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연 - 플라톤에서 움베르토 에코까지 한 권으로 즐기는 유쾌한 고전 여행
이진경.이정우.심경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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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나의 글이 사유를 완벽하게 포획할 수 있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글은 사유의 일부분만을 담을 뿐, 완벽하게 담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인지 '글에 얽매여 있는 사람은 초보자이지만, 글을 넘어서서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은 고수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일거다.

  실존 문제를 담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들었을 땐, 솔직히 아무 느낌이 없었다. 뭐 이런 당연한 말이 어떻게 명언의 대열에 들어있어야 하는지 몰랐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 짧은 명구 속에 데카르트의 무수한 사유의 발자취가 담겨 있음을 안다면, 이 말이 왜 명언이 되었는지 아는 것도 어렵진 않을 것이다. 인간이 신이라는 절대자와 결별하면서 등장하게 된 것이 '이성적인 동물'이라는 전제였다. 이성적인 동물로서의 인간은 절대자 없이 홀로 설 수 있으려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생각이 필요했던 거다. 이렇듯 우리의 말이란 우리의 사유 자체를 완벽하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명언이라고 나와 있는 것들을 읽을 때, 뭐 이런 당연한 말들이 명언일까 황당해 하는 것이다.

  '고전의 향연' 이 한 권의 책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수한 사유의 장을 펼쳤던 인물들의 사상이 들어있다. 물론 맛배기 정도의 짤막한 글들이지만,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우리에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달콤하고 맛깔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사유의 장을 맛볼 수 있다면, 그래서 이 기본적인 상식을 토대로 철학의 세계에 풍덩 빠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의도에서 기획된 것일거다.

  유명한 책들을 맛보기한 후엔, 그 밑에 읽으면 좋을만한 책들이 갈무리 되어 있다. 그래서 독서의 폭을, 사유의 폭을 확장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그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인생의 선배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내내 궁금해 하는 실존의 문제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무수한 사유의 장 속에 들어가는 순간, 나의 지금까지 삶과 생각들을 더듬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고전이 나의 삶 속에 들어오는 순간, 더이상 케케묵은 고전이 아닌 나의 인생의 반려자가 되는 이유 또한 거기에서 비롯된다. 고전을 읽자. 그렇다고 어려운 원문으로 읽거나 완전한 책으로 읽자는 뜻은 아니다. 고전에 친근히 다가서기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책부터 시작해서 재미를 붙이면 된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맘 먹었다면 한번 지대로 빠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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