 그 따위, 저 미소 앞에서 삭제! 고로, <4월 이야기>를 보고 나면, 세상엔 딱 두 여자로 나뉜다. 저 4월의 미소를 짓는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 눈에 콩깍지가 씌인 놈에겐 그녀의 어리바리도 서툶의 미학처럼 느껴질 뿐이다. 때론 아무 것도 아닌 일이 기억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4월이면, 저 미소 하나면 충분하다. 4월을 버틸 수 있는 이유. 봄눈, 미소.





흠칫.
놀라면서 전율이 일었다. 저렇게 서늘한 아우라. 저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한마디로 '돋았다'. 저 4월의 미소 소유자가 저런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다니. <고백>. 내용이나 그녀의 역할을 알고는 있었지만, 저 사진 하나에 나는 완전 압도당했다. 4월에 볼 엄두, 나지 않았다. <4월 이야기>에 나는 복층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손. 봄밤, 오싹.



기사.
풋풋한 여대상에서 창백한 복수의 화신까지. 기사의 제목이다. 국내 개봉일자로 따지면, 11년, 제작년도로 따져도 그 정도는 될 터.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발목 치마를 펄럭이며 하얀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던 소녀가 표정이 없는 말투로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복수를 하는 엄마로 바뀌었다. 대변신. 기사 표현대로 잔인하다. 추억을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살짝 그런 점도 있었다. 아직 <고백>을 보지 않은 건. 지금은 어쨌든 4월이니까. 봄날, 추억.

마츠상.

과거, 그녀를 소개한 적도 있다.( ☞ 당신은, 내 4월의 여신...) 사실, 4월에만 거의 떠올리다시피 한 그녀였는데, 기사를 보고 더 좋아졌다. 야망 없음에 대한 '고백' 때문이었달까. "배우라면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옳지만, 나는 변신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고백>의 내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면, 그건 감독이 끌어낸 것이다. 나는 온힘을 다해 노력했을 뿐이다. 더 나은 경지에 도달하려는 야망이 없는 게 내 문제라면 문제다. (웃음)." 야망 없음을 토로하는 이 무서운 배우. 참고로, <고백>은 지난 2월,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봄신, 여신.

마츠상2.

하나 더 있다. 더 좋아하게 된 계기. 그 시상식에서 사회를 보고 있던 그녀, 눈물을 흘리며 "살아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녀는 삶이라는 선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각인하고 있는, 보기 드문 배우다. 일본 동북부 지진에 대해 그녀가 남긴 말. "지금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갈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고, 내가 필요한 것들을 진심을 다해 판단하고 선택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무렴, 아무나 여신이 되는 건 아니다. 마츠상, 당신은 여전히 제 여신입니다.^.^ 봄밤, '4월의 고백'. 


 

 

봄비.

그래. 방사능이니, 최악의 황사니, 봄비 앞을 가로막는 이들은 날려버려~ 그냥, 봄비. 첫사랑을 만나 그에게 빌린 빨간 우산을 들고 쏟아지는 빗속으로 나가면서 환하게 미소 짓던 우즈키. 얼굴 가득 미소. 봄비는 그런 것이야. 봄비가 품고 있는 낭만을 쏟아지게 하는 것. 4월의 봄비 오는 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빨간 우산이 되고 싶다. 봄비, 낭만.


 

4월.  

오늘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그 어느해 4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우즈키의 흔적을 좇아 벚꽃비 혹은 벚꽃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도쿄를 누비리라. 빨간 우산도 하나 챙기고, 자전거도 기왕이면 빌려서. 도란도란 <4월 이야기>를 나누면서. 4월이 지나는 봄, 나는 그런 4월을 다시 기다린다. 봄달, 당신.
 
오늘이 지나면,
나는 이제 <고백>을 보러갈 수 있다. 마츠상, 만나러 갑니다~
  

 


P.S... 벚꽃, 고백이 함께 맞물린 오늘의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송편(김석훈) 이 오늘, 마침내 정원(김현주)에게 고백을 했다. 담백한 고백. "내 여자 합시다." 내가 왜 좋았는지 몰라.ㅋ 정원의 눈이 초롱초롱. 그 돋는 고백을, 정말이지, 그만의 스타일로 해댄다. 그런 닭살 고백을 그렇게 담백하게 할 수 있다니. 중요한 건, 벚꽃 아래에서였다. 나는 벚꽃이 그 고백을 부추겼다고, 벚꽃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운다.

벚꽃 고백.

"누군가한테 내 마음을 주고, 슬픔을 주고, 내 시간을 준다는 게 나한테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오래 망설였어요... 나보다 내 눈이 먼저 당신을 보고 있고,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당신을 담고 있어요. 좀 더 버텨보려 했는데 더이상은 무리에요. 늘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방. "내 여자 합시다. 친구 때려치우고 남자, 여자로 만나 봅시다, 우리." 하악하악. 내가 송편이 된 줄 알았다. 왜 그리 좋아서 바둥댔는지. 흥, 벚꽃 때문이다. 나도 벚꽃 아래서 고백하리라! 송편과 정원, 건투를 빈다. 진심이다. ^_^

근데, 정원이 나는 좋아 죽겠다. 이런 캐릭터를 좋아한 적은 처음이다. 꺄아아.

내일이 다시 기다려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짱이다. 4월의 고백, 반짝반짝 빛나는.
 
엉뚱하게도, 김수영 시인의 [봄밤]이 생각나는구나. 그래, 4월의 도쿄, 벚꽃눈이 내리는 봄밤, 나는 [봄밤]을 읊조리며 고백한다. 그 고백의 당사자,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그날엔 이 노래를 연주해도 좋겠지.
'봄날, 벚꽃, 그리고 너'(에피톤 프로젝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