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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물은 흐를 때에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흐르는 물을 보며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극찬을 했으며, 맹자는 '사람이 선한 까닭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물이 고이면 어떻게 되는가? 우린 이미 '시화호'를 통해 그 깨달음을 얻은 바 있다. 그렇다 고인 물은 그 맑음을 유지하지 못하고 썩게 마련이고 그 본질적인 가치를 내지 못한다. 흐르는 물을 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중국의 성현들이 고여서 썩은 물을 보면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사람 또한 정체되는 순간, 모든 것은 멈추게 마련이다. 정착은 안정감을 원하는 우리이기에 자연스럽게 선택하게된 삶의 여건이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감을 위해 국가고시에 목숨을 걸고 있다. 왜 우리는 사업을 하거나, 각자의 꿈을 펼치기 보다 국가고시에 목숨 거는 것일까? 그건 간단하다. 바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리라. (물론 나도 교육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이런 말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ㅋ) 안정감, 그건 손에 거머쥐는 순간에 사람을 멈추게 만든다. 기존 체제 내에서 적응하고 만족하며 더이상 자기 발전을 위한 행동을 하진 않는다.
이 책에서는 유목의 역사 시기별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유목의 역사야 말로 오래된 인류의 역사이며 정착의 역사는 햇병아리에 불과한 역사란 걸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왜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는 것일까? 그렇다 바로 지금은 국가체제 내에서 한 개인의 자유와 모든 사유가 안정이란 미명하에 구속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바로 정착을 꿈꾸며 더이상 자기에 대한 생각, 국가란 틀을 넘어서고자 하는 생각 등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린 이 책을 읽음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이 책을 통해 현대 국가 체제 안에서의 다양한 유목적 사유를 접할 수 있다. 정착했으되 유목하는 삶 정도 될까~ 우선 근대 국가의 틀을 넘어설 수 있다. 그렇다고 국가에 반기를 들며 정착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리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산다할지라도 그건 '정착을 위한 유목'으로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이미 맘 속으로 하나의 구심점을 만드는 순간 그 신체는 억압된 신체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린 이 책을 통해 '노마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예전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삶이 아닐지라도 '앉아서 유목하는 삶'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구심점을 통해 세상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만을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맘껏 세상과 대화하며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신체를 만드는 것... 이런 역설이야 말로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며 사람을 흘러가도록 만드는 묘법이다.
노마드의 삶, 정착과 안정이 당연시된 사회 속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