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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강의 -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삼국지의 진실을 만난다!
이중텐 지음, 양휘웅 외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평점 :
'역사는 이긴 자의 것이다'라는 명제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겐 피할 수 없는 진리이다. 고려 시대에 살았던 김부식은 고려라는 나라는 신라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삼국사기를 편찬할 땐 삼국 중 신라의 역사에 중점을 두어 서술한다. 그렇다, 역사란 이긴 자의 역사이며, 서술자의 주관이 개입된 역사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역사란 있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들을 안다면, 어느 한 부분의 역사만을 보고서 그게 우리의 역사였노라 판단하는 건 금물이다. 여러 서적에 전혀 다른 관점에서 쓰여져 있는 역사를 보고서 그 안에서 역사의 실체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읽었던 '삼국지'는 나관중이 지은 것이다. 그건 하나의 픽션이며, 나관중의 주관적인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글이다. 한나라의 왕조를 이어받은 유비를 편들며 시종일관 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국지를 읽을 때면 조조는 극악한 인간 유형으로 분류되며 제발 져주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나관중의 관점에서 조조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게 진실인양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건 객관성이 결여된 하나의 관점일 뿐이니까.
그렇게 편협해진 우리의 삼국지를 보는 관점을 어떻게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가? 그건 바로 진수가 편찬한 정사로서의 '삼국지'를 읽으면 된다. 역사서로서 쓰여진 책이기에 좀 딱딱한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읽지 않고서 삼국지를 읽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사 삼국지를 읽는건 외국어 원문을 읽는 것만큼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사람에겐 이 책이 제격이다. 삼국지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정사 삼국지의 관점에서 형해화하여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시점에서 삼국지를 보면 더이상 조조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그 당시 삼국의 변화 양상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까발리는 맛이 있다. 하지만 그게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어떤 신비감으로 싸여 있던 인물들이 있는 그대로 노출되기에 기분이 약간 상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저할 필욘없다. 객관적인 역사 인식 속에 나의 생각들을 촘촘히 담아낼 수 있다면, 그런 생각들을 현실에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니까. 삼국지연의를 통해 삼국지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색다른 재미에 흠뻑 빠지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삼국시대에 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