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한민국엔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촛불 집회가 거대한 불길이 되어 연일 서울을 덮고 있었다.  





지금 봐도 가슴이 뭉클하던 순간이다.

그런데 바로 이 때 SBS에서는 '신의 길, 인간의 길'이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SBS가 반촛불 방송국의 대명사로 찍혀서 '씨방새'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그 때, 어느 방송사에서도 기획하지 못했던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나선 거다.

'기독교에 대한 문제 제기, 반기업 정서의 표출, 현정권에 대한 비판' 이 세 가지, 권력의 눈치를 봐야하는 방송사의 입장에서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주제다.

그럼에도 SBS는 민감한 주제를 과감하게 다뤘고, 원래 기획된 4부작을 모두 방송에 내보낸 거다. 촛불 집회에 버금가는 방송사의 새로운 유형의 '촛불 집회'가 아니었을지.

나는 일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방송을 보게 되었다.

1부에선 예수의 신화가 고대의 신화들을 짬뽕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2부에선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한 줄기에 뻗어나온 것이며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은 같다는 것을 드러낸다. 더욱이 마호메트가 추구하고자 했던 종교의 개혁 방향은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 들어도 꽤나 진보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란의 문구만을 맹목적으로 지키려는(악용하려는) 탈레반 등의 정치세력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알려준다.

3부에선 작은 섬에 나타난 종교 현상을 통해, 인류에게 종교란 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어떤 식으로 교조화되는지 보여준다. 또한 영국에선 종교인구가 감소하는 현상과 미국에선 오히려 근본주의 기독교가 성행하는 현상을 고발한다.

4부에선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미국과 종교가 하나가 된 현실과 그로인해 공산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을 사탄처럼 여기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한 사탄이란 개념, 지옥이란 개념도 초기 기독교의 개념이 아니라 짜라투스트라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결국 기독교,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이 절대 진리이며, 성경에 쓰인 글을 의심 없이 믿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다른 종교들을 제거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프로를 보면서 좀 더 현실적으로 종교를 믿었으면 좋겠다. 종교의 긍정적인 점은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이지만, 극단으로 치우치면 더 큰 분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수, 마호메트, 짜라투스트라가 살 당시 기존 종교의 부패상과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보고 그걸 고치려 노력하던 모습을 그대로 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로 그 정신이 종교의 정신이며, 종교의 지향점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