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대수 - 양호 

신촌 아트레온 부근의 편의점. 내 눈에 확 들어왔다. 한대수 선생님이다. '행복의 나라로', 짝퉁은 가라. 진짜 자유영혼 혹은 폭풍고통의 연속. 얼른 다가갔다. 한 아이가 편의점에서 뛰쳐나와서 팔딱팔딱 뛴다. 저 해 맑은 웃음. 양호다. 한양호. 2007년에 태어난 선생님의 늦둥이 딸이다. 지금, 한대수 삶의 이유. 선생님의 노래, <양호야 양호야>의 주인공. 

그러나 양호의 해맑은 웃음과 달리, 선생님의 표정은 밝지 않다. 건강을 여쭸다. 겉치레라도 괜찮다고 답할 법 하나, 선생님은 대번에 좋지 않다, 고 말씀하신다. 들고 있던 책에 사인을 받으며, 선생님은 최근에 출간된 책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한 청년도 그런 우리에게 다가와 선생님의 사인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의 표정, 어둡다. 진짜 건강이 좋지 않으신 거다. 발걸음을 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김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진 영화배우 김추련 선생이 떠올랐다. 스스로 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죽도록 방치해 놓은 건 아닌가. 한대수 선생님과 같은 국보(!) 혹은 인간문화재(!)를 이렇게 내버려둬도 좋은가. 무엇을 지켜야하는지, 예술가를 어떻게 대우해야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국가는 뭐하는 거지? 

그런 그들과 우리를 위한 사회적기업은 어떤가. 

과거 우리를 충만하게 만들었던, 우리를 지켜줬던 예술가들을 지키는 일은, 곧 지금의 우리를 위한 것이다. 지독한 상실감에 젖기 전에 말이다. 그들과 우리를 위한 사회적기업이 필요하다는 생각, 나쁘지 않다. 

행복의 나라, 혼자 가는 길은 모른다. 그곳은 어떻게든 함께 가야할 길이다.



2. 눈물
가을비...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왠지 한 바탕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얼 스틸> 덕분에 눈물을 만났다. 왜 저런 영화냐고? 그건 상관 없다. 그냥 울고 싶었으니까. 고맙다. 리얼 스틸.

그것 아나? 강철도 운다.  

3. 다행
어제 인도와 도로 사이에서 쓰러진 아저씨. 타박상은 어쩔 수 없으나, 괜찮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이다. 박원순 시장이 숨진 노숙자 빈소를 부러 찾아갔다는 소식이 누군가를 움직이게 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술 많이 마시고 길가에 쓰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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