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리라이팅 클래식 5
이혜경 지음 / 그린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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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있어서 보수란 무엇인가? 당장 생각 나는 것들은 '조중동, 한나라당, 뉴라이트' 등등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보수로 규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이것을 살펴보기 전에 보수라는 의미부터 다시 정의해 보는 게 나을 듯 하다. 保守(보수)란 '무언가를 지켜낸다'는 뜻이다. 과연 무엇을 지킬 것인가는 또다른 문제로 남는다. 당연히 그 무엇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보수의 모양도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에 대한 논쟁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무조건 '보수'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이며, 그 반대로 '진보'라고해서 무조건 찬성할 수만은 없는 거다.

  맹자, 그는 확실히 보수주의자였다. 그는 기존의 천자 체제를 부정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신분제 체제를 인정함으로 평등주의를 반대했다. 또한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기보다 가족이나 국가에 귀속된 존재로 받아들였다. 기존체제를 받아들였고 변화를 꾀하기보다 굳건히 지켜나가려 했다는 점에서 그는 확실히 보수주의자였다.

  그가 살던 전국시대는 분열된 각 나라들이 '부국강병'이라는 대의명분 하나로 백성들을 궁지에 몰아놓고 자기의 이권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왠지 지금의 '신자유주의 시대'와 유사한 면이 많다. ) 그런데 그는 그런 시대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였던가? 지금의 보수주의자들이라면 이러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를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자유 시장체제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진정한 승자라는 논리니깐. 하지만 맹자는 그런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양혜왕이 "어떻게 하면 나의 나라에 이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왜 하필 이익만을 논하십니까? 이익만을 논하면 서로 뺏고 뺏기는 살륙이 되풀이 되기에 이익을 논하기 보다는 '仁義(인의)'를 논해야 합니다."라고 답변한다. 맹자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가치는 '사람됨'이었을 뿐 화폐나, 타인을 넘어설 수 있는 권력 따위가 아니었다. 맹자는 사람으로써 가장 중요한 가치를 '인의예지'의 사단으로 풀어 설명해준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측은지심인 仁'이다. 즉,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다. 타인이 아프던 말던 나만 즐거울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우리나라의 보수자들과는 그 맥이 확연히 갈린다. 이런 까닭에 보수자의 대표격인 맹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의 소위 보수라는 단체들을 보면 '禽獸(보수를 빙자한 사적 이익 추구집단)'라 비판할 것이다. 맹자는 공감 능력을 잃어버리고 자기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계층을 동물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으니 말이다.

  요즘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수에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보수'는 없애야 할 극악이 아니라 깊은 생각의 기반을 가지고 잘 유지해야 할 가치라는 점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흔히 민주주의는 '우익(보수)'와 '좌익(진보)'의 좌우 날개가 균형을 이루어 발전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를 보수주의자라 생각하는 사람이나, 진보주의자라 생각하는 사람들 할 것 없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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