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7년 1월
평점 :
사람이 산다는 건 무얼까?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야 하며, 무엇을 위해 달려 가야 하는가? 이런 심오한 물음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쉽사리 하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명백한 것은 '행복을 위해'라는 것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원하는 것들이 이뤄지면 그것이 바로 행복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돈부자가 되는 것?
이런 질문들로 하염없이 세월의 탕진하고 있는 요즘이다. 엊그제에 읽었던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은 그런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사회주의'란 단어에 반감이 들긴 했지만 그 곳에 개진되어지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한 지식인의 투쟁은 나를 사정없이 흔들었던 것이다. 그런 사유의 연장선에서 만난 이 책도 스콧니어링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순식간에 읽어 내려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사상이 담겨 있다. 세상을 보는 안목,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전복하고자 하는 것까지 말이다. 우리가 그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진리들이, 더 이상 진리가 아닌 세뇌에 의한 결과물임을 이야기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화폐에 대한 견해이리라.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미명 하에 수많은 악행을 하고 있음 꼬집는다.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마음이 한없이 아파왔다.
사회는 자꾸 거대화 되어 간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고, '시간은 금'이라는 가치 속에 하루 하루를 정신 없이 산다.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허무함과 쓸쓸함 뿐이다. 많이 가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복시키지 않으면 결국 이런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인디언들은 4시간 정도를 노동하여 하루 먹을 양을 얻은 후에는 하루를 쉬면서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 내내, 아니 일년 내내 노동만을 하며 돈을 악착 같이 모으기에 바쁘다. 과연 어떤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일까? 니어링도 그런 소비와 축적의 문화에 반대하며 자급자족하며 '4시간 노동, 4시간 친교하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 말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의 현안들과 그 생각들이 나의 마음 속에 비수가 되어 날아 들어왔다. 어찌보면 안정적인 직업이 없는 저자는 사회에서 보기엔 낙오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의 생활 속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친구에 비해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그 친구 또한 서로의 돈의 가치가 다름을 인정하였다. 그런 돈의 가치와 행복의 상대성 속에서 난 오늘도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이 변명 아닌 변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