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의 사상 - 시라카와 시즈카, 고대 중국 문명을 이야기하다
시라카와 시즈카.우메하라 다케시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자는 옛 사람들이 서로간의 소통을 위해 만든 문자이다. 확실히 지금 한자의 지위는 그런 소통의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글과 한자의 논쟁이 불거지는 이유는 바로 그런 관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예전의 한자의 지위가 그런 정도였을까? 

  이 책은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한자학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 이미 '한자 백가지 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 또한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다. 한자의 발생 기원을 밝히고 있으며 한자의 비밀을 알려 주는 책이니까.  

  한자는 결코 사람끼리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글자가 아니다. 바로 이런 주장으로 풀어쓸 수 있는 책이 이 책이다. 그건 곧 신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였을 뿐이다. 우린 지금 발견할 수 있는 태초의 한자가 쓰여진 도구가 거북 앞 껍질(갑골문), 쇠(금문)임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그건 제사의 예식을 기록한 것이거나 왕의 치적을 하늘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이 책은 한자를 공부하는 전문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좋은 책이다. 난 이 책에서 시경의 육의(풍아송부비흥) 중, 흥의 문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비와 흥의 차이를 놓고 많이 고민했으니까. 비와 흥은 얼핏 보면 똑같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시체를 구성하는 것이니까. 둘다 같다면 굳이 시체를 나눠놓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경에는 엄연히 두 가지 체제가 나눠져 있지 않은가?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고서 어느 정도 이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이런 한자에 대한 전문서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가지고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들고 찾아보길 바란다.  

  한문 문장과 씨름하며 한자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한자라고 그리 가만히 넘겨볼 수 있는 게 아니더라. 한자 또한 심오한 사상과 역사를 지닌 거니까. 한문을 공부하다보니 한자의 매력에 까지 빠질 수 있어서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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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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