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근대에 이르면서 국가가 성립된다. 애국가가 만들어졌고 국민이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다. 국가라는 거대한 정착지가 만들어지면서 우리는 그 안에 정착하게 되었다. 법이나 경찰, 그리고 군대라는 압박의 수단에 우린 아무 저항없이 순종하며 국가를 숭배하며 살게 되었다. 거기에 교육이 근대화되면서 초중등교육이 의무화 되었다. 근대화 교육은 개인이 주도하던 교육과는 달리 국가가 일방 통제하며 국민화하는 교육에 기본을 맞추고 있다. 즉 교육을 통해 국가에 순종하는 국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는 달리 중세까지의 백성들은 '국가의 국민'이 아닌 '그저 그 곳에 살던 이'였을 뿐이다. 그래서 이동이 자유로웠으며, 국가라는 신념체에 자기의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자기의 나라나 역사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기가 살아가는 그 자체의 모습이 중요할 뿐이었으니까. 그런 백성의 모습이 남한 산성에 잘 담겨 있다. 우선 뱃사공의 모습을 보자. 그는 청군이 몰려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나루터를 떠나지 않는다. 그런 그를 보고 사대부가 왜 떠나지 않냐고 묻자, "청나라 군대가 오면 여기를 건너려 할 것이니, 그들을 건너게 해서 먹거리나 얻어보려고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임금 등을 건네드렸지만 아무 것도 받지 못했"단다. 그들에게 있어선 삶의 문제, 그것이 중요할 뿐이지 나라나 국가의 안위는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다. 또한 그런 관점에서 정명수의 삶도 볼 수 있다. 그는 관노의 출신으로 온갖 냉대 속에 살았던 이다. 하지만 청의 용장군 밑에 들어가 조선어 통역인을 자처함으로 삶의 전환기를 맡는다. 그가 최명길과 면담할 때 한껏 거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뀐 지위에 따른 결과였다. 과연 그를 어떻게 볼 것인가? 매국노쯤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저 그 곳에 살던 이가 삶을 따라 새로운 길로 나선 이로 볼 것인가? 어떤 관점으로 보건 상관 없지만, 그 당시가 중세 사회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정명수의 삶 또한 후자의 모습에 더 가까울 것이다.

  과연 조정에선 무엇을 했던가? 화려한 말잔치만을 벌려 놓았을 뿐이다. 주화냐, 주전이냐 하는 것. 이미 대세는 명에서 청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그들을 오랑캐라 여기며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 했다. 조정 대신들에겐 백성의 삶은 중요치 않았다. 어떻게 이 난국을 돌파할까만이 문제가 되었을 뿐인데... 솔직히 어찌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유교에서는 백성들과 기쁨을 같이하고 그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줄 때에야 그들이 시장에 몰려들듯이 나라에 몰려들어 나라가 흥한다고 말한다. 조선은 유교를 숭상했던 나라임에도 그런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백성들은 이탈해갔으며 나라는 피폐해갔던 것이다.

  이런 모습들이 중세에서 근대에 이른 지금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린 이런 역사를 통해 오늘날에 어떤 것을 건질 수 있는가? 민초들이 살아숨쉬는 역사, 그런 역사가 쓰여질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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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7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