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듯이 철학서의 난해한 어법들이 걸렸기 때문이다. '노마디즘'을 읽으면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라 하는 생각으로 읽었듯이 이 책 또한 그럴거라는 편견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들고 읽어내려가자, 그런 걱정은 기우였을 뿐임을 알게 되었다. 내용도 한없이 깔끔했으며 니체가 누군지 몰라도, 차라투스트라가 누군지 몰라도 전혀 읽는데 지장은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모름을 통하여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정말 이렇게 쉽게 풀어쓸수 있다니 놀라웠다. 니체라는 철학자에 대한 관심이 그래서 일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엄두는 못 내고 있지만 말이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책을 쓰면서 자기와 소통이 되는 사람이 나타나 이 책을 펼쳐들길 바랬단다. 그만큼 어려운 책이란 이야기일 것이며, 그만큼 자기의 저작이 대중적 취향을 넘어서는 것이란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니체의 자존감이 얼마나 강한지, 또한 그의 철학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된다. 그런 어려운 책을 저자는 전혀 어렵지 않게 잘 녹여 낸다. 그래서 읽고 있노라면 유쾌해 지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니 말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오자 마자 처음 한 이야기는 '신은 죽었다'이다. 이 말에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근거에는 기독교가 사람들에게 원죄라는 죄악관을 심어준다는 거였다. '난 죄인이야''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 빠진 인간들은 결국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세상과 맘껏 소통하며 낙타의 무조건 순종적인 삶을 벗어나, 사자의 거부할 수 있는 삶도 벗어나, 어린아이와 같이 되라고 말한다. 적극적인 '-되기'의 자세를 말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와 타인의 경계를 나누어 혼자 고립될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허물고 당당히 나와서 세상에서 맘껏 행복을 누리라는 이야기이다.
요즘 철학서에 흠뻑 빠져 있다. 뭐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는 사유능력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다. 이를 테면 책기계를 통하여 맘껏 나의 사유능력을 증진하기 쯤 될까. 이렇게 조금씩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 철학이란 한 글자, 한 글자가 전혀 새로운 것을 느껴지게 될 때가 있겠지. 다음엔 어떤 책을 접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