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사는 사람들 -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이야기
정순택 외 지음, 윤수종 엮음 / 이학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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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한국은 들끓었다. 촛불은 타올랐고 허무하게 꺼졌으며, 보란듯이 국가 권력은 민초의 저력을 짓밟으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모든 것이 끝났다. 그 사이에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자기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며, 검인정 체제로 운영되는 근현대사 교과서를 토씨하나까지 바꾸려 했으며, 국가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참교육'을 외치며 일제고사에 자율권을 준 교사를 해임시켰다. 그리고 언론 독립을 외치며 고군분투하던 YTN교사들을 해임시켰다. 2008년의 한국 사회는 국가권력은 살아나고 개인은 그 권력에 순응해야만 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런 변화를 '민주주의의 퇴보'라고들 흔히 말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로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이다. 그건 다른 말로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라는 말이기도 하다. 나를 선으로 놓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악으로 놓는 그런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나 외의 것들을 타자화 하지 않을 때 나와 너가 주인이 되는, 그래서 다양한 객체를 인정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의 한국은 이런 기본적인 가치가 여지 없이 무너져 내렸다. 가슴이 아프다.

  이렇듯 나 안에만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2008년의 한국사회를 보고서 가슴이 아팠던 사람에게 이 책은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나만이 절대 진리일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만이 참된 지식일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신화에 갇혀 살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런 확신은 곧바로 타인에게 강요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작은 생각의 차이가 때론 커다란 차이인 것처럼,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차이인 것처럼 생각되게 마련이다. 자폐증! 인식의 자폐증은 병은 아니지만, 병보다 더 심한 병인 까닭이 거기에 있다. 병은 스스로 자각하게 되면 나으려고 병원을 찾게 되지만, 인식의 자폐증은 병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자각도 못할 뿐더러 그런 삶을 계속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 폐악을 우린 2008년 정부 정책의 밀어부치기에 충분히 지켜볼 수 있었다. 바로 그런 나 자신의 어리석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런 류의 책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나와는 너무도 다른, 그래서 평소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고서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소수자로 인정 받는 여성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입장에서, 동성애자의 입장에서 쓴 글들을 보며 그들을 느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인식의 자폐증에서 깨어날 수 있다. (이건 혹 영화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란 가상현실을 깨닫고 현실에 눈을 뜬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거다)

  나라는 개체의 한계를 벗어나 타인과 정말로 어울려 살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더불어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것과 전혀 다른 생각들도 인정하고 같이 보듬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월권을 누가 주었는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천만의 말씀, 만말의 콩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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