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한길은 '어른'을, (갓난아기와 달리) "울음을 참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른이 울면 걱정이 된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강정평화 유랑공연을 만나고, 나는 이에 덧붙이고 싶어졌다. 참고 있는 울음을 어떻게 돌려야하는지 아는 사람들의 이름. 즉, 그것은 '좋은' 어른을 말한다. 

어디서 이런 좋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이 서울이라는 험악한 시공간에서. 유쾌하고 짜릿했으며 감동적이었다. 강정마을의, 구럼비의 눈물을 이렇게 소화하고 승화하는 저들의 DNA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특히 문정현 신부님. 저 늙수구리 백발 할아버지의 에너지와 호소에, 나는 졌다고 속으로 외쳤다. 쩐다. 나는 죽어도 안 될 경지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해도 주민들은 남아 있고, 이 싸움은 계속 될 거라며, 제주도에 평화가 이룩될 때까지 싸우자는 백발의 나지막한 비수. 

<스카이 크롤러>가, 오시이 마모루(감독)가 떠올랐다. 주인공 파일럿 칸나미 유이치는 사령관인 쿠사나기 스이토에게 말한다. "살아라, 무엇인가 변화시킬 때까지." 남다은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건 오시이 마모루는 젊은 세대에게 연민을 쏟고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 눈물을 참으며 냉정하게 부탁하고 있다. 세상이 쉽게 변할 수 있다고 다독이는 대신, 그래도 이 세상을 버텨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영화가 희망적이라는 평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신만은 할 수 있다. 오시이 마모루는 세상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하는 좋은 어른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 세상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아파하는 좋은 어른들을 봤다. 울음을 참고 있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승화할지 아는 사람들. 다행인 하루.  

그런데, 나는 이날 공연장에서 훌쩍훌쩍 울고야 말았다. 아, 좋은 어른이 되긴 역시 글렀다. 그래, 사마귀 유치원이나 열심히 다니자, '어른이 여러분'! 나도야, 어른이. ㅠ.ㅠ

사심 하나 덧붙이자면, 날라리 춤꾼이자 다큐연출가이며 온라인 강정당 당수 김세리님, 우와 진짜 예쁘다. 멋지다. 저토록 멋진 여자의 남편 조성봉 감독이 초큼 부러웠다능! 궁금궁금.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이나 구하면 저리 아름답고 멋지구리 아내를 얻을 수 있나요?ㅋ 
 


올인 

지난 19일의 사회적 작당모의를 놓고, 누군가 내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올인할 수 있느냐고 슬쩍 물었다. 올인. 다걸기. 한 번 생각해봤다. 내가 무언가에 올인한 적이 있었던가? 스물 셋넷, 그때 첫 번째 첫사랑. 그것이 떠올랐다. 홀린 듯 밟았던, 목숨이 왔다갔다했던 내 청춘의 어떤 한줄. 

그런데, 대체 올인이 뭐지? 어떻게 하면 올인이지? 당신은 올인이란 걸 해 본 적 있어요? 궁금해.

어쨌든, "우리는 모두 잘 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가 아닌 '잘'!   


공무원 

버스 내 동양대학교 광고카피. 공무원의 꿈. 동양대학교가 이뤄드리겠습니다. 뭐, 이런 비슷한 거였는데. 공무원의 꿈? 그게 설마 안정적인, 아니 정직하게 말해, 철밥통 직업군으로서의 공무원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공직에 가서, 공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그런 꿈, 그게 진짜 공무원의 꿈이잖아. 공무원은 그래야 하잖아. 고작 먹고사니즘에 포박돼 남 위에 군림하는 작자는 공무원도 아닐 뿐더러, 그런 작자가 되는 게 꿈이 될 수 없잖아. 

나? 알잖아. 난 막 건들거리며 농담따먹기나 지껄이고 칠렐레팔렐레 여유작작 놀고 싶 날라리예요. 난, 공무원~ 못 해~! 공무원, 그거 먹는 거임?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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