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문학사
이가원 지음 / 보성문화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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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당연히 필독 도서이다. 난 한문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이지만, 처음엔 이 책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한국문학통사만을 연달아 보았을 뿐이고, 조선한문학사, 한문학사(새문사)만을 되풀이 해서 보았을 뿐이니까. 물론 그 책들이 안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책들엔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원문이 많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뭐 이건 단점이라하기엔 뭣 할 수도 있다.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이게 오히려 장점일 테니) 그래서 초보자에겐 좋은 책일 수 있지만, 정식으로 한문학사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겐 그다지 매력이 없다. 그런데 이 책에는 많은 원문들이 같이 실려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진득하게 하고 싶은 사람에겐 최고의 책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문 임용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겐 둘도 없는 필독서이며 동반서라고까지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칭찬 일색일까? 이건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두 말할 필요 없을 거다. 하지만 확실히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원문에 따른 해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이 책은 고문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과 괴로움들을 참으며 하나 하나 읽어 나간다면 당신의 한문 실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문학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훨씬 성장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한국문학통사나 한문학사를 어느 정도 이해한 수준에서 시작해야함을 전제로 한 이야기이다. 아무 기본 지식없이 무턱대고 도전했다가는 한문에 대해 진절머리 처질 정도로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난 공부란 정말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서를 공부하면서 왜 그런 사상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분화해 갔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와는 무슨 상관인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지금의 나에게 적용해야 한다. 산문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알아가는 재미로 하나 하나 공부해 나간다면 공부는 하나의 놀이가 될 것이며, 난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가 될 것이다. 그렇게 재밌게 공부하는 데 어떻게 실력이 쌓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한문교사가 된다면, 분명히 아이들에게도 재밌게 한문을 가르치고 인생을 가르칠 수 있는 멋진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다. 이 책을 선택하는 많은 분들이 그런 재미를 맘껏 느끼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道行之而成(길은 걸어가다보면 만들어진다)' 애초에 길은 있지 않았다. 그저 내가 걸어갔더니 만들어진 게 길일 뿐이다. 우린 지금도 나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나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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