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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문화공간 1-4권 세트 - 조선시대 문인의 땅과 삶에 대한 문화사 ㅣ 조선의 문화공간 1
이종묵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책이 구성이 보고 싶게끔 만들어져 있으며, 컬러 사진들을 실어서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난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열하일기'를 읽었다.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권 당 빽빽한 활자체로 500페이지에 실려 있는 글을 읽다보니, 검은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요 하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나의 집중력이 그렇게 형편 없을 줄이야. 그렇게 열하일기를 읽는 둥, 마는 둥 고역스럽게 읽고나서 좀 편하게, 그리고 재밌게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하고서 찾아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활자체 또한 큼직큼직하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고 '뭐야 책은 두꺼운데 이렇게 활자체가 크니까 그런거지. 부피만 늘려서 책값만 올린거 아냐?'라고 의심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재미도 있고 오히려 읽기에 편하도록 알맞은 활자 크기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또한 컬러 사진들이 실려 있어서 본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가슴이 활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오버일까.
조선시대 전기부터 후기까지 전적에 담겨진 풍경들과 인간사를 이야기 한다. 그래서 '조선의 문화공간'이라 제목을 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느낀다면, 그대는 이 책을 문학서로 본 것이 아닌 철학서로 본 것일 거다. 이 책에선 그런 것보다, 선조들이 어떤 곳에 집터나 문학터를 마련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으면, 나도 이런 나만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지우들과 담론을 나누고 그 감회를 서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은 무정물이다. 즉 자연은 아무 감정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있다고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금새 바뀌게 마련이다. 지금 와서 예전 선조들의 문화공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드물다는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런 자연을 글로 서술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시간이 흘러서 변화되어도 남아서 오래도록 남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바로 선조들이 그들의 터전에서 이룩한 문화공간과 그 곳에서 자연을 보고 서술해 놓은 풍정이 실려 있다.
열하일기란 대작을 어렵게 읽었던 거와는 달리 이 책들은 순식간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모처럼만에 뿌듯한 미소를 띄울 수 있었으니, 책이란 대작이니, 명작이니를 떠나 자기와 궁합이 잘 맞는 책이 진정 좋고 알찬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열하일기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날은 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