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샹니(我想你, 보고 싶어)

- <호우시절> 동하 (정우성)가 메이(고원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

 

어제(4월20일) 봄비.


봄비 냄새를 맡아본 사람은 알 거야. (꼭 귀도 함께 열어야 하느니!) 

코에 쏙쏙 박혀서, 알알이 혈관을 타고 내려가 심장부근에서 터지고야 마는 봄비 내음.


참으로 알싸했어.  

쌀랑한 봄기운과 따스한 봄온기가 공생하는 공기의 촉감. 


전날(4월19일)의 커피가 데워준 온기가 잔향을 남겼기 때문일까. 

서교동 수운잡방과 용답동 '마당'(청소년 휴카페 예정)을 오간 피로는 봄비에 씻겼다. 싱긋. :)


4월19일, 

53년이 된 '4.19혁명'으로 불리는(그날 용답동 술자리에서 누군가는 이를 강력하게 부정했지만. 그의 군대 이력과 꽐라 정도를 생각해서, 그냥 흘렸다.) 날에, 


 

그날과 함께 나는 커피를 볶고 내리면서, 다윈을 생각했어. 


남을 할퀴고 짓밟는 경쟁에 중독된 사람들, 다윈의 '적자생존'을 자기식대로 끌어들여 그것을 정당화하고자 여전히 애쓰고 있지.

《종의 기원》에 대한 치명적 오해.


다윈의 진화론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이용당했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이긴 자의 유전자만 진화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양 오도됐어.


허나, 다윈이 말하고자 한 바는 그것이 아녔어라구!

인간의 유래에서 그는 이리 말했어. "뿌리 깊은 육체적 본능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이 인간 진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다윈에게 인간의 자연선택은 완력이나 권력이 아닌, 종족이나 집단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사유하는 마음 혹은 지혜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었지. 남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이 개인의 유전자를 희생함으로써 부족 전체의 성공을 이끈다는 것이 다윈의 생각이었어.   


 

그런 다윈을 떠올리며 볶고 내린 커피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자란 커피. 

다윈의 131주기(1882. 4. 19)를 맞아, 다윈이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얻고, 《종의 기원》을 낳게 한 곳.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커피가 재배되는 곳은, 산 크리스토발(San Cristobal)섬으로, 고도 800m 이상에서는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커피가 안개의 도움을 받아 잘 익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다른 식물군도 풍부하며, 특히 중앙에 솟아 있는 화산입구에서는 자연 용수가 흘러나와 호수를 형성하고 있다지. 이 호수는 섬 전체에 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말이야. 


이곳의 커피 재배는, 

1875년 Don Manuel Jcobos가 버번종 종자를 들여와 심은 것이 시작이었어. 

수확시기는 11월에서 1월 사이인데,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커피는 아니야.  


 

 


 

꼭 이것이 아니라도, 이런 날엔 라틴아메리카의 것이 최고.

체 게바라가, 혁명이 으스러졌던 볼리비아의 슬픔을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고.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어떤 생각. 세계를 사유하는 어떤 방법. 이것, 에릭 홉스봄의 것. 


"생물학자 다윈처럼 역사가인 나도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한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늘 역사 변화의 실험실이었다. 그곳에선 늘 짐작과는 다른 일이 벌어져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대부분의 통념을 밑동부터 흔들었다."       

        -《미완의 시대》(에릭 홉스봄) 중에서 -

  

문득, 그 커피, 최재천 교수님과 함께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 

다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말이지. 



그렇게 지낸 다음날 흐른 봄비 속에 '장애인의 날'. 

시내를 관통하면서 만났던 장애인들의 평화적인 행진. 

버스 내 뒷자리에 앉은 한 꼰대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알려고도 않은 채, 온갖 경멸 섞인 쌍욕을 해대더라. 대한민국의 잘난 애국자 나셨도다! 혼자 생각해도 그만일 것을, 줄곧 십여 분을 다른 사람 다 들리게끔 꽁알꽁알. 


그의 초라한 자아가 버스 안에서 서성였어. 

타인에 대한 경멸을 입밖으로 내뱉으면서 초라한 자아를 드러내고, 남을 낮춰야만 간신히 자신을 높일 수 있다는 결핍으로 얼룩진 모습을 버스 안 모든 사람들에게 내보이면서. 저이의 지질한 자아가 울고 있는 듯 보였어. 어떤 슬픔. 



그리고 봄비온 뒤 다음날. 

봄하늘은 맑았고, <호우시절>이 생각났었는데  말야.

와우 놀라운 건, 그런 날 채널을 돌리다가 만난 <호우시절>.



아, 그녀의 자전거가 다시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더라.  


나는 봄비 이후의 커피를 내렸어.  

그 커피 이름은 호우시절. 


메이(고원원)의 말이 그 커피의 향을 더욱 짙게 만드네. 


"동하,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걸까, 봄이 오니 꽃이 피는 걸까?"


나도 궁금해졌어. 봄비가 와서 좋은 걸까, 좋아서 봄비가 온 걸까?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리는 법인가 봐. 


이 커피에 그리움을 담아, 워샹니...     


 

 

 


春夜喜雨(봄날 밤에 기쁜 비) 

                              - 두보 -


好 雨 知 時 節

當 春 乃 發 生

隨 風 潛 入 夜

潤 物 細 無 聲

野 徑 雲 俱 黑

江 船 火 燭 明

曉 看 紅 濕 處

花 重 錦 官 城


즐거운 비가 그 내릴 때를 알아

봄이 되면 내려 생을 피우는구나

바람 따라 밤에 살며시 내리니

세상을 소리 없이 촉촉하게 적시네

들길은 낮게 드리운 구름으로 어둡고

강 위에 배 불빛만 외로이 비치네

새벽녁 붉게 비가 적신 곳을 바라보면

금관성에 꽃들도 활짝 피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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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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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별 다른 이유, 없어요.
그저, 4월 23일이어서, 그래요. ^^

 

책의 날.
지난 1995년부터 유네스코가 정한 날인데, 당연히 유래도 있겠죠?
이날의 전설 혹은 레전드! 두둥.

 

우선, 스페인(에스파냐).
큰일이 났습니다. 공주가 용에게 납치됐습니다.
그때 등장한 호르디(Jordi, '조르디'라고 부르면 미워요!)라는 병사.
용과 싸웠고, 모가지를 뎅강. 그런데 그곳에서, 어머, 장미덩쿨이 피어나는 것 아니겠어요?
용감한 무사 호르디, 자신이 구한 공주에게 가장 예쁜 장미를 건넸습니다. 장미를 받아주오!

 

그 호르디 생일이 4월 23일이었습니다.
에스파냐에선 그래서 중세 때부터 장미축제를 열었다죠.
이름하여, '상트 호르디(세인트 조지) 축일'. 장미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됐습니다.

 


그런 날, 세계적인 대문호 2명이 눈을 감았습니다. 1616년 4월23일.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헌데 두 사람의 생은 어떻게 보면 정반대였죠.
살면서 셰익스피어는 부와 명성을 누린 반면, 세르반테스는 줄곧 빈궁하게 버텨야했습니다.

 

물론, 당시 영국과 에스파냐가 다른 달력(영-율리우스력, 에-그레고리력)을 썼기 때문에 서거 날짜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사람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 두 사람 서거일이 같다고 꽝꽝.

 

어쨌든, 이 두 가지를 엮어 에스파냐 카탈루냐 지방에선,
'상트 호르디 축일(4월23일)'에 책과 장미를 주고받는 전통이 생겼다지요.
지금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장 서민적인 거리라는 '람블라(Rambla)'엔 이날, 책과 장미의 향기가 진동을 한다지요. 엄청나게 큰 거리 전체가 책들로 가득찬 벼룩시장이 되고 장미향이 봄바람 타고 살랑살랑. 400만 송이가 넘는 장미, 50만권 이상의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간다나요.

 

이런 날, 수운잡방_낭만 프로젝트 '책 읽어주는 남자'는,
책과 함께하는 도란도란 수다를 떱니다.

 

각자의 마음속 서재에 있는 책을 꺼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잡설! :)


책은 저를 지탱하게 한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었고, 여전히 좋은 친구입니다.

어느날, 세상의 중력으로부터 자발적으로 튕겨져 나갔으나
그 전까지의 어줍잖은 관성 때문에 힘들고 어렵던 시기, 
책은 저의 자존감을 지켜줬고, 세상을 더 넓게 사유하고 바라보게 해줬습니다.
살아갈 이유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조곤조곤 들려줬습니다. 

 

그런 책들이 차곡차곡 쌓인 제 마음의 서재에서,
몇 권을 꺼내 공유할게요. 당신도 당신 마음의 서재에 있는 책을 꺼내 읽어주세요. ^.^  

 

혹시나,
1997년 안타깝게 요절한 눈 밝은 소설가 김소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도 좋고요. (그의 기일은 '책의 날' 전날이자 지구의 날인 4월22일입니다!)

 

결코 열어볼 수 없는 미래의 어떤 가능성 때문에 요절은 슬프고, 아픈 것이겠지만, 제게 김소진은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 http://procope.org/312

 

만화도 완전 대환영!!! 저도 만화라면 할 얘기, 많습니다.ㅋ

 

그렇게 각자의 서재 공개를 통해,
내 마음의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필요한 존재가 되고,
세상 밖으로 내놓아 공유하면서 더 넓은 세계로 확산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말이 그럴듯해서 그렇지, 그냥 수다에요, 수다!) 

 

제가 좋아라~하는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잠시 새로운 책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고 오직 내가 읽은 책들로만 이루어진 작고 아름다운 마음의 도서관을 가꾸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읽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퍼뜨려 나누는 것'이니까."

 

당신 마음의 서재에 있는 책의 한 구석에 고이 접힌 부분을 나눠주세요.
그 부분, 원한다면 제가 대신 읽어드릴 수도 있어요. ^^

 

이날, 직접 제조한 맛있는 김밥과 맛있는 공정무역 커피를 대접합니다.
(기타 함께 먹고 싶은 것 무엇이든지 가져오셔도 되고, 심지어 알코올도 됨, 완전 좋아함!!!)

 

신청은 위즈돔을 통해서만. => http://www.wisdo.me/1918

 

장미처럼 붉은 당신의 마음에 꽂혀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책 읽는 봄밤이 그렇게 당신과 함께 익어갑니다.

 

앙, 책의 날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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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말 못할 어묵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말하지 못한 내 사랑도 아니고, 어묵은 왜 속사정을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우린 미처 몰랐겠죠?

 

준수(낭만)가 서식하는 수운잡방에서 펼쳐지는, 맛콘서트 시즌4.

 

17일(수) 저녁,

'우리가 미처 몰랐던 어묵의 속사정'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부산 어묵을 들고 오실 취생몽사님의 생생한 맛이 팔딱팔딱 뜁니다.

 

일주일 뒤인 24일(수) 저녁에는,

앵콜 강연, '당을 폭식하는 사회'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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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this is coffee, please bring me some tea; but if this is tea, please bring me some coffee.

-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

 

링컨은, 최소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을 놓고 보자면,

수다쟁이야. 좋게 이야기하면, 이야기꾼.

 

링컨이 커피를 좋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어느날 한 레스토랑에서 그는 저리 말한 것으로 알려졌어.

정확한 맥락은 역시 알 수 없어. 전해진 바로는 링컨에게 커피가 나왔고,

그 커피를 마신 링컨, 형편 없는 맛 때문에 저런 미국식 유머(?)를 작렬했다고 하더라.

(커피와 관련해 유일하게 전해오는 링컨의 저 말은 'Humor'로 분류되지!) 

 

 

넌, 

이 싸늘한 봄날, 느닷없이 왜 '링컨'을 꺼내느냐고 물었지.


어젠(14일) <링컨>을 두 번째 봤어. 시사회에 이어. 

<링컨>을 처음 만났을 때, 참으로 감동적이고 먹먹했지. 쿨럭~ 울음을 지었다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2.12 ~ 1865.4.15)

4월15일, 148주기. 

1865년 4월 14일, 포드극장에서 저격 당한 링컨은 포드극장 가까이 있는 페터슨 하우스(Petersen House)로 옮겨졌고, 이튿날 오전 7시22분, 사망 선고를 받았지.

그러니까, 링컨, 암살. ㅠ.ㅠ

나와 생일이 같은(다윈은 링컨과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났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은 5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어. (흥미로운 사실은, 다윈은 더 오래 살긴 했는데, 1882년 4월 19일 사망했지. 같은 날 태어난 두 사람, 죽은 날짜도 비슷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기초해 '흑인=노예'라는 제도적 틀을 깼던 평등의 아이콘은 스러졌어.


(* 노예해방에 대한 링컨의 진심을 둘러싼 의심도 여전히 있어. 설이 설설 난무하지.

그 핵심은 링컨이 노예제 폐지보다 연방 통일에 더 중요한 방점을 두고 있었다는 것.

링컨은 남북전쟁 발발 후, Horace Greeley 기자에게 쓴 서신에서 이렇게 적었어.

"이 전쟁에서 내 최고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도를 구하거나 파괴하는 게 아니다. 노예를 해방하지 않고도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요, 노예를 해방해야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다."

<링컨>은 연방을 위해 노예해방이 링컨에게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고 말하지 않아.

극의 전개를 보면, 되레 반대에 가까워. 연방 유지라는 명분과 전쟁의 유리한 국면을 위해 노예제도 폐지를 들고 나왔다면, 굳이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킬 필요는 없었다는 거지. 그렇게 회유와 매직까지 하면서 힘을 뺄 이유, 없었지!)  

 

 

"링컨은 그럼 연방주의자였던 거야? 노예해방론자는 아니고?"


당신의 물음에 나는, 다른 말보다 커피를 건넨다.  

 

"자, 오늘 밤9시의커피. 이름은 '평등(Equality)'"


연방 통일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손,

노예제 폐지를 위한 링컨의 신념은 확고한 것이었어.


"노예제도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 확신, 미국 독립선언문의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에 기반을 둔 거야.

미국의 혁명 또한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듯. 

 

어때?

그 커피_평등, 링컨의 유머처럼 차(tea)로 바꿀 이유는 없지?


"응, 커피 맛 참 좋은데. 뭐랄까. 세계의 평등한 기운이 느껴져. ^.~ 이번엔 링컨을 블렌딩한 거?"

 

하하. 선수 다 됐는 걸!

링컨,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대.

헌데, 그 우울증이 그에겐 '저주받은 축복'이었다는 견해들이 많아. 

우울증 덕분에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다는 왠지 멜랑꼬리한 결론인데.

 

 

자, 이콸러티 한 잔 하시고. 


링컨은 어릴 때부터 타인, 동물의 불행에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했대. 남부 출신이었지만 노예해방에 관심을 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는 거지.

 

우울이 자신의 밑바닥을 향하게만 놔두지 않고, 타인의 우울도 함께 바라봤던 능력자였다고나 할까.

 

링컨이 오죽하면 과장법까지 써가며, 이렇게 말했겠어. 

 

"누군가 노예제에 찬성한다고 할 때마다 그를 노예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수다쟁이 이야기꾼이 지닌 '문학성'도 그 우울증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었던 것 같아.

그는 특히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즐겨 인용했는데, 

죽음을 품은 인간의 운명에 대한 詩와 우울을 희석해줄 유머에도 탐닉했었대. 


"링컨이 그렇게 수다를 잘 떨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링컨, 탁월해. 연설하거나 남을 설득할 때, 그의 이야기와 목소리는 흡입력이 있어.

훅~ 빨려들어간다고나 할까. 굳이 연기의 탁월함을 지목하지 않아도 역사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대. 

달변가 링컨. 영화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인 '동일한 것의 같은 부분은 같다'를 인용하면서 인간은 평등하며 동등한 인권을 갖는다고 얘기하는데,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어. 그것이 정의라고 이야기하는데, 시큰시큰 거리더라. 

사실, 지금의 노예제도와도 같은 비정규직 문제와도 충분히 겹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평등하며 동등한 인권을 갖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어려우니까, 지금도 계속 그 문제를 풀지 못하는 거겠지?"  


자유.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지난한 역사라고도 하잖아. 

슈퍼갑의 사회를 깨트리는 출발선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을의 성찰'이야.

영화에서도 그걸 확인할 수 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고 뭉클했던 장면이기도 했어.

 

영부인의 흑인 하인과 링컨이 대화를 나눠.

노예에게 자유가 주어지면 생계 유지 등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수다인데.

그건, 그녀도 링컨도 알 수 없는 무엇. 그럼에도 그녀가 힘 주어 말해.

 

"자유가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지 묻기 전에 자유를 찾는 게 먼저죠. 전쟁이 끝났을 때 평화에 대한 준비는 돼 있나요? 자유를 얻었을 때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몰라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얻으려고 싸우다가 죽었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요... 자유. 그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어요."

 

심장은 울컥, 코는 벌렁.

그녀가 말한 그 '자유'의 아우라가 내 몸을 휘리릭 휘감는 전율.

평생 '을'로서 살아왔던, 아들을 백인의 무의미한 폭력에 잃고 말았던,

그녀가 생을 통해 체득한 자유. 먹물들이 개념처럼 내뱉거나 정의하는 자유보다 더욱 절절하고 쫀득한 그녀의 자유. 자유는 그런 거 아닐까. 평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엇. 우리의 본능이 요구하는 자유와 평등. 손해와 이익 따위를 계산할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산소 같은 거.  

 

 

"음, 아마 링컨이 노예제 폐지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그의 신념도 있겠지만 자유와 평등, 정의를 요구한 인민들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애. 링컨으로 하여금 그걸 요구하고 행동하도록 만든 거 아닐까?"

 

그래, 나도 동의해.

그걸 위해 정치적으로 저열하다는 얘기까지 들으면서 링컨은 우직하게 밀어붙이더라.

더러운 음모와 술수라는 표현도 가능하겠지만,

정치가 어쩌면 궁극적으로 고귀한 행위일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더라고.

왜 정치가 필요한 것인지, <링컨>은 조목조목 느린 속도로 차곡차곡 쌓아가.

 

너에게,

<링컨>을 권하고 싶어.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선 끈기도 필요해.

미국의 역사와 노예제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더 잘 보일 영화기도 하고.

 

허나 <링컨>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또 하나 권할 수 있는 건, 이콸러티 커피. 

 

링컨이 목구멍으로 집어넣다말고, 차로 바꿔달라고 유머했던 커피가 아니라,

 

링컨과 인민의 피에 흐르는 평등과 자유에 대한 욕구를 블렌딩한 커피.  

 

그리고 우린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

링컨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 끊임없이 대화하고 수다를 떨듯,

우리도 커피 한 잔을 놓고 그렇게, 수다수다수다. 우리에게 링컨 같은 대통령이 없음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링컨(권력)을 움직이게 만든 가치를 말하지 않음을 부끄러워하면서. 자유, 평등, 우애, 사랑 등 모든 가치가 돈(경제)으로 귀속되게 만든 우리의 무딘 감수성을 이콸러티 커피로 촉촉하게 적시면서.  

 

모두 병 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 [그날] 중에서)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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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coop(수운잡방)이 목요일(18일) 밤,

맛있게 볶은 공정무역 커피를 들고 공유경제 파티에 찾아갑니다. ^.^

 

파티 참석(무료)해서 공유경제 기업과 공유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낭만(준수)이 따르는 커피도 맛보시라. 맛있는 커피도 공짜라는 말씀~

덕분에 서울시청 신청사 구경도 하는 재미까지!

친구와 함께 오셔도 되니 신청만 하시라.^.^

 

[신청] 공유경제 파티 (공유도시 서울의 夜)

http://www.wisdo.me/1831

 

모든 것이 무료이오니,

4월18일 목요일의 봄밤을 공유하시라~

 

봄밤, 당신만을 위한 커피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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