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 - 사마천, 궁형의 치욕 속에서 역사를 성찰하다 서해클래식 6
사마천 지음, 연변대학 고적연구소 편역 / 서해문집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사기열전을 번역해 놓은 책들은 참 많다. 그래서 어떤 책이 읽기에 더 편한지, 더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는지 비교해 보게 마련이다. 이 책 또한 그런 관점에서 접근했었다. 우선은 이해하기 쉽게 번역되어 있는지가 관건이고 보기 좋게 편집되어 있는지 또한 꼼꼼히 살피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흡족한 책이다. 글의 문체 또한 현대식으로 잘 정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편집도 깔끔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빠져들더니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게 되더라.

  나는 한문전공자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사기에 대해 관심 가지고 있었다. 사마천이 싸움에 폐배한 장군을 비호하는 바람에 거세되는 형벌을 당하고나서 그런 억울함을 누그러 뜨리고자 남겼던 글이니 말이다. 만약 그가 그런 자기의 현실을 비관하여 사기라는 대작을 남기지 않고 자살을 했다면, 그는 역사에 남지 못한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게부터 내려오던 오랜 염원을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히 집필한다. 어찌보면 그런 환경을 극복한 그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억울한 상황이 그를 그렇게 편집할 수 있도록 붇돋웠다고도 볼 수 있으리라. 그런 그의 삶에 대한 치열함이 묻어 있는 사기이니 만치 더욱 내 맘에 와닿는 부분들이 많다.

  사기 열전은 사기 본기와는 달리 이야기체의 글로 인해 읽기에 편하다. 그리고 이 곳에는 우리 흔히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역사책에 오를 수 있었던 거야 하는 생각들을 전복하게 만든다. 충신의 역사 뿐 아니라, 간신의 이야기까지 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자서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땐, 왠지 오자서를 통해 사마천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한 상황 속에서 묵묵히 감내할 수 있는 마음, 그게 둘은 닮았던 것이다. 내 상황이 지금 나에게 억울한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내 맘 같지 않아 주눅들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젠 그런 모든 것을 꿋꿋히 이겨내야 한다. 지금 주저 앉으면 결국 아무 것도 안 된다. 사마천처럼 굳건히 자기 길을 갈 때 이와 같은 대작이 나올 수 있으며, 후세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사기에 대하여 흥미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 안에는 한자 성어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아서 읽는 내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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