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9시의 커피]'하쿠나 마타타'로 떠올리는 프레디 머큐리

   
  내 가슴과 당신의 가슴이 서로를 단단히 안고 있어요. 
지금은 그 둘을 떼어놓을 수 없지요. 나의노래, 당신의 노래.
내가 가진 모든 빛과 그림자를 동원하여 나의 뿌리가 깊이 들어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나의 꽃이 세상의 빛을 볼 날을 기다리는 그곳에서    -이사벨 베어먼 버처
 
   

그는 늘, 에스프레소를 즐겨한다.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 마신다.   

그는 에쏘를 시키곤, 그림을 그린다. 가만보면, 만화인 것 같다. (사실 그림체가 뛰어난 것 같진 않다. 하긴,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덥수룩한 차림새에, 예술가 '삘'도 좀 난다. 그런 사람 있잖나. 좀 더 알면, 재밌고, 흥미로우며,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 그는 그런 사람 같았다.   

죽을 날을 받아둔, 혹은 현대 의학으론 완치될 수 없는 병을 지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건, 어떤 것일까?

요즘 내가 '삘' 받은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지형(김래원)이 그런 무모(!)한 돌진을 한다. 알츠하이머 환자 서연(수애) 옆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소망 하나, 그러니까 닥치고 사랑, 그 하나 때문에. 두 사람, 그저 사랑을 한다. 언젠가는 잊고 말겠지만, 그까이꺼 대수냐.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겠다는 두 사람의 약속, 나는 그것이 참 아프면서도 감탄한다. 밤9시의 커피가 졸졸졸 흘러내릴 때 담기는 내 마음이다.  

얼마 전 개봉했던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도 빼놓을 순 없겠다. 부모의 죽음 이후 은둔자로 살아가는 에녹(헨리 호퍼, 작년에 돌아가신 데니스 호퍼의 아들 되겠다!)과 3개월을 선고받은 말기 암 환자 애너벨(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침울해야 할 이야기인데, 그들의 사랑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름답다. 그들은 살 수 있는 데까지 살아내고, 사랑할 수 있는 데까지 사랑한다. 한 마디로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살고 사랑한다.  

알고 보니 이 남자, 럴수 럴수 그럴 수가. 어느 날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그녀의 병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욕망이 솟구치다니, 내가 병적인 걸까? 아니면 이건 무의식적인 자기 파괴일까?'

헉, 이건 또 뭔가요. 병. 그가 사랑하는 그녀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양성보균자란다. (참고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AIDS는 다르다. HIV는 AIDS의 원인 바이러스나, 무증상 HIV감염상태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AIDS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즉, HIV감염인 중 일부가 AIDS환자인 셈이다.)

AIDS보균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라니. 이건 또 무슨 드라마요, 영화인가, 했다. 물론 전도연과 황정민이 주연했던 <너는 내 운명>도 있었고, 그것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세상에 없을 일은 아니렸다. 

그랬거나 이런 상황, 진짜 만만치 않다. 실존적 고민은 물론이요, 삶의 가치관과 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바꿀 수 있는 상황 아닌가. 그가 늘 마시는 에쏘는, 그런 그를 드러내는 커피가 아니겠는가.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그의 상황이 덤덤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덤덤함이 외려, 그가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랑을 한다는 건,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병이 걸렸든 아니든. 하지만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누구나 죽지만, 누구도 죽는 걸 의식하면서 살아갈 순 없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곧 죽을 운명임을 알면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랑한다는 것.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AIDS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가령, <천일의 약속>의 알츠하이머 환자한테 까였다고 지랄독설하는 향기의 엄마(이미숙)를 보라. 그런 편견 혹은 차별이 종횡무진하는 세상에, AIDS에 대한 세상의 지독하고 악랄한 혐오를 감안하면, 오 마이 갓! 세상의 차별적 시선이 AIDS라는 병보다 더 마음을 깎아내릴 것이다.ㅠ.ㅠ 매순간 그렇게 마음을 다치며 상처를 견뎌낼 여자도 그렇지만, 그 여자 옆에서 함께 버텨야 할 남자는 어떻고. 

나는 어떤가. 다른 사람은 어떨까. AIDS라는 단어를 접하고,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대놓고 더럽다며 막말하는 사람, 있겠지만 흔하진 않을 거다. 아마도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일 게다.

가장 흔한 반응은 깜짝 놀라며 곧 이해하는 척하지만 경계하는 쪽이 아닐까. 반사적으로 내게 가까이 오지 마시라, 는 표정과 몸짓을 보이며. 다른 하나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해하고 격려하려는 쪽. 과연, 나는 어느 반응을 보일까. 후자라고 믿고 싶지만, 아마 내게도 일말의 불안과 공포가 똬리를 틀고 있진 않을까. 


그는 종종 와서, 에쏘를 찾았다. 어쩌다 알게 됐지만, 그와 나는 동갑이다. 나는 그를 위해 전용 에쏘를 만들었다.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생의 엑기스를 위해.

"그저 내 지성을 믿었어요. 나 스스로 이에 대한 판단과 판단에 대한 점검을 해낼 거예요." 

그는 또박또박 그리 말하고 있었다. 자기를 지킬 수 있고 보호할 정도의 지성. 지금처럼 엄혹한 시대에 그것은 쉽지 않다. 그에겐 그런 지성이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을 행복으로 치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게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호감을 가진 여자였지만, 처음부터 그와 맺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 여자는 이혼을 겪었고, 아이도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의 집에 그녀를 불러 오붓한 저녁식사를 나누고 있었단다.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그녀는 이 관계가 끝나지 않길 바라는 바람을 고백하면서 더 깊은 이야길 꺼냈다.

"난 에이즈 환자예요. 양성이에요, 양성보균자죠. 내 아들도요."  

그녀의 고백이었다. 얼마나 힘들게 이야길 꺼냈을까. 충분히 그것을 알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아득함 같은 것?...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찔함이었어요. 똑... 딱... 심장이 멎었다 다시 뛰는 줄 알았어요. 아니면 새 심장으로 완전히 바뀌었거나."

그는 에쏘를 한 잔 더 시켰다. 아주 진하게 달라고 했다. 지독하게 진한 에쏘.

그들은 맺어졌다. 그래야 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그를 사랑한다. AIDS 따위, 시궁창에게나 내동댕이칠 무엇.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고르에게 도린, 레논에게 요코, 달리에게 갈라, 프리다에게 디에고, 릴케에게 살로메, 그 반대의 경우여도 마찬가지일. 그들 각자에게 당신이라는 존재는, 무채색의 세상을 바꾸게 하는 놀라운 색깔이었다.

"난 그녀가 정말 좋아요. 예전부터 줄곧 그랬어요. 게다가 우린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맞는 커플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게 이런 것 아니에요?"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맞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걸 바라면서도 그건 로망이요, 그저 꿈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엄하고 험한 세상이 본디의 그들을 바꾼 까닭이다. 먹고사니즘, 자본이 요구와 강요에 무릎 꿇은 때문이다.  
 

 

 

그는 쉽게 설명한다. 이따금 성기에다 20분의 1밀리짜리 얇은 고무를 끼워야 한다는 이유로, 그녀가 좋고, 그녀와 있을 때의 행복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 아무렴! 평생 콘돔을 껴야 한다고 사랑을 포기할 순 없다. (물론, 누군가는 그 사소한 이유로 포기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그건 사랑이 딱 그만큼이라는 뜻이다!)   

그는 말을 잇는다. 

"알다시피, 실제로 이건 전혀 불편하지도 않아요. 콘돔 없이 시시하게 하느니 그걸 끼고 화끈하게 하는 게 낫잖아, 안 그래요? 하하"

콘돔이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다는 것. 나는 이들 커플로부터 처음 알았다. 이 얇은 고무는 바이러스의 침투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들이 섹스라는 사랑을 할 때, 하나의 의식이 됐다.  

그들이라고 당황했던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세 번째 관계에서 콘돔이 터져버렸단다. 와우~ 듣는 나도 깜짝 놀랐다. 서로, "빌어먹을"을 계속 외치며, 자정에 의사한테 전화를 건다고 호들갑도 떨었단다.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허공에 붕 뜬 기분이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이때가 인생에서 가장 끔찍했던 시간이었어요. 이 여자는, 옆에서 당신에게 행복이 되고 싶지, 위험이 되고 싶지진 않아, 라고 울면서 말하는데, 괜찮다고 했지만, 깊은 불안에 휩싸여 있었어요."

다행하게도,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 없음을 알렸단다. 운 좋은 건, 그들의 전담의는 세상의 많은 지질한 의사와 달랐다. 환자를 편안하게 해줬고, 무엇보다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다. 그는 생전 처음, 완벽한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자신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말했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단다. "HIV는 감기처럼 마구 전염되지 않아요. 아시다시피, 이 빌어먹을 것이 꽤 까다롭게 굴거든요. 하하." 섹스한다고 바이러스가 무조건 옮는 것, 아니다!

나는 늘 이 남자에게 에쏘 한 잔을 더 준다. 내가 그의 행복을 위해 줄 수 있는 작은 마음이다. Especially for you. 꼭 그말을 덧붙여서. 에쏘에는 그런 뜻이 포함돼 있음을 알려주면서. ^^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행복해지는 거예요. 또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뿐이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난 결코 상대를 보고 진심으로 감탄해본 적이 없었어요. 매혹이나 존경에 관해 말하는 게 아니라, 이런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감탄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이 감탄은 기쁨과 함께 기꺼이 상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거든요." 

그도 그지만, 나는 그 여자도 참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라고 왜 처음에 동정심이 없었겠나. 허나, 그녀는 그것을 없애줬다. 방금 그가 말한 그런 이유로. 그 여자는, 신발 속의 모래알처럼 귀찮게 따라다니던 그의 일말의 동정심마저 말끔히 제거해버리도록 만들었다.    

이 남자, 빙충이(!)처럼 자신의 여자에 대해 말했다. 그녀에게 이렇게 얘기해줬단다.

"당신은 무엇보다 장난삼아 관계하지 않은 유일한 여자야. 섹시하기도 하고 강하면서도 약한 여자지. 게다가 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게 멋진 세상을 꿈꾸게 하고…. 마치 내가 근사한 남자가 된 것처럼 날 으쓱하게 만들거든. 사실 당신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 삶에 필요한 재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야."

그의 표정은 한 없이 행복해보였다. 부러웠다. 젠장, 이런 레어템 같은 여자를 득템하려면,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하는 거지?!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인 건가. ㅠ.ㅠ  


그는 성공한 남자다. 유명해지거나 어떤 권력이나 돈을 획득해서가 아니다. 그는 그것들보다 훨씬 더 위대한 사랑을 획득했으니까. 무엇보다 자신의 여자의 행복을 사랑할 줄 아는 남자니까.

랠프 왈도 에머슨이 '무엇이 성공인가(What Is Success)?'라는 詩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세상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지 말라. 그저 되어가는 대로 받아들여라"고 말했다. <천일의 약속>에서 지형 엄마가 지형과 서연의 사랑에 대해 그랬듯, 그들의 사랑을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그저, 사랑의 운명을 따랐을 뿐.

나는 내 동갑내기 만화가의 사랑을 위해, 12월1일 밤9시의 커피는, '푸른 알약'이라는 에쏘 메뉴를 내놓는다. 그 사랑의 향을 당신도 함께 맡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주겠다. ^.~

12월 1일, 세계 AIDS의 날.

그와 그녀를 생각하면서 나는 커피를 뽑았다. 그의 이름은 프레데릭 페테르스(프레드), 그녀의 이름은 카티.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푸른 알약》이다.  

실화다. 에이즈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지만, 소재는 소재일 뿐, 그냥 그들의 따뜻하고 행복한 사랑이 있다. 다만, 조금은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삶이 있다.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다. AIDS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우리의 차별적 시선을 의식하는 건, 그저 덤이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만큼 그들 역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주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서연과 지형, 애너벨과 에녹도 그렇듯, 프레드과 카티의 사랑, 혹독한 듯해도, 그렇게 혹독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삶은 물론 상대를 사랑할 줄 아니까. 살 수 있는 데까지 살고, 사랑할 수 있는 데까지 사랑하는 것. 그만한 축복,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 길지 않다. 사랑도 모르거나 사랑을 모른 채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시대다.

알겠지? 12월1일의 커피, '푸른 알약'이 알싸하고 아름다운 풍미를 품은 이유! 그리고, 이날 온다면, 이런 형이하학적인 비밀도 살짝 알려주겠다. 프레드가 알려준 거다.ㅋ  

프랑스에 가서 콘돔을 사용하게 되면,
'마닉스 엥피스 002'를 써 보란다. 끝내준단다.
반면, '세일로'는 형편없어!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마닉스 엥피스 002를 쓰기 위해서라도, 프랑스에? 하하, 농담이다.^^;

무엇이 성공인가? _ 랠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받고
어린아이에게서 사랑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에게서 찬사를 받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운 것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발견해내는 것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What is success? _ Ralph Waldo Emerson

To laugh often and much;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ople
and the affection of children;
To earn the appreciation of honest critics
and endure the betrayal of false friends;
To appreciate beauty;
To find the best in others;
To leave the world a bit better, whether by
a healthy child, a garden patch
or a redeemed social condition;
To know even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
This is to have succeeded.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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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9시의 커피]존 레논 `커피`덴셜 : 라이터의 비밀
    from 맺고,따고,볶고,내리고,느끼고,사랑하라! 2011-12-09 02:10 
    큰별 생일 축하해~ 이 남자, 어제도 라이터를 놓고 갔다. 버릇이다. 자주 오는 건 아닌데, 어째 오늘도 왔다.꼭 자기 영역을 표시하기 위한 행위같기도 하다. 내가 여기 왔다 갔음. 라이터는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남자, 아우라는 딱 예술가다. 어째 보면 예수를 닮은, 오다기리 죠와 살짝 엇비슷한, 그러고 보면 히피풍이다. 동그란 안경은 존 레논의 것이다. 자주 오는 건 아니다. 커피 취향도 남다르진 않다. 드립커피를 즐겨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