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상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名作은 두고 두고 회고될 값어치가 있는 작품들을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명작이란 이름이 붙었다 할지라도 함부러 덤벼들 수는 없다. 무언가 특이한 게 있을까봐서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간 넉다운 되기 일쑤다. 굳이 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린 수많은 명화들을 보면서 느껴보지 않았던가. 명화는 하나 같이 지루하고 잠이 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깊이 있는 대사들이나 짜임새 있는 장면들이 와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순간적인 쾌락을 주는 액션 장면류의 영화들에 익숙한 시선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명작이나 명화는 어느 정도의 인생이나 삶의 경험이 쌓인 이후에 보아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거 같다.

  열하일기에 대한 칭찬글들이 봇물을 이룬다. 이미 우리 시대에 하나의 명작으로 남아 있는 조선시대 여행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열하일기의 특이점은 박지원이라는 조선 선비가 보는 청의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그 곳 사람들과 격이 없이 나눈 대화에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청은 오랑캐이고 우리는 중화를 이은 대민족이라는, 이른바 '소중화의식' 속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저급한 것이라 폄하했던 것이다. 그런 의식이 팽배해 있었음에도 연암은 그걸 뛰어넘어 그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그들의 좋은 점을 배워올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니, 열하일기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조선시대엔 열하일기는 금서로 규정되어 읽는 것조차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군사정권 시대에 금서로 구분된 책들을 밀실에서 몰래 읽던 그런 광경과 은근히 일치한다. 그 책이 21세기에 이르러서야 하나의 명작 고전으로 읽히게 되었으니 참 힘들고 고단한 세월이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무턱대고 원작 열하일기를 읽을 순 없다. 난 한문을 전공을 사람이어서 여러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원문 열하일기를 읽었지만, 몇 줄 읽다보니 검은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라는 생각만을 하며 읽을 뿐이었다. 청과의 관계,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인식, 언어습관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읽으나 마나한 글이 된다. 명작이 순간 졸작만도 못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까지 고미숙 선생님이 쓴 '열하일기, 웃음과.....' 와 '삶과 문명의...'를 읽었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열하일기에 흠취할 수 있었는데, 다시 그 열하일기를 다양한 자료와 함께 풀이해놓은 책이 출간된 것이다. 솔직히 원문판 열하일기(거기에 이런 상세한 자료와 원문이 실려있길...)의 출간을 바라던 나로서는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출간된 것도 나쁘진 않다. 원문을 해석해 놓은 책이긴 하지만 전문이 다 실려 있진 않다. 물론 여행에 관한 내용은 다 수록되어 있고 그 외에 자질구레한 내용들만 뺀 것이지만 말이다. 책은 참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번역도 충실하며 한문문장에 익숙치 않은 현대인들이 읽기에 편하다. 열하일기를 읽으며 여러 사진들을 통해 그 상세한 과정들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좀더 관심 있으신 분은 '역사스페셜, 열하일기편'과 함께 읽어나가시길~ 

  이를 계기로 진정 열하일기를 읽고자 했으나 읽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고전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라면 어려운 글을 읽는 쾌감이기보다 선현의 생각들을 갈무리 함으로 나의 비전을 탐구해볼 수 있는 것이리라. 명작이 이로서 우리에게 더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이걸 읽으며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지는 그걸 하나 하나 같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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