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격언이랍시고, 어른들은 말했다. 지금도 말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시련이 큰 그릇을 만든다. 조까라 마이싱. 그건 박물관에 처박힌 말이거나,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 지껄이는 상투적인 관성이다. 김한길의 어머니가 말씀하셨듯,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다. 그리고 고생 끝에는 낙? 지랄, 거개는 병이 온다. 자칫하면 죽는다.  

최근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와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그 말, 나름 청춘을 위로하고 힘을 불어넣고자 한 것이겠지. 그 마음, 폄하하자는 건 아니나, 명백하게는 거짓 위로다. 거짓말이다. 아파서 청춘이라는 명제가 성립 가능하기나 한가. 그런 위로보다 스산하고 암울하며 절망적인 진짜 모습을 까는 게 훨씬 낫다. 세상은 점점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거짓 위로로는 그것을 멈출 수도 제어할 수도 없다.

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의 미덕은 그런 것이다. 아직도 그의 이야기가 현실적합성을 지닌 이유다. 그냥 좆 같은 건 좆 같은 거다. 사소하게 행복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그렇고, 아프고 슬퍼도 니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는 강요도 우습다. 고작 한다는 말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멘토 남발에 멘티 득실. 멘멘만 거린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렇게 거짓으로 지탱되는 사회다. 하긴 언제는 안 그랬느냐만은. 거짓에 질식돼 뒈질 나라다. 물론 나는 그 나라의 소시민이니까, 거짓에 휘둘려 버티고 견디다 죽을 것이고.

씨발. 한-미 FTA로 죽도록 피똥만 싸다가 뒈질 불쌍한 우리여. 

낭만 

낭만도 이미 죽었다. 폐기처분 됐다. 노래방, 다른 선배들은 열심히 노랠 부르고 지랄발광을 하는 와중에 한 선배가 내 귀에 대고 말한다. 니 선배들, 이 낭만이 사라진 시대에 그래도 낭만이 남아 있지 않냐? 개뿔, 무슨 개소리요, 하고 받아쳤다면 개뻥이고. 속으로, 웃었다. 아니, 비웃었다.

낭만은커녕, 추잡이요, 소아병적인 알코올 연대다. 국가의 버림으로 이라크에서 무참히 살해된 김선일 씨를 말도 안 되는 유머 소재로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고, 폭탄주를 돌려야 결속이 강해지고 끈끈해진다고 생각하는 관성. 내가 듣기엔 그 노래들도 풍류 아닌 발악이다.

그런 한편으로 낭만이 밥 먹여주냐고 떠벌리면서, 어떻게든 출세하고 악착같이 돈 버는 게 장땡이라고 생각해서 조언해 준다는 사람들. 낭만이 아닌 것을 낭만이라고 말하고, 알코올을 붓고 마셔야 서로가 끈끈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이런 숭고한(?) 충고까지 던진다. 뭐? 정규직만 쓴다고? 아르바이트를 안 써? 그러니까, 니 커피하우스가 돈을 많이 못 버는 거야. 돈 벌려면 알바 써, 임마.

그런 자리에 왜 꼈냐고? 그런 자리, 엎고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맞다. 그 자리에선 배시시 웃고 넘어가설랑은, 이렇게 뒷북 갈기는 나는 또 얼마나 비겁하고 야비한 존재인가. 닳을 대로 닳고, 찌들 대로 찌든 낭만적 고사(枯死). 그렇게 보면 김한길은 얼마나 낭만적인 사람인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람들을 오가면서 나는 또 죽음에 하루 더 가까워진다. 

정말이지, 선배도 고를 수 있다면 고르고 싶다. 낭만이 밥 먹여준다고 증명해주는 선배가 그립다.   

사랑

김한길의 찐~한, 사랑 돋는 연애소설을 기다린다. 나는 사랑만이 이 빌어먹도록 병든 세상의 유일한 백신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이니까. 아니, 사랑, 그것밖에 없으니까.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말도 안 되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을 가능하게 하는 게 사랑이니까. 그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고 사랑을 부정하는 건 바보다. 사람이 바뀔 뿐, 사랑은 영원하다.

김한길은, 사랑을 숨겨놓지도 않은 보물을 찾는 보물찾기와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숨겨놓지 않았으나 숨겨놓지 않았음을 우리는 모른다. 그래서 찾고 또 찾는 것이고. 역시 어른들의 거짓말? 그래도, 삶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치유하는 유일한 백신은 사랑이다. 누가 뭐래도 그렇다. 사랑 확신범인 게지.

미나. 미국 생활하는 동안 김한길의 애틋한 사랑이자 아내였던 그녀는 이어령의 딸이다. 사실 나는 궁금했다. 이어령의 딸이 왜 가난했을까. 이른바 빨갱이의 아들이었던 김한길과 사랑해서, 결혼해서? 그 내막은 모른다. 물론 그것, 전혀 중요하진 않다.

다만, 나는 《눈뜨면 없어라》의 '작가 후기'에 덤덤하고 짧게 서술된 이혼의 과정이, 그것이 짧고 덤덤해서 더욱 아팠다. 대충 이랬다. 미국 생활 5년, 갖은 쌩고생을 하다가, 그녀는 변호사가, 그는 신문사 지사장이 됐다. 방 하나짜리 셋집은 바다가 내려보이는 언덕 위 삼 층짜리 새 집으로 탈바꿈했다. 이사 한 달 뒤, 그들은 결혼생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혼에 성공했다.  

그 짧은 글에서 당사자가 아님에도 왠 오지랖인지, 내가 다 아팠다. 통증 같은 거? 어떻게든 사랑으로 버티던 미국 일기가 한 순간에 무너진 탓이었을까. 모르겠다. 그냥 아욱아욱. 제목도 얼마나 아픈가. 눈뜨면 없어라. 이별 후 눈 뜨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어려운 일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김한길의 말처럼 사랑이 존재를 망가뜨리는 병균일지 몰라도, 평생 병균감염자로 살아야한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이유? 없다. 그냥, 사랑이니까.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니까.  

Too Much Love Will Kill You. 노래방에서 결국 실패한 노래지만, 따지고 보면 실패가 어딨나. 그저 제대로 못 불렀을 뿐인 게지. 그러니까, 프레디 머큐리가 일찍 죽은 것도 Too Much Love 때문일 테지. 사랑에게 죽임, 당했다. 사랑은 그렇게 치명적이다. 그래도 사랑하겠다는 건 치명적인 것에 맞서겠다는 저항이다.

사랑, 그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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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일,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 랭보 한 잔

   
 

친구들이여, 이것은 하루 중 가장 유쾌하면서도 위험한 시간이다. 새날이 밝고 카페인이 퍼지면서 이 스파이스 걸(Spice Girl)에게는 스파이스, 즉 흥취를 돋울 시간이 아닌가. 아, 오늘 나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성취할 것인가! - 샤나 맥린 무어 

 
   

콩콩콩콩...  

세상에서 가장 향긋한 콩 볶기, 로스팅을 했다. 흠, 스멜스~ 귯! 사실, 이 콩. 그저께 정도엔 볶았어야 했다. 급한 다른 콩에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미안하다, 잔야. 탄자니아AA다. 탄자니아 사람들이 자연에 맞춰 빚은 커피. 

아로마와 플레이버, 최상이다. 특별히 공을 들였으니까! 맞다. 평소 다루지 않는 커피다.  

왜? 무슨 일이야, 으응? 

소녀들이 오는 날이거든. 소녀(들)밴드. 3인조 밴드다. 나는 그녀들을 '소녀'라고 부른다. 이 소녀들, 참 좋아한다. 꺄르르르르르, 넘어간다. 덕분에 나도 웃는다. 서른 안팎의 그녀들에게 소녀라는 호칭은 마법의 주문이다.  

"어이, 소녀들~"하고 부를라치면, 그들은 어느덧 입가부터 소녀가 돼 있다. 소녀미소를 지으며, "응~ 변태노총각 아자씨~"라고 응답한다. 소녀들은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일이 절대 없다.  

이유? 간단하다. 아저씨는 원빈(급) 만의 것이라나. 흥, 췟, 핏. 원빈이 갑자기 대한민국 아저씨 기준을 높여놔서, 아무에게나 아저씨라고 부를 수 없다는 어이 없는 이유다. 이, FTA 같은 년들, 하고 버럭하고 싶어도, 너무 심한 욕이라 참는다. ㅋ  

최수영 작가는 그랬다. "적어도 서른 아홉은, 아직은 소녀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19 29 39》, p.323) 살다보니, 점점 더 뚜렷해지는 것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슬픈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슬프지 않다. 더 슬픈 건, 작년과 다른 내가 되지 못하는 것. 어제와 다른 내가 되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이 소녀들은 '좀 아는 여자'들이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무엇이 자신을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는지, 어떤 것에 감동하고 추하다고 생각하는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슬픈 것임을 안다. 스스로 힘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마음이 삭지 않는 이 소녀들은, 그래서 소녀임이 분명하다.  

재밌는 건, 이들은 우쿨렐레로 락 한다고 '깝죽댄다'. 아, 깝죽댄다는 표현이 거슬려도 어쩔 수 없다. 이 밴드 노래 제목 중의 하나다. '우리는 깝죽대는 깝죽이'. 지들 스스로 깝죽댄다고 하니까, 나도 그렇게 표현할 뿐이다. ㅎ 

"아자씨, 우리 24일에 여기서 공연해도 돼? 많이 시끄럽게 안 할게."  

"하하, 시끄럽게 안 하는 게 말이 돼? 근데 왜,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11월24일. YB의 새 미니앨범이 나오는 날이란다. 흰수염고래. 소녀들에게 YB는 하늘이다. 좋아 죽는다. <나는 가수다>에서 YB가 명예졸업 직전에 탈락하자, 소녀들은 하늘이 무너진양 슬퍼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에이, 설마~) MB의 음모론까지 몰고 갔다. YB와 MB의 한끗차이가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라면서.  

그녀들은 이른바 '프로', 직업적인 밴드는 아니다. 일종의 직장인 밴드다. 나는 그들을 잉여밴드라고 부른다. 물론 한 명은 직업적인 뮤지션의 꿈을 계속 키워가고 있지만. 그들은 그냥 논다. 헬렐레대면서 즐겁다. 음악적인 평가는 별개로, 듣고 있자면 어깨랑 발이 들썩들썩한다. 그러니 소녀지! 

커피는 그녀들에게 검은 혈액이다. 자신들의 음악적 힘은 커피에서 나온다나. 특히 카페인. 미친년들 놀고 있네, 하고 (농담) 던지면 맞팔이다. 지롤, 변태아자씨도 그러면서.  

우리는 그렇게 노는 사이다. ^^ 그런 오늘, 소녀들을 위해 콩콩콩콩 볶는 건, 나의 화답이다. 뭐, 같이 놀자고, 좀 끼워달라고 하는 거지.  

그런데 왜 탄자니아를 볶았냐고? 

다 이유가 있다규! 탄자니아.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하얀 산'이라는 뜻의 킬리만자로를 품은 곳. 마사이어로 '끝없는 평원'을 의미하는 세렝게티. 탄자니아하면 떠오르는 그 풍경에 섞인 깔끔하고 부드러운 신맛과 풍부한 바디감. 너트향이 스며있고, 밸런스도 좋은 탄자니아 커피. 탄자니아AA. 

  

아는 사람은 안다.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본명 파로크 불사라 Farrokh Bulsara). 그룹 퀸(Queen)의 리드보컬. 그의 고향이 탄자니아다. 프레디는 탄자니아의 유명한 휴양지, 잔지바르 섬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총독부 소속 공무원으로 종교 때문에 잔지바르 섬으로 이사를 왔고, 1946년 프레디는 태어났다. 

프레디는 일곱살까지 이곳에 살았다. 인도로 유학을 갔던 그는, 1964년 가족 모두 영국으로 다시 갔고, 그는 가수가 됐다.  

소녀들은 어쩌다 한 번씩 퀸을 연주했다. 특히, We Are The Champions나 We Will Rock You 혹은 I Was Born To Love You.   

나름 리드보컬 네멋 왈. "아자씨, 퀸 진짜 쩔지? 프레디 머큐리처럼 섹시한 남자가 그렇게 일찍 죽은 건 너무 억울해. 하늘이 자기 옆에서 노래 듣자고 그렇게 일찍 데려간 걸거야. 귀는 밝아가지고."  

실제로 그렇지 않나! 4옥타브를 오가는 엄청난 가창력. 비브리토 없는 깔끔한 보이스. 특히 허스키 보이스로 4옥타브를 넘나드는 환상. 나의 화답은 이랬다.  

"하느님이 비틀즈에 약간 질려서 그렇게 일찍 데리고 간 거 아닐까? 아니면 하느님이 남자라면, 동성애자거나. 욕심쟁이, 쯧."  

 

프레디는 1991년 11월24일, 떠났다. AIDS로 인한 기관지 폐렴이었다. 45. 요절이었다. 그는 죽기 전날에야 AIDS임을 시인했다.  

뭐, 상관없다. 그것이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다. 최소한 내겐 그랬고, 소녀들에게도 그랬다. 죽기 전까지 그는 노래했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기억할 뿐이다.  

"아자씨, 프레디가 지금 살아있다면, 믹 재거보다 훨씬 더 섹시할텐데, 그치? 웃통 벗어던지고 그 허스키한 목소리로 살살 우릴 구슬릴텐데... 한국에도 한 번쯤 왔을 거고. 아까워!" 

"그래, 우리, 하루 날 잡아서 죽도록 퀸만 부르는 거야, 콜?"  

"콜" "나도 콜 쓰리~" 

나는 소녀들의 그말을 기억한다. 11월24일, 프레디 머큐리의 20주기. 그들이 레파토리를 준비해 올지는 모르겠다. 그저, 나는 나의 레파토리를 준비할 뿐이다. 탄자니아AA를 볶은 이유다. 

24일 하루만큼은 그래서, 밤9시의 커피에 다른 메뉴는 없다.  

오로지, 하쿠나 마타타.(설마... 무슨 뜻인지는 알지? <라이온 킹>에서 미어캣 티몬의 삶의 신조잖아!) 잔지바르 사람들은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흥얼거리는 것이 일상이란다.    

좆같은 한-미 FTA 체결로 꿀꿀하고 슬프고 분노가 차오르는 시절. 그래도 하쿠나 마타타! 외치시라. 잘 볶은 탄자니아AA가 대령한다. 소녀들의 퀸 메들리를 들으면서 하쿠나 마타타. 온통 하쿠나 마타타로 11월24일을 채우는 밤이다.

젠장, 하지만 한국(의 기득권)은 어쩔 수 없이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다. 

대다수 인민의 아픔과 고통, 슬픔에 면역결핍인. 혹은 한나라당 면역결핍 바이러스 (HIV, Hannara Immunodeficiency Virus)의 창궐이다. 이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이면 정치적 AIDS(후천적 진실성 결핍증, Acquired Integrity Deficiency Syndrome)가 나타나거나, 지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똥오줌 못 가리는 정체성 결핍 증후군(AIDS: Acquired Identity Deficiency Syndrome)을 드러낸다. 

12월1일 '세계 AIDS의 날'을 앞두고, AIDS에 대한 편견은 줄이되, 또한 위로 받아야 할 99%의 인민들을 생각하며, 11월24일의 커피는 하쿠나 마타타. 소녀밴드도 함께. 이 자리에 못 오는 당신도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과 함께.   

 


프레디의 고향, 잔지바르의 바닷가엔 프레디 머큐리 카페가 있다고 한다. 푸르른 바다를 향해 탁 트인 카펜데, 그곳에서 보면, 푸른 바닷가와 이글거리는 태양이 작렬한다네. 그래서 저것들이야말로 우리가 그리워하는 프레디 머큐리를 키운 것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단다. 

언젠가 그곳을 밟을 생각을 하며, 밤9시의 커피는 11월24일 탄자니아로, 고고씽! 

그러고 보니, 이 변태노총각 아자씨, 소녀밴드에게 신청곡 하나! (참고로 이 소녀밴드의 이름은 '깔맞춤 싱크로율'이다. ㅋ) 지금은 당최 찾아볼 수 없는 고시대 유물이지만, 고딩 시절, 여자로부터 처음 받은 카세트 녹음테이프. 그녀가 건네준 테이프에 녹음된 첫곡, 'Love Of My Life'. 내가 퀸을 만난 첫 번째 순간이었다. 

깔맞춤 싱크로율의 레파토리에 당연히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신청하련다. 하쿠나 마타나!  

인생을 채워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완전해질 수도, 완벽해질 수도 없지만, 사랑. 그것이 인생을 견디게 한다.  

안녕, 불세출의 프레디 씨. 탄자니아 커피는 참 고마워요. 당신을 만든 것에 이 커피도 있겠군요. ^^ 
   

   
 

나는 AIDS다. AIDS는 결코 나을수없는 불치의 병이기에
나의 음악과 나의 영혼이 묻혀 함께 이 세상 사라지기 전에
이 사실을 오늘에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팬들과 멤버들을 속여 정말 미안하다.

 끝없이 사랑과 죽음을 노래하고 싶었지만 나의 생은 유한한거 같다.
  내가 태어난 고향 잔지바르에서 지금 살고있는 런던의 생활까지
나는 나혼자의 생각만으로 살고 있었다 


 
   

늘 이기적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때문에 언제나 외로웠었다.
  나를 다른 백인들과 차별하는 영국인도 끝없이 나를 깎아 내리는 평론가들도 늘 지겨웠다.

이처럼 늘 나에겐 함께 해줄 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이언과 존 그리고 테일러를 만난 것은
정말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만남이였다.

그리고 내가 검은 문을 열고 무대 밖으로 나가면 팬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줬다
나는 무대에서는 늘 외롭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나의 음악보다도 나의 팬들을 사랑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소원이 있다면 팬들은 제발 나의 마지막 죽어가는 모습이 아닌
나의 음악에 대한열정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언제 떠날지는 모르지만 죽기 전까지 노래하고 싶다.

- 프레디 머큐리의 유언 중 -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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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9시의 커피]사랑, AIDS도 막을 수 없는 그 무엇!
    from 맺고,따고,볶고,내리고,느끼고,사랑하라! 2011-12-04 00:04 
          내 가슴과 당신의 가슴이 서로를 단단히 안고 있어요. 지금은 그 둘을 떼어놓을 수 없지요. 나의노래, 당신의 노래. 내가 가진 모든 빛과 그림자를 동원하여 나의뿌리가 깊이 들어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나의 꽃이 세상의 빛을 볼 날을 기다리는 그곳에서-이사벨 베어먼 버처
 
 
 

어른 

김한길은 '어른'을, (갓난아기와 달리) "울음을 참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른이 울면 걱정이 된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강정평화 유랑공연을 만나고, 나는 이에 덧붙이고 싶어졌다. 참고 있는 울음을 어떻게 돌려야하는지 아는 사람들의 이름. 즉, 그것은 '좋은' 어른을 말한다. 

어디서 이런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이 서울이라는 험악한 시공간에서. 유쾌하고 짜릿했으며 감동적이었다. 강정마을의, 구럼비의 눈물을 이렇게 소화하고 승화하는 저들의 DNA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특히 문정현 신부님. 저 늙수구리 백발 할아버지의 에너지와 호소에, 나는 졌다고 속으로 외쳤다. 쩐다. 나는 죽어도 안 될 경지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해도 주민들은 남아 있고, 이 싸움은 계속 될 거라며, 제주도에 평화가 이룩될 때까지 싸우자는 백발의 나지막한 비수. 

<스카이 크롤러>가, 오시이 마모루(감독)가 떠올랐다. 주인공 파일럿 칸나미 유이치는 사령관인 쿠사나기 스이토에게 말한다. "살아라, 무엇인가 변화시킬 때까지." 남다은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건 오시이 마모루는 젊은 세대에게 연민을 쏟고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 눈물을 참으며 냉정하게 부탁하고 있다. 세상이 쉽게 변할 수 있다고 다독이는 대신, 그래도 이 세상을 버텨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영화가 희망적이라는 평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신만은 할 수 있다. 오시이 마모루는 세상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하는 좋은 어른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 세상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하는 좋은 어른들을 봤다. 울음을 참고 있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승화할지 아는 사람들. 다행인 하루.  

그런데, 나는 이날 공연장에서 훌쩍훌쩍 울고야 말았다. 아, 좋은 어른이 되긴 역시 글렀다. 그래, 사마귀 유치원이나 열심히 다니자, '어른이 여러분'! 나도야, 어른이. ㅠ.ㅠ

사심 하나 덧붙이자면, 날라리 춤꾼이자 다큐연출가이며 온라인 강정당 당수 김세리님, 우와 진짜 예쁘다. 멋지다. 저토록 멋진 여자의 남편 조성봉 감독이 초큼 부러웠다능! 궁금궁금.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이나 구하면 저리 아름답고 멋지구리 아내를 얻을 수 있나요?ㅋ 
 


올인 

지난 19일의 사회적 작당모의를 놓고, 누군가 내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올인할 수 있느냐고 슬쩍 물었다. 올인. 다걸기. 한 번 생각해봤다. 내가 무언가에 올인한 적이 있었던가? 스물 셋넷, 그때 첫 번째 첫사랑. 그것이 떠올랐다. 홀린 듯 밟았던, 목숨이 왔다갔다했던 내 청춘의 어떤 한줄. 

그런데, 대체 올인이 뭐지? 어떻게 하면 올인이지? 당신은 올인이란 걸 해 본 적 있어요? 궁금해.

어쨌든, "우리는 모두 잘 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가 아닌 '잘'!   


공무원 

버스 내 동양대학교 광고카피. 공무원의 꿈. 동양대학교가 이뤄드리겠습니다. 뭐, 이런 비슷한 거였는데. 공무원의 꿈? 그게 설마 안정적인, 아니 정직하게 말해, 철밥통 직업군으로서의 공무원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공직에 가서, 공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그런 꿈, 그게 진짜 공무원의 꿈이잖아. 공무원은 그래야 하잖아. 고작 먹고사니즘에 포박돼 남 위에 군림하는 작자는 공무원도 아닐 뿐더러, 그런 작자가 되는 게 꿈이 될 수 없잖아. 

나? 알잖아. 난 막 건들거리며 농담따먹기나 지껄이고 칠렐레팔렐레 여유작작 놀고 싶 날라리예요. 난, 공무원~ 못 해~! 공무원, 그거 먹는 거임?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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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스틸 - Real Stee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애원했다. 딱 하룻밤. 원나잇만 같이 보내자고. 격정적이고 격렬하며 가슴 뛸 일이니, 원나잇, 원나잇만!

뭐, 원나잇스탠드? 유후~ 앙큼하게 그런 상상을. *^.~* 최근 팡 터졌던 일화도 떠오른다. 한 어른이 중딩에게 물었다. 호텔에서 파는 게 뭘까요? 중딩 왈, "하룻밤이요." 아, 이 스스럼 없는 직설의 향연. 물론 그것은 원나잇스탠드 아닌 액면 그대로의 것일 게다. 나는 그 중딩의 답변을 전해듣곤 팡 터졌었다. 닳을 대로 닳아버린, 찌들만큼 찌든 수컷남자인 나는 그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 도 궁금했다.

그런데, 원나잇을 간절히 원하는 이 남자의 애원은 아들을 향한 것이다. 최악의 아빠였으나, 이번만큼은 잘해보고 싶다는 아빠. 자신이 양육할 수 없는 아들, 부자 이모와 이모부가 양육권을 지닌 아들과 어쩌면 생애 최고로 짜릿한 원나잇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고철덩어리 '아톰(ATOM)'과 함께. 


<리얼 스틸>. 사과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의 전직복서 찰리 켄튼(휴 잭맨)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팔리기까지 한 아들 맥스 켄튼(다코다 고요)의 엎치락뒤치락 감동작렬 부자(父子)드라마! 라고 규정하고 싶진 않다.  

 

나는 마냥 부자의 이야기로만 보질 못했다. 둘은 그냥 한대의 고철로봇을 공유한 사업적 파트너이기도 했으니까. 

찰리는 끝내 챔피언엔 오르지 못했으나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전직 복서다. 말하자면, 심심한 챔피언보다 버라이어티한 도전자. 지루한 챔피언 벨트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도전을 했던 복서. 

뭐, 때로 인생은 그런 것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다. 지루하게 챔피언 벨트를 차고 있다가 권태에 빠지느니, 반짝하는 순간을 지니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허나, 그 순간만 움켜쥐고선, "내가 왕년에~" "나도 해봐서 아는데~" 따위만 읊는 것도 참 비루하고 너절한 짓이다. 찰리는 그렇진 않으나 좀 궁색하긴 하다. 은퇴한 뒤 로봇복싱으로 근근히 먹고사는데, 신통치 않다. 시합은 번번이 지고, 돈은 없으며,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도 표현할 줄 모르는 먹통이다.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인생. 99%다.

파트너이자 아들인 맥스의 등장이 그를 달라지게 한다. 그렇다고, 없는 아들이 갑자기 생겼다고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고 이를 앙 다무는 건 아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달라지는 건, 사소하고 작은 승리에서 비롯된다. 번번이 실패만 하던 그에게 이 사소한 성공은 다르다.

고철더미에서 건진 로봇, 아톰의 처지는 찰리와 다르지 않다. 폐기처분된 것이나 다름없던 아톰에게 파이터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건, 맥스다. 어리지만, 훌륭한 사업파트너. 로봇과 교감할 줄 아는 아이의 마음을 어찌 욕하리오. 그런 어린 시절을 관통했던 자라면. 

그리고 <리얼 스틸>은 익히 예정된 수순을 따른다. 고철 로봇파이터의 승승장구. 비루하고 궁색하던 찰리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오는가. 맥스의 천진난만함과 우격다짐은 최강 로봇파이터 제우스와의 경기를 성사시킨다. 

생각해보라. 폐기직전의 고철과 세상 모든 첨단(돈)으로 무장한(쳐바른) 명품의 대결. 자, 누구 편을 들겠는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당신의 마음은 어디를 향하겠는가. 승패? 물론, 중요하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만큼 99%의 우리를 옥죄는 것이 있으랴. 그런데도, <리얼 스틸>은 그것을 뛰어넘었던 <록키>를 뒤따른다. 모방한다.
 


따지고 보면, <리얼 스틸>은 인생 역전을 꿈꾸는 비루한 자들의 환상이다. 고철더미에서 꽃 피기, 개천에서 용 나기, 그로기 상태에서 카운터블로를 날려 역전하기. 인생 한 방을 바라는 99%의 통쾌한 역전극. 일종의 마약이다. 남들 못해도 너라면 (죽어라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살살 꼬드겨 불구덩이로 볏짚 짊어지고 뛰어들게 만드는.

심지어 이 영화, 보수적이다. 실패한 복서 찰리와 버려진 아들 맥스, 고철덩어리 아톰이 뭉친 오합지졸이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최첨단 기술로 로봇복싱계를 주름잡는 제우스(와 기업체)를 상대로 '사실상' 승리한 이야기. 그러니, 번번이 실패하는 니들도 (우리가 던져주는) 희망을 가져!, 라고 말한다.  

뭣보다 거슬리는 건, 아시아인에 대한 나쁜 편견을 은연 중에 주입한다. 제우스(와 기업체) 뒤에 있는,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해 물리쳐야 할 상대(적)로 묘사한 인물들이 아시아계(인도, 일본)다. 과장된 몸짓과 서툰 영어를 구사하고, 악의 섞인 표정과 비열한 웃음을 짓는다. 백인 부자의 기적을 위해 아시아인을 악인 비슷하게 상정한다. (맞아, 이 영화는 디즈니가 만들었지!)

그렇게 뻔하고 상투적인 이야기인데, 나는 그 고철덩어리 아톰(과 찰리)에게 그만, 우리 99%의 모습을 투영하고야 말았다. 쓰러질 때마다 나는 "Wake up(일어나)"을 외쳤고, 레프트 라이트 어퍼컷, 외치는 프로모터가 됐다. 아톰이 다른 로봇을 제압하거나 제우스가 삐걱거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리얼 스틸>은 99%가 1%를 점령하는 내용의 영화다, 라고 하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 영화를 그리 보는 건 오독이다. 그럼에도 왠지 오독하고 싶었다. 이 미친 시대를 정면돌파하기 위해선, 그런 오독의 낭만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톰이 어퍼컷을 날릴 때, 찰리가 셰도우 복싱으로 복서의 본능을 되찾을 때, 속이 다 시원했다.

두 사업파트너의 짜릿한 원나잇은 그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맥스는 수영장도 있고, 스파도 있는 안락한 부자 이모의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찰리는 좀 더 의기양양해져서 인민의 챔피언(People's Champion) 아톰을 데리고 로봇복싱쇼를 전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민을 위해서!

(영화의 번역은, 'People's Champion'을 '시민의 챔피언'으로 하고 있었는데, 글쎄 좀 불만이다. people을 인민 혹은 민중으로 해줬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흠...)  

허나, 그러면 어떤가. 그들에겐 그토록 짜릿한 원나잇이 있었는데. 그 한순간으로도 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게 때론 인생이다. 혹은, 이런 것?

사랑하는 여자에게 키스하기 위해 1200마일을 달려가는 것. 찰리가 베일리(에반젤린 릴리)에게 그랬다!!! 베일리가 물었다. 키스하려고 1200마일을 달려온 거야? 찰리 왈.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쉬파, 이 오글거림 돋는 대사, 휴 잭맨이 대수롭지 않게 하는데, 이 자가 하니까 오글거림 없이 그냥 깔맞춤이다. 잘 나고 볼 일이군. 된장. 센스, 그냥 돋는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사랑하는 사이인지 아닌지, 다소 헷갈렸던 두 사람의 관계. 이 짧은 장면과 대사로 내겐 모든 것이 정리됐다. 두 사람의 애정이 얼마나 단단한지 엿볼 수 있었던, 그리고 그 한 순간만으로도 충분할 법한 인생. (이정도 여자라면, 나도 그런다, 뭐!!!)

그리고 떠올랐던 한 순간.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워싱턴 시애틀로 내달렸던 그때 그 순간... 그때의 나도 1200마일 정도는 내달린 건 아닐까.  

영화를 보고, 한 마디 툭 던졌다. 복싱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쎄, 마냥 자신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이토록 가슴을 끓게 하는 복싱, 과거에 분명히 있었고, 지금도 있으리라 믿고 싶어졌다. 슈거 레이 레너드가 이 영화의 복싱 슈퍼바이저를 했단다.

마지막으로 휴 잭맨, 이 남자. 콩으로 팥죽을 쑨다고 해도 믿고 말 이 남자의 얼굴. 멋지다, 이 남자. 울버린은 잊어도 좋다. 이 남자, 이젠 찰리 켄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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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대수 - 양호 

신촌 아트레온 부근의 편의점. 내 눈에 확 들어왔다. 한대수 선생님이다. '행복의 나라로', 짝퉁은 가라. 진짜 자유영혼 혹은 폭풍고통의 연속. 얼른 다가갔다. 한 아이가 편의점에서 뛰쳐나와서 팔딱팔딱 뛴다. 저 해 맑은 웃음. 양호다. 한양호. 2007년에 태어난 선생님의 늦둥이 딸이다. 지금, 한대수 삶의 이유. 선생님의 노래, <양호야 양호야>의 주인공. 

그러나 양호의 해맑은 웃음과 달리, 선생님의 표정은 밝지 않다. 건강을 여쭸다. 겉치레라도 괜찮다고 답할 법 하나, 선생님은 대번에 좋지 않다, 고 말씀하신다. 들고 있던 책에 사인을 받으며, 선생님은 최근에 출간된 책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한 청년도 그런 우리에게 다가와 선생님의 사인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의 표정, 어둡다. 진짜 건강이 좋지 않으신 거다. 발걸음을 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김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진 영화배우 김추련 선생이 떠올랐다. 스스로 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죽도록 방치해 놓은 건 아닌가. 한대수 선생님과 같은 국보(!) 혹은 인간문화재(!)를 이렇게 내버려둬도 좋은가. 무엇을 지켜야하는지, 예술가를 어떻게 대우해야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국가는 뭐하는 거지? 

그런 그들과 우리를 위한 사회적기업은 어떤가. 

과거 우리를 충만하게 만들었던, 우리를 지켜줬던 예술가들을 지키는 일은, 곧 지금의 우리를 위한 것이다. 지독한 상실감에 젖기 전에 말이다. 그들과 우리를 위한 사회적기업이 필요하다는 생각, 나쁘지 않다. 

행복의 나라, 혼자 가는 길은 모른다. 그곳은 어떻게든 함께 가야할 길이다.



2. 눈물
가을비...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왠지 한 바탕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얼 스틸> 덕분에 눈물을 만났다. 왜 저런 영화냐고? 그건 상관 없다. 그냥 울고 싶었으니까. 고맙다. 리얼 스틸.

그것 아나? 강철도 운다.  

3. 다행
어제 인도와 도로 사이에서 쓰러진 아저씨. 타박상은 어쩔 수 없으나, 괜찮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이다. 박원순 시장이 숨진 노숙자 빈소를 부러 찾아갔다는 소식이 누군가를 움직이게 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술 많이 마시고 길가에 쓰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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