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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 상 - 단군에서 고려까지, 개정판 ㅣ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 3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느끼던 것들을 뒤집어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나의 삶의 의미가 되었으며,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뒤집어 본다는 것은 곧 나에 대한 생각의 지반을 허문다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재정립은 순간은 힘든 일일지 모르나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발전 시킨다. 바로 위기는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학생 때 징그럽도록 외우며 배웠던 까닭에, 하나의 거부할 수 없는 진리로 나에게 각인되었다. 연표를 외웠으며 그 하나 하나의 상황들을 민족주의적인 사관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까닭인지 과거의 사대주의 사관들이 현대의 관점에선 짜증나는 그 무엇이었으며, 신라의 통일은 반도중심의 통일이라 한심하게 느껴졌다. (물론 신라의 입장에선 고구려나 백제나 당이나 모두 외세였음은 마찬가지다. 오늘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그런 문제가 생긴다) 그런 등등의 과거사와 그것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역사의 아이러니가 반복되는 현대사를 보면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어떤 일보다도 짜증나는 일이었다. '왜 이렇게 우리는 약한 거야?' '왜 정복을 하며 다른 나라를 뒤집어 엎지 못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우리 역사였다.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역사를 배우면서 느꼈던 생각들이다. 그런 가운데 고구려 역사에 집착하게 된 건 이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정복 왕조로서 맘껏 영토를 넓힐 수 있었던 고구려가 우리의 대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신라중심의 반도 통일을 보상 받고자, 발해의 넓은 영토를 우리의 역사로 받아들이며 통일신라 시대를 남북국 시대로 규정하는 것에 찬성하기도 했다. 또한 사대주의시대였던 조선 시대의 모습 속에서 실학 사상이나 한글의 창제 같은 독자적인 흐름들을 보면서 우리의 역사의 한계를 그렇게 보상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이런 역사 인식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따져볼 일이다. 하지만 난 당연하게도 이런 역사의 지식들을 아무 생각없이 진리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기도 했지만, 답답한 역사라는 게 일본의 식민사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이것마저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1권에서는 고조선의 성립에서부터 고려시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책은 역사책임에도 불구하고 표지에 나와 있다시피, 무협지보다는 무겁게 기존 역사서보다는 가볍게란 표어처럼 재밌었다. 물론 글이 좀 길어져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글을 전개하는데 있어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필자가 쓴 덕인지 전체적으론 이야기책을 읽듯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난 사람들의 관점은 다양하게 나뉠 것 같다. 어떤 이는 좀더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는 객관적인 평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완전 사대주의 사관에 입각해서 쓰여진 책이라 비평할 것이다. 어떤 맘으로 이 책을 읽건 그건 지극히 개인 몫이니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난 이 책을 통해 좀 더 객관적인 동양사적인 측면에서 우리 나라의 역사를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우리의 역사를 좀더 객관적으로 보고 그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의 향방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재조명한다는 데 있으니깐 말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 어떤 것을 느끼건, 그것을 통해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을 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