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사 - 하 - 조선 건국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개정판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 4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동서양사를 동시에 비교하며 그 안에서 하나의 의미를 돌출해 낸다거나 지금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전체적인 비교와 유추가 가능할 때 자민족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역사 왜곡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왠만한 역사서들은 그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세계사적인 추세에서 유추해 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민이라는 한계성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인지 자민족 우월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풀어내곤 했다. 물론 일본이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비하한 측면도 없었던 게 아니다. 그래서 우리 역사를 보면서 '우린 이래서 안 돼'라는 비하의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지금에 와서 모든 것들을 다 긍정하며 역사 띄우기로 민족 자부심을 도출해서도 안 된다. 그건 곧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격이니까.
  이 책은 그런 역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저자는 서양사와 동양사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한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그러니만치 한국사를 보는 시각도 이미 전세계사의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이 갖춰져 있다.  동양사적인 측면에서 상권을 풀어냈으며, 하권에서는 서양사까지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우리의 역사를 너무나 의존적인 역사로 보는 것만 같아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런 불편함조차 우리 역사를 어떻게든 우월하게 보려 했던 편견이 작용했을 뿐이다. 마음을 조금만 열면 좀더 객관적으로 우리 역사를 조망할 수 있다. 그런 인식 하에 우리 역사를 좀더 차근 차근 어떤 편견 없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객관적이라는 말로 표현은 했지만, 보는 사람마다 이것 또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음 또한 사실이다. 그저 판단은 자기가 하는 것이니...

  하권을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늘 우리의 현대사를 대할 때마다 드는 갑갑증이 일었다. 하지만 여느 역사책을 읽을 때 드는 그런 종류의 갑갑증은 아니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내 맘에 쏙 든다. 무협지보다는 무거운 듯하지만, 여느 전문 역사보다는 가볍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 이야기 책을 읽는 듯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엔 무수한 생각들이 스며든다. 왕국화를 이루지 못한 지도층의 나약함도 무능함이지만, 그걸 그대로 인정하며 왕 밑의 백성을 자임하며 묵묵히 살았던 백성들에 대해서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뭐든 '당연한 것을 의심해보지 못하는 것'이다. 왕 밑의 신하나 백성을 자임하며 그 모든 사태의 책임을 그에게 물을 줄 모른다. 그런 왕을 거부하는 건 자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일터. 그런 묵인과 무능함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순간, 우리는 근대사의 비극을 몸소 맛보아야만 했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건 왜인가? 바로 과거를 반추해 봄으로써 현대의 삶을 살고자 함이다. 비극은 다시 되풀이 해서는 안 되는 역사의 교훈으로, 희극은 우리의 마음 속에 긍정의 기운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비극과 희극을 여과없이 드러내 놓아 오늘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어낼 것이며, 그 깨달음을 현재에 삶에 어떻게 적용시켜 나갈 것인가 다분히 개인의 몫이다. 

  (개정판이다.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기대하며 보게 된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책의 전체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다. 칼라 도판을 도입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편집방식은 읽는 독자에겐 둘도 없이 좋다. 하지만 내용이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아서 예전에 읽었던 독자들에겐 그다지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구판과 신판 중 어느 것을 소장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신판이다. 고로 이 책은 사서 아까운 책은 아니란 말씀. 고이 간직하며 두고 두고 읽는다면 분명히 더욱 빛을 발할 책임엔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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