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디즘 1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0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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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선택하기 까지 망설였다. 쉽사리 와닿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난 서양철학에 대해서(물론 동양 철학도 제대로 아는 건 아니지만) 깡통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까닭은 천의 고원을 넘나들며 사유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보다,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에 산에 오른다는 그런 심리와 같은 것이 었다. 무모한 도전욕..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심리까지 말이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땐,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가 그만두었다. 역시 무모하다^^. 그렇게 접어둘까 생각했었다. 이런 식으로 읽어봐야 나중에 한번 본 책이지 하는 자족 밖에 없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 도전욕을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이를테면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겐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백번을 찍어보고자 하는 심리와 비슷한 게 아닐까. 그래서 좀더 쉬운 책을 집어들었다. 동저자가 쓴 '철학과 굴뚝 청소부' 말이다. 물론 그 책도 나에겐 버거운 책이었다. 하지만 그림과 함께 실린 책이었기에 보는 내내 집중해서 볼 수 있었고 철학의 양상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기본적인 사유 안에 고미숙씨의 책들을 읽으면서 고원적인 사유, 매끄러운 공간의 사유를 현실에 적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다시 덤벼들었다. 그랬더니 역시 처음보단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새발에 피에 불과한 거였다. 이런~~~ 나의 비천한 지식이 이렇게 드러날 줄이야^^ 좀 기분 나쁘긴 했지만, 엄연한 내 현실이었기에 이를 악물고 읽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누가 뭐래도 '되기'와 '유목적 사유' 부분이었다. 하지만 음악과 미술에 관해 논하면서 논지를 이끌어가는 부분에서는 도저히 이해는 커녕 집중할 수 조차 없었다. 고원을 넘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횡적 학문의 깊이를 넓혀야 겠다는 생각을 그래서 하게 되는 것이다. 동서양의 기본적인 상식들을 넘나들어야 겠다. '생각의 탄생'에서 나오듯이 그렇게 여러 방면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사유하고 싶다.

  '앉아서 유목하기' 말만 들어서는 역설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유목이란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목의 기본은 행동적인 측면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사유의 측면에서 하는 말이다. 바로 나를 내려놓는 無我를 통해 세상과 맘껏 소통할 수 있는 경지, 그게 바로 앉아서 유목하기의 경지인 것이다. 그럴 때 진정 나로서 세상을 향유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런 정도의 리뷰 밖에 쓰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욕이 인다. 이젠 푸코와 소쉬르에 도전해볼까한다. 그렇게 지평을 넓혀나가다보면 이 책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날도 곧 오리라. 그 땐 다시 열하일기에도 도전해볼 것이다. 기대된다. 책을 통해 새로운 배치가 형성된다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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