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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와 문학 기계
고미숙 외 지음 / 소명출판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수유+너머'가 추구하는 문학관을 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아니 모음집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철학이 가미된 문학적 사유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들뢰즈란 철학자가 누군지 알아야 하며, 그의 추구하는 문학이란 무엇인지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수유+너머'란 공동체는 참 참신한 코뮌이다. 상하질서에 의해, 권위에 의해 이루어지는 그런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의 행복과 기쁨을 위해 모인 오합지졸과도 같은 공동체이면서도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자유와 행복이 기반이 될 때 진정 자신의 잠재능력이 발휘되며 횡적인 학문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바로 그런 코뮌적 사고에 반해서 나도 '천의 고원'을 읽으려 하는 것이며, 고루한 학문이라 치부했던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들뢰즈의 문학에 대한 생각을 자기화 해서 풀어내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진경씨의 서문을 읽을 땐 좀 생소하고 난해하긴 했지만, 다 읽고 나서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거 같았다.
책은 읽는 독자에 따라 그 받아들이는 방식은 상이하다. 또한 독자가 어느 나이 때에 읽느냐에 따라서도 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진다. 그것이야 말로 '책은 외부 주름이다'이라는 말일 터이다. 지금 내 상황에서 읽는 책들은 뭐든 희망에 대한 메시지거나, 자기 일에 대해서 끊임 없이 희구하여 이루 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을 때나,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을 읽을 때나, 정민 선생님의 '미쳐야 미친다'를 읽을 때나 수많은 메시지가 있음에도 난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며 읽었다.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가르침은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것만을 받아들이며 읽는 걸거다.
이와 같이 이 책에서도 각자 저자들이 그 문학을 읽고 받아들인 내용을 설명해준다. 그래서 저자마다 각자의 생각으로 문학을 받아들이고 풀이해주는 것이다. '외부 주름', 그 속에 나의 어떤 생각과 사상들을 담을 것인가... 그건 각자의 몫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주름에 또 다른 나의 생각을 담아보자.